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나무 숲 Nobless Club 1
하지은 지음 / 로크미디어 / 200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얼마 전에 네덜란드 감독이 만든 Bind라는 영화를 봤다. 2007년에 만든 영화를 6년이 지난 뒤에 봤는데 참 좋아서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최근 들어 북구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시작은 스티그 라르론,『밀레니엄』시리즈부터였다. 눈도 추위도 좋아하지 않고, 불면증을 달고 사는 나인데도 북구의 백야가 무척 끌리는 거다. 북유럽신화도 재미있고, 직접 가서 대낮같은(?) 밤을 느껴보고 싶다. 북구 특유의 회백색이 매혹적으로 느껴진다. 사회복지가 유난히 발달한 것도 부럽고 자유의 맛이 궁금한 거다.

 

이 책은 한 편의 동화를 읽는 것 같기도 하고 만화책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글자만 가득한 소설인데도 그림이 눈에 보이듯 그려지는 거다. 그림 실력만 있다면 내가 삽화를 그려낼 수도 있을 것 같다. 소재가 독특하지만 거부감이 드는 것은 작가가 우리나라 사람이라는 거다. 그도 북구의 매력에 끌린 걸까? 그렇다고 남의 나라 이야기를 쉽게 쓰기는 쉽지 않을 터. 물론 이야기에 등장하는 에단 이라는 도시가 북구 라고 명시되지는 않는다. 등장인물의 이름이나 배경을 보고 그렇게 짐작될 뿐이지만.

 

제목에서 이미 나타낸 것일텐데도 이야기가 잘 나가다가 갑자기 판타지로 빠진다. 읽다보면 번역이 잘 된 다른 나라 소설같은 느낌이 든다. 정식 소설같지도 않은 것이 동화, 만화 그 이상은 못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천재적인 음악가의 음악감상평을 매번 자연스럽게 쓰기도 쉽지 않을 텐데 그 부분의 표현력은 뛰어나다. 칭찬 일색이거나 과장만 가득하기 쉬울 법한데 주인공이 천재성을 드러낼 때마다 드러나는 묘사가 어색하지 않다. 신의 영역을 넘나드는 아니, 음악의 신 모토벤 그 자체인 바옐의 바이올린 연주를 직접 들어보고 싶다. 그 천상의 소리를 난 알아들을 수 있을까. 악마적인 듀프레 말고 선의를 가진(?) 내가 알아주고 싶어진다. 그리고 고요의 마음이 무척 와닿는다. 누군들 자신이 천재가 되고 싶지 않겠는가. 천재의 친구 따위 되고 싶지 않을텐데 무척 갈등하면서도 순수하게 음악을, 바옐을 사랑하고 아끼는 것. 그것도 일종의 재능이 아닐까. 자신을 낮추고 타인을 인정하는 사람은 고수 라고 생각한다. 그 만한 깨달음이 또 있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