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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보는 피스톨 스토리 - 권총으로 꿰뚫는 역사적 순간들 ㅣ 한빛비즈 교양툰 26
푸르공 지음, 이세환 감수 / 한빛비즈 / 2023년 7월
평점 :
대한민국은 '총기소지'가 불법인 나라이지만 대부분의 대한민국 남성들은 합법적으로 '군대'를 경험하였기에 총을 다루는 것에 매우 능숙(?)한 편이다. 물론 소총과 같은 '소화기'에 한해서 하는 이야기지만, 나처럼 '주특기'를 경험한 이들은 박격포 급 이상의 '중화기'를 경험한 이들도 꽤나 있을테다. 그러나 군대를 경험했더라도 대한민국 군인..특히 사병은 '권총(피스톨)'은 구경조차 못해본 이들이 꽤나 많다. 그래서 권총에 대한 묘한 동경심 같은 것을 같고 있기도 하고, 총기소지나 사격훈련을 경험할 수 있는 나라로 여행을 가서 '사격연습'을 여행코스에 넣는 분들도 꽤나 많다고 들은 바 있다. 그런 경험조차 없는 나는 그저 '비비탄'이나 쫌 쏴봤을 뿐이지만 말이다.
하지만 '명중률'로 따지자면 권총은 소총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고, 사격훈련을 해도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것이 '권총'의 슬픈 현실이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등장하는 '명사수' 장면은 거의 대부분 뻥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라는데, 그 까닭을 좀처럼 이해할 수 없다가 이 책 <피스톨 스토리>를 읽고 나서야 깨닫게 되었다. 까닭인 즉슨, 총신이 짧기 때문에 '가늠자와 가늠쇠'로 정교한 조준을 하고서 쏴봤자 제대로 날아가는 것이 드물고, 총알이 발사된 뒤에 전해지는 충격과 반동으로 인해 총을 쥔 손이 올려지게 되고 겨냥이 틀어지게 되어 '목표물(표적)'과의 거리가 멀면 멀수록 다른 곳으로 날아가버리는 것이 당연지사라고 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엄청난 '사격술 훈련'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하며, 올바른 '파지법'으로 사격을 해야 부상도 줄이고 정교한 사격이 가능해진다고 하니...어찌보면 이 때문에 더욱 '권총'에 대한 호기심이 동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모름지기 '길들이고 길들여지는 맛'이 덕질 중에 덕질이니까 말이다.
암튼, 그런 까닭에 '권총'은 공격용으론 적당한 무기가 아니고 '호신용(방어용)' 무기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원거리에서는 거의 쓸모가 없기에 말이다. 하지만 '초근접'에서 써야할 상황이 펼쳐진다면 어떨까? 물론 '칼'이라는 정답이 있긴 하지만, 스파이들의 낭만은 '권총'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이는 <007 영화> 시리즈에 등장하는 제임스 본드 덕분에 생겨났다해도 과언이 아닐 테지만, 실제로도 국가간 첩보전이나 암살, 경호를 할 때 '무기'를 드러내놓고 할 수는 없으니 몸에 숨길 수 있을 정도로 '딱 적당한 크기의 무기'로도 권총은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평소에는 품 안에 '은닉'하고 있다가 필요할 때 '딱' 꺼내서 쏜 뒤에 유유히 사라지는 명장면을 연출하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그런 낭만(?)이 가득한 '권총 이야기'가 담겨 있는 책이 바로 <만화로 보는 피스톨 스토리>다. 무엇보다 대한민국 작가에 의해서 쓰였기에 '우리 역사의 에피소드'가 담겼다는 점에서 무척이나 감동적이었다. 미국과 독일 같은 '제조국의 관점'으로 쓰여진 책들은 대부분 권총에 관한 '제원'이나 '부품소재', '살상력(분당속도, 파괴력 등)' 등과 같은 정보만 나열하기 십상이지만, 아직까지 권총에 관해서 이렇다할 생산을 하지 않고 있는 대한민국이기에 '하드웨어'나 '피지컬' 쪽의 서술방식이 아닌 '소프트웨어'나 '쏘울' 쪽의...아무튼 권총에 대한 정신적인 면의 접근 양상을 선보이는 서술방식이 꽤나 맘에 들었다.
이를 테면, 안중근과 김상옥이 일제의 침략과 야욕에 항거하기 위해 '정의의 방아쇠'를 당긴 이야기로 권총에 대한 스토리를 풀어나간 점이다. 그리고 드라마 <미스터 션사인>에서도 선보인 에피소드였던 '신미양요 씬'은 총에 관한 우리의 정서를 담뿍 담은 역사적인 사건이었기에 더욱 감동적이었다. 비록 권총이 아닌 '화승총'이긴 했지만 '총잡이(?)'라면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소양으로 '조선의 산포수(호랑이사냥꾼)'가 단연 최고이기 때문이다. 당시의 화승총의 유효사거리는 고작해야 50미터 정도였으니 호랑이사냥꾼들이 호랑이를 잡기 위해선 호랑이가 운동장 절반 정도의 거리까지 다가올 때까지 침착하게 기다릴 줄 알아야 했기 때문이다. 보통 그 정도의 거리라면 호랑이가 대여섯 발자국 뛰면 사냥꾼에게 닿을 거리였고 실제로 산포수들은 호랑이를 단 한 방에 쏘아 죽이기 위해서 호랑이가 마지막 일격을 위해 몸을 띄워 달려들 때까지...다시 말해,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까지 참고 기다리다가 호랑이의 머리 한가운데를 정확히 맞춰서 잡았다고 한다. 화승총은 연달아 쏠 수 없고 다시 재장전한 뒤에 쏘기까지 1분가냥 소요가 된다고 하니 단 한발로 승부를 보지 못하면 그야말로 저세상 구경을 할 수밖에 없었으리라. 그런 '정신자세'로 무장한 산포수들이 신미양요 당시 남북전쟁에서 활약한 군인들과 맞서 싸웠고, 비록 승패는 '3 대 344'라는 일방적인 학살을 당하는 명백한 패배였지만, 미국측 기록에는 "학살에 가까운 일방적인 전투에도 조선군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돌을 던지거나 흙을 뿌리며 전장을 지켰다"라고 남겼다고 한다. 어쩌면 신미양요를 이후 미국은조선을 향한 제국주의 침략의욕을 포기(?)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던 것은 아닐지 짐작케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총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여야 할까? 2023년 현재, 우크라이나 vs 러시아, 팔레스타인 vs 이스라엘 '두 개의 전쟁'이 펼쳐지고 있는 마당에 한갓지게 '무기예찬'이나 늘어놓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총은 다른 무기에 비해 '살상력'이 작다하더라도 사람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 '무기,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평화'를 파괴하고 '생명'을 해치는 무기를 우리 곁에서 될수록 멀리 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하고, 당연하다는 데에 한표를 던질 것이다. 아무리 '방어수단'이라고 하더라도 그 또한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기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표하는 바다. 그렇지만 적들의 무차별 침공에 맞서 싸우기 위해서 '총'을 드는 것까지 반대해야 하는 걸까? 적에 비해 우리의 화력이 현저히 낮아지면 적들이 우리를 업수이 여기고 마구 대하는 것에도 '무기력'으로 대응하며 우리쪽의 피해만 커지게 방치해야 하는 걸까?
이처럼 '총'은 우리에게 선택하기 어려운 '딜레마'를 선사하곤 한다. 비교적 총기에 관한 법률이 우리보다 자유로운 '미국'의 예를 들어보자. 미국은 영국으로부터 독립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인으로 '민병대'를 꼽고 있다. 당시 영국군보다 열세였던 미국이 승리할 수 있었던 까닭으로 '미국시민들의 자발적 무장투쟁'을 꼽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국인들은 '외부의 적'이 침입했을 때 경찰이나 군대의 도움으로 적을 물리치기를 기다리는 것보다 '자기 방어는 스스로 한다'는 정서가 깊이 뿌리내려져 있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집안에 '무기'를 갖추고 적극적인 자기 방어를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 생각한 까닭에 '총기사용'에 관대한 편이 된 것이다. 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총기사고'는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 뉴욕시에서는 '평균 1초마다 1명꼴'로 총기사고가 벌어지고, 그로 인해 목숨을 잃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일상의 평화와 안전'과 맞바꾼 '자유와 독립'이 자랑스러운 것인지 의문스럽기까지 하다.
그렇다고해서 '최소한의 방어'를 위한 무기제작을 포기할 정도로 멍청한 짓도 없을 것이다. 그러니 중요한 것은 '방어포기'가 아니라 '철저한 관리'가 중요할 것이다. 외적의 침략을 막고 자국의 안녕과 평화, 그리고 시민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대량살상무기' 따위가 필요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하더라도 그토록 '위험한 무기'를 적절히 관리하여 함부로 쓰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말이다. 아울러 '최상의 무기'만 갖추는데 열을 올리기보다 '그 무기'를 다루는 사람의 정신적인 자세를 갖출 수 있도록 철저하게 운영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총' 자체에는 선함도 악함도 없다. 오직 다루는 사람의 마음가짐에 따라 '달라'질 뿐이다. 그러니 우리가 총에 관심을 가지는 것을 죄악시할 필요는 없다. 평화가 위협받는 시기일수록 '아는 것이 힘'이라는 진리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밀리터리'에 관한 지식을 쌓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지혜가 없는 지식'은 쓸데 없고, '반성과 성찰을 모르는 지혜'는 더 큰 희생을 불러오는 재앙의 지름길이라는 사실이다. 이 책의 주인공이 '사실상, 저승사자'라는 점을 유념해보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