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우리 뇌다
디크 스왑 지음, 신순림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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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인간의 모든 것이 이미 태어나기 전, 엄마의 자궁 속에서 결정되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물론 태어난 후, 환경의 영향에 따라 경로가 약간씩은 달라질 수 있다고는 하지만. 예컨대, 성 정체성은 선천적이므로, 태어난 후의 조치나 처방으로 바꿀 수 없고, 태어난 후 환경의 영향으로 형성되는 것도 아닌.

이 이야기인즉슨, 결국 사람의 사람됨을 결정하는 것은 뇌라는 이야기를 하기 위함이다. 이 책의 제목인 [우리는 우리 뇌다]는, 뇌가 우리의 일부분이 아닌, 뇌가 나라는 뜻이다. 나의 모든 것은 뇌가 결정한다.

이 책은 많은 사례와 예시를 통해 왜 뇌가 사람인지 이야기하고 있다. 처음에는 사람이 드러내는 현상과 질환이 뇌에 의한 것임을 이야기하다가, 도덕, 종교, 자유의지 등등등 형이상학적인 이야기까지 옮아가고 있다.

모든 형이상학적인 것을 유물론적인 것으로 끌어내리는 듯 싶다가도, 한 편으로는 뇌가 하는 일이 그런 것인가 솔깃하게 되기도 한다. 어쨌든, 뇌과학이 뇌의 중요함 만큼이나 점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해가고 있는 상황에서, 이 책은 여러모로 한 번 쯤 읽어볼만한 구석이 있다고 생각한다.

학술적이라기보다는, 에세이 쪽에 조금 더 방점이 찍혀 있지만, 소소한 이야기들이 글쎄… 전문가의 경험과 학문적 바운더리에서 나오는 것이라면, 조금 더 묵직한 느낌의 소품이라고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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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은 재미없다. 재미있는, 의미있는 연습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학습은 시냅스 연접의 강도 변화에 기인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신경 세포들이 반복된 학습을 할수록 시냅스 연접은 더 강해진다. 이는 〈연습을 통해서 완벽해진다>는 말의 증거이기도 하다. 이것이 또한 기억을 이루는 토대다. 신경 세포들에 함유되어 있는 수많은 다양한 화학 전달 물질들이 여러 뇌 영역에 존재하는 시냅스 연접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다양한 형태의 학습, 기억, 사고, 그리고 망각을 가능하게한다. 그렇게 우리의 정신은 생겨나는 것이다. - P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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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된 지식 없는 시대에에 고정된(한정된) 시공간 아래에서 고정된 지식에 기반한 사고를 측정하는 시험이 가장 공정하다고 평가받은 까닭은 무엇일까?

교육은 바뀌(어야 하)는데 평가가 바뀌지 않는 것은 평가 이후의 삶이 바뀌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또 다른 동료와는 출제의 고충을 두고 대화하다가, "수능 문제 내는 사람들은 정말 부담스럽겠어요. 하지만 요즘은 기술도 그렇고 사회도 그렇고, 너무 빨리 바뀌어서 고정된 지식이 없잖아요. 문항에 이의를 품는다면 정보를 검색해서 얼마든지 근거도 마련할 수 있고, 문제 제기도 즉각 할 수 있잖아요. 몇 십 년 전처럼 ‘이거 하나만 답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문항을 만드는 게 애초에 불가능한 것 아닐까요? 우리는 불가능한 일을 어떻게든 해보려고 애먼 힘을 쏟고 있는 거고?"라는 이야기를 했다(그리고 함께 힘이 빠졌다). - P10

공교육이 맡아야 할 바는 ‘전제 자체가 비뚤어진‘ 평가의 결과로 아이들을 줄세우는 일이 아니라, 그들에게 ‘살아가고 싶은‘ 사회의 모습을 그리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방법을 스스로 모색하게 하는 일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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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러시아 형식주의자들의 지난한 작업이 쓸모없었다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그마저도 이 텍스트 안에서 읽힐 수 있을 듯 싶다. 문학은, 지극히 주관적인 방식으로 카테고라이제이션 되는 것.

이러한 의미에서 우리는 문학을, 『베어울프(Beowulf : 영국 중세의 서사시-역주)에서 버지니아 울프(Virginia Woolf)에 이르기까지 특정 종류의 글들이 보여주는 어떤 내재적인 성질 혹은 일단의 성질들이라기보다는 사람들이 글에 ‘자신을 관련시키는’ 어떤 방식들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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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삶은 이러한 비대칭성에 기인한 밀당 속에서 생성되어 명멸하는 일련의 관계로 점철된다. 내가 욕망치 않을지라도.

물론 우리는 우리가 우위에 선 비대칭성을 생각해볼 수 있다. 그런 것이 바로 자기중심성이다. 플라톤의 《국가》에 나오는 리디아의 양치기 기게스의 이야기는 이와 같은 자기중심적인 태도를 잘 보여준다. 자신의 몸은 투명하게 가린 채 타인을 볼 수 있는 반지, 이것은 스스로는 대상이되지 않으면서 남들을 지배의 대상으로 삼고자 하는 자기중심적 욕망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우리는 투명인간이 되는 초능력까지는 아니더라도 남들보다 특출한 능력이나 지위 따위를 통해 이러한 비대칭성을 구현코자 한다. 기게스의 우화가 함의하는 바처럼 만일 우리 모두가 이런 유혹을 떨치기 어렵다면, 다른 사람도 나와 같은 욕망을 지니고 있음을 인정하고 서로의 자기중심성을 제한함으로써 대칭적인 관계를 확대해나가는 것이 그나마 나을지 모른다. 하지만 앞에서도 얘기했다시피, 이 같은 계산과 대칭성으로는 휴전으로서의 평화나 상품으로서의 호의를 얻을 수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타자와의 비대칭적 관계를 달리 수용하는길은 없을까? - P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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