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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과식하는가 - 무의식적으로 많이 먹게 하는 환경, 습관을 바꾸는 다이어트
브라이언 완싱크 지음, 강대은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코로나 핑계로 거의 외출하지 않고 안 움직이고 바닥이랑 친하게(딱 붙어서) 지내며 입이 심심해 뭐든 먹어댔더니 화악찐자가 되고 말았다. 인생 최대 몸무게를 찍고 공처럼 굴러다니는 둔한 몸이 돼서 숨쉬기도 버거워 찍어 둔 책이다. 자꾸 입이 심심해서 뭐든 입에 넣고 보는 내 입버릇에 대해 뭔가 시원한 해소책을 기대했다. 저자가 미국인이라 그럴 수밖에 없겠지만 책에 나오는 예시가 서구식 식단이라 우리랑 잘 안 맞다. 우리 식단도 서구식으로 많이 변했지만 그래도 세계 채소 소비 1위국이라는 위엄을 가진 한국이잖은가. 채소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도 여전히 채소는 먹는다. 채소를 잘 먹지 않는 집도 최소한 김치는 먹으니까.
고기밖에 몰랐던 내가 요즘엔 채소맛도 조금 알게 되고 즐기기까지 한다. 특히 샤브샤브는 일본음식 가운데 가장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일본 음식을 많이 먹어본 것도 아니지만. 샤브샤브라는 요리는 특별한 조리법도 필요없으면서 몸에 좋은 음식을 먹는데 맛까지 좋다. 게다가 남으면 죽으로도 된장국으로도 국수로도 먹을 수 있어서 버릴 게 없다. 우리는 샤브샤브 만으로도 배가 터질 듯해서 남은 재료로 다음날 된장국 해서 먹는다. 물론 우리식 나물요리, 나물 잔뜩 넣어 먹는 비빔밥도 우렁이와 채소를 몇 가지 넣어 만든 우렁쌈장을 쌈에 싸서 먹는 것도 채소를 즐겁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이지만. 한국 식단은 채소 요리가 기본이기도 해서 이 책에서 제시하는 식단과 많이 다르다.
영어제목은 Mindless eating 이다. 한 마디로 "무심코 먹기" 인 건데 역자가 [나는 왜 과식하는가] 라고 제목을 붙이는 바람에 나처럼 뭔가를 기대한 사람이 낚인(?) 거다. 한국어 제목도 틀린 건 아닌데 내 생각과는 달라서 책 전체 내용에 공감가지 않았다. 마케팅이 만드는 속임수에 속고 있다는 얘기는 좀 뻔해서 이미 아는 것들이 많다. 몇 가지 참신한 것들, 새롭게 생각해 볼 만한 것들은 있었지만 누구에게 권해줄 만한 책은 아니다.
저자가 음식심리연구소를 열었다고 한다. 굉장히 흥미로운 주제다. 그런 게 있는 줄 알았다면(우리나라에도 있을까) 그 세계에 뛰어들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막상 실험 준비과정은 꽤나 번거롭고 잡다한 일 투성이겠다. 저자가 조교들-요즘 유행하는 대학원생들 얘기처럼- 뼈를 갈아넣어(?) 실험결과를 도출하고 현장조사하고 연구주제를 발표하고 여차저차해서 이렇게 책을 낸 게 아닐까 생각했다. 우리나라 교수들과 다르려나. 음식심리연구라, 꽤나 재미있을 것 같지만 섬세하고 복잡한 작업이어서 손 많이 가겠다.
한 끼에 100~200 칼로리만 줄이면 몸무게를 일 년에 4.5~9킬로 그램까지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자기도 모르는 새 서서히 체중이 줄어든다면 참 편하겠다. 다이어트가 늘 실패하는 까닭은 급하게 한 두 달 안에(아니면 더 빨리) 몸무게를 줄이려하기 때문이니까. 당장 작아진 옷에 몸을 맞추려고 마음만 급해서 굶다가 다시 요요가 와서 그 전보다 더 찌는 악순환 때문에 좌절하고. 그래서 저자가 "최고 다이어트는 자신이 다이어트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이다." 라고 결론내린다. 자연스럽게, 시나브로가 최고지. 이건 충분히 시도해 볼 만하다.
책에 오탈자가 너무 많다. 황금가지 출판사가 그래도 꽤 괜찮은 곳이라 생각했는데 이 책만 유달리 그런 건지. 편집이 개판(?)이다. 재출간할 만한 책이 아니라서 그렇지만 행여 이 책이 재판되면 제발 오탈자 좀 신경썼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