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1927, 미국 - 꿈과 황금시대
빌 브라이슨 지음, 오성환 옮김 / 까치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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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책을 고른 까닭은, 작가인 빌 브라이슨 때문입니다. 빌 브라이슨은, [거의 모든 것의 역사]라는 책을 지은 작가입니다. 이 책을 굉장히 인상깊게 읽은 까닭에, 저자의 최신작을 믿고 구매할 수 있었습니다. [거의 모든 것의 역사]가 인상깊었던 까닭은, 저자가 과학에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꽤나 읽을만한 - 물론 고등학교 수준의 과학 지식을 가진 이에게 말이죠 - 과학책을 썼다는 사실 때문이었습니다. 

[거의 모든 것의 역사]는 과학적 이론과 과학자에 대한 책입니다. 유명한 발견과 이론을 소개하고, 그를 둘러싼 과학자들을 이야기하는. 그러나 빌 브라이슨은 과학자는 아닙니다. 유시민 씨가 자신을 지칭하며 썼던 단어인 '지식소매상'에 어울리는. 그럼에도 [거의 모든 것의 역사]는 너무 깊지 않게 과학사와 과학적 발견, 과학자를 소개하면서도, 핵심적인 이야기는 놓치지 않는다는 느낌을 가지도록 책을 썼습니다. 적지 않은 분량의 책이었지만, 읽는 내내 흥미를 북돋게하는 이야기들을 '끊임없이' 쓰는 그런 작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빌 브라이슨의 신작인 [여름, 1927, 미국]을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2. 

이 책은, [거의 모든 것의 역사]처럼 그렇게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찰스 린드버그 이야기를 하다가, 대서양 횡단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대서양 횡단 이야기를 하기 위해 대서양 횡단에 도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그 중에 특이할만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로 빠졌다가, 그 이야기와 관련된 이야기로 또 나가고... 그러다가 다시 찰스 린드버그에게로 돌아오는. 천상 이야깃꾼에게 어울리는 그런 글솜씨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굉장히 재미나게 책이 읽히는 편이고, 적지 않은 분량의 책을 금새 읽어낼 수 있었습니다. 

이야기의 주된 흐름은, 찰스 린드버그의 대서양 횡단을 통해 이어집니다. 린드버그의 대서양 단독 횡단은 당시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계기였다고 저자는 생각하는 듯 합니다. 

어떤 알 수 없는 이유로 인해서 린드버그의 비행이 과거에 볼 수 없었던 규모의 숭고하고 자연스럽고 화합을 유도하는 기쁨의 순간을 이 세상에 실현했다는 것만을 말할 수 있을 뿐이다. (516쪽)
그러한 거대한 흐름은, 미국이라는 사회가 이전에는 가질 기회가 없었던 일체감이라는 감정을 준 하나의 계기라고 저자는 받아들인 듯 싶습니다. 이 책은 5월의 미국에서 9월의 미국까지, 찰스 린드버그의 대서양 단독 횡단의 성공과 거대한 퍼레이드의 열풍을 큰 줄기로 하여 세세한 미국의 일상을 다양한 사료를 통해 복원해두고 있습니다. 


3. 

이런 책이 즐거운 이유는, 지식의 조각을 꿰어낼 수 있는 틀을 준다는데 있을 것입니다. 

야구를 좋아하니 베이브 루스를 알고 있고, 찰스 린드버그의 대서양 단독 횡단이 얼마나 큰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간단하게나마 알고 있으며, 알 카포네와 금주령에 대한 이야기를 여러 영화에서 본 적이 있고, 1929년의 대공황에 대해서도 유난히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이 책은 이 모든 이야기들을 1927년 위에서 줄줄 엮어서 제공하고 있습니다. 

군데군데 저자의 생각들이 드러나 있지만, 기본적으로 이 책은 지적 유희를 위한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요즘 역사 관련 책들이 이런 방식으로 쓰여지는 것들을 많이 봅니다. 시대사에 대한 것도 아니요, 국가를 조명하는 것도 아닌, 특별한 이야깃거리를 가지고 이런저런 역사적인 사건들을 꿰어맞추는 것. 저자의 역사적 시선이 그만큼 탁월해야 하겠고, 저자의 역사적 지식도 그만큼 풍부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쓰여진 책은 어쨌든 독자를 만족시키겠지요. 읽을 거리가 넘쳐나니까요. 


4.

다만... 이 책은 베이브 루스와 루 게릭을 모르거나, 대서양을 건너가는 것이 왜 그리도 중요한지에 대한 관심이 없거나, 혹은 1920년대의 미국 사회와 생활에 크게 관심이 없는 독자라면 피하는 것이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전형적인 킬링 타임용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 치고는 분량은 좀 많은 - 500쪽이 조금 넘는 - 편이기도 하구요. 

다만, 미국과 미국의 역사에 관심은 조금 있는 편이라, 1920년대, 대공황 직전의 미국 사회의 가장 흥청거렸던 시기에 대한 느낌을 강하게 받을 수 있어서 저는 좋았습니다. 

생각해보니, 인상깊게 보았던 뮤지컬 '시카고'도 이 시기 직전을 배경으로 하였다고 할 수 있겠네요. 1927년의 미국의 여름은, 미국 사회에는 여러 가지 면에서 의미있는 시기였다고 생각했기에, 저자는 이 당시의 이야기를 가지고 왔겠지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아에드 인 마이오렘 델 글로인

이 책을 출간한 까치는, 아마도 예전 까치글방 출판사이겠지요? 얼마 전에 문발리 헌책방 골목에서 까치글방 책 중 절판본에 8만원, 10만원 택이 붙어 있는 것을 보고 경악했던 기억이 있는데... 까치글방은 좋은 책들을 많이 내는 출판사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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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 한국사 : 15세기, 조선의 때 이른 절정 - 조선 1 민음 한국사 1
문중양 외 지음, 문사철 엮음 / 민음사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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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에서 출간한 역사책이 나온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그 느낌은 '민음사가?'였습니다. 아무리 이런저런 책들을 내고 있다고는 해도... 민음사까지 역사책을 낼 필요는 있을까, 라는 생각이 문득 든 것이죠. 민음사라면, 우리나라 제일의 규모를 자랑하는 서점이라고 보아도 무방할만큼 꽤나 넓은 출판활동을 하고 있는 회사입니다. 처음에의 느낌은, 마치 대기업이 중소기업 시장에 뛰어든 듯 싶은 그런 느낌이었던 것이죠. 


조금 세세히 살펴보니, 민음사에서 저자를 '고용'하였다기보다는, '섭외'하였다는 표현이 더 적절한 그런 형태의 역사서적 출간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출간은 하지만 개입은 없는. 아마 처음에 가졌던 막연한 거부감은, 저자 주도의 역사서적이 아닌 출판사 주도의 역사서적이 아닌가라는 의심, 그리고 과연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출판사에서 역사적 안목을 표현할 수 있을까라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일단, 조금 더 관심있게 들여다보니, 집필 집단이 있어서 그 곳에서 집필이 이루어지고, 민음사는 출간 쪽에만 신경을 쓰는 듯해서, 거부감이나 의심은 많이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마침 역사 이야기를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 책을 고르게 되었습니다. 



책의 느낌은, 논문집을 모아둔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각 전문 분야를 가진 집필진이 모여서, 자신들의 전문(관심) 분야에 대해서 세세하게 모아놓은 느낌을 받게 됩니다. 따라서 기존의 역사 관련 서적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국사 교과서 같은 경우를 예로 들자면, 우선 시대별로 - 조선 전기, 조선 후기 등 - 정치적 사건을 나열한 후에, 경제/사회/문화적인 변화를 뭉뚱그려서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15세기]는 우선 시대를 세기별로 나누고 있습니다. 대표 저자의 말대로, 21세기에 걸맞는 평등을 기치로 한 새로운 사관의 정립이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기존에 없었던 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시대 구분에 따른 역사관의 서술은, 분절적인 느낌이 강하게 온다는 데에서 조금 생경하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게 되지만, 시대 안에서 주목할만한 현상이나 사건에 대한 밀도있는 서술에는 꽤나 어울린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일단은 더 두고봐야 판단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주로 다루는 사건/현상은, 


태종의 왕권 강화

세종의 업적 중, 예악, 과학 기구, 훈민정음에 관련된 것

계유정난

경국대전


이 있습니다. 이러한 사건/현상을 중심으로하여, 조선 시대가 점차로 왕권을 강화시켜나가는 과정을 서술하고 있습니다. 


인상적인 구절이 하나 있어 언급하여 봅니다. 


민주주의 사태의 국민들이 왕정 시대의 지도자를 이토록 사랑하고 존경하는 모습은 기묘하다. 민주적 원리에 따라 수천만 명 중에서 뽑힌 지도자들보다 몇 명의 아들 중에서 선택된 세습 군주의 업적이 두드러진다면 민주주의 시대의 주권자인 우리는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까? 왕정 시대의 유일한 주권자였던 군주가 최대한으로 발휘한 역량을 존경해야 하는가, 질투해야 하는가?

이런 문제와는 별도로 세종이 현대 한국인의 멘토로 군림하는 현상은 정작 세종의 시대를 역사적으로 보낸 데 어려움을 준다. (100~101쪽) 

아마도 시리즈를 시대순으로 출간하지 않고, 15세기를 처음을 엮은 것에는, 세종대왕이라는 전무후무한, 비교불가능한 군주를 제시하는 것에 대한 유혹때문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세종대왕 시절의 왕권 강화는 애민 정신과 함께였다고 할 수 있고, 그러한 애민 정신에 대한 서술이 세종대왕의 업적 속에 내내 강조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어쨌든, 하필이면 1400년에 태종이 즉위한다는 부분도, 왕권 강화에 초점을 맞추어서 조선 시대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나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므로, 15세기라는 시대에 초점을 맞추게 된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국사 교과서나, 여러 통사류의 역사 관련 서적보다는, 초점을 분명하게 하여 세세하게 들여다본다는 점에 특징이 있다고 할 수 있고, 동시대의 세계 다른 나라 - 특히 중국 - 의 현상과 사건과 비교하여 세계사적인 흐름과 비교할 수 있도록 한 부분에도 특징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그래프, 사진, 도표 등을 통해 시각적인 자극을 많이 주고 있다는 점에도 특징을 둘 수 있습니다. 종이질도 훌륭합니다. 반면에 텍스트의 양은 적다고 할 수 있죠. 책을 사면 부록으로 따라오는 작은 핸드북은, 책의 텍스트 부분만 따로 옮겨놓은 것입니다. 읽을 양은 그만큼 적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통사류의 역사책을 많이 접해본 분들에게는 유용한 부분이 있겠지만, 전체적인 흐름을 바라보는데에는 그다지 큰 도움이 되지는 않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제게는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16세기]도 사 두었습니다. 



아에드 인 마이오렘 델 글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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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자들 - 히틀러 대 스탈린, 권력 작동의 비밀
리처드 오버리 지음, 조행복 옮김 / 교양인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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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자들]을 읽으려고 시도했던 것은 아마 책이 출간된 직후부터였을 것입니다. 도서관에서도 여러 차례 빌렸었고, 꼭 읽어봐야지 했던 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읽지 못하다가, 작년에 책을 구매하고 올해 초에 책을 읽기 시작해서, 비로소 다 읽어낼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히틀러와 스탈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한편으로는 독재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고, 한 편으로는 독일의 제 3제국 체제와 소련의 공산주의 체제의 비교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20세기 이래로 지구상에 존재했던 모든 독재자들을 들여다볼 수 있는 만화경 같은 구실도 합니다. 


꽤나 두꺼운 책이지만, 읽기에 부담스럽지는 않습니다. 의외로 술술 넘어가는 측면이 있습니다. 책은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연대기 순이 아니라 주제 순입니다. 실은, 독소전쟁의 이야기를 기대한 측면도 있습니다. 전쟁사에는 문외한인 편이어서 이 책을 통해 2차 세계대전의 공방을 결정지은 독소전쟁의 대략이 나와있을까 생각했지만, 책은 양 독재 체제를 주제에 따라 비교하는 그런 구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두 독재 체제를 가장 잘 대조한 것은, 독일의 제 3제국은 독일의 민족적 정체성을 가장 우선순위에 둔 일사불란한 독재 체제였고, 소련의 공산 국가는 인류의 진보를 위한 이상을 가졌지만 그것을 구현할 만한 역량이 발현될 기회도 실천 의지도 박약했던 독재 체제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두 독재 체제가 처했던 배경과도 관련이 있겠지요. 독일은 어쨌든, 1871년의 전쟁에서 승리한 후에 급격한 공업 발전과 함께 군국주의적인 체제를 확고하게 구축한 국가입니다. 소련은, 그 공업 생산력이 세계 다섯 손가락에 들긴 했지만, 기본적인 체제는 농노 제도가 운영되는 지역이 광범위하게 남아 있었던 봉건 전제 국가이면서 농업 중심의 경제 구조를 가지고 있던 국가입니다. 두 독재 체제가 왜 하필이면 독일과 소련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참 알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두 독재 체제 모두 당 우선의 정치 질서를 구축하였고, 국민 전체가 하나의 목표를 향해 하나의 행동으로 움직여지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을 책에서는 강조하고 있습니다. 


'전체주의적'이란 말은 두 정당이 '절대적인' 정당이라거나 모든 것을 포괄하거나 완전한 권력을 휘두른다는 뜻이 아니다. 그 용어는 두 정당이 자신들이 활동하는 사회의 '전체성(totality)'에 관심을 가졌다는 의미다. 이러한 협의의 의미에서 볼 때 두 운동은 진정 전체주의적 열망을 품었으며, 결코 단순한 의회 정당이 아니었다. (268쪽) 

그리고 독일이 훨씬 강력한 전체 체제를 구축하였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이겠죠. 그것이 제 2차 세계대전에 임하는 독일과 소련의 위치를 결정한 것이기도 하겠습니다. 



참 의아한 것은, 어떻게 두 독재 체제의 전체성 지향이 국민들에게 먹혔는가라는 부분입니다. 두 독재 체제 모두 유토피아적 국가 수립의 이상향을 국민들에게 지속적으로 제시하면서, 체제에 방해가 되는 존재에 대한 배제를 함께 구사하고 있습니다. 1936년부터 1938년에 걸친 소련의 숙청과 함께, 체제 수립 후에 지속적으로 유태인들에 대한 배제를 실시하는 독일의 경우에서 그러한 부분을 잘 볼 수 있습니다. 독재자 개인에 대한 숭배도 강화됩니다. 배제를 통해 반대의 목소리를 사회에서 제거해 나가면서 사회의 전체성을 강화하는 것. 두 국가는 점차 전체성을 강화하면서 독재 체제를 지속해 나갑니다. 


이 부분에서 현대의 독재 체제가 용인되는 메커니즘을 볼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두 경우에서 독재 체제의 정당성을 입증한 것은 주관적 요인(예를 들면 강한 인간들의 포부)이 아니라 자연과 역사의 객관적인 법칙이었다. 그 결과, 도덕적 전치가 발생하여 정권과 그 대리인들은 자신들의 행위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에서 해방되었다. 두 체제는 인간의 변덕이 아니라 생물학적 필연이나 역사적 필연이 새로운 도덕 질서를 낳고 인간의 행위를 지배했다고 주장할 수 있었고 또 실제로 그렇게 주장했다. 그러한 역사적 힘은 스탈린이 '진정한 지식'과 '객관적 진리'라고 부른 것이나 히틀러가 '준엄하고 엄정한 자연 법칙'이라고 기술한 것의 원천이었다. 두 독재자는 자신들의 체제가 역사적 우연이라는 생각을 거부했고, 이 점에서 그 시대에는 '옳았다'. (397쪽)

배제에서 발생하는 필연적인 도덕적 문제가 이런 방식으로 정당화되고 합리화되면서, 독재 체제의 모든 비인간적인 행위가 눈 감아지는 것이겠죠. 이 지점에서 '구국의 결단'이라는 키워드가 오버랩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듯 합니다. 


그러면서 법치주의라는 키워드도, 국가로부터 개인을 보호하는 의미가 아니라, 정치적으로 일탈한 개인으로부터 공동체를 보호하려는 키워드로 작동합니다. (435쪽) 그러면서 더 높은 정의 - 독일은 아리아 민족의 이상향 건설, 소련은 모든 인민을 위한 유토피아 건설 - 아래에서 모든 행위가 정당화되게 되는 것입니다. 



이 책은 두 독재 체제가 드러낸 공통점을 계속 지적하는 것으로써, 결국은 두 체제의 동일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습니다. 결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독재 체제가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역자 후기에서 말하고 있는 것처럼, 독재 체제를 가깝게 살아간 놀라운 경험을 풍부하게 가지고 있는 - 우리나라나 북한에서 - 우리로써는 의미있게 읽어볼만한 책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족을 달자면, 총 14장 9백여쪽의 분량에서 4분의 3 정도 오는 시점부터 가독성이 떨어지는 느낌을 강력하게 받았습니다. 책이 잘 안 읽혀지더군요. 그 부분부터는 조금 힘들게 책을 읽었습니다. 



아에드 인 마이오렘 델 글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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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의 시대 한길그레이트북스 12
에릭 홉스봄 지음, 정도영.차명수 옮김 / 한길사 / 199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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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인 에릭 홉스붐은 2012년에 타계한 영국의 역사학자입니다. 유명한 시리즈인 혁명의 시대/자본의 시대/제국의 시대 3부작을 통하여 18세기 이중혁명 - 산업혁명, 프랑스 대혁명 - 에서 비롯된 19세기의 변화 양상을 잘 포착한 사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중 시리즈의 첫 작품인 [혁명의 시대]를 이번에 읽게 되었습니다. 


실은, 책을 구매해서 읽기 시작했던 것은 2008년이었습니다. 아마도 어디에선가의 서평을 보고 혹해서 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의외로 읽다가 말다가를 서너번 하였습니다. 번역서를 읽다보면 확실히 몰입도가 흐려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번역의 문제인지, 독자인 저 개인의 문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책도 읽다가 어디에선가 읽기 불편한 부분들이 생겨서 계속 읽다가 말다가를 반복했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다가 이번 방학에, 크게 마음을 먹고 주욱 읽었고, 역시나 고비가 있었지만 결국 끝을 보았습니다. 책을 다 읽고, 역자 후기를 보는데, 역자가 중간에 바뀌었던 적이 있다는 코멘트를 보고는, 독자의 문제보다는 역자의 문제가 책의 몰입도에 더 큰 영향을 차지했다는 생각을 하면서 약간의 안도감을 가졌습니다. 


책의 주된 내용은, 이중혁명이 19세기에 끼친 영향에 대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어서, 산업혁명과 프랑스대혁명의 양상을 기록한 앞부분과, 이중혁명으로 초래된 변화상을 기록한 뒷부분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저자는 이중혁명이, 분명히 사회의 모습을 혁명적으로 바꾼 것이 분명하지만, 1848년 2월혁명 이전까지는 그런 변화의 모습들이 가시적으로 드러난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지금에 와서야 살펴보면, 19세기 사회의 급격한 변화의 모습이 이중혁명 때문이라고 기술할 수 있지만, 그 당시 사람들에게 산업혁명은 구체적인 양상을 포착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으며, 프랑스대혁명 또한 1815년 빈 체제가 들어서면서 동시대 사람들에게는 지나간 사건이 되어버렸다고 저자는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책에서 벌어지는 여러 이야기들은 정중동의 느낌을 줍니다. 19세기 전반의 시대는, 이름하여 혁명의 시대라고 일컬을 수 있지만, 동시대 사람들이 과연 자신이 살아가는 시대를 혁명의 시대로 인식할 수 있었을까, 라는 물음에는 의문을 가지게 됩니다. 


어쨌든, 이중혁명으로 초래된 변화가, 그 이후의 시대에 끼치는 영향은 저자의 다음과 같은 말이 가장 적확하게 드러내고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프랑스 혁명이 남긴 가장 엄청난 유산은 어디에서든 반란을 일으키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써먹을 수 있도록 마련된 정치적 격변의 모델이요 패턴이 되어주었기 때문이다. (238쪽) 

혁명이란, 결국 후세대 사람들에게 모델이 될 수 있는 것인가의 여부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중혁명이 21세기를 살아가는 지금에까지 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은, 지금의 시대가, 산업혁명과 프랑스대혁명으로 인한 자본주의와 공화주의의 체제 아래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시리즈의 첫 권은 읽는데 5년 가까이 걸렸지만, 아마 두 번째, 세 번째 권은 조금은 빠르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두 번째 권을 얼마 전에 구매했습니다. 재미있게 읽어 볼 생각입니다. 



아에드 인 마이오렘 델 글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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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균 쇠 (반양장) - 무기.병균.금속은 인류의 운명을 어떻게 바꿨는가, 개정증보판
제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사상사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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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집에서 1분 거리에 문학사상사가 있습니다. 하하. 그 유명한 문학사상사가 집 옆에 있는지는... 막상 잘 모르고 지냈더랬습니다. 문학사상사 책을 어릴 적부터 자주 볼 기회가 있었는데... 여하튼,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는 문학사상사의 책입니다. 


책의 내용들이 기억과 묘하게 오버랩되는 경우들이 많았습니다. 어디에선가 들어본 이야기들인데, 이 책에서 또 보이는 것이죠. 아마도, [총, 균, 쇠]가 쓰여진 이후에, 주류의 아이디어가 되었겠고, 다양한 책들이 [총, 균, 쇠]를 참고해서 쓰여진 후, 아마도 그러한 책들을 제가 읽었기 때문에 '어디에선가 봤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겠죠. 



최근의 많은 역사나 경제사 관련된 책들에서 볼 수 있는 이야기들이 이 책에서 다루어지고 나온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작물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된 것이 문명의 시작이라는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그런데 가장 먼저 야생 작물을 생산하게 된 '비옥한 초승달 지역 - 티그리스, 유프라테스 강 유역'이 현재의 헤게모니를 쥘 수 없게 된 것은 기후의 영향이다라는 것이나, 아프리카나 남북아메리카가 (서)유럽으로 침략해들어갈 수 있는 기술을 찾아낼 수 없었던 이유는, 유라시아 대륙은 같은 기후대로 빠르게 길들여진 작물이나 가축이 이동할 수 있었지만, 아프리카나 남북아메리카는 다양한 기후대를 지나쳐야하기 때문에 길들여진 작물이나 가축이 이동하기 어려웠으므로 작물의 대량 생산을 경험할 수 없었다는 것, 그리고 15세기 말까지 서유럽을 압도하였던 중국이 뒤쳐진 것은 중국 대륙의 통일된 질서가 정체를 유발하였다는 것 같은 이야기는 새롭게 생각해 본 이야기였습니다. 


그렇게 보면, [총, 균, 쇠] 같은 종류의 책은 참 읽기 지난한 부분도 있습니다. 한 2년 전에 [나 홀로 볼링]이라는 책을 절반 정도 읽다가 놓은 적이 있습니다. 1980년대 이후의 미국 사회의 변화상을 쓴 [나 홀로 볼링]은, 저자의 논거를 위해서 얼마나 많은 통계 자료들을 가지고 오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주장하는 바를 이야기해보면 간단하고 명료한데, 그것에 대한 논증의 내용이 방대하다보니 책을 읽는 것이 참 어렵다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사실, 이 책 [총, 균, 쇠]도 그렇습니다. 저자의 주장은 간단합니다. 만약 남북아메리카가 같은 기후대를 가지고 있었더라면, 스페인의 침략에 그리도 맥없이 무너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인종의 차이가 아니라 환경의 차이 때문에 현재의 서유럽 중심의 전지구적 질서가 형성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러한 주장의 논증을 600여쪽에 걸쳐서 기술하고 있는 것이죠. 


다행히, [총, 균, 쇠]는 읽기에 편안한 부분은 있습니다. 다양한 사례들을 적재적소에 잘 배치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책이 쉽게 읽히는 부분도 있습니다. 그러나 실상, 저는 이 책을 읽는데 4달이 걸렸네요. 보통 중간중간에 다른 책들을 읽어주는데, [총, 균, 쇠]는 그런 것도 없이 꼬박 4달이 걸렸습니다. 거의 끝까지 다 왔다가, 어디에선가 흐름을 놓쳤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읽었더니, 실상은 두 번 읽었다고 봐도 무방하겠네요. 여하튼, 책을 쉽게 읽었다는 느낌은 있는데, 돌이켜보면 꽤나 오래 걸렸다는... 아이러니하죠. 하하. 



다시 한 번 이야기하자면, 저자의 주장은 흑인보다 백인이 뛰어나기 때문에 서유럽이 다른 대륙의 식민지를 경영한 것이 아니라, 환경적인 부분들이 서유럽의 이후 발전에 기여하였다는 것이라고 거칠게 요약할 수 있습니다. 


덧붙여, 왜 다른 대륙, 다른 장소는 그렇지 않은지도 길게 논증하고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에드 인 마이오렘 델 글로인


막상... 읽느라고 걸린 시간에 비해서 독후감상을 쓸만한 것이 없네요. 저자의 주장은 이제 많은 이들의 생각을 뒷받침해줄만큼 널리 인정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책이 쓰여진지 고작 16년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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