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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방범 2 - 개정판 ㅣ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25
미야베 미유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3월
평점 :
이 책을 읽으면서 왜 제목이 "모방범"일까 궁금했는데 거의 끝에 가서 의문이 풀렸다. 오래 전부터 값 떨어지면 사려고 벼르고만 있다가 미스테리 걸작세일을 한번 놓친 후로는 싸게 나오지 않아서 결국 빌려 읽었다. 그 바람에 책 곳곳에 있는 누군가의 코딱지와 마주해야만 했다. 게다가 책 안쪽 부분도 아니고 글 줄 중간 중간에 대놓고 발라놓는 대범함(?)까지.무심코 책장을 넘겼다가 만지고 말았다.
이 책을 읽기 전 서평을 보다가 누군가 밤에 자기 전에 읽지 말라고 친절하게 알려주었거늘, 자기 전에 읽다가 다 읽을 때까지 밤새고 말았다. 책도 어지간히 두꺼워야지. 각 500쪽 넘는 분량이 3권인데 한번 읽으면 손에서 책을 놓기가 힘들다. 특히, 3권을 빌리지 못한 상황에 2권 끝에 왕건이 미끼를 던져놓는 바람에 다음 내용이 궁금해 잠들기가 힘들었다. 조금 더 일찍(몇 년 전에) 읽었다면 더 재미있고 충격적으로 읽었을 것 같다. 추리소설이나 미스테리에 유난히 관심이 많아서 그쪽 장르 책을 많이 읽고 수사물 위주의 미쿡, 일본드라마를 즐겨보다보니 웬만한 범죄수사물은 시시할 정도가 돼버렸다. 그런데도 엄청난 작가의 필력을 느낄 수밖에 없다. 등장인물 모두 매력적이고 그들의 고뇌와 행동들이 충분히 납득이 가게 그려놓았다. 특히 건축가 라는 인물 너무 멋지다. 주요인물이 아니고 잠깐 등장하는데도 무척 인상적이다.
막상 소설과 같은 일이 일어나게 된다면 우리는 어떻게 반응하고 행동할까? 작가는 지극히 일본다운 정서를 아주 잘 그려냈다. 남의 시선을 유난히 신경쓰고 지나치게 예의에 집착하며 남에게 피해주는 것을 극히 싫어하는 그들의 국민성(?). 그래서 범죄자 가족이거나 유족에게 유달리 냉담한 사회모습을 보면 과연 그정도로 한심할까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으면서도 막상 그런 일에 엮이면(피가 얽히면) 괜히 꺼림칙하게 느끼는 게 인지상정인가 싶기도 하다.
이 소설은 현대사회의 병폐, 쾌락살인, 묻지마 범죄 같은 심각한 문제를 꼬집고 있다. 그것들을 바라보는 보통 사람들의 시선도 함께 그려내어 과연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지 되짚어보게 된다. 누구라도 피해자가 될 수 있고, 선량해 보이는 시민도 가해욕구를 가지고 있다는 솔직한 고백들이 이어진다. 그리고 어떤 범죄 드라마, 소설, 영화에서도 근본 원인으로 그려지는 불우한 가정사. 이를 위한 근본 대책이 필요하지 않을까. 인간에 대한 사랑이 없는 사람은 가정을 꾸리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내 지론이다. 남들 다 하는 결혼이고 육아니까 아무 생각없이 쫓겨서 하다가 결국 불행한 가정을 만들고 애꿎은 아이들만 상처입고 치유받지 못해 범죄자가 되기도 하는 악순환을 끊어냈으면 좋겠다. 사랑없는 세상! 은 안된다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