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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조영웅전 7 - 사부들의 죽음
김용 지음, 김용소설번역연구회 옮김, 이지청 그림 / 김영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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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y Review MDCCLIX / 김영사 29번째 리뷰] 제 7권에서는 기다리고 기다리던 '남제 단황야(단지흥, 일등대사)'가 본격 등장을 하지만, 그의 등장은 곧이어 벌어진 '강남칠괴(곽정의 사부들)' 가운데 '강남오괴의 죽음'으로 인해 바로 묻혀버리고 만다. <사조영웅전>에서 '강남칠괴'는 별볼일 없는 무공을 지닌 인물로 등장해서 '동사서독 남제북개 중신통'에 비해 비중이 높지는 않지만 줄거리 전체 분량에서 1/4을 차지할 뿐만 아니라 주인공인 '곽정과 황용'의 분량 다음으로 가장 많이 등장하며, 이야기의 시작과 끝을 장식할 정도로 비중 높게 다뤄진다. 도대체 왜 이렇게 중요하게 다루는 것일까?

  <사조영웅전>의 시대적 배경은 중국 한족이 세운 나라인 '송나라(960~1279)' 시대다. 송의 시조는 '조광윤'이며 당나라의 멸망으로 '5대10국'으로 분열되었던 중국대륙의 혼란을 정리한 강력한 나라이기도 했다. 조광윤은 후주(後周)의 어질고 뛰어난 임금이었던 세종이 죽자 군 직책인 부장을 맡았던 조광윤이 근위병의 추대를 받아 천자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다. 그렇게 대륙을 통일한 뒤 송나라를 건국한 뒤에는 문관을 우대하는 '문치주의'를 실시하며 혼란스러웠던 정국을 빠르게 안정시키는데 공헌을 했다. 쉽게 말하면 '지방군'을 해체시켜 '중앙군'에 집중시켜 반란을 도모할 수 없게 만들어 나라를 안정시켰단 말이다. 그리고 각 지방의 장군이었던 세력들을 '글 공부하는 서생(사대부)'로 만들고, '과거시험'을 통해 중앙 관료로 취직시킬 수 있게 만들어 지방반란을 '원천차단'하는 동시에 학문을 권장하고 발달시켜 '인재'를 두루 키워내는 효과를 톡톡히 보았다. 하지만 그로 인해 변방(국경지대)의 군사력이 취약해지며 '북방세력(거란, 여진, 몽골)'이 차례차례 송나라의 국경을 넘보기 시작했고, 그 시작은 거란침략으로 인해 '연운16주(황하 북쪽 지류)'를 빼앗기는 치욕을 당하게 되었다. 이후 '요나라'로 성장한 거란은 송나라의 반격과 고려침공 실패, 여진족의 성장으로 인해 멸망하였고, 뒤를 이어 여진족이 급팽창을 하며 급기야 송나라를 '남송'으로 밀어내는 기염을 토했다. <사조영웅전>은 이러한 '금나라의 팽창과 몽골의 성장'을 시대배경으로 삼고 있으며, 주요등장인물은 주로 '남송시대의 한족'으로 삼아 송 휘종과 흠종이 금나라 군사에게 붙잡히며 '북송'을 멸망에 이르게 했던 '정강의 치욕'을 되갚아주겠다는 애국적(?) 거사를 주요 담론으로 삼았다.

  이렇게 탄생한 애국지사가 바로 '곽소천'과 '양철심'이고, 두 사람의 아들은 각각 '정강의 치욕'을 잊지 말자는 의미에서 '곽정'과 '양강'이 되었다. 허나 곽정은 온갖 고난을 극복하며 충효를 아는 '우국지사'로 성장하지만, 양강은 충성은 고사하고 애비애미의 죽음도 외면하는 불효자로 등장해서 끝내 나라를 배신하는 '금나라의 왕세자'가 되길 희망한다. 그러나 이런 평가는 송나라의 충신들이 내린 평가를 '무비판적'으로 답습했다는 점에서 고루하다 하겠다. 애초에 곽소천과 양철심은 망해가는 나라에 충성을 다한 결과 '가난'을 면치 못했다. 그런데 양강은 금나라의 여섯째 왕자인 '완안홍열'에 의해 부귀를 한몸에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셈이다. 그래서 양강은 '선택'할 수 있었다. 가난한 친부모를 택할 것인가? 부귀한 양부를 섬길 것인가? 하고 말이다. 이는 망해가는 '송(한족)'을 선택할 것인가? 천하통일을 앞둔 '금(이민족)'을 섬길 것인가? 하는 고민과 상통한다. 양강의 선택은 '부귀'였으며, 이는 곧 '한족 출신'임에도 '이민족'을 섬기는 배신자의 길을 걷게 된 셈이다. 그러나 양강이 배신자로 낙인 찍혀야만 하는 것인가? 송을 건국한 태조 조광윤도 '후주의 장군 출신'이었으나 성공적(?)인 배신으로 영웅 대접을 받았다. 이러한 사례가 부지기수일진데, 어째서 '양강'만이 배신자라는 낙인을 받아야만 한단 말인가? 이는 '실패자'에 대한 냉혹한 잣대일 뿐이다.

  한편, <사조영웅전>의 충성스런 주인공인 곽정은 '한족 출신'임에도 몽골사막에서 태어나 테무친(칭기스칸)의 아들과 의형제를 맺고, 딸과 혼인을 약속한 부마(임금의 사위)다. 그런데도 '한족여자(황용)'와 사랑의 도피(?) 행각을 벌이다 끝내 애초의 약조를 저버리는 '매정한 인물'일 뿐이다. 그런데도 곽정을 욕하는 이들은 별로 없다. 그것은 '(이민족이 보장하는) 부귀영화'를 버리고 '(돈과 벼슬 하나 챙겨주지 않는 무능한 나라에 매달리는) 애국충정'의 길을 걷는다는 뉘앙스를 풀풀 풍기기 때문이다. 이렇듯 '송나라'는 충효를 중시하고 예법에 얽매이는 고리타분한 면모를 뿜뿜한다. 오늘날 MZ세대의 관점에서 딱히 먹히지 않을 '코드'인 셈이다. 그러나 이 소설이 등장했던 '20세기 말' 동아시아의 분위기는 대체로 이런 '짜치는 코드'가 대단히 중요했다. 비록 나라가 잘 살지 못해도, 나라가 국민에게 해준 것이 없어도 '애국심'으로 똘똘 뭉쳐서 나라발전을 위해 이 한 몸 기꺼이 헌신하는 인물이 대단히 높히 평가되곤 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가진 것이라곤 '의협', 하나뿐인 '강남칠괴'가 이를 잘 대변한다고 할 것이다.

  '강남칠괴의 죽음'을 설명하기 위해 먼 길을 돌아왔는데, 이렇게 설명하지 않고서는 <사조영웅전>의 주제를 논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곽정의 사부들 가운데서도 가장 별루인 '강남칠괴'를 곽정이 왜그리 애처로울 정도로 사모하는지도 그 까닭을 알 수 없으며, 심지어 절정의 무공고수들도 별볼일 없는 '강남칠괴의 죽음'에 그토록 애도를 표하는 것인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다시 말해, 강남칠괴는 '곽정'과 마찬가지로 부귀와 공명을 하찮게 여기는 '지사(志士: 나라와 민족을 위해 아낌없이 다 바치는 사람)'의 품위를 지녔고, 그 품위를 제자인 '곽정'에게 잘 가르쳤기에 양강처럼 '이민족'에게 알랑거리지 않는 애국지사로 거듭날 수 있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한 셈이다. 이런 평가가 오늘날의 'MZ세대'에게도 먹힐 수 있을까? 오히려 부귀공명을 택하는 '기회주의자'를 더 높이 쳐주지 않을까? 돈만 많이 벌 수 있다면 '공부' 따위도 필요없고, 어릴 적부터 '너튜브'와 '주식'에 올인해 '플렉스(돈자랑)한 삶'을 살아가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요즘 세태에 <사조영웅전>은 그저 고리타분한 옛날 소설에 불과할 것이다.

  그렇지만 나라는 이런 '돈자랑'만 쳐 지랄하는 이들에 이끌려 운영되지 않는다. 망조가 들지 않고서야 이런 벌레만도 못한 이들을 중시하지 않는단 말이다. <사조영웅전>은 바로 '양강'같은 이들을 비참하게 제거해버리고, '곽정'같은 가난을 마다하지 않는 우직한 인물이 승승장구하는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물론 '곽정'은 시대에 뒤떨어지는 캐릭터다. 더구나 '한족 코드'에 매몰된 중국인들의 '중화사상'을 대변하는 밥맛이기도 한 점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럼에도 이런 우직한 인물이 주는 매력은 끝이 없다. 우리도 '민족정신'을 내세운 위인들이 한결같이 '우국충정'하며, 부귀를 쫓아 '이민족'에 배신하지 않고 우리 겨레와 가난과 고난을 함께 했다는 이야기에 열광하지 않느냔 말이다. 물론 이런 위인들이 오늘날의 'MZ세대'들에게 크게 어필하지 못한다는 점이 안타깝긴 하지만, '나라 잃은 설움' 앞에서, '고통받는 한 민족' 앞에서 플렉스를 외치며 '나라 팔고, 민족 팔아' 돈 자랑을 끝없이 해대는 꼴통들과 '동급'으로 취급 받는다면 얘기가 달라질 것이다.

  못다한 이야기는 '마지막 편'에서 다루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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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조영웅전 6 - 전진칠자
김용 지음, 김용소설번역연구회 옮김, 이지청 그림 / 김영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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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y Review MDCCLXII / 김영사 28번째 리뷰] 앞서 <사조영웅전>의 주제는 '영웅이란 무엇인가?'라고 밝혔었다. 그런데 그 영웅은 바로 '곽정'이라는 생각이 부쩍 든다. 왜냐면 이야기가 이어가면 갈수록 '곽정의 무공'은 하루가 다르게 실력을 뛰어넘기 때문이다. 1권에서 갓 등장했을 때만해도 곽정은 머리가 아둔해서 '하나'를 가르쳐도 겨우 '하나'를 알까말까 할 정도로 심각한 둔재였다. 그나마 인성은 바른 편이어서 남을 속일 줄 모르는 순박함에, 해야 할 일을 주면 무슨 일이 있어도 해내는 성실함이 유일한 장점일 정도였다. 그런데 그 '우직함'이 바로 '영웅의 제1조건'이었던 셈이다. 모름지기 영웅이라함은 '남다른 면모'를 갖춰야 하는데, 가장 무서운 영웅이 바로 '한 우물만 파는' 집중력을 발휘해서 끝내 해내고야 마는 성향을 지닌 사람인 것이다. 곽정이 꼭 그런 사람이다. 그런데 더 무서운 것은 그렇게 '실력'을 갖추게 되자 가르쳐주지 않아서 스스로 깨우치는 경지에까지 다다르게 된 것이다. 그래서 원래 아둔한 머리였는데도 '안목'을 트는 순간부터 그간 배웠던 것들의 '이치'를 바로바로 깨우쳐서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결국은 '최고의 실력자'로 우뚝 서게 된 셈이다. 이렇게 우직하게 성취를 이룬 사람은 남을 잘 가르치지는 못해도 '자기 자신'을 수양하는데에는 더할나위 없이 최고를 지양하는 까닭에 웬만한 사람은 이런 사람 앞에서 명함도 내밀지 못하는 '진정한 능력자'가 되고 만다. 이를 두고 '영웅'이라 일컫지 않는다면 누굴 영웅이라 할 수 있겠냔 말이다.

  물론, '영웅'이 제 실력만 갖춘다고 해서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갖춘 뛰어난 능력을 오직 '자기 자신'만을 위해서 쓴다면 어찌 영웅이라 부를 수 있겠는가. 그런데 곽정은 그 능력을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해서 아낌없이 쓴다. 가깝게는 자신을 길러준 부모와 사부님들을 위해서 '보은'을 하고, 진정한 사랑인 '황용'을 위해서 타는 불속, 끓는 물속이라도 뛰어들기를 망설이지 않고, 나아가 조국의 안위와 백성들의 안녕을 위해서 제 한 목숨을 아낌없이 내놓으니, 곽정을 '영웅'이라 부르지 않는 것이 어색할 지경이다. 그렇기에 <사조영웅전>의 '영웅 후보'로 곽정을 꼽는 것은 당연지사일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곽정은 10대 소년에 불과하니 좀더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다른 영웅 후보들도 비교하면서 생각해봐야 하겠다.

  6권의 주된 줄거리는 '황용'이 개방파의 방주가 된 사연이다. 앞선 이야기는 홍칠공이 구양봉에게 독수를 당해 무공을 모두 잃게 되었는데, 그 때문에 황용에게 방주의 상징인 '녹죽봉'을 건내주며 대대로 오직 방주에게만 전하는 '타구봉법'이란 무공을 전수해주며 개방파를 부탁한다. 그뒤에 곽정과 황용은 주백통을 만나 홍칠공과 함께 섬(명하도)에서 탈출하여 황궁으로 향하는데, 목숨이 경각에 다달은 홍칠공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서다. 그 소원이란 황궁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음식을 먹어보는 것이었는데, 마침맞게 <무목유서>의 행방을 쫓던 완안홍열 일행과 마주치게 되면서 곽정이 큰 부상을 입게 된다. 그래서 <구음진경> 속에 적혀 있던 치료법을 이용해 다친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둘만의 공간'에서 7일낮 7일밤 동안 치료에 전념하게 되는데, 그 사이에 온갖 등장인물들이 나타나 '곽정'을 찾아헤매는 장면이 연출되며 이야기를 급반전 시켜버리게 된다.

  어찌어찌 곽정이 무사히 부상치료를 마치고서 '거지들의 집회'에 참여하기 위해 곽정과 황용은 악양으로 향했다. 그런데 이제 막 '새로운 방주'를 뽑는 행사가 치뤄질 상황에서 곽정과 황용은 정신을 잃고 쓰려져 버리게 된다. 그 사이에 황용이 잃어버린 '녹죽봉'을 차지한 양강이 새로운 방주로 오르게 되고, 마침맞게 개방의 모임에 참석한 '철장방의 방주' 구천인이 등장해서 금나라를 위해 개방의 힘이 필요하다는 요구를 하자 양강은 덜컥 수락하고 만 것이다. 송나라의 북쪽 지역을 금나라에 쉬이 빼앗기고도, 금나라가 남송까지 병력을 밀고 내려가지 못하는 까닭이 금나라에 남아 있던 '(한족)거지들'이 수시로 방해를 한 덕분이었는데, 그런 개방이 졸지에 '금나라의 앞잡이'가 되어 방주가 앞장 서서 송나라의 멸망을 위해 힘을 쓰겠다고 하니 수많은 거지들이 어리둥절해하기도 하고, 분노에 치를 떨기도 하였던 것이다. 이런 어지러움을 틈타 황용은 실력을 발휘하여 양강에게 빼앗겼던 '녹죽봉'도 되찾고 개방의 4대장로와 무공실력을 겨루면서 진정한 '개방의 방주'로 인정받게 된다. 거지들도 처음에서 예쁘장하게 생긴 10대 소녀가 방주라고 주장하는 말을 믿지 못했지만, 방주에게만 전해진다는 '타구봉법'을 시전하는 황용을 보면서 새로운 방주로 인정하게 된다.

  이로써 곽정과 황용은 각각 <구음진경>을 익힌 절정의 고수로 거듭나고, 천하의 거지들의 우두머리가 되어 '진충보국'의 기치를 들어 구국의 영웅으로 한발짝 다가 서게 된다. 그런데 그만 황용이 철장방의 방주 구천인의 철장에 맞아 '3일 안에 목숨'을 잃게 되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겪게 되고, 곽정은 황용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남제'를 찾아나서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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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고양이 1 고양이 시리즈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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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y Review MDCCLX / 열린책들 10번째 리뷰] 아직 베르나르의 책을 모두 섭렵하지는 못했지만 다시 읽어보려 한다. 그의 대표작인 <개미>도 아직 읽어보지 않았기에 이번 기회에 접해보려고 한다. 그에 앞서 <고양이>, <문명>, <행성>을 연이어 도전하련다. 예전에 <고양이>를 접해보긴 했지만, '후속작'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고양이>도 다 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읽지 않은 이유는 별로 재미가 없었기 때문인데...초반에는 '암고양이의 잘난 척'만 한가득이었고, 나는 그런 고양이가 그닥 매력적(난 강아지를 더 좋아한다)으로 다가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고양이>의 '뒷이야기'가 내 예상과는 사뭇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래서 다시 처음부터 읽게 된 것이다. 참, 미리 말하지만, 난 '베르나르 골수팬'도 아니다. 아직 <개미>도 읽지 않은 것도 그 때문이다.

  암튼, <고양이>에는 호기심 많은 암고양이가 등장한다. 특히 '종간 대화'를 꿈꾸는 발칙한 고양이다. 그리고 '인간 집사'를 자기가 기르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기도 하다. 고작 '반려동물' 주제에 인간을 하찮게 여기고, 서로 다른 종끼리도 '(고양이 중심의) 대화'를 할 수 있다고 믿는 고양이라니...이런 내용이 뒤에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 여겨서 2권을 읽지도 않고 '재미 없는 책' 목록에 올려놔버렸던 것이다. 그런데 '뒷이야기'를 대략 살펴보니, 인간이 하찮게 보일 수밖에 없는 까닭이 있었다. 고양이의 눈에 비친 인간들의 행태(?)라는 것이 '시위'에서 '내전'으로 번지더니, 급기야 '전쟁'을 벌이며 스스로 절멸해버리는 선택을 하는 어리석은 종족으로 그려졌기 때문이다. 인간들이 벌이는 갈등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나타나지 않았다. 다시 말해 '전쟁'의 원인이 무엇인지 알려지지 않은 상태로 인류는 스스로 무덤을 파는 끔찍한 전쟁을 일삼더니, 끝내 스스로 건설한 '문명'조차 말살해버리고 절멸해버린 것이다. 물론 '뒷이야기'다.

  <고양이 1권>에서는 고양이와 인류가 함께 한 역사에 대해서 주로 서술하였다. 애초에 인간은 고양이 '없이'는 살 수 없다는 뭐 그런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그도 그럴 것이 인간이 농경생활을 하면서 애써 가꾼 곡식을 축내는 '쥐떼의 공격'에 항시 노출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쥐벼룩'으로 인해서 인류를 초토화시켜버린 질병 '페스트'를 종식시키는데에도 '고양이'란 존재가 꼭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렇게나 소중한 고양이를 인간들은 '악마화'시키며 함부로 죽이는 짓도 서슴지 않았다는데, 이 책의 주인공인 '바스테트(이집트 신화에 등장하는 고양이 모습을 한 여신의 이름)'가 경악을 하는 장면이 계속 나온다.

  작가인 베르나르는 왜 이런 식으로 서술을 했던 것일까? 아무래도 '고양이'를 무척 좋았했을 것이 틀림없다. 그리고 '지구 종말'을 앞당기지 못해 안달복달하는 인류의 어리석음에 크게 실망했던 모양이다. 이 둘이 결합을 하니 '고양이'가 인간을 하찮게 보는 뉘앙스로 서사를 진행시켰을 것이다. 일면 공감되는 바다. 지구상에 살고 있는 생명체 가운데 '동족살해'를 서슴지 않고 하는 유일한 종이 바로 '인간'이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하나 뿐인 지구'를 소중히 여기기는커녕 어떤 생명체도 살지 못하도록 황폐하게 파괴하는데 앞장 서고 있으니, 정말 어리석기 그지 없다. 여기까지 '공감'을 하게 되면 '피타고라스(샴고양이)'와 '바스테트'가 나누는 대화도 십분 공감할 수 있게 되었다.

  고양이끼리 나눈 대화가 무에 그리 대단할까 싶지만, '피타고라스'라는 숫고양이는 '제3의눈'이라는 장치를 통해 컴퓨터 인터넷망과 접속을 할 수 있고, 그렇게 접속을 하면서 '인류의 지혜'를 터득한 고양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낱 고양이 주제에 인간보다 더욱 인간다운 '고양이'가 되었다. 이렇게 똑똑한 고양이를 사랑하게 된 '바스테트'는 그를 통해서 온갖 지식을 배우게 되고, 그렇게 배운 지식을 활용해서 인간이 망가뜨린 지구를 구해낸다는 서사를 그려냈다. 물론 <고양이>에서 이어지는 '후속작'의 줄거리다. 그렇기에 본격적인 이야기는 <고양이 2권>에서 다루려 한다.

  그건 그렇고, 왜 주인공이 '암컷'일까? 베르나르는 인간이 지니고 있는 '성욕구'에 있어 남성보다 여성이 훨씬 더 우월하다는 견해를 가진 듯 싶다. 그의 작품 <타나토노트>에서도 영계에서 환생 보너스를 받는 마지막 장면에서 '성별'을 선택할 수 있었는데, 주인공은 남성의 삶을 선택하지 않고 여성의 삶을 택했다. 까닭은 '성적 쾌감'이 남성에 비해 여성이 훨씬 더 높다면서 말이다. 차라리 남성의 삶은 살아봤으니 여성의 삶을 살아보겠다고 했으면 깊이 공감했으련만, 왜 '쾌감'을 언급했던 것일까? 혹시 베르나르는 '성적 불만족'을 겪고 있는 건 아닐런지 합리적인 의심을 해본다. 어쨌든 남성보다 여성의 삶이 훨씬 더 낫다는 근거를 '제대로' 설득하지 못한 베르나르의 작품은 앞으로도 깊이 공감대를 끌어내지 못할 듯 싶어 아쉽다. 혹시나 <개미>에서도 별볼일 없는 수캐미를 통해 '짜친 남성의 삶'을 비유적으로 그려낸 것은 아닌지...만약 그렇다면, 도대체 왜 베르나르의 소설이 유독 한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할 것 같다. 암튼 '전작'을 좀 읽어본 뒤에 결론을 내려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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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조영웅전 5 - 악비의 유서
김용 지음, 김용소설번역연구회 옮김, 이지청 그림 / 김영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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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y Review MDCCLVIII / 김영사 27번째 리뷰] 5권 줄거리의 핵심은 남송의 명장 악비가 남겼다는 '무목유서'의 행방이다. 이 '무목유서'는 김용 무협 3부작인 <사조영웅전>과 <신조협려>, 그리고 <의천도룡기>까지 모든 이야기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기 때문에 알아두면 유용하다. 허나 '무목유서'는 실존하는 책은 아니다. '정충보국(精忠報國 : 사사로운 감정 없이 한결같은 마음으로 나라의 은혜를 갚다)'는 글자를 등에 새기고 전투에 임했다는 '무목 악비'라면 아마도 그런 책을 남기지 않았을까 싶어 글쓴이가 '가상'으로 만든 아이템이다.


  거두절미하고, 결국 '무목유서'는 곽정이 갖게 된다. 그리고 금나라에 맞서 싸운다. 이는 <신조협려>에서도 마찬가지이며, <의천도룡기>에서는 남송도, 금나라도 멸망했기 때문에 원나라에 의해 멸시 당하는 한인들이 훗날 명나라를 세운다는 '역사적 흐름'에 발맞춰 '무목유서'가 유용하게 쓰여진다. 그렇다면 '무목유서의 등장'은 바로 한인들의 '애국심 고취'를 위해서 만들어놓은 것일테다. 아무리 '절대고수'라 하더라도 '군대'를 상대로 싸워서 이길 수는 없는 법이다. 그런데 역사적으로 '남송'이 멸망할 때까지 송나라 군대를 이끌고 혁혁한 공을 세운 장군은 '악비'가 유일하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래서 <사조영웅전>에서도 무림고수를 등장시켜 '금나라'를 무던히도 괴롭히지만, 결국 금나라가 망한 것은 '몽골부족'을 통일한 테무친, 즉 '칭기즈칸'에 의해서다. 남송은 칭기즈칸에게 숟가락만 얻어서 '금나라'를 멸망시키는데 일조하지만, 결국 칭기즈칸에 의해 남송도 풍전등화의 신세가 되고 만다. 그러다 <신조협려>에서 쿠빌라이칸에게 남송이 멸망하게 되는데...그건 나중의 이야기다.

  4권에서 곽정과 황용은 혼약을 하게 되지만, 주백통 때문에 산통이 깨지고 만다. 딸의 혼약이 이루어지며 우여곡절 끝에 곽정을 사위로 맞아들였지만, 곽정의 의형이 된 주백통이 자신도 모르게 '구음진경'을 익혀버린 탓에 천하오절보다 더 강한 '절대고수'가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황약사도 어쩔 수 없이 주백통을 도화도에 더 묶어두지 못하고 풀어주게 되는데, 하필 '황약사의 호의'를 주백통이 무시(?)하고 '꽃배'를 선택하고 만 것이다. 이 '꽃배'는 겉모습은 화려하고 아름답지만 사실은 배바닥을 허술하게 만들어서 바다에 몰고 나가면 반드시 침몰하고마는 '죽음의 배'였던 것이다. 그런데 그런 배를 주백통이 '도화도 탈출용'으로 선택하고 말았으니, 육지에 도착하기도 전에 죽을 운명을 스스로 선택한 셈이다. 그런데 황약사도 순순히 이실직고를 하며 그 '꽃배'에 타지 못하게 했으면 좋았으련만, 그 배가 '자신의 처(황용의 어머니)'와 관련된 사연이 있는 배였던지라 차마 그 속내를 주절주절 이야기하기 싫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 '꽃배'애 주백통과 홍칠공, 곽정까지 모두 태워 내보냈는데, 그만 바다 한가운데서 침몰해버리고 만 것이다.

  그렇게 5권은 시작부터 바다에서 허우적거리는 '무림고수들'이 등장한다. 어찌어찌 먼저 도화도를 떠난 '구양봉의 배'에 의해 세 사람은 구조되지만, 뱃전에 오르자마자 티격태격 싸움을 벌이더니 '곽정 일행'과 '구양봉 일행' 모두 바다에 빠져버리게 되고, 마침맞게 곽정을 구하기 위해 배를 몰고 왔던 '황용'도 그 싸움에 휘말려서 일행들은 모두 '외딴섬'에 표류하고 만다. 주백통만 빼고 말이다. 그렇게 '섬 생활'을 함께 하던 와중에 홍칠공과 곽정, 그리고 황용은 '구음진경'을 연마해서 무공이 상당히 높아졌고, 이를 탐한 '구양봉'은 세 사람을 계속 괴롭히게 된다. 이미 바다에 빠진 곽정 일행을 구조하는 과정에서 '구음진경'을 탈취한 구양봉은 아직 자신조차 수련하지 못했지만, 날로 무공이 높아지는 세 사람을 보고서 죽일 결심을 했기 때문이다. 까닭인 즉슨, '구음진경'을 외우고 있는 곽정과 이를 익힌 황용과 홍칠공을 죽이기만 한다면 '구음진경 필사본'을 갖고 있는 자신만이 '구음진경'의 무공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에 미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나쁜 맘을 먹은 탓에 구양봉의 조카인 '구양극'은 커다란 바윗돌에 두 다리가 깔려서 망가져버리는 불우한 일을 당하고 만다. 사실 조카라고 알려져 있지만 몰래 형수와 사통해서 낳은 '친아들'이었다. 어찌어찌 뗏목을 만들어서 섬을 탈출하지만, 홍칠공은 구양봉의 독수에 의해 '독사의 독'에 중독되었고, 간신히 목숨은 건졌지만 끝내 무공을 모두 잃어버리고 만다. 다행히 '구음진경' 속에 치료법이 있었으나 너무 늦게 알아내었기에 홍칠공은 무공을 되살리지 못하고 만다. 그래서 자신의 뒤를 이어 황용에게 '타구봉법'을 전수해주며 '개방의 방주' 자리를 물려주게 된다.

  한편, 자신의 딸이 곽정을 구하러 도화도를 빠져나갔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챈 황약사는 딸을 찾기 위해 배를 몰고 나갔지만 찾지 못했다. 그러다 바다 위에서 우연히 만난 '완안홍열 일행'과 마주치며 '황용'이 죽었다는 소식을 전해 듣는다. 사실 이는 '거짓말'이었지만 처음 만난 이들에게서 '거짓말'을 듣게 되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 황약사는 딸의 죽음이 '곽정' 탓이라는 억지를 부리게 되었고, 곽정이 이미 죽었다(거짓말)니 그의 스승인 '강남육괴'를 죽여서 분풀이라도 해야 겠다며 떠나버린다. 이 사실을 모르는 곽정 일행은 홍칠공의 마지막 유언을 들어주기 위해 '황궁'으로 숨어들어간다. 황궁주방에서만 만든다는 '음식(원앙오진회)'을 훔쳐먹기 위해선데, 마침맞게 '무목유서'를 찾으러 황궁에 몰래 숨어든 완안홍열 일행과 마주치며 싸움을 벌이게 되었고, 곽정 혼자서 악전고투를 벌이다가 '완안강(양강)'의 배신으로 곽정은 옆구리에 비수가 꽂힌 채 큰 부상을 입고 만다. 그리고 곽정을 살리기 위해서 또다시 '구음진경'에 수록된 '치료법'을 시행하다가 황약사를 우연히 만나게 되는데...

  김용의 소설 가운데 <사조영웅전>이 제법 등장인물이 많은 편이다. 그러다보니 줄거리가 매끄럽게 진행되지 않고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 자주 전개되면서 약간의 식상함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어릴 적에 읽을 때에도 <사조영웅전>은 다른 소설에 비해서 손이 덜 가기도 했다. 그럼에도 '곽정과 황용'이라는 두 캐릭터의 매력이 담뿍 들어 있기 때문에 <사조영웅전>을 읽지 않고서 김용의 다른 작품을 논할 수 없을 정도다. 그럼에도 너무 많은 등장인물 때문에 눈이 돌아갈 수도 있으니, '떼거리'로 묶어서 이해를 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일단 '곽정'을 주축으로 한 '강남칠괴', '전진칠자와 그 제자들과 주백통'으로 묶을 수 있고, '황용'을 주축으로 한 '도화도 문파(황약사, 진현풍, 매초풍, 육승풍, 곡영풍)와 자식들'을 묶을 수 있으며, '완안홍열과 그 떨거지들(구양극, 사통천, 후통해, 양자옹, 평련호, 영지상인, 그리고 완안강)'로 묶어버리며, '천하오절'에 속하는 동사 황약사, 서독 구양봉, 북개 홍칠공, 그리고 이미 죽은 중신통과 아직 등장 못한 남제를 한데 묶어버리고서 이야기 흐름을 따라가다보면, 이런 '묶음들'이 세트로 함께 등장해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고 보면 보다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그리고 <사조영웅전>의 초반과 후반에만 등장하는 '칭기즈칸과 몽골친구들'이 등장할 텐데, 이들은 '곽정'과 늘 함께 등장하니 그리 낯설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한 번 이야기가 전개되면 '십여 명'이 함께 등장해서 줄거리를 이어나가기 일쑤라서 여전히 혼란스럽기 그지 없을 수밖에 없다. 그럴 땐 어김없이 '곽정과 황용'이 주축이 되어 있으니 너무 이야기가 번잡스러워진다 싶으면 '곽 앤 황'에게만 집중해도 무방하다. 그렇게 두세 번 탐독하다보면 어느 정도 적응하면서 '묶음세트'도 하나씩 풀어헤치며 혼란스러움을 극복하고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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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12가지 원칙 - 불안한 영혼을 위한 랄프 왈도 에머슨의 내면 수업
마크 마토우세크 지음, 이지예 옮김, 랄프 왈도 에머슨 원전 / 한빛비즈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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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y Review MDCCLVII / 한빛비즈 144번째 리뷰] 19세기 초 미국 독립사상가이자 '개척정신의 선구자'인 애머슨은 니체가 말한 '초인(위버맨쉬)'의 원형을 제시한 것으로 유명하고, 소로가 쓴 <월든>의 기초를 제공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럼에도 우리에게 랄프 왈도 애머슨은 낯설기만 하다. 그가 썼다는 <자기신뢰>라는 책이 미국과는 달리 우리에게 그닥 익숙한 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의 책을 고대 그리스로마 철학의 한 학파인 '스토아 철학'에서 유래되었다고 이야기한다면 달라질 것이다. 스토아의 정신이 '자연의 법칙'에 순응하며 '덕', '의무', '공동선'을 강조하였다는 점을 떠올린다면 '애머슨의 12가지 원칙'도 어렵게 다가오지 않을 것이다.

  스토아 학파는 헬레니즘 시대에 '제논'에 의해서 창시되었다. 아킬레우스와 거북이의 달리기 경주를 떠올리게 하는 '역설'의 입담꾼 '제논'과는 이름만 같을 뿐이다. 제논이 만든 스토아 철학은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윤리적인 물음으로 시작한다. 이 물음은 자연스레 '믿고 의지할' 무엇이 사라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불안에 떨게 되었기 때문이다. 바로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드로스가 드넓은 땅을 정복하며 곳곳에 자신의 이름을 딴 도시를 건설하며 '그리스의 위대함'을 세상에 알렸으나, 그가 33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요절하면서 그가 만든 제국은 곧바로 분열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급변하는 정세 속에서 사람들의 '세계관(코스모폴리탄: 세계시민)'도 덩달아 허물어지게 되었다. 이렇게 혼란스런 시대에는 '진리탐구' 대신에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서 더 많은 고민을 하기 마련이다. 그렇게 에피쿠로스의 '쾌락주의', 디오게네스의 '견유학파'가 유행할 즈음에 제논의 '스토아 학파'도 탄생하게 되었다. 그는 고대 그리스 '소크라테스의 가르침'에 심취하며, 올바른 도덕철학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그가 가르친 장소가 '긴 복도를 따라 기둥이 늘어선 회랑(스토아 포이킬레)'이었기 때문에 '스토아 학파'라고 이름 붙여진 것이다. 그리고 믿고 의지할 것 없는 혼란한 세상을 바로 세울 수 있는 유일한 가치는 '덕'이라고 보았고, 그 '덕'을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자연의 법칙에 순응하는 삶(섭리)'이었다. 제논은 만물을 구성하고 변화시키는 원천을 '불'이라 설명하면서(유물론), 이것이 우주와 세계에 '조화'와 '법칙'을 구성하는 근본적인 힘이라 믿었단다.

  이러한 '조화와 법칙'으로 만물을 설명하려는 스토아 학파를 미국적인 것(개척정신)과 절충하여 쓴 저서가 바로 <자기신뢰>라는 책이다. 그리고 이 책의 영향을 받은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월든>을 써서 '자연속에 순응하며 사는 삶'의 고귀함을 선보였고, 부당한 것에 마땅히 '저항'하는 도덕으로 올바른 세상을 만들려고 하였다. 한편 프리드리히 니체는 그의 저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초인(위버맨쉬)'의 영감을 얻었고, '신은 죽었다'고 주장한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스토아 학파'는 유물론적인 사상이었기 때문에 중세시대처럼 맹목적으로 믿고 따르는 '신'은 필요없다고 말한 것이다. 그보다는 '도덕정신'에 입각한 올곧은 신념(?)만이 우리가 사는 세상을 빛내줄 것이라며, 그러한 신념을 가진 '초인'은 어디에서 찾아와 혼란한 시대에 좌절과 절망에 빠진 당신을 구원하러 오는 것이 아니라 '당신 스스로' 초인이 되어 '스스로' 좌절과 절망을 이겨내는 것이라고 설명한 것이다.

  이 책 <인생의 12가지 원칙>도 그런 '애머슨의 정신'에 입각해서 쓰여진 책이다. 마치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것처럼 자기 내면에서 그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는 '위대한 정신'을 끌어낼 수 있는 방법을 선보여주었다. 가장 핵심적인 사상은 바로 '덕의 깨달음'이다. 당신 자신에게서 찾을 수 있는 '거인'을 꺼낼 수만 있다면, 당신이 어디에 있든 그 '거인'이 늘 당신과 함께 한다는 사실만 깨닫게 된다면, 당신은 뭐든 될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명료한 진실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명심해야 할 것은 그 거인은 '착하다'는 사실이다. 자기 자신에게 뿐만 아니라 온 인류에게 무한한 이익을 선사할 정도로 '순수한 덕'이 그 거인의 핵심이다. 그러면 나머지 '원칙'들도 자연스럽게 이해가 되고 저절로 통하게 될 것이다.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는 대단히 '혼란스런 시대'를 살고 있다. 정치는 갈 길을 잃고 갈팡질팡하고 있으며, 경제는 세계 어디에서든 '불안정'하며, 이렇게 혼란스런 상황에서 우리는 진정 '믿고 의지할' 무엇이 무엇인지 몰라 헤매고 있을 따름이다. 이럴 때 '절대 신'과 같이 맹목적으로 믿고 따를 만한 대상이 등장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지 모르겠으나,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가 '중세시대'처럼 맹목적인 믿음으로 위기를 타파해나갈 수 있겠느냔 말이다. 그렇게 믿을만 한 신이 없다면 우리가 그간 '옳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도덕적 올바름'을 다시금 되새길 필요가 있다. 나 자신만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모두'를 위해서 기꺼이 자신조차 희생할 수 있는 '옳음' 말이다. 물론 한사람 한사람의 믿음은 큰 힘을 발휘할 턱이 없다. 하지만 나에게 주어진 방패(능력)를 내 옆사람을 지켜주는데 쓰고서, 나 자신의 몸을 지키는 방패는 '내 옆사람'을 믿음으로서 빌릴 수 있다면, 우리가 사는 사회는 쬐끔 더 '감동적'이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믿음(신뢰)을 바탕으로 더 나은 '올바름'을 추구하게 된다면, 너나 할 것 없이 우리 모두가 그렇게 '믿고 의지할 수 있을' 무엇을 갖추게 된다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더 나아질 것이 틀림없다.

  그렇기에 '자기신뢰'는 기본이다. 나를 믿고 의지할 만한 사람으로 만든 다음, 그 믿음을 주위에 퍼뜨리며 더 많은 사람들에게 '자기신뢰'를 쌓아나가게 만든다면 우리가 사는 사회는 반드시 살기 좋은 세상이 될 것이다. 그렇게 우리가 직면한 문제를 '자기신뢰'로 마주하게 된다면 어떤 어려운 문제라도 풀어낼 수 있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게 된다. 그렇게 '자기인생'을 개척해나가면 '더 많은 인생'도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아주 '긍정적인 힘'으로 말이다. 이 책 <인생의 12가지 원칙>은 그런 애머슨의 '믿음'을 쉽게 풀어서 쓴 책이기도 하다. 이제 당신의 인생을 빛나게 해줄 차례다. 선한 영향력으로 온 세상을 밝게 물들이길 바란다.

한빛비즈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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