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모닝 확장판 - 더 쉽고 더 확실하게 더 원하는 삶으로 바꿀 수 있다 미라클 모닝
할 엘로드 지음, 윤영삼 옮김 / 한빛비즈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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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계발의 저자들이 '아침'을 주목한다. 하루일과를 일찍 시작하는 것만으로도 분명 달라지는 것이 있다면서 말이다. '아침형 인간'이라는 단어가 꾸준히 메가히트 되는 것만 보아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책의 저자 할 엘로드도 [당신의 하루를 바꾸는 기적 / 아침, 6분이면, 충분하다]는 문구로 '미라클 모닝'을 쉽게 풀어냈다. 하지만 할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 단지 '아침형 인간'이 되고자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만은 기억해주었으면 좋겠다. 무려 10년 전부터 '미라클 모닝'은 '아침형 인간'과 다르다고 말해왔지만, 여전히 '그렇게' 오해하는 분들이 많아서 당혹스럽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할이 이야기하는 '아침 기적'은 단순히 하루일과를 '일찍' 시작하라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단지 일어나자마자 '6분이면 충분할' 자기만의 긍정루틴을 짜고 하나하나 실현해 보라는 조언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무조건 아침에 일찍 일어날 필요도 없는 기적인 셈이다. 분명 '아침형 인간'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할도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이 그리 나쁜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리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도 매우 중요한 '긍정루틴' 가운데 하나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무작정 '일찍' 일어나야만 한다는 것에는 우려의 목소리를 전하고 있다. 왜냐면 사람마다 '자기만의 생활리듬'이 있는데, 무리하게 바꾸다보면 기적을 이루기는커녕 오히려 망칠 우려가 더 크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렇게 무리하게 하루를 시작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차라리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는 것이 더 낫다고 권한다. 그리고 일어나면 하룻동안에 '할 수 있는 일'을 머릿속에 떠올리고 '그 일'을 차근차근 실행으로 옮기기만 한다면, 누구라도 충분히 '삶의 기적'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누구나 인생을 살면서 '어려운 일'을 겪기 마련이다. 그럴 때 누구는 좌절하고, 누구는 절망을 딛고 일어나 성공하곤 한다. 할은 후자에 주목했다. 절망에 빠진 사람에게 '미라클'을 내밀고 싶었던 것이다. 누구라도 그런 도움을 받는다면 마다할 리 없기 때문이다. 실패를 딛고 성공에 이르는 삶은 그 자체로도 충분히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아무나 그러지 못한다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할은 그 기적을 '누구나' 갖게 할 수 있는 힘을 선사하고 싶었다. 다름 아닌 '자신'도 그런 실패를 경험했고, 그 실패를 딛고 성공적인 삶으로 바꿀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경험담이야말로 절망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사람들에게는 '기적'같은 일이 아니겠느냔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미라클 모닝'이 너무 어렵기만 하다면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광휘(아우라) 앞에 두 눈을 꼭 감고 말 것이기에 할은 최대한 쉬운 방법을 제시하였다. 바로 일상에서 누구나 할 수 있는 쉬운 일로 말이다. 이를 테면, 내 일상을 '방해하는 요소'를 없애버리기. 어지럽혀진 '방 청소'하기. 스트레스 받는 일은 과감히 없애버리고, 그런 상황에서 벗어나기. 그리고 무엇보다 '안 될거야'와 같은 부정적인 생각은 버리고, 항상 '긍정적인 생각'으로 '나만의 루틴'으로 일상을 꾸미기 등과 같은 누구나 간단히 조언만 들으면 바꾸고 실천할 수 있는 일들로 '하루일과'를 기운차게 시작하라고 조언할 뿐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긍정루틴'이다. 할 수 없다기보다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만 가지는 것으로도 충분히 '기적'을 일으킬 모든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다는 말이다. 이런 자신감마저 갖기 힘든 분이라면 그저 '할 수 있는 일'을 끄적거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한다. 그마저도 '쪼개서' 정말로 간단히 실천할 수 있는 '자기만의 루틴'으로 하루를 시작해보라고 조언한다. 그러면서 얻게 되는 '성취감'이야말로 진정한 '미라클 모닝'의 핵심이니, 그것을 온몸으로 느껴보라고 말이다. 그렇다 '성취감'만큼 강한 '기적의 공식'은 없다.

 

  여기까지가 기존의 <미라클 모닝>에서 말한 기적의 공식이었다면, 이번 '확장판'에서는 '미라클 이브닝'까지 제시하였다. 바로 다음 날 아침에 맞이할 '미라클 모닝'을 위해서 하루일과를 행복하게 마무리하고 꿀잠을 잘 수 있는 비법이 담겨 있다. 물론 이미 '미라클 모닝'을 경험한 분들이라면 이번 '확장판'이 제시하는 미라클 이브닝을 이미 실천하고 있을 것이다. 그들의 삶은 이미 충분하게 성공했을테니 말이다.

 

  정리하면, 상쾌한 아침을 시작하며 '하룻동안 느낄 수 있는 성취감'을 계획표에 짜넣고, 차곡차곡 쌓은 성취감으로 성공의 문을 활짝 열라는 메시지가 <미라클 모닝>의 핵심 키포인트다. 물론 날마다 성공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시 말해, 성취감이 충만하게 느껴지지 않는 날도 있을 것이다. 그럴 때에도 '긍정적인 생각'을 떠올리고, 다음에는 성취감을 반드시 느낄 수 있는 계획을 짜넣어주면 된다. 그렇게 날마다 차곡차곡 쌓인 기적들이 여러분들의 삶에 성공을 선사할 것이 틀림없다면서 말이다. 어떤가? 성공이라는 것이 아직도 멀게만 느껴지는가? 그렇다면 이 책 <미라클 모닝, 확장판>으로 자기계발을 시작해보아도 좋을 것이다. 이 책의 특장점이 바로 성공이 저 멀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실감하게 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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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의 반을 일하는데 재미가 없으면 어떡하지 - <사이렌: 불의 섬> 출연진 제작진 인생 토크
이은경.채진아 지음 / 한빛비즈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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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에서 방영한 리얼리티 프로그램 <사이렌 : 불의 섬>은 24명의 여성들이 출연해 치열한 경쟁을 보여주었다고 한다. 나는 넷플릭스를 구독하지 않은 관계로 전편을 다 보지는 못하고 몇몇 짤만 보았을 뿐이다. 그동안 이런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남성들이 다수 출연한 작품에서 여성들은 '보조적인 역할'에 만족해야만 했는데, 오직 여성들만 출연을 했기 때문에 '피지컬 역할'까지 모두 도맡아서 보여줄 수 있었다고 한다. 이번 프로그램에서는 '직업군별로 6개 팀'으로 나누어 경쟁을 벌였다고 하는데, 여자 경찰관팀, 여자 소방관팀, 여자 경호원팀, 여자 군인팀, 여자 스턴트팀, 그리고 여자 운동선수팀이 참가했다고 한다. 외딴섬에서 주어진 미션을 해결하며 팀들간의 경쟁을 유도하고, 서바이벌로 최후의 승자를 가리는 박진감 넘치는 프로그램이었을 것이다.

 

  이 책의 내용은 <사이렌>에 참여한 출연진과 제작진 중 '여자 스태프'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짜깁기해서 만들어내었다. 그래서 그 프로그램을 본 독자라면 더한 감동과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어 뜻깊은 독서가 되었을텐데, 그러지 못한 나로서는 아쉬울 따름이다. 하지만 전문직에 종사하는 '여성들의 삶'을 엿보는 관점에서 책의 내용을 서술하면 또 다른 이야기를 나눌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소위 말하는 '금녀의 직업' 말이다. 한마디로 '여성'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 대표적인 직업군들이 바로 위에 열거한 것들이다. 솔직히 오늘날에는 '경찰계'에도 여성인력이 꼭 필요하다. 남녀평등시대에도 '남녀차이'는 엄연히 존재하는 까닭에 '여성의 손길'뿐 아니라 '여성의 힘과 지혜'를 비롯해서 모든 면에서 '여성만이 할 수 있는 독특한 영역'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비단 경찰뿐만 아니라 모든 직업이 다 그렇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는 '차이'를 넘어 '차별'을 선호하는 것마냥 자연스럽게 '남녀차별'을 하곤 한다. 그리고선 거친 마초스타일의 문제를 슬쩍 떠넘기고서는 "너흰 '이런'거 해결 못하잖아. 그래서 '차별'은 당연한거야. 그러니까 '경찰(또는 모든 직업)' 따윈 집어치우고 시집가서 애낳고 살림이나 해. 좋은말로 할때 말야"라는 폭언을 서슴지 않는다. 그럼에도 여성들이 당차게 도전해서 '성공'이라도 해내면 마지 못해 "이번엔 운이 좋았네"라면서 비아냥거리기 일쑤다. 한마디로 '인간'이 덜 되었다는 증거다.

 

  세상의 모든 직업에서 '남자따로 여자따로'로 구별한 순 없다. 그렇다고 과거처럼 '남자끼리 여자끼리' 한데 묶어놓고 따로 구분 짓는 것도 어리석은 짓이다. 그러므로 현대사회는 '남녀평등'이 기본적인 원칙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도 아쉬운 것은 '의식수준'이 이런 평범한 진리를 따라오지 못한다는 점이다. '유리천장',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차별'이 당연한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민낯이 여실히 보여지고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이런 차별의식은 도를 넘는 '젠더갈등'을 불러일으켜 첨예한 사회적 갈등의 원인으로 작동하고 있다. 남과 녀, 서로를 향한 '혐오'만을 남기면서 말이다. 왜 서로가 가질 수밖에 없는 '차이'를 혐오하고, 서로가 가질 수밖에 없는 '단점'을 까발리면서 희열을 느끼는 것인지 도통 이해할 수가 없기도 하다. 상대를 비난하면 할수록 '자신의 결점'만 극대화시킬 뿐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단 말인가? 남성들은 여성을 싸잡아 비하하다가 결국 '자신을 낳아준 어머니'마저 욕할 지경이다. 여성들도 남자를 비난하다가 끝내는 '자기 아버지'마저 부정한 악마로 만들고 만다. 자기 부모를 더럽히고 욕하면 자기 자신조차 욕하는 것 아닌가? 도대체 무엇을 위한 '젠더혐오'란 말인가.

 

  이제는 '여성'이라는 이름의 사회적 편견을 버려야 할 때다. 물론 여성이기에 '사회적 보호'를 받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말이다. 이를 테면, 산모에게 '육아휴직'을 보장하는 것 등은 우리 사회가 보편사회로서 반드시 배려해야 할 사안이지, '저출생 문제'를 여자의 탓으로 돌리는 것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별개의 문제이자, '상식'인 것이다. 아직도 이것이 구분되지 않는다고 한다면 영원히 '사회격리'를 시켜도 무방하다 여긴다. 다시 말해, 아기를 품고 낳을 수 있는 여자만이 가진 '차이'를 놓고서, 왜 여자만 '사회적 약자'로 보호를 해야 하느냐는 둥, 왜 여자는 국가의무인 '병역의무'를 지지 않느냐는 둥, 왜 여자가 결혼한 뒤에도 살림에 전념하지 않고 직장에 욕심을 부리냐는 둥, 많이 봐줘서 결혼하는 것까지는 봐줄 수 있는데, 임신을 했으면, 출산에 전념하고, 출산을 했으면, 육아에 전념하고, 육아에 전념했으면 대학교 보낼 때까지 교육을 마쳐야 '엄마'로서의 도리를 다한 것 아니냐는 둥, 이런 부담을 지기 싫으니 결혼도 안 하고, 출산도 책임지지 않는 여자들이 문제고, 여자만 사회생활을 포기하면 우리 나라 남자들이 직장 걱정할 필요도 없고, 돈도 더 많이 벌어서 여자들이 원하는 거 다 해주지 않겠냐는 둥, 그러니까 여자들이 문제고, '저출생 문제'도 결국은 여자들이 무책임하기 때문에 벌어진 사회문제라면서 헛소리를 빽빽 내지르기 바쁜 '멍청한 남자들'이 아직도 많다는 것이 문제다. 정말로 전근대적인 방법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는가 말이다.

 

  이따위 편견을 버려야만 한다. 사회문제는 '남녀차이'에서 오는 것이 아니고, 그 문제의 해결방법은 '남녀차별'에서 찾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현대사회의 사회문제는 거의 대부분 '경제문제'에서 출발하고, 거의 모든 경제문제는 '중산층의 몰락'에서부터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그런데도 기본적인 '경제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하지도 않고, '젠더이슈'만 부풀려서 서로 남탓만 하는 혐오만 양산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문제는 남녀를 가릴 것이 없이 모두 힘을 모아야만 겨우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런데도 힘을 모으고 마음을 모으는데 집중하기는커녕 '서로의 탓'만 할 수 있느냔 말이다. 그딴 편견은 애저녁에 갖다 버려야 한다.

 

  이제는 '여자' 경찰', '여자' 군인 등과 같은 불필요한 명칭은 없애야 한다. 남자가 할 일과 여자가 할 일이 따로 나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또 그게 올바르다고 생각한다면 '차별'을 부르는 명칭은 스스로 갖다 버리란 말이다. 물론 '차이'는 존재하고 바뀔 수 없다. 그러나 그 차이도 '상식'을 넘어서면 불필요할 뿐이다. 범죄자를 제압하는데 '여자 경찰'은 무능하니 '남자 경찰'만 불러달라고 요청하는 건 '올바른 상식'이 아니다. 분명 '여자 경찰'보다 '남자 경찰'이 힘이 세고 현장대응능력이 뛰어날 수는 있다. 그러나 '모든' 남자 경찰이 여자 경찰보다 우수하지는 않다는 점에서 '뛰어난 경찰'과 '무능한 경찰'은 '실력차이'에서 오는 것이지 '남녀차이'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상식'일 수밖에 없단 말이다. 이를 모든 직업군으로 확대해서 살펴보면 얼른 이해가 될 것이다. '올바른 상식'이 무엇이고, 올바르지 못한 상식을 떠벌리는 종자들이 거의 대부분 '비이성적인 인격자'이거나 '전근대적인 낡은 사고방식의 소유자'라는 사실을 알 게 될 것이다.

 

  이 책의 제목이 <하루의 반을 일하는데 재미가 없으면 어떡하지>다.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인데 '여자'라는 편견에 빠진 비상식적인 사고를 소유한 몰상식한 이들의 '말 한마디'로 기분을 잡치는 경우가 아직도 많다. 화재가 나서 불이 자기가 있는 곳으로 덮치는 찰나에 자기를 구해주러 온 소방관이 '여자'라는 이유로 "재수없다. 빨리 가서 '남자' 소방관을 불러오라"고 말할 셈인가? 이제는 대한민국 '여자' 대표팀이 우승컵을 거머쥐고 승리하면 박수와 환호를 아끼지 않는 당신이지 않은가 말이다. 우리 사회의 잘못된 편견은 하루 빨리 없애야 마땅하다. 당신의 엄마, 아내, 그리고 딸을 응원하듯 세상의 모든 '여성'에게 힘이 되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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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오늘도 떠나지 않습니다 - 코드블루 현장에 20대 청춘을 바친 중환자실 간호사의 진실한 고백
이라윤 지음 / 한빛비즈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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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호사는 어떤 직업일까? 정작 병원에서 근무를 하고 있는데도 잘 모르겠다. 물론 나는 '비정규직'에 '비의료진'인 탓에 커다란 병원의 부속품처럼 근무를 하고 있으니 그럴 법도 하지만, 의료진들조차 '간호사'에 대한 인식이 나와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모르고 있는 것 같기에 하는 말이다. 그저 '백의의 천사가 아니다'라는 사실만 확실히 알고 있을 뿐이다. 실제로 간호복이 '하얀색'에서 벗어난 것은 오래 되었다. 그리고 '치마'를 입은 간호사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간호라는 업무가 매우 '고강도'인 까닭에 불편한 복장은 방해가 될 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간호사들은 대개 '딱딱한 말투'를 쓴다. 간호사 복장을 하고 있다고 해서 천상의 목소리로 응대해줄 거라는 기대는 애초에 하지 말길 바란다. 그들이 받는 업무 스트레스는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에 '웃는 얼굴'을 하고 있어도 말투는 신경질적인 경우가 많으니 묻지도 따지지도 말길 바란다. 그게 그들을 덜 피곤하게 만들테니 말이다. 그나마 코로나19 이후에는 마스크로 가리고 있어서 웃는 얼굴조차 볼 수 없게 되었다.

 

  이 책을 쓴 글쓴이는 '중환자실'에서 10년을 버텼다고 한다. 중환자실을 비유하자면 '전쟁영화 초반 5분'이 적절할 것이다. 생과 사의 갈릴길에 선 환자를 둘러싸고 수십 명의 의료진이 달려들어 말 한마디 없이 눈빛만으로 각자의 할 일을 하고, 들리는 것이라고는 귀에 거슬리는 의료기구들의 신호음과 의료진들의 거친 숨소리 뿐이다. 하지만 그들의 눈빛은 그 어느때보다 번뜩인다. 누가 뭣이 필요하다는 말을 하기도 전에 필요한 것이 전달되고, 심지어 다음 상황이 어떻게 벌어질지 예상하고 움직이기도 한다. 간혹 고성이 오가는 경우는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얼떨떨하게 바라만 보고 있는 '신입들'의 몫이고, 뒤늦게 '응급상황'을 전달받은 보호자들이 찾아와 살려내라고 소리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코드블루(성인환자) 또는 레드(소아환자)[이런 색깔구분은 병원마다 다른 것 같다] 상황에서 심폐소생술이 필요한 경우에는 온 병원의 의료진들은 그 장소로 우르르 달려갈 뿐이다. 그 뒤에 벌어지는 상황은 아까와 똑같다. 환자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은 총동원하고, 필요한 경우 보호자의 동의서를 받기 위해 촌각을 다퉈 달려가는 일이 무한히 반복된다. 그런 중환자실에서 10년 넘게 근무를 선다는 것은 '전장터 한복판'에서 버티고 살아남았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무엇이 글쓴이를 그 극한환경에서 버티게 만들었던 걸까? 고액의 연봉일까? 물론 간호사 연봉도 꽤 높은 편이다. 하지만 큰 병원이 아니라면 그리 높은 축에도 끼지 못할 뿐더러, 큰 병원이라면 일의 강도는 가히 '살인'적인 경우가 많다. 그러니 돈을 많이 준다는 꾐(?)에 빠져 '중환자실'에서 10년 동안 버티는 이는 거의 없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그렇다면 간호업무의 소명감 때문일까? 아픈 환자를 돌보고 생명을 살리는 일에 '소명의식'을 부여하는 일은 흔하지만, 소명의식은 각자 마음에서 스스로 우러나오는 것이지 남들이 왈가왈부한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기에 함부로 입에 올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다시 말해, 너는 간호사 복장을 하고 간호업무라는 '숭고한 일(?)'을 하고 있으니 뛰어난 사명감을 발휘해서 죽은 사람도 살릴 각오로 봉사하라고 그 누구도 '강요'할 수 없단 말이다. 그러니 간호사 복장을 하고 있으니 당연히 '소명의식'도 있을 거라고 강요하지 말란 말이다. 그저 직장인일 뿐이다. 일한 만큼 돈을 벌러 온 사람이란 말이다. 그러니 중환자실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를 붙잡고 무조건 살려내라고 큰소리 칠 '권리'를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깨우쳐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소명의식' 따위를 함부로 떠들지는 말자.

 

  마침맞게 글쓴이도 말한다. 자신은 애초에 꿈이 '간호사'도 아니었고, 우연찮게 '간호업무'를 직업으로 삼게 되었으며, 10년이 넘은 지금도 '천직'이라는 생각따위는 하지 않는다고 말이다. 한마디로 하는 일이 힘들어서 지금 당장이라도 '그 자리'를 떠난다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고 말이다. 그런데도 이 책의 제목이 <저는 오늘도 떠나지 않습니다>란다. 천직도 아니고, 소명의식도 없는 간호사가 그 힘들다는 '중환자실'을 떠나지 않겠단다. 심지어 '코로나19'로 병상의 환자는 넘쳐나고 업무강도는 한계를 초월했을 때도 그저 버텨냈을 뿐이란다. 물론 힘듦에 지쳐 '후회' 한 적도 많다고 하지만, 만약 그랬으면 '지금의 나'로 존재할 수 없었을 거라고, 다른 일을 하고 있었더라면 '단단해진 나의 모습'에 만족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없었을 거라고 말한다. 인생을 잘 살아온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만족감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토록 단단해진 간호사를 힘들게 하는 일은 이제 없을까? 아니다. 여전히 많다. 바로 인성이 글러 먹은 모자란 사람들, 전문용어로 '진상들'이 있기 때문이다. 비의료진인 나조차도 병원에서 일하다보면 이런 '진상들' 때문엔 여간 힘든 게 아니다. 그래서 나는 요즘 말끝마다 "감사합니다"라고 한다. '괄호'를 붙여서 말이다. 이를 테면, 세 가지 유형으로 써먹곤 한다. 첫 번째는 "(진상 부릴만큼 부린 것 같은데 이제 좀 꺼져 주시면) 감사합니다", 두 번째는 "(진상을 요만큼만 부려주셨으니) 너무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어머! 진상을 많이 부릴 줄 알았는데 하나도 부리지 않아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라는 용도로 써먹고 있단 말이다. 세상에서 박멸해야 할 것은 해충 뿐만 아니라 바로 이런 '진상들'이기 때문이다. 글쓴이도 오죽했으면 책의 첫머리를 바로 이런 '진상들의 사례'로 장식했을까?

 

  그렇다면 진상들을 애초부터 박멸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고객'이라는 말부터 없앴으면 한다. 바로 '손님은 왕이다'라는 사고방식이 문제인데, 언제까지 손님은 '무한권리'를 누리고, 직원은 '무한의무'만 져야 한단 말이냔 말이다. 병원을 찾아온 내원객들의 '민원업무'만 해도 정말 산처럼 많다. 해결해도 끝나지 않는 것이 '민원업무'의 특징이다. 하루종일 쏟아지는 내원객들의 불평불만은 어처구니 없는 것이 태반이기 때문이다. 몇 가지만 예를 들어보면 단박에 이해가 갈 것이다. 병원은 환자들의 안전을 위해 '보호자 1인'만 허용하곤 한다. 병실이 좁기도 하고 외래환자의 경우에도 너무 많은 내원객으로 인해 불미스런 일을 겪을 수도 있으니 불필요한 병원방문으로 병원업무를 마비시키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환자 1명에 보호자 2~3명이 찾아오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러면서 '자기 환자'는 특별하니(?) 허락해달라고 떼를 쓰곤 한다. 그래도 규정상 그럴 수 없으니 '보호자 1인'만 허용하겠다고 하면, 그때부터 어거지를 쓰기 시작한다. "너희가 뭔데 병원출입을 하라 마라야, 언제부터 병원이 이딴식으로 불친절했어? 아픈 환자를 상대로 장사를 하니 환자를 봉으로 아는 거야 뭐야? 니들이 늙은 환자들 상대로 '과잉진료' 청구해서 병원비 장난 아니게 비싼 게 하루이틀이냐구, 내가 니들 속셈 모를 줄 알아. 환자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기만 해봐, 당장 고소할테니. 감히 니까짓것들이 뭔데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건데, 오호라~ 아주 잘 걸렸어. 니들 밥줄 내가 끊어지게 만들어줄테니 각오하고 있으라고, 알았으면 당장 내가 원하는대로 다 해달라고!!" 이 정도의 언행은 그나마 '보통수준'이다. 더 심한 경우도 많고, 다 들리는 혼잣말로 '육두문자'를 날리는(!) 경우는 너무 흔해서 말할 거리도 못된다.

 

  왜 지들만 '왕'일까? 한낱 백화점 상술에서 비롯되었다는 '손님은 왕'이다라는 것이 어찌하여 저들의 '신념'으로 승화되었냔 말이다. 입장 바꾸어 보란 말이다. 아픈 환자를 치료하고 싶은 의료진이 '환자'에게 집중하는 일은 당연한 것이다. 근데 보호자들이 감놔라 배놔라 '간섭'을 하면 집중을 할 수가 없다. 6인실 병동에 보호자가 열댓 명이 진을 치고, 병실로도 모자라 복도까지 점거하고 있으면 의료진이 어떻게 원활히 진료를 보겠느냔 말이다. 몰지각한 보호자들은 '환자이송'을 위해 마련한 엘리베이터까지 차지하고서 긴급한 상황에 오도가도 못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 못들어오게 하는 것이고 제한하는 것이다. 그런데 '나하나쯤이야'라는 식으로 다 알겠으니 나만 좀 '예외'로 해주세요라면서 생떼를 쓸 수 있느냔 말이다. 지킬 건 지켜야 '손님대접'도 제대로 받는 법이다. 그러니 '손님이고 지랄이고 누구도 왕이 아니다'라는 상식이 지켜졌으면 더 바랄 게 없겠다.

 

  끝으로 자기 삶에 열심인 이들을 응원하려 한다. 이 책이 '간호사'에 관한 에피소드로 가득할지언정 간호사를 지망하는 이들만을 대상으로 쓴 책은 아닐 것이다. 힘들고 고된 간호업무를 통해서 인생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는 글쓴이를 응원함과 동시에 각자 자신의 일에서 쏠쏠한 돈맛과 일하는 보람을 얻고 있는 전세계의 모든 이들을 응원하고 싶기 때문이다. 하나뿐인 인생을 살다보면 누구나 흔들리기 마련이다. 그리고 힘들고 지쳐서 마냥 쉬고만 싶을 때도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다만 포기하지만 않으면 언젠가 '만족'이라는 결승선을 넘어서게 될 거라고 말해주고 싶다. 어차피 인생은 포기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다음 생을 기약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힘들 땐 잠시 쉬어도 좋다. 하지만 당신을 응원하는 이가 분명히 있을 거라는 사실만은 기억해주길 바란다. 난 오늘도 이세상 모든 열심이들을 응원할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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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계획은 있다 - 미루는 습관 끊어내는 끝까지 해내기의 기술
피터 홀린스 지음, 솝희 옮김 / 한빛비즈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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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중요한 것은 '습관'이다. 거창한 계획을 짜고 화려한 시작을 알리지만 '용두사미'격으로 흐지부지 끝내고 마는 것도 습관이고, 이번에는 꾸준히 하고 부지런히 달리겠다고 다짐하지만 '작심삼일'형으로 중도포기하고 마는 것도 습관이다. 이 책의 제목처럼 <누구에게나 계획은 있다>지만 애초에 세운 계획을 끝까지 완수해내는 일은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니다. 가장 중요한 '습관'을 바꾸기 전까지는 말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끝내기 습관'을 갖기 위해선 3가지만 개선해도 충분할 것이다. 첫째는 생각은 그만하고 일단 실행하는 것이고, 둘째는 목표를 완수할 때까지 끝없이 동기부여해야 하는 것이고, 마지막은 완수의 걸림돌은 싹 제거하고 날마다 한발짝씩 나아가길 멈추지 않는 것이다. 이 책에는 그밖에도 여러 가지 귀띔을 제공하고 있지만, 위의 3가지가 가장 중요하고 나머지는 3가지에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는 '보조적인 수단'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 수단은 '선언문 작성', '미루지 않기', '딴짓하지 않기', '과한 목표 세우지 않기' 등이다.

 

  그렇다면 한 번 세운 계획을 끝까지 완수하는 것이 왜 중요할까? 다름 아니라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적인 방법이고 성공하기까지 가장 빠른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무엇이든 한 번 시작했다하면 끝을 보고 마는 당차고 성실한 사람에게 '실패'란 어울리지 않는 법이다. 그리고 인디언들이 기우제를 했다하면 100% 성공률을 자랑하는 것도 바로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멈추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성공하는 DNA를 가졌다면 바로 '끝을 보는 습관'이 그 증거일 것이고, 끝을 보기 전에는 '결코 멈추지 않는 습관'을 가졌다면 당근 성공하기 마련일 것이다.

 

  이렇게나 '성공비결'이 쉽고도 간결하며 이해하기도 쉬운데 왜 성공하는 사람들이 적은 것일까? 그게 바로 '끝내기 습관'을 기르기까지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언제 성공할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으니 '끝장'을 보는 것도 언제일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저 묵묵히 '성공'에 다달았다고 모두가 인정할 때까지 '전진'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 까닭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성공적인 습관'을 들이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누구나 달성하기 쉬운 '단기목표'를 세우고, '완수의 기쁨'을 연속적으로 꾸준하게 만끽하는 것이 비결이라고 이 책은 지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거창한 목표보다는 소박하지만 소중한 목표를 세우고, 어렵고 복잡한 목표보다는 쉽고 간단한 목표로 세분하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다. 그리고 성공비결의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가지 일을 처리하는 '멀티테스킹'보다 한 가지에 집중하는 '싱글테스킹'에 주력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도 말하고 있다. 그리고 성공할 확률이 40~70% 정도라면 과감하게 추진하고, 이에 미치지 못한 낮은 확률로 '도박'을 하지도 말 것이며, 너무 확률을 높이기 위해 철저히 준비하느라 '타이밍'을 놓치지도 말라고 조언하고 있다. 그리고 너무 허황된 희망에 부풀어 오르지도 말 것이며, 너무 과도한 생각이나 너무 심한 걱정 따위를 할 필요도 없다고 못 박았다. 모두 '완수하는 습관'을 기르는데 방해가 되는 걸림돌이기 때문이다.

 

  자, 정리하면 성공비결은 간단하다. 끝장을 볼 때까지 멈추지 마라. 완수하는 습관을 들이면 누구나 성공에 도달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일단 세운 목표는 매일 꾸준히 밀고 나가는 힘이다. 그 힘을 잃지 않는 한 당신은 반드시 성공할 것이기 때문이다. 올해 계획한 일이 있다면 아직 늦지 않았다. 설령 올해 안에 달성하지 못해도 괜찮다. 멈추지 않고 끝까지 해낸다면 당신의 성공습관은 빛나는 결말을 달성할테니 말이다.

 

한빛비즈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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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보는 피스톨 스토리 - 권총으로 꿰뚫는 역사적 순간들 한빛비즈 교양툰 26
푸르공 지음, 이세환 감수 / 한빛비즈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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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은 '총기소지'가 불법인 나라이지만 대부분의 대한민국 남성들은 합법적으로 '군대'를 경험하였기에 총을 다루는 것에 매우 능숙(?)한 편이다. 물론 소총과 같은 '소화기'에 한해서 하는 이야기지만, 나처럼 '주특기'를 경험한 이들은 박격포 급 이상의 '중화기'를 경험한 이들도 꽤나 있을테다. 그러나 군대를 경험했더라도 대한민국 군인..특히 사병은 '권총(피스톨)'은 구경조차 못해본 이들이 꽤나 많다. 그래서 권총에 대한 묘한 동경심 같은 것을 같고 있기도 하고, 총기소지나 사격훈련을 경험할 수 있는 나라로 여행을 가서 '사격연습'을 여행코스에 넣는 분들도 꽤나 많다고 들은 바 있다. 그런 경험조차 없는 나는 그저 '비비탄'이나 쫌 쏴봤을 뿐이지만 말이다.

 

  하지만 '명중률'로 따지자면 권총은 소총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고, 사격훈련을 해도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것이 '권총'의 슬픈 현실이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등장하는 '명사수' 장면은 거의 대부분 뻥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라는데, 그 까닭을 좀처럼 이해할 수 없다가 이 책 <피스톨 스토리>를 읽고 나서야 깨닫게 되었다. 까닭인 즉슨, 총신이 짧기 때문에 '가늠자와 가늠쇠'로 정교한 조준을 하고서 쏴봤자 제대로 날아가는 것이 드물고, 총알이 발사된 뒤에 전해지는 충격과 반동으로 인해 총을 쥔 손이 올려지게 되고 겨냥이 틀어지게 되어 '목표물(표적)'과의 거리가 멀면 멀수록 다른 곳으로 날아가버리는 것이 당연지사라고 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엄청난 '사격술 훈련'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하며, 올바른 '파지법'으로 사격을 해야 부상도 줄이고 정교한 사격이 가능해진다고 하니...어찌보면 이 때문에 더욱 '권총'에 대한 호기심이 동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모름지기 '길들이고 길들여지는 맛'이 덕질 중에 덕질이니까 말이다.

 

  암튼, 그런 까닭에 '권총'은 공격용으론 적당한 무기가 아니고 '호신용(방어용)' 무기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원거리에서는 거의 쓸모가 없기에 말이다. 하지만 '초근접'에서 써야할 상황이 펼쳐진다면 어떨까? 물론 '칼'이라는 정답이 있긴 하지만, 스파이들의 낭만은 '권총'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이는 <007 영화> 시리즈에 등장하는 제임스 본드 덕분에 생겨났다해도 과언이 아닐 테지만, 실제로도 국가간 첩보전이나 암살, 경호를 할 때 '무기'를 드러내놓고 할 수는 없으니 몸에 숨길 수 있을 정도로 '딱 적당한 크기의 무기'로도 권총은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평소에는 품 안에 '은닉'하고 있다가 필요할 때 '딱' 꺼내서 쏜 뒤에 유유히 사라지는 명장면을 연출하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그런 낭만(?)이 가득한 '권총 이야기'가 담겨 있는 책이 바로 <만화로 보는 피스톨 스토리>다. 무엇보다 대한민국 작가에 의해서 쓰였기에 '우리 역사의 에피소드'가 담겼다는 점에서 무척이나 감동적이었다. 미국과 독일 같은 '제조국의 관점'으로 쓰여진 책들은 대부분 권총에 관한 '제원'이나 '부품소재', '살상력(분당속도, 파괴력 등)' 등과 같은 정보만 나열하기 십상이지만, 아직까지 권총에 관해서 이렇다할 생산을 하지 않고 있는 대한민국이기에 '하드웨어'나 '피지컬' 쪽의 서술방식이 아닌 '소프트웨어'나 '쏘울' 쪽의...아무튼 권총에 대한 정신적인 면의 접근 양상을 선보이는 서술방식이 꽤나 맘에 들었다.

 

  이를 테면, 안중근과 김상옥이 일제의 침략과 야욕에 항거하기 위해 '정의의 방아쇠'를 당긴 이야기로 권총에 대한 스토리를 풀어나간 점이다. 그리고 드라마 <미스터 션사인>에서도 선보인 에피소드였던 '신미양요 씬'은 총에 관한 우리의 정서를 담뿍 담은 역사적인 사건이었기에 더욱 감동적이었다. 비록 권총이 아닌 '화승총'이긴 했지만 '총잡이(?)'라면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소양으로 '조선의 산포수(호랑이사냥꾼)'가 단연 최고이기 때문이다. 당시의 화승총의 유효사거리는 고작해야 50미터 정도였으니 호랑이사냥꾼들이 호랑이를 잡기 위해선 호랑이가 운동장 절반 정도의 거리까지 다가올 때까지 침착하게 기다릴 줄 알아야 했기 때문이다. 보통 그 정도의 거리라면 호랑이가 대여섯 발자국 뛰면 사냥꾼에게 닿을 거리였고 실제로 산포수들은 호랑이를 단 한 방에 쏘아 죽이기 위해서 호랑이가 마지막 일격을 위해 몸을 띄워 달려들 때까지...다시 말해,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까지 참고 기다리다가 호랑이의 머리 한가운데를 정확히 맞춰서 잡았다고 한다. 화승총은 연달아 쏠 수 없고 다시 재장전한 뒤에 쏘기까지 1분가냥 소요가 된다고 하니 단 한발로 승부를 보지 못하면 그야말로 저세상 구경을 할 수밖에 없었으리라. 그런 '정신자세'로 무장한 산포수들이 신미양요 당시 남북전쟁에서 활약한 군인들과 맞서 싸웠고, 비록 승패는 '3 대 344'라는 일방적인 학살을 당하는 명백한 패배였지만, 미국측 기록에는 "학살에 가까운 일방적인 전투에도 조선군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돌을 던지거나 흙을 뿌리며 전장을 지켰다"라고 남겼다고 한다. 어쩌면 신미양요를 이후 미국은조선을 향한 제국주의 침략의욕을 포기(?)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던 것은 아닐지 짐작케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총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여야 할까? 2023년 현재, 우크라이나 vs 러시아, 팔레스타인 vs 이스라엘 '두 개의 전쟁'이 펼쳐지고 있는 마당에 한갓지게 '무기예찬'이나 늘어놓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총은 다른 무기에 비해 '살상력'이 작다하더라도 사람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 '무기,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평화'를 파괴하고 '생명'을 해치는 무기를 우리 곁에서 될수록 멀리 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하고, 당연하다는 데에 한표를 던질 것이다. 아무리 '방어수단'이라고 하더라도 그 또한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기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표하는 바다. 그렇지만 적들의 무차별 침공에 맞서 싸우기 위해서 '총'을 드는 것까지 반대해야 하는 걸까? 적에 비해 우리의 화력이 현저히 낮아지면 적들이 우리를 업수이 여기고 마구 대하는 것에도 '무기력'으로 대응하며 우리쪽의 피해만 커지게 방치해야 하는 걸까?

 

  이처럼 '총'은 우리에게 선택하기 어려운 '딜레마'를 선사하곤 한다. 비교적 총기에 관한 법률이 우리보다 자유로운 '미국'의 예를 들어보자. 미국은 영국으로부터 독립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인으로 '민병대'를 꼽고 있다. 당시 영국군보다 열세였던 미국이 승리할 수 있었던 까닭으로 '미국시민들의 자발적 무장투쟁'을 꼽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국인들은 '외부의 적'이 침입했을 때 경찰이나 군대의 도움으로 적을 물리치기를 기다리는 것보다 '자기 방어는 스스로 한다'는 정서가 깊이 뿌리내려져 있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집안에 '무기'를 갖추고 적극적인 자기 방어를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 생각한 까닭에 '총기사용'에 관대한 편이 된 것이다. 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총기사고'는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 뉴욕시에서는 '평균 1초마다 1명꼴'로 총기사고가 벌어지고, 그로 인해 목숨을 잃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일상의 평화와 안전'과 맞바꾼 '자유와 독립'이 자랑스러운 것인지 의문스럽기까지 하다.

 

  그렇다고해서 '최소한의 방어'를 위한 무기제작을 포기할 정도로 멍청한 짓도 없을 것이다. 그러니 중요한 것은 '방어포기'가 아니라 '철저한 관리'가 중요할 것이다. 외적의 침략을 막고 자국의 안녕과 평화, 그리고 시민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대량살상무기' 따위가 필요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하더라도 그토록 '위험한 무기'를 적절히 관리하여 함부로 쓰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말이다. 아울러 '최상의 무기'만 갖추는데 열을 올리기보다 '그 무기'를 다루는 사람의 정신적인 자세를 갖출 수 있도록 철저하게 운영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총' 자체에는 선함도 악함도 없다. 오직 다루는 사람의 마음가짐에 따라 '달라'질 뿐이다. 그러니 우리가 총에 관심을 가지는 것을 죄악시할 필요는 없다. 평화가 위협받는 시기일수록 '아는 것이 힘'이라는 진리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밀리터리'에 관한 지식을 쌓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지혜가 없는 지식'은 쓸데 없고, '반성과 성찰을 모르는 지혜'는 더 큰 희생을 불러오는 재앙의 지름길이라는 사실이다. 이 책의 주인공이 '사실상, 저승사자'라는 점을 유념해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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