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日1食 - 내 몸을 살리는 52일 공복 프로젝트 1日1食 시리즈
나구모 요시노리 지음, 양영철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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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새내기 때 선배가 소식의 '소'자 를 무슨 한자로 쓰는 줄 아느냐 물은 적이 있다. "소식(少食)이지 뭐" 하고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는데 그 선배 왈, "소식(少食)이 아니고 소식(素食)이야" 어! 정말? 소식(素食)의 사전적 의미는 소밥(고기반찬이 없는 밥)이다. 섭생(攝生)-양생(養生):병에 걸리지 아니하도록 건강관리를 잘하여 오래 살기를 꾀함-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겠다.

 

 저자는 이제까지 이래야하고 저래야한다고 알아왔던 의학상식을 뒤집는다. 기존의 관념을 깨뜨리는 사고의 전환, 패러다임 혁명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머리에 번쩍 충격이 인다. 그런데 그런 얘기가 거부감이 들지 않고 쉽게 수긍이 간다. 그 바탕에 연구자로서 살아온 저자의 이력을 엿볼 수 있다. 그래서 더욱 신뢰가 간다. 인간과 동물의 진화에 대한 이야기를 예로 들어 동물의 왕국을 보는 것처럼 재미가 있다. 진화에 대한 관심이 문득문득 생겨나서 공부하고 싶어질 정도다. 야생에서 적응하며 살아왔던 인간이 포식을 하며 각종 병증이 생겨나고 일부러 운동을 해서 먹었던 것들을 소화시키는 무용한 짓을 하는 현대인의 삶을 비판한다. 움베르트 에코가 쓴 "선진국 사람들은-선진국이라고 부르는 것부터 그들을 비꼰 것이지만-......" 하며 이른바 문명국이라 불리는 곳에서 사는 사람들은 먹을 것이 남아 돌아 잔뜩 먹고 맥박을 재고 일부러 조깅을 하는데 세계의 다른 곳에서 굶주리는 사람들은 하루하루 연명하기 위해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으려한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다이어트 열풍에 휩싸인 현대인들의 이야기를 대할 때마다 그 이야기가 떠오르며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고 유치하고 어리석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미식, 식도락, 식탐에 빠져서 그것이 삶의 큰 즐거움인 양 어떤 주의처럼 표방하며 잔뜩 먹어댄 뒤에 다시 살을 빼려고 다이어트에 몰입하는 악순환.

 

배가 부르면 더이상 먹지 않고, 쓸데없는 살생을 하지 않는 동물의 삶을 통해 동물과 공생했던 인간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이제는 더이상 동물과 공생하지 않는 지금,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하는지를 반성하고 배운다. 배가 부르면 편안하고 행복하지 않고 늘 기분이 나빴는데 그 이유를 명쾌하게 설명해준다. 배가 고프다고 해서 음식을 반드시 먹지 않아도 되고 배고픔을 즐기라는 것이 마음에 와닿는다. 인류가 수십만년 동안 그렇게 살아왔다는 당연한 사실을 일깨워준 것이 고맙다. 또한 그렇게 오랜 세월 동안 진화해 온 인간의 몸은 각 개인의 것이 아니라, 인류가 축적해 온 조상들 모두의 유전자가 기억되고 전해져온 것이므로 자신의 몸을 소중히 여기라는 당부로 끝맺는다. 그것이 또한 이 책을 쓴 의도이겠다. 억지스럽지 않고 끼워맞춘 듯 자연스러워 깊이 공감하게 된다. 모든 것은 순리대로! 그렇게 하면 건강이 자연스레 뒤따라온다는 거창하지 않은 철학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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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동물원 - 제17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강태식 지음 / 한겨레출판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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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이 본드를 불며 환각에 빠지는 장면에서 롯데월드 주제가가 떠올랐는데,

세렝게티 동물원이 개장할 때 그 비슷한 노래가 나오는 걸 보고 신기해했다. 어쨌든 이 책을 읽다보면 그런 류의 인위적인 동요(?)를 흥얼거리게 되나보다. 그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부터 느꼈던 거북함, 거부감, 위화감은 부자연스러움과 함께 아직까지도 사라지지 않는다. 어릴 때 동네에서 방귀 깨나 뀌고 살던 있는 집 아이가 자기 오줌색이 노오란 것은 영양가 있는 음식을 많이 먹어 그렇다고 했다. 그 아이가 생각나는 노래다. 

 

작가의 상상력이 기발하다. 현실을 비유하는 상징성이 쿡쿡 웃음을 자아내면서도 통렬하다. 현대의 한국사회를, 지금 내가, 우리가 껴안고 있는 어려운 형편을 속속들이 말하고 있다. 너무 쪼잔하거나 부끄러워 차마 입밖으로 꺼내지 못했던 말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툭툭 던진다. 모두가 호흡하듯 매일 겪는 팍팍하고 고단한 일상에 심심한 위로를 건네듯 말을 건다. 조지 오웰의 동물 농장과 또 다른 풍자가 펼쳐진다. 동물농장의 SF버전 쯤 될까. 전혀 과학적인 비유는 아니니 그냥 현대버전이라고 하는 게 옳겠다. 

 

우리는 문득 어딘가로 끌려가 원하지 않는 삶을 살기를 강요당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모두가 '이건 아닌데' 회의하고 질문을 던지지만 메아리처럼 무정한 물음만 되돌아온다. 답답하고 냉혹한 현실의 두터운 벽 앞에서 무력한 짐승처럼 뒷발질만 하고 있다. 자연을 가두어 놓고 인간본성을 꽁꽁 묶어 놓은 세계의 축소판인 동물원에 갇힌 채 동물 흉내를 내며 산다. 초원을 잃어버린 세상에서는 진짜 동물보다 인위적인 동물흉내가 더 잘 팔린다. 5천원짜리 한 장을 벌기 위해 하찮은 인간은 목숨을 건다. 동료들 몇몇은 차라리 진짜 동물이 되어버리기로 한다. 그래서 우리는 진짜 초원을 꿈꾼다. 눈을 감으면 원시의 드넓은 자연이 펼쳐진다. 그곳은 시멘트로 만든 딱딱한 벽도 없고 폭신한 풀밭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작가가 의도한건지 모르겠지만 본드 환각 장면이 반복적으로 길어져서 조금 지루하다. 문장들이 전체적으로 조금씩 반복되는 면이 있어서 미숙한 느낌이 들었다. 그런 부분들만 없었더라면 더 괜찮은 소설이 되었을 것 같다. 글을 쉽게 쓰는 것이 이 작가의 큰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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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돈나
오쿠다 히데오 지음, 정숙경 옮김 / 북스토리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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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으로 오랜 세월 찌들어(?) 그 생활이 삶의 전부로 굳어진 사람을 "회사인"이라고도 할 수 있다. 전에 진중권의 책에서 회사원으로 사는 현대인들을 비꼬는 그 용어를 보고 웃으며 동의했다. 그들을 빗댄 사진, 조각 같은 게 무척 날카롭고 우스꽝스러웠다. 일본의 영향을 깊게 받아 온 우리네 회사 조직도 일본식이어서 회식과 접대 그리고 상사에 대한 충성 따위가 무척 비슷해 조직생활을 할 때 보이지 않는 압박감에 숨이 막혀오곤 했다. 그렇게 해야만 조직이 무너지지 않고 유지된다는 듯 진한 보수성을 띠고 국가주의처럼 굳건한 통일성과 집단성을 강조하는 것이 답답해 조직에서 결국 떨어져나왔다.

 

오쿠다 히데오가 주로 그려내는 반정부적, 무정부적 주인공들의 반골성향이 꼭 내 얘기 같아서 그의 작품을 더 선호하는 편이다. 더하기 유머까지 작가의 가벼움 속에 콕콕 박혀 있는 사회비판이 내게는 잘 맞는다. 그리고 쉽게 술술 풀어 쓴 유쾌한 이야기라 아주 빠른 속도로 책장을 넘기게 된다. 이 책은 "깔깔깔" 웃을 일은 없었지만-그게 못내 아쉽다. 오쿠다 히데오 답지 않아.- 한국과 일본의 회사문화를 접해본(주위를 둘러보면 어디에나 회사인이 있게 마련이다.) 누구나 공감하게 된다.

 

이 책은 총 다섯 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져있고, 책의 제목이 된 "마돈나"라는 단편은 중년아자씨들의 로망을 그려내고 있다. 아저씨들은 어쩔 수 없는건가. 판에 박힌 지루한 일상 속에서 느닷없이 등장하는 어린(반드시 어려야 한다!!) 이상형은 아무 매력도 없어 보이는 아자씨들을 꿈과 환상의 세계로 이끄나보다. 주인공은 『달과 6펜스』의 찰스처럼 안정된 생활도 가정도 버리고 타히티로 떠나버릴 용기도 없다. 뭐, 아무나 고갱이 될 수는 없으니까.

 

40대 중반을 주인공으로 한 각각의 단편들은 조직 속에서 일어나는 조직과 개인 그리고 개인끼리의 갈등을 그려내고 있다. 그 상황들이 아주 현실적이어서 한 번쯤은 고민했을 법한 얘기들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까운 이의 상례에 반쯤 풀어헤친 넥타이 차림으로 술을 들이붓고 주위에 방해가 될 만큼 떠들며 밤을 새는 외롭지만 마음만은 소년인 중년 형아들을 떠올려본다. 고독한 청춘(?)들이여! 일어나 분개하라! 나는 그냥 그런 머슴이 아니라고 소리치자! 언제까지나 소년머슴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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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장 선거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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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쿠다 히데오, 『공중그네』에 이어 두번째로 읽는 이라부선생의 치료기가 그다지 재미가 없다. 일단 오쿠다의 책은 한번 잡으면 빠른 속도로 읽게 되는데, 이번 편은 작가의 열의가 안보인다. 역자의 '옮긴이의 말'에는 작가에 대한 칭찬일색이었지만 가볍고 유쾌한 농담 같아서 마음 편히 읽고 신나게 웃을 수 있는 이야기를 무척 기대했는데. 일본의 저명인사 비틀기에만(패러디) 너무 신경을 써서 그런지 배경지식이 없어 잘 모르니 더 와닿지가 않는건지도 모르겠다. 오쿠다 히데오의 책만 벌써 네 번째로 읽는데, 전작주의를 망설이게 만든 책이다. 벌써 또 한권 사놨는데 어쩐다지.

 

지맘대로 사는 이라부의 막무가내식 태도는 철딱서니 없어보이지만 한편으로 부럽기도 하다. 누구나 자유롭게 살고 싶은 갈망을 품고 있지만 무인도에 살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니 남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 현대인이 겪는 각종 신경병증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상식을 넘어서는 이라부의 무례하기까지 한 자유로운 진단에 통쾌함을 느낀다. 지나치게 타인을 신경쓰며 사는 현대인들을 작가는 코믹을 가장해 꼬집는다. 그런데 이번 편은 이라부의 유머가 안먹힌단 말이지. 힘 빠진 이라부를 보는 게 탐탁지 않다. 그렇다고 지맛대로 사는 행태를 바꾼 건 아닌데, 환자를 자기식대로 주무르던 방식에 힘이 덜 실린 것 같아 아쉽다. 더 많이 간섭하고 더 심하게 괴롭히던 이라부가 더 좋은데. 조금 더 무례하게 굴어도 괜찮을 텐데, 이라부가 귀차니즘에 빠진 걸까. 작가에게 소재가 떨어진 걸까. 늘 비슷한 방식으로 접근하는 데도 한계가 있는 거겠지. 시리즈물이 한결같이 재밌기란 어려운 법이지.

 

유머는 남녀노소, 계층을 뛰어넘어 호응을 부른다. 터무니없는 일도 거부할 수 없는 힘을 지니고, 고집불통인 사람도 나긋나긋하게 만든다. 그러고보면 진짜 권력은 유머에서 나오는 게 아닐까.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내고 사랑이 목마르다면 남을 웃겨야함을 되새긴다. 유머가 부족할 때 철저히 낮아지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웃기는) 연습을 하고 일어날 수 있는 상황에 대해 끊임없이 상상해야 할 것이다. 남을 웃기는 일은 그만큼 정성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자기 스스로 유쾌해져야 하겠다. 유머로 시작해서 유머로 끝나는 오쿠다의 이야기에 유머가 조금 부족해 아쉬움을 토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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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의 기술 2 NFF (New Face of Fiction)
채드 하바크 지음 / 시공사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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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운동의 기본이 수비라고 생각하며 야구는 수비맛이라고 늘 주장해 왔다. 타격이 좀 약해도 수비가 뛰어나면 그 선수에 대한 평가가 너그러워진다. 수비 잘하는(잘 할 수밖에 없게 생긴) 잘빠진 야수 옵하야들을 보면 눈이 빠르게 돌아간다. 몸.매.(?) 때문에? 나 그렇게 응큼한 사람 맞다.

물론 수비만 잘하고 타격이 정말 안되는 사람을 보면 쌍욕(?)을 하곤 하지만 수비실력이 아까워 토해내는 한숨 쯤 되는 거라고 해두자. 가끔 큰(홈런) 거 빵빵 터뜨려도 거북이처럼 허둥지둥 달리며 공을 놓치는 실책을 하는 아해들은 정말 사절이다. 수비의 기술이라면 과연 어떤 비밀을 알려줄지 두근두근해 하며 읽기 시작했다.

 

아파리치오 로드리게스라는 가상인물을 주인공의 동경대상으로 설정했다고 책에서 언급됐지만 실존인물인 메이저리그의 전설적인 유격수인 루이스 아빠리시오(에스빠냐식 발음으로)를 얘기하는 것 같다. 야구 꽤 좋아한다고 자처하지만 국내야구만 겨우 겉핧기로 아는 터라 메이저리그 야구 역사의 한 획을 그은 아빠리시오(aparicio)라는 수비왕(?)의 존재를 처음 찾아보게 됐다. 우리 종범신(타이거즈 이종범)보다 더 뛰어난 유격수가 있었구나. 작가가 그 수비영웅을 흠모해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 낸 것이 아닐까 짐작한다.

 

수비는 삶을 맞이하는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다. 망망대해의 한 가운데에 내던져진, 어쩔 수 없는 "인간"인 우리는 성장통을 겪지 않고서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이니까. 십대 엔 자아를 펼칠 힘이 부족하고 이십 대에야 비로소 방황과 번뇌에 몸부림치며 청춘을 만끽(?)한다. 그때 이후로 마음은 늘 그 언저리에 있다. 동틀 무렵 하루 중 가장 싸늘한 시간, 술이 떡이 된 채로 생일을 맞은 선배를 분수대에 빠뜨리기로 사전모의 했다가 도리어 내가 당했던(?) 그날로 돌아간 것 같았다.

 

이 책은 작가의 허먼 멜빌,『모비 딕』에 대한 오마주 라고 보여진다. 전에 조잡한『모비 딕』번역본을 읽다가 도저히 책장이 안넘어가서 미뤄뒀는데 책을 읽고 나니 궁금하다. 원서를 읽을 능력이 된다면 금상첨화겠지만 잘된 번역본으로 다시 읽어봐야겠다.

 

작가의 문학적 이해와 재기넘치는 문장들이 돋보인다. 그렇기는 하나, 등장인물들의 성장이 점점 궤도에 오르면서부터 소강상태가 된다. 그리고는 그 상태가 계속된 채로 흐지부지 되고 만다. 아빠피시오라는 입지전적인 인물에 무척 매료됐는데 이렇게 빼어난 소재가 묻힌 것이 아깝고 아깝다. 제목을 보고 기대가 무척 컸다. 도입부터 전개까지는 매력이 철철 넘치던 인물들의 이야기가 펼쳐져 독창적이고 흥미진진했건만 2권에서부터 개성을 잃고 이야기가 산으로 가고 결말은 산뜻하지가 않다. 이런 허술한 결말을 내는 책을 읽을 때마다 마무리가 말그대로 끝내주는 대작을 완성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실감한다.

 

작중 인물 중 어펜라이트 총장의 학문성과에서 영감 비슷한 걸 얻어간다. 긴가민가 했던 내 방법론에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약간 부족한 이야기지만 그것만으로도 내게 큰 성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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