책쾌
김영주 지음 / 이리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서재 친구도 재미있게 읽었다고 하고 재미있다는 서평 일색이어서, 무엇보다 책표지에 끌려 중고책을 주문하고 한참이나 기다렸다. (최근 씨제이 택배 대란이 일어나기 전에 주문해 읽었다.) 책값이 배송비 보다 싸서 느린 배송을 감안해야 했다. 한동안 책을 끊어서 다시 책에 빠져 살게 되기를 기대하며 조금이라도 빨리 읽고 싶어 애태우던 책인데 뚜껑을 열어보니 '아니올시다' 다. 그래서 서평도 거의 한 달 만에 쓴다. 


사도세자, 북학파, 책을 파는 도깨비(?) 거간꾼... 이토록 흥미로운 소재를 가지고 이렇게 밋밋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갈 줄이야. '아무튼, 어쨌든, 좌우지간 뭔가 있어. 그러니까 잘 따라와' 하고 말하는 작가에게 이끌려 '좋아, 재미있을 때까지 읽어보자'고 하다가 끝까지 재미없어 다 읽고 난 뒤 허탈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문장이 간결하고 쉬워 읽기 좋다. 이 점이 눈에 띈다. 최근에 책을 소리내 읽기 시작했는데 읽다보면 발음이 막 세고 어버버 거리는 걸 내 귀로 들으며 정확히 읽는 연습을 꾸준히 해야겠다고 마음먹는다. 작가가 글을 재미있게 쓰는 건 아니지만 글쓰기를 오랫동안 갈고 닦았다는게 보인다. 책을 소리내 읽어보지 않았다면 무심코 넘겼을 부분이다. 막히고 불편한 부분 없이 술술 읽게 되는 글을 쉽게 쓸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신비롭고 알쏭달쏭하며 차원이 다른 세계에서 온 것이 분명한 주인공이 뭔가 모지(자)라다. 전지전능한 것으로 묘사되며 거의 신같은 존재인데도 등장인물들 속에 끝내 섞이지 않고(어차피 제 3자이니 당연한가. 그러려면 철저하게 바깥에 있어야 할 텐데) 어중간하게 사랑을 하는둥 마는둥, 미지근한 사랑얘기는 뭐하러 넣었는지. 그 부분이 특히 사족으로 보인다. 흉내내기는 진짜 사랑이 아니잖아. 자꾸 흉내내다 보면 가끔은 사랑이 되기도 하겠지만. 역동성이 강한 인물로 그리려 했나본데 수동성만 가득하다. 주인공이 멋진 초월자(?)처럼 등장했다가 지나가는 인물3 정도가 되고 말았다. 


작가가 강렬하고 의식있는 메시지를 전달해야겠다는 강박을 가진게 아닌가 싶다. 역사 상 유명하고 매력있는 인물들을 죄다 끌어다 놨는데 그 인물들이 그저 그런 사람이 되고 만다. 그런 인물들을 작가가 참 좋아한다는 건 알겠는데 그 인물들을 살려내지는 못했다. 환상을 담은 것은 마음에 들지만 상상력이 부족한 걸. 문장은 좋은데 이야기에 힘이 없다. 어쨌거나 소설은 "재미"가 있어야한다. 는 내 주의(?)와 맞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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