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동물원 - 제17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강태식 지음 / 한겨레출판 / 201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주인공이 본드를 불며 환각에 빠지는 장면에서 롯데월드 주제가가 떠올랐는데,

세렝게티 동물원이 개장할 때 그 비슷한 노래가 나오는 걸 보고 신기해했다. 어쨌든 이 책을 읽다보면 그런 류의 인위적인 동요(?)를 흥얼거리게 되나보다. 그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부터 느꼈던 거북함, 거부감, 위화감은 부자연스러움과 함께 아직까지도 사라지지 않는다. 어릴 때 동네에서 방귀 깨나 뀌고 살던 있는 집 아이가 자기 오줌색이 노오란 것은 영양가 있는 음식을 많이 먹어 그렇다고 했다. 그 아이가 생각나는 노래다. 

 

작가의 상상력이 기발하다. 현실을 비유하는 상징성이 쿡쿡 웃음을 자아내면서도 통렬하다. 현대의 한국사회를, 지금 내가, 우리가 껴안고 있는 어려운 형편을 속속들이 말하고 있다. 너무 쪼잔하거나 부끄러워 차마 입밖으로 꺼내지 못했던 말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툭툭 던진다. 모두가 호흡하듯 매일 겪는 팍팍하고 고단한 일상에 심심한 위로를 건네듯 말을 건다. 조지 오웰의 동물 농장과 또 다른 풍자가 펼쳐진다. 동물농장의 SF버전 쯤 될까. 전혀 과학적인 비유는 아니니 그냥 현대버전이라고 하는 게 옳겠다. 

 

우리는 문득 어딘가로 끌려가 원하지 않는 삶을 살기를 강요당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모두가 '이건 아닌데' 회의하고 질문을 던지지만 메아리처럼 무정한 물음만 되돌아온다. 답답하고 냉혹한 현실의 두터운 벽 앞에서 무력한 짐승처럼 뒷발질만 하고 있다. 자연을 가두어 놓고 인간본성을 꽁꽁 묶어 놓은 세계의 축소판인 동물원에 갇힌 채 동물 흉내를 내며 산다. 초원을 잃어버린 세상에서는 진짜 동물보다 인위적인 동물흉내가 더 잘 팔린다. 5천원짜리 한 장을 벌기 위해 하찮은 인간은 목숨을 건다. 동료들 몇몇은 차라리 진짜 동물이 되어버리기로 한다. 그래서 우리는 진짜 초원을 꿈꾼다. 눈을 감으면 원시의 드넓은 자연이 펼쳐진다. 그곳은 시멘트로 만든 딱딱한 벽도 없고 폭신한 풀밭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작가가 의도한건지 모르겠지만 본드 환각 장면이 반복적으로 길어져서 조금 지루하다. 문장들이 전체적으로 조금씩 반복되는 면이 있어서 미숙한 느낌이 들었다. 그런 부분들만 없었더라면 더 괜찮은 소설이 되었을 것 같다. 글을 쉽게 쓰는 것이 이 작가의 큰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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