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어화" 공연.
평균연령 82세. 격동의 세월을 살아 온 꼿꼿한 예기들의 춤과 소리가 푸르디 푸르다. 물팍 시리다는 언니야들이 도무지 나이를 가늠할 수 없게 펄펄 날았다. 내 게으른 몸뚱이가 부끄럽다. 장금도 언니야의 몸짓에 눈물이 앞을 가려 그 아까운 춤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두 달 만에 하용부 선생님 북춤도 보고, 김운태 선생의 채상소고에, 동래학춤까지...... 풍성하기도 하여라. 김경란 선생의 진주교방춤. 놀랍고, 즐겁고 오지다. 전에 시시하다고 봤던(3번 다 한 사람 춤을 봤는데 영~ 와닿지가 않았다.) 진주교방춤에 대한 틀이 깨졌다. 몸치인 나도 사사받고 싶어졌다. 팔산대 공연. 여자들이 그토록 가볍게 자반뒤집기 하는 것이 충격이었다. 여성 풍물이 이렇게 새롭고 활기찰 줄이야.

"해어화" 글씨는 장사익 엉아가 썼다. 정말 재주많은 오라버니다. 사익 옵하는 도대체 못하는 게 뭔가.

진옥섭 기획 공연은 알차고 푸져서 배부르고 기분 좋다. 명인들을 세상 밖으로 불러내려 열정을 다하는 진옥섭의 노력이 데일 만큼 뜨겁다.
소문난 잔치, 묵자(먹을) 것 참 많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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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놈의 청소는 해도해도 끝이 없어 - 집안이 눈부시게 깨끗해지는 청소에센스
페코 지음, 황선희 옮김 / 북웨이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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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말할 수 있는 날이 올까? 나처럼 게으름뱅이, 지저분한 아해가 언젠가는 청소신이 강림하사, 청소 "따위"는 후딱 해치우게 되는 그런 날이. 택배가 오자마자 포장을 뜯어 본 남편이 책 제목을 보더니 피식 웃으며 "내가 늘 말하던 청소방법 일거야." 하며 장담한다. 피이! 코웃음쳤지만 읽어보니 과연, 그랬다. 청소 안 하고 또 안 하고 더럽게 지내며 버티고 버티다가 도저히 견딜 수 없을 때 대청소하고 몸살나는 내게 한 군데씩 조금씩 하라고 늘 충고해 왔던 것이다. 그 충고 앞에 매일 완전(?)한 청소를 해야해. 하고 박박 우기며 청소를 전혀 하지 않는 나날들을 보내왔다.

 

친환경 청소도구인 베이킹 소다(탄산수소나트륨), 소독용 알콜, 식초 등을 대용량으로 구매하고서 "우리들의 제일 좋은 청소친구, 베이킹 소다" 라고 주문을 외우듯 노래 부르면서 막상 청소하기는 무지 싫어하는 내게 뭐하러 그런 건 사뒀냐고 타박한다. 이 책에서도 내 청소 친구들(?)이 소개되었다. 그 외 새로운 청소친구들에 대한 정보도 있어 매우 유용하다.

 

이 책은 그러니까 조금씩 나눠서 "무리하지 말고" 쉽게 청소하는 법을 일러준다. 그런데 저자는 청소에 유리할 수밖에 없는 성장환경에서 자랐다. 그건 처음부터 나와 매우 다른 출발인걸. 어떻게 하면 청소를 즐겁게, 잘 할 수 있을 지 늘 고민한다는 저자의 행동력이 대단하다. 어떻게 그 재미없고 힘든 청소에 그토록 집중할 수 있는 지 신기하다. 매일 조금씩 구역을 나누어 달력에 청소일정을 적어두고 그에 맞춰 청소한다는 그 정성과 열정이 참으로 훌륭하다. 청소를 주제로 한 블로그를 운영한다는 그의 블로그 이름도 "청소쟁이 페코"이다. 효율적인 청소 노하우를 소개하고 적절한 청소도구 등에 대한 설명이 친절하고 명쾌하다. "쟁이"라 부를 만하다.

 

내가 청소에 무척 서툴러서 청소를 잘하는 사람을 보면 무작정 우러러 본다. 그런 청소신, 청소 고수 옆에 달라붙어서 24시간 비법을 전수받고 싶은 마음을 늘 품고 있다. 어쩌면 마음 속이 어수선해서 도무지 청소며 정리정돈이 되지 않고 못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반대로, 그런 복잡한 마음 때문에 청소를 하며 해소하는 것이기도 한데도 막상 마음 한번 먹기가 쉽지 않아 자꾸 미루게 된다. 늘 정리가 안돼있고 어질러져 있어서 엄두가 안나는 것이다. 그러니, 날마다 조금씩 해보라는 괜찮은 충고에 '한번 해볼까.' 하는 마음이 일어나는 것을 보면 꽤 설득적이고 누구나 실천하기 쉬운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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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방범 2 - 개정판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25
미야베 미유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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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서 왜 제목이 "모방범"일까 궁금했는데 거의 끝에 가서 의문이 풀렸다. 오래 전부터 값 떨어지면 사려고 벼르고만 있다가 미스테리 걸작세일을 한번 놓친 후로는 싸게 나오지 않아서 결국 빌려 읽었다. 그 바람에 책 곳곳에 있는 누군가의 코딱지와 마주해야만 했다. 게다가 책 안쪽 부분도 아니고 글 줄 중간 중간에 대놓고 발라놓는 대범함(?)까지.무심코 책장을 넘겼다가 만지고 말았다.

 

 

이 책을 읽기 전 서평을 보다가 누군가 밤에 자기 전에 읽지 말라고 친절하게 알려주었거늘, 자기 전에 읽다가 다 읽을 때까지 밤새고 말았다. 책도 어지간히 두꺼워야지. 각 500쪽 넘는 분량이 3권인데 한번 읽으면 손에서 책을 놓기가 힘들다. 특히, 3권을 빌리지 못한 상황에 2권 끝에 왕건이 미끼를 던져놓는 바람에 다음 내용이 궁금해 잠들기가 힘들었다. 조금 더 일찍(몇 년 전에) 읽었다면 더 재미있고 충격적으로 읽었을 것 같다. 추리소설이나 미스테리에 유난히 관심이 많아서 그쪽 장르 책을 많이 읽고 수사물 위주의 미쿡, 일본드라마를 즐겨보다보니 웬만한 범죄수사물은 시시할 정도가 돼버렸다. 그런데도 엄청난 작가의 필력을 느낄 수밖에 없다. 등장인물 모두 매력적이고 그들의 고뇌와 행동들이 충분히 납득이 가게 그려놓았다. 특히 건축가 라는 인물 너무 멋지다. 주요인물이 아니고 잠깐 등장하는데도 무척 인상적이다.

 

 

막상 소설과 같은 일이 일어나게 된다면 우리는 어떻게 반응하고 행동할까? 작가는 지극히 일본다운 정서를 아주 잘 그려냈다. 남의 시선을 유난히 신경쓰고 지나치게 예의에 집착하며 남에게 피해주는 것을 극히 싫어하는 그들의 국민성(?). 그래서 범죄자 가족이거나 유족에게 유달리 냉담한 사회모습을 보면 과연 그정도로 한심할까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으면서도 막상 그런 일에 엮이면(피가 얽히면) 괜히 꺼림칙하게 느끼는 게 인지상정인가 싶기도 하다.

 

 

이 소설은 현대사회의 병폐, 쾌락살인, 묻지마 범죄 같은 심각한 문제를 꼬집고 있다. 그것들을 바라보는 보통 사람들의 시선도 함께 그려내어 과연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지 되짚어보게 된다. 누구라도 피해자가 될 수 있고, 선량해 보이는 시민도 가해욕구를 가지고 있다는 솔직한 고백들이 이어진다. 그리고 어떤 범죄 드라마, 소설, 영화에서도 근본 원인으로 그려지는 불우한 가정사. 이를 위한 근본 대책이 필요하지 않을까. 인간에 대한 사랑이 없는 사람은 가정을 꾸리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내 지론이다. 남들 다 하는 결혼이고 육아니까 아무 생각없이 쫓겨서 하다가 결국 불행한 가정을 만들고 애꿎은 아이들만 상처입고 치유받지 못해 범죄자가 되기도 하는 악순환을 끊어냈으면 좋겠다. 사랑없는 세상! 은 안된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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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4-03-22 0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ㅎㅎ 그르게 왜 남의 책을 읽으셔서 꼬딱지와 조우하셨습니까...ㅎㅎㅎㅎㅎㅎ
하여튼 저도 이 책 이틀 걸렸습니다. 두께 생각하면 빨리 읽은 편이죠. 일본 추리 소설은 확실히 재미가 있어요. 혹시 아웃 읽으셨나요. 기리노 나쓰오의 아웃.. 요거 끝내줍니다요..

samadhi(眞我) 2014-03-24 19:13   좋아요 0 | URL
책 값이 마땅찮아서요. 몇 년 전에 이 책 세일을 놓친 뒤로 그만한 가격대가 안나와 참지 못하고 그냥 빌려 읽은 거죠. 권해주신 책 읽어봐야겠어요. [모래의 여자]는 권해주신 직후에 읽어놓고 한번 더 읽으려고 미뤄두고 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3-25 02:21   좋아요 0 | URL
으악, 안 읽으셨군요. 행운입니다. 기리노 나쓰오 < 아웃 > 정말 무진장 재미있어요. 뒤로 갈수록 좀 그렇지만 ( 이 양반 취향이 워낙 하드보일드해서.. 좀 뜬금없다 여기실 겁니다만... ) 1편은 정말 재미있어요. 하하하하....

samadhi(眞我) 2014-03-25 10:18   좋아요 0 | URL
살까 말까 몇 번을 망설이다 결국 집어들지 않았어요. 미스테리, 추리물을 무척 좋아하지만 안 읽은 책 많아요^^
 
얼음나무 숲 Nobless Club 1
하지은 지음 / 로크미디어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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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네덜란드 감독이 만든 Bind라는 영화를 봤다. 2007년에 만든 영화를 6년이 지난 뒤에 봤는데 참 좋아서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최근 들어 북구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시작은 스티그 라르론,『밀레니엄』시리즈부터였다. 눈도 추위도 좋아하지 않고, 불면증을 달고 사는 나인데도 북구의 백야가 무척 끌리는 거다. 북유럽신화도 재미있고, 직접 가서 대낮같은(?) 밤을 느껴보고 싶다. 북구 특유의 회백색이 매혹적으로 느껴진다. 사회복지가 유난히 발달한 것도 부럽고 자유의 맛이 궁금한 거다.

 

이 책은 한 편의 동화를 읽는 것 같기도 하고 만화책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글자만 가득한 소설인데도 그림이 눈에 보이듯 그려지는 거다. 그림 실력만 있다면 내가 삽화를 그려낼 수도 있을 것 같다. 소재가 독특하지만 거부감이 드는 것은 작가가 우리나라 사람이라는 거다. 그도 북구의 매력에 끌린 걸까? 그렇다고 남의 나라 이야기를 쉽게 쓰기는 쉽지 않을 터. 물론 이야기에 등장하는 에단 이라는 도시가 북구 라고 명시되지는 않는다. 등장인물의 이름이나 배경을 보고 그렇게 짐작될 뿐이지만.

 

제목에서 이미 나타낸 것일텐데도 이야기가 잘 나가다가 갑자기 판타지로 빠진다. 읽다보면 번역이 잘 된 다른 나라 소설같은 느낌이 든다. 정식 소설같지도 않은 것이 동화, 만화 그 이상은 못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천재적인 음악가의 음악감상평을 매번 자연스럽게 쓰기도 쉽지 않을 텐데 그 부분의 표현력은 뛰어나다. 칭찬 일색이거나 과장만 가득하기 쉬울 법한데 주인공이 천재성을 드러낼 때마다 드러나는 묘사가 어색하지 않다. 신의 영역을 넘나드는 아니, 음악의 신 모토벤 그 자체인 바옐의 바이올린 연주를 직접 들어보고 싶다. 그 천상의 소리를 난 알아들을 수 있을까. 악마적인 듀프레 말고 선의를 가진(?) 내가 알아주고 싶어진다. 그리고 고요의 마음이 무척 와닿는다. 누군들 자신이 천재가 되고 싶지 않겠는가. 천재의 친구 따위 되고 싶지 않을텐데 무척 갈등하면서도 순수하게 음악을, 바옐을 사랑하고 아끼는 것. 그것도 일종의 재능이 아닐까. 자신을 낮추고 타인을 인정하는 사람은 고수 라고 생각한다. 그 만한 깨달음이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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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일회 一期一會
법정(法頂) 지음 / 문학의숲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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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 인간관계에 지친 사람이라면 스님의 법문 지도말씀을 들어보는 것이 좋겠다. 세파에 머리가 아프고 시끄럽고 답답하고 숱한 불면의 밤들을 보내는 나날을 견디기 힘들다면 스님의 말씀이 가슴에 파고들게 될 것이다.

그랬다. 인간관계에 염증을 느껴서, 난 대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뭘 하고 있는지, 늘 "수행"을 떠들어 대지만, 과연 "수행"이 무엇인지. 헤매고 있는 중에, 스님의 말씀을 듣는다. 마음이 편안해진다. 쓸데없는 짓으로 의미없이 보내는 시간 속에 자꾸 떠올라 이러면 안되는데 하게 된다. 삶을 소중히 여기라는, 일생에 단 한번 뿐인 지금 이순간에 깨어있으라는 가르침.

 

불성(佛性)은 모두에게 있는 것이라고 배웠다. 알고는 있지만 정말 말이 안통하고 못됐다 싶은 사람을 보면 그에게 과연 "불성"이 있을까 의심하게 된다. 새삼스럽게 부처가 되는 것이 아니라고, 본래의 자신을 찾아가는 것이라고 하신다. 지금도 소통이 되지 않는 당신을 이해하기는 힘들지만, 다음 생에서 지긋한 업을(인연을) 반복하는 끔찍한 인과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 크게 마음 먹기로 한다. 그동안 읽고 보고 접해왔지만 실감하지는 못했던 업(카르마)에 대한 이야기들이 성큼 와닿는다.

 

멋째이 할머니를 꿈꾸었다. 이렇게 멋진 할아버지, 법정 스님처럼 한없이 열린 마음으로 살아가려면 끊임없이 자신을 다잡고, 수행하고, 다시 돌아보고, 그것이 고통이 아니어야 하겠다. 살아가는 이유 그 자체가 되어야겠지. 그래서 "살아있는 것이 기쁘다! 고맙다!" 하고 온 세상에 소리치고 싶어질 만큼 진심으로 기꺼워하는 자연인으로 사는 것, 그것이 바로 내가 태어난 이유가 될 때 진정으로 깨어나는 게 아닐까. 그리고 나를 영원히 지우는 것. 내가 없는 것. 진정한 없음.

 

살면서 내 스스로 차단해 온 관계들이 늘어난다. 중학교 땐 붙임성이 제일 좋은 아이라는 공인도 받았던 내가 어느새,  차가운 바다에 온몸이 젖어 날갯짓을 잊어버린 나비처럼 상처받고 이리도 헤매고 벽을 쌓고 말았는지. 이 책을 읽으며 이동하는 길에 언니가 형부랑 한바탕 싸운 얘기를 언니랑 메시지로 주고 받다가 언니에게 스님의 글귀를 사진 찍어 보냈다. 그런데 사실은 그 글귀가 내게 더 해당되는 것이어서 충동적(?)으로 인과의 고리를 끊으려는 시도를 하게 된다. 결국 며칠 뒤, 오늘 실패(?)하고 말았지만 영어식으로 "Nice try" 다. 이 표현을 좋아하는데, 가볍게 무시당하는 기분이 나쁘지 않다!?

 

마음이 혼란한 당신에게 이 책이 큰 위로와 가르침이 되리라고 본다. 잠시, 스님의 말씀을 가만히 들어본다. 자, 진심으로 "살아있자"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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