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란 무엇인가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1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이번에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가 새로운 책인 [국가란 무엇인가(이하, 국가)]를 출간하셨습니다. 언뜻, 얼마전 읽었던 [정의란 무엇인가]와 묘하게 오버랩된다는 느낌을 받는 책이었지만, 그보다는 훨씬 쉽게 막힘없이 읽어낼 수 있는 책이었다는 생각이 독후에 듭니다. 


하지만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국가]와 같은 이런 류의 책이 가지고 있는 함정에 대한 부분입니다. 이 책은, 평소에 '지식소매상'으로 자신을 언급하신 유시민 대표'다운' 책입니다. 즉, 원산지에서 조금씩 필요한 부분을 떼내어서 재가공한 후 소매로 공급하는 형태로, 이 책은 1차적 저작물 여러 권에서 저자가 생각하는 바를 조금씩 가져와서 자신의 생각대로 가공한 책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런 책이 지닌 치명적 결함은, 많은 분들이 인지하시는대로, 원저자의 생각과 묘하게 궤를 달리할 수도 있는 부분이라는 데에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이런 책을 읽을 때에는 그런 부분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을 것이고, 가급적이면 인용작을 직접 보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겠죠.


그러나, 이렇게 시작하면, 필연적으로 번역이 문제까지 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실, 우리는 다수의 세계인들에 의해 씌여진 책들을 읽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책들을 읽으면서 과연 그 책이 저자(혹은 작가)의 의도대로 쓰여진 책이라고 얼마나 믿을 수 있겠습니까. 그렇다면 우리는 번역 이전의 원서를 읽어야한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우리가 원서를 읽는다고 해서 그 적확한 의미를 숙지하는 것은 가능하겠습니까? 저는 그것도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언어가 가진 역사성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아무리 원서를 읽더라도, 우리가 그 문화 속에서 이루어져왔고 이루어지고 있는 '분위기'를 느끼지 못한다면 우리는 그 책의 적확한 의미대로 읽을 수 없게 될 것입니다. 마치 패러디 영화를 보면서 웃지 못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따라서, 우리에게 남겨진 최선의 방법은, 그렇게 모아모아 자신의 의견의 푯대로 삼는 글을 쓴, 저자를 믿는 방법이 바로 그것이라고 하겠습니다. 물론, 원저작물을 읽어보는 것도 그를 더 확실하게 받쳐주는 역할을 하겠지요. 저는 이 [국가]를 읽으면서 꼭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한 몇몇의 원저작물을 갈무리 해 두었습니다. 독서가 풍요로와질 것 같다는 생각이 불현듯 듭니다. 



이 책 [국가]는, 유시민 대표가 다음 대통령선거와 그 이후에 계속될 국가지도자 선거에서 '반드시' 뽑아야 하는 사람의 프로필을 여러 사람들의 견해를 모아모아 특정한 책이라고 보시면 무방할 듯 합니다. 


우선 저자는, 국가관을 명확하게 한 후에, 그 국가관에 따라 어떤 이가 통치하여야 하고, 국가에 대한 국민의 입장은 어떠해야 하고, 진보에 대한 자신의 견해와 진보주의자들이 추구해야 할 국가의 이상을 설명한 후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통치행위에 대한 옹호를 끝으로 자신의 책을 마치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가장 주목하여야 할 부분은 '진보'에 대한 저자의 견해일 것입니다. 저자는 '진보'를 어떤 고정된 하나의 견해가 아닌, 변화를 추동하는 힘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진보는 시대에 따라 달라질 수 밖에 없고, 그렇기에 진보세력은 공고한 보수의 울타리에 비해 끊임없이 유동적인 모습을 보일 수 밖에 없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진보세력이 자신의 진보를 표방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외연을 확장해야 공고한 보수의 울타리와 균형을 잡을 수 있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요즘 한창 정치적 이슈가 되고 있는 '복지'의 부분에서는, 선별적 복지와 보편적 복지가 모두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그 중의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선별적 복지와 보편적 복지를 모두 추구하면서 필요한 적절한 시기에 선별적 복지를 보편적 복지로 확대해갈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저자는 무릇 '복지'란 진보 만의 것은 아니며, 사실은 모두의 것이며 모두가 주장하고 추구할 수 있어야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책을 통해 저자는 교조화된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진보'라는 단어를 조금 더 유연하게 해석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저자는 그런 주장을 바탕으로 자신을 '진보'자유주의자로 규정하면서 자신 대신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통치행위를 한 편 옹호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저자는 개량 사회주의자로 평가받고 있다는 베른슈타인의 정치행위를 간단하게 언급합니다. 결국, 한미FTA를 추진하고 이라크 파병을 이루어내었으며 다양한 방식으로 보수주의자들 - 수구세력? - 과 합종연횡을 시도하였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통치행위가, 지식인에서 정치가로 자신의 삶의 방향을 옮긴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걸어갈 수 밖에 없었던 길이었음을 베른슈타인에 빗대어 언급하고 있는 것입니다. 결국, 지식인은 선명하게 자신의 주장을 펼칠 수 밖에 없다지만, 정치인은, 특히 국가의 지도자로 선출된 정치인이야말로 그 선명성을 조금은 수정해야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우리는 오늘, 선명하게 자신의 주장대로만 이 나라를 통치함으로써, 다른 한 편의 결기어린 분노를 불러일으키는 국가지도자를 이미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저자는, 국가란 무릇 '각자에게 마땅히 받아야 할 것을 주는' 존재라고 명징하고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국가지도자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선명했던 주장에서 조금 비켜서더라도, 국민에게 마땅히 주어야할 것을 주는 국가를 만들기 위해서 매진하고 노력한다면, 그는 국가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할 수 있도록 한 지도자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라고 말하고 있다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 의견에 동의하기로 했습니다. 만약에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지금의 대통령이 '반북'하는 것처럼 '반미'하셨다면... 지금처럼 힘들었을테니까요. 그 때는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거든요.



한편 아쉬운 것은, 이 책 [국가]를 읽으면서, 이성적으로는 이 책이 유시민 대표의 대선 출정을 선언하는 출사표의 의미로 받아들여지지만, 감성적으로는 아직 유시민 대표는 대권 '야욕'이 크지 않다는 생각도 같이 가지고 가게 되었습니다.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다음 국가지도자 선거에서는 뻔한 구도로 가야할텐데, 유시민 대표는 '굳이 내가 아니어도', '저들이 아닐 수 있다면' 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듯해서 그래도 이전처럼 진보세력을 자처하는 이들이 분열하는 일은 없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으니까요.


그러나, 저는, 이 정도의 책을 통해, 자신의 국가통치이상을 담백하게 보여주는 이가, 이젠 국가지도자의 역할을 할 때도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무수히 많은 국가지도자들을 겪어오면서 그들 중 대부분이 국가통치이상을 담기보다는 자기자랑하기에 여념이 없는 허섭쓰레기같은 책을 보면서 안타까와하지 않았습니까? 조금은 차분하게, 조금은 냉정하게, 조금은 기대에 찬 시선으로, 다음에 올 지도자가 유념해야 할 통치이상을 이렇게 쓸 정도의 지도자를, 굳이 유시민 대표가 아니더라도 누군가는 그런 이가 우리의 국가를 대표할 이로 선출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책은, 잠시 덮어두었다가, 내년 총선과 대선 연간에 꼭 다시 읽어볼 생각입니다. 



아에드 인 마이오렘 델 글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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