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 두려움을 야기하는 모든 것은 죽음이 모두 삼키워버리므로 우리는 죽음을 제외한 채 이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다. 죽음을 거두어낸 후, 비록 가능하지 않겠지만, 우리에게 가장 큰 두려움을 야기하는 것은 무엇일까.

지옥, 그것은 타자들이다.

〈닫힌 방>이 지옥에 떨어진 세 남녀의 이야기니까, 또 그 지옥이라는 것이 그 사람들이 갇혀 있는 방으로 묘사되고 있으니까, 일면 그럴 듯한 표현이다. 이들은 이미 죽었으므로 이들에게 두려운 것은 더 이상 죽음의 위협 따위가 아니다. 오히려 자신이 타인의 시선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다는 것, 피할 곳이라곤 아무데도 없다는 게 끔찍한 일이다. - P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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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런 모양일까? 공부는 크크
올드스테어즈 편집부 지음 / oldstairs(올드스테어즈)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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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여러 원리 중 모양에만 초점을 맞추어 이를 툰 형식으로 설명하고 있다.

텍스트로 설명하기에는 간단한, 그러면서 도해가 필요한 경우에 툰 형식이 적절함을 이 책을 읽으며 새삼 알 수 있었다. 이 책은 다양한 ’모양’ 속에서 우리가 간과하기 쉬운 (주로) 과학/수학 원리를 잘 드러내고 있어 즐거운 독서가 되었다.

어린이들이 읽기에는 조금 어려울 수도. 청소년이 읽기에는 좀 쉬울 수도. 그저 점점 잊어가거나 무뎌지는 어른들이 신기해하며 읽기 좋은 책인지도. 어쨌든 중간중간 쓸데없어보이는 툰 조각들이 좀 걸리긴하지만… 그건 구성 상 어쩔 수 없어 보이는 부분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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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는 어떻게 넘쳐나는가. 문학은 언어로 어떻게 넘쳐내는가.

아마도 문학은 그것이 허구적인 혹은 ‘상상적인’ 글이냐 아니냐에 따라 정의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언어를 특별한 방식으로 사용하는 것을 근거로 정의될 수 있는지도 모른다. 이러한 이론에 있어서의 문학은, 러시아의 비평가 로만 야꼽슨(Roman Jakobson)의 말을 빌자면, ‘일상언어에 가해진 조직적인 폭력’ (organized violence committed on ordinary speech)을 나타내는 부류의 글을 말한다. 문학은 일상언어를 변형하고 강도있게 하며 일상적인 말로부터 계획적으로 일탈한다는 것이다. 만일 누가 버스정류장에서 내게 다가와 ‘그대 아직 순결한 고요의 신부여’라고 중얼거리면 나는 곧 문학적인 것을 마주하고 있다고 느낀다. 그 이유는 그 단어들의 결, 리듬 그리고 울림이 그 추상될 수 있는 의미를 초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혹은 언어학자들이 더욱 전문적으로 표현하는대로, 씨니피앙(signifiant, 記標)과 씨니피에(signifié,記意) 사이에 비례가 어긋나 있기 때문이다. 그 언어는 ‘운전사들이 파업 중이라는 것을 모르십니까? 와 같은 진술과는 달리 언어 자체에 주의를 끌며 자신의 물질적 존재를 과시한다.
이것은 사실 러시아 형식주의자들이 내놓는 ‘문학적인 것’의 정의인데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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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사문학의 이해 고려대학교출판부 인문사회과학총서 31
오탁번, 이남호 지음 / 고려대학교출판부 / 199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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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을 전공하던 당시에, 이런저런 작품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물론, 대부분은 서사의 것.

지금은 거의 문학을 읽지 않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읽었던 여러 작품들을 떠올리게 되고, 그 때 내게로 찾아왔던 것들이 희미하게나마 잠시 반짝이는 묘한 느낌을 받기도 했다.

이 책은 서사를 둘러싼 많은 주제들을 비정형적으로 다루는 책이다. 저자들은 다양한 이론과 많은 인용을 통해 주제를 안내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고, 그 인용은 옛이야기부터 멀티미디어 콘텐츠까지 다양하며, 많은 학자들을 인용하며 내용을 강화하고 있기도 하다. 그저 서사적으로 읽기보다는 목차에 따라 관심있는 분야를 읽으면 좋을 듯 싶다.

저자들이 교육학 교수이니만큼, 서사에 대해 배우고자 하는 이들을 목표로 쓴 책임을 내내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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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의 이와 같은 지향을 현장 교사는 과연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지향(경험! 패턴? 루틴?)이 만드는 함정

군용버스 한 대에 36명이 탈 수 있다. 1128명의 군인들이 버스를 타고 훈련장소로 이동하려면, 버스 몇 대가 필요한가?

시험을 본 학생들 중 70%가 계산을 잘 했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29%의 학생들은 필요한 버스 수는 ‘31과 나머지 12’라고 답했다. 18%의 학생들은 올림 대신 내림하여 31대의 버스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23%의 학생들만 정답을 말했다. 그의 ‘31과 나머지 21대의 버스 같은 건 없으므로, 학생들의 답은 터무니없다. (중략)
간단히 말해서, 학생들은 ‘학교수학‘을 했다. 버스 문제는 실생활 표현으로 이루어져 있어 마치 실생활 문제인 것처럼 보인다. 학생들이 국가수준의 평가에 참여할 때까지 그들은 수학 시간에 유사한 문제를 수천 개쯤 풀었을 것이다. 이러한 문제와 관련해서 학생들이 수업을 통해 배운, 암묵적인 하지만 강력한 교훈은 문장제 문제에서 제공하는 상황은 간단한 계산 문제로 바꿀 수 있는 ‘꾸며낸 이야기‘일 뿐이라는 것이다. (중략)
요컨대 학생들은 문장제 문제해결 게임에 대해 나름의 특정한 이해를 한 것이다. 그것은 "수업시간에 또는 시험 볼 때 문장제 문제가 나오면, 문제를 읽고 적당히 주어진 수와 연산을 확인한 후 실행한 결과를 적는다."라는 일종의 지향이라고 할 수 있다. - P40

경험에 의한 규칙은 생산적으로 그리고 빠르게 일하도록 하는 데 도움을준다. 그러나 이렇게 얻은 규칙에 부적절하게 의존하면 잘못된 판단을 하게 된다. - 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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