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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일회 一期一會
법정(法頂) 지음 / 문학의숲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세상사, 인간관계에 지친 사람이라면 스님의 법문 지도말씀을 들어보는 것이 좋겠다. 세파에 머리가 아프고 시끄럽고 답답하고 숱한 불면의 밤들을 보내는 나날을 견디기 힘들다면 스님의 말씀이 가슴에 파고들게 될 것이다.
그랬다. 인간관계에 염증을 느껴서, 난 대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뭘 하고 있는지, 늘 "수행"을 떠들어 대지만, 과연 "수행"이 무엇인지. 헤매고 있는 중에, 스님의 말씀을 듣는다. 마음이 편안해진다. 쓸데없는 짓으로 의미없이 보내는 시간 속에 자꾸 떠올라 이러면 안되는데 하게 된다. 삶을 소중히 여기라는, 일생에 단 한번 뿐인 지금 이순간에 깨어있으라는 가르침.
불성(佛性)은 모두에게 있는 것이라고 배웠다. 알고는 있지만 정말 말이 안통하고 못됐다 싶은 사람을 보면 그에게 과연 "불성"이 있을까 의심하게 된다. 새삼스럽게 부처가 되는 것이 아니라고, 본래의 자신을 찾아가는 것이라고 하신다. 지금도 소통이 되지 않는 당신을 이해하기는 힘들지만, 다음 생에서 지긋한 업을(인연을) 반복하는 끔찍한 인과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 크게 마음 먹기로 한다. 그동안 읽고 보고 접해왔지만 실감하지는 못했던 업(카르마)에 대한 이야기들이 성큼 와닿는다.
멋째이 할머니를 꿈꾸었다. 이렇게 멋진 할아버지, 법정 스님처럼 한없이 열린 마음으로 살아가려면 끊임없이 자신을 다잡고, 수행하고, 다시 돌아보고, 그것이 고통이 아니어야 하겠다. 살아가는 이유 그 자체가 되어야겠지. 그래서 "살아있는 것이 기쁘다! 고맙다!" 하고 온 세상에 소리치고 싶어질 만큼 진심으로 기꺼워하는 자연인으로 사는 것, 그것이 바로 내가 태어난 이유가 될 때 진정으로 깨어나는 게 아닐까. 그리고 나를 영원히 지우는 것. 내가 없는 것. 진정한 없음.
살면서 내 스스로 차단해 온 관계들이 늘어난다. 중학교 땐 붙임성이 제일 좋은 아이라는 공인도 받았던 내가 어느새, 차가운 바다에 온몸이 젖어 날갯짓을 잊어버린 나비처럼 상처받고 이리도 헤매고 벽을 쌓고 말았는지. 이 책을 읽으며 이동하는 길에 언니가 형부랑 한바탕 싸운 얘기를 언니랑 메시지로 주고 받다가 언니에게 스님의 글귀를 사진 찍어 보냈다. 그런데 사실은 그 글귀가 내게 더 해당되는 것이어서 충동적(?)으로 인과의 고리를 끊으려는 시도를 하게 된다. 결국 며칠 뒤, 오늘 실패(?)하고 말았지만 영어식으로 "Nice try" 다. 이 표현을 좋아하는데, 가볍게 무시당하는 기분이 나쁘지 않다!?
마음이 혼란한 당신에게 이 책이 큰 위로와 가르침이 되리라고 본다. 잠시, 스님의 말씀을 가만히 들어본다. 자, 진심으로 "살아있자" 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