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삶은 이러한 비대칭성에 기인한 밀당 속에서 생성되어 명멸하는 일련의 관계로 점철된다. 내가 욕망치 않을지라도.

물론 우리는 우리가 우위에 선 비대칭성을 생각해볼 수 있다. 그런 것이 바로 자기중심성이다. 플라톤의 《국가》에 나오는 리디아의 양치기 기게스의 이야기는 이와 같은 자기중심적인 태도를 잘 보여준다. 자신의 몸은 투명하게 가린 채 타인을 볼 수 있는 반지, 이것은 스스로는 대상이되지 않으면서 남들을 지배의 대상으로 삼고자 하는 자기중심적 욕망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우리는 투명인간이 되는 초능력까지는 아니더라도 남들보다 특출한 능력이나 지위 따위를 통해 이러한 비대칭성을 구현코자 한다. 기게스의 우화가 함의하는 바처럼 만일 우리 모두가 이런 유혹을 떨치기 어렵다면, 다른 사람도 나와 같은 욕망을 지니고 있음을 인정하고 서로의 자기중심성을 제한함으로써 대칭적인 관계를 확대해나가는 것이 그나마 나을지 모른다. 하지만 앞에서도 얘기했다시피, 이 같은 계산과 대칭성으로는 휴전으로서의 평화나 상품으로서의 호의를 얻을 수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타자와의 비대칭적 관계를 달리 수용하는길은 없을까? - P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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