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반을 일하는데 재미가 없으면 어떡하지 - <사이렌: 불의 섬> 출연진 제작진 인생 토크
이은경.채진아 지음 / 한빛비즈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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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에서 방영한 리얼리티 프로그램 <사이렌 : 불의 섬>은 24명의 여성들이 출연해 치열한 경쟁을 보여주었다고 한다. 나는 넷플릭스를 구독하지 않은 관계로 전편을 다 보지는 못하고 몇몇 짤만 보았을 뿐이다. 그동안 이런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남성들이 다수 출연한 작품에서 여성들은 '보조적인 역할'에 만족해야만 했는데, 오직 여성들만 출연을 했기 때문에 '피지컬 역할'까지 모두 도맡아서 보여줄 수 있었다고 한다. 이번 프로그램에서는 '직업군별로 6개 팀'으로 나누어 경쟁을 벌였다고 하는데, 여자 경찰관팀, 여자 소방관팀, 여자 경호원팀, 여자 군인팀, 여자 스턴트팀, 그리고 여자 운동선수팀이 참가했다고 한다. 외딴섬에서 주어진 미션을 해결하며 팀들간의 경쟁을 유도하고, 서바이벌로 최후의 승자를 가리는 박진감 넘치는 프로그램이었을 것이다.

 

  이 책의 내용은 <사이렌>에 참여한 출연진과 제작진 중 '여자 스태프'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짜깁기해서 만들어내었다. 그래서 그 프로그램을 본 독자라면 더한 감동과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어 뜻깊은 독서가 되었을텐데, 그러지 못한 나로서는 아쉬울 따름이다. 하지만 전문직에 종사하는 '여성들의 삶'을 엿보는 관점에서 책의 내용을 서술하면 또 다른 이야기를 나눌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소위 말하는 '금녀의 직업' 말이다. 한마디로 '여성'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 대표적인 직업군들이 바로 위에 열거한 것들이다. 솔직히 오늘날에는 '경찰계'에도 여성인력이 꼭 필요하다. 남녀평등시대에도 '남녀차이'는 엄연히 존재하는 까닭에 '여성의 손길'뿐 아니라 '여성의 힘과 지혜'를 비롯해서 모든 면에서 '여성만이 할 수 있는 독특한 영역'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비단 경찰뿐만 아니라 모든 직업이 다 그렇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는 '차이'를 넘어 '차별'을 선호하는 것마냥 자연스럽게 '남녀차별'을 하곤 한다. 그리고선 거친 마초스타일의 문제를 슬쩍 떠넘기고서는 "너흰 '이런'거 해결 못하잖아. 그래서 '차별'은 당연한거야. 그러니까 '경찰(또는 모든 직업)' 따윈 집어치우고 시집가서 애낳고 살림이나 해. 좋은말로 할때 말야"라는 폭언을 서슴지 않는다. 그럼에도 여성들이 당차게 도전해서 '성공'이라도 해내면 마지 못해 "이번엔 운이 좋았네"라면서 비아냥거리기 일쑤다. 한마디로 '인간'이 덜 되었다는 증거다.

 

  세상의 모든 직업에서 '남자따로 여자따로'로 구별한 순 없다. 그렇다고 과거처럼 '남자끼리 여자끼리' 한데 묶어놓고 따로 구분 짓는 것도 어리석은 짓이다. 그러므로 현대사회는 '남녀평등'이 기본적인 원칙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도 아쉬운 것은 '의식수준'이 이런 평범한 진리를 따라오지 못한다는 점이다. '유리천장',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차별'이 당연한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민낯이 여실히 보여지고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이런 차별의식은 도를 넘는 '젠더갈등'을 불러일으켜 첨예한 사회적 갈등의 원인으로 작동하고 있다. 남과 녀, 서로를 향한 '혐오'만을 남기면서 말이다. 왜 서로가 가질 수밖에 없는 '차이'를 혐오하고, 서로가 가질 수밖에 없는 '단점'을 까발리면서 희열을 느끼는 것인지 도통 이해할 수가 없기도 하다. 상대를 비난하면 할수록 '자신의 결점'만 극대화시킬 뿐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단 말인가? 남성들은 여성을 싸잡아 비하하다가 결국 '자신을 낳아준 어머니'마저 욕할 지경이다. 여성들도 남자를 비난하다가 끝내는 '자기 아버지'마저 부정한 악마로 만들고 만다. 자기 부모를 더럽히고 욕하면 자기 자신조차 욕하는 것 아닌가? 도대체 무엇을 위한 '젠더혐오'란 말인가.

 

  이제는 '여성'이라는 이름의 사회적 편견을 버려야 할 때다. 물론 여성이기에 '사회적 보호'를 받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말이다. 이를 테면, 산모에게 '육아휴직'을 보장하는 것 등은 우리 사회가 보편사회로서 반드시 배려해야 할 사안이지, '저출생 문제'를 여자의 탓으로 돌리는 것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별개의 문제이자, '상식'인 것이다. 아직도 이것이 구분되지 않는다고 한다면 영원히 '사회격리'를 시켜도 무방하다 여긴다. 다시 말해, 아기를 품고 낳을 수 있는 여자만이 가진 '차이'를 놓고서, 왜 여자만 '사회적 약자'로 보호를 해야 하느냐는 둥, 왜 여자는 국가의무인 '병역의무'를 지지 않느냐는 둥, 왜 여자가 결혼한 뒤에도 살림에 전념하지 않고 직장에 욕심을 부리냐는 둥, 많이 봐줘서 결혼하는 것까지는 봐줄 수 있는데, 임신을 했으면, 출산에 전념하고, 출산을 했으면, 육아에 전념하고, 육아에 전념했으면 대학교 보낼 때까지 교육을 마쳐야 '엄마'로서의 도리를 다한 것 아니냐는 둥, 이런 부담을 지기 싫으니 결혼도 안 하고, 출산도 책임지지 않는 여자들이 문제고, 여자만 사회생활을 포기하면 우리 나라 남자들이 직장 걱정할 필요도 없고, 돈도 더 많이 벌어서 여자들이 원하는 거 다 해주지 않겠냐는 둥, 그러니까 여자들이 문제고, '저출생 문제'도 결국은 여자들이 무책임하기 때문에 벌어진 사회문제라면서 헛소리를 빽빽 내지르기 바쁜 '멍청한 남자들'이 아직도 많다는 것이 문제다. 정말로 전근대적인 방법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는가 말이다.

 

  이따위 편견을 버려야만 한다. 사회문제는 '남녀차이'에서 오는 것이 아니고, 그 문제의 해결방법은 '남녀차별'에서 찾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현대사회의 사회문제는 거의 대부분 '경제문제'에서 출발하고, 거의 모든 경제문제는 '중산층의 몰락'에서부터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그런데도 기본적인 '경제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하지도 않고, '젠더이슈'만 부풀려서 서로 남탓만 하는 혐오만 양산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문제는 남녀를 가릴 것이 없이 모두 힘을 모아야만 겨우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런데도 힘을 모으고 마음을 모으는데 집중하기는커녕 '서로의 탓'만 할 수 있느냔 말이다. 그딴 편견은 애저녁에 갖다 버려야 한다.

 

  이제는 '여자' 경찰', '여자' 군인 등과 같은 불필요한 명칭은 없애야 한다. 남자가 할 일과 여자가 할 일이 따로 나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또 그게 올바르다고 생각한다면 '차별'을 부르는 명칭은 스스로 갖다 버리란 말이다. 물론 '차이'는 존재하고 바뀔 수 없다. 그러나 그 차이도 '상식'을 넘어서면 불필요할 뿐이다. 범죄자를 제압하는데 '여자 경찰'은 무능하니 '남자 경찰'만 불러달라고 요청하는 건 '올바른 상식'이 아니다. 분명 '여자 경찰'보다 '남자 경찰'이 힘이 세고 현장대응능력이 뛰어날 수는 있다. 그러나 '모든' 남자 경찰이 여자 경찰보다 우수하지는 않다는 점에서 '뛰어난 경찰'과 '무능한 경찰'은 '실력차이'에서 오는 것이지 '남녀차이'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상식'일 수밖에 없단 말이다. 이를 모든 직업군으로 확대해서 살펴보면 얼른 이해가 될 것이다. '올바른 상식'이 무엇이고, 올바르지 못한 상식을 떠벌리는 종자들이 거의 대부분 '비이성적인 인격자'이거나 '전근대적인 낡은 사고방식의 소유자'라는 사실을 알 게 될 것이다.

 

  이 책의 제목이 <하루의 반을 일하는데 재미가 없으면 어떡하지>다.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인데 '여자'라는 편견에 빠진 비상식적인 사고를 소유한 몰상식한 이들의 '말 한마디'로 기분을 잡치는 경우가 아직도 많다. 화재가 나서 불이 자기가 있는 곳으로 덮치는 찰나에 자기를 구해주러 온 소방관이 '여자'라는 이유로 "재수없다. 빨리 가서 '남자' 소방관을 불러오라"고 말할 셈인가? 이제는 대한민국 '여자' 대표팀이 우승컵을 거머쥐고 승리하면 박수와 환호를 아끼지 않는 당신이지 않은가 말이다. 우리 사회의 잘못된 편견은 하루 빨리 없애야 마땅하다. 당신의 엄마, 아내, 그리고 딸을 응원하듯 세상의 모든 '여성'에게 힘이 되어주길 바란다.

 

한빛비즈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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