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므로 고양이와 사는 반려인으로서 제주의 시골에 산다는 건, 길 어디서나 자유로운 바깥 고양이들과 마주한다는 의미고, 그럴 때마다 내 고양이의 자유와 행복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는 의미다. 섬의 고양이들이 누리는 자유가 촉발시킨 생각이지만,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 자체가 그런 것 같다. 깊이 사랑하면, 상대의 자유에 대해 생각하게된다. 그리고 그 생각은 내 사랑의 기만적인 부분을 드러내고 의심할 바 없던 것들을 의문에 붙이고 당연하다고 가정해온 일들을 뒤엎어버린다. 동물을 사랑하는 일이라면 말할 것도 없지. 개와 고양이를 사랑하고서야, 끝을 모르는 자기중심성을 아주 조금 반성하는 존재가 바로 인간이란 생각을 했다. - P87

나 역시 혼자 달리는 것에 익숙한 사람이었다. 그래서인지 결혼 후에도 누군가와 발맞춰 걷는 것이 무척 어려웠다. 서로 가고 싶은 방향이 다를 때도 있었고한 쪽의 속도가 너무 빠르거나 느릴 때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부딪쳤다. 한때는 그와 내 생각이 모두 같아야 하고, 다르거나 싸우는 것은 둘이 맞지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모든 관계는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고 그것은 서로 다르기 때문이라는 것을 안다. 우리는 그저 상대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하고 배려하며, 또 부딪치더라도 서로 위로하며 살아가야 한다. - P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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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코니에 선 남자 마르틴 베크 시리즈 3
마이 셰발.페르 발뢰 지음, 김명남 옮김 / 엘릭시르 / 2017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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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권보다 3권이 더 좋네. 무릇 인생이란 노력과 실패가 쌓이다가 우연과 기회를 만나 성취하는 것임을.. 그 우연을 만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해야 하는지.. 심지어 경찰의 사건 해결이라는 것도 경찰의 야근과 피곤과 회의와 단속과 심문이 우연을 만나야 이루어진다. 4권도 빌려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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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2-07-29 18:4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햇살님은 순서대로 읽고 계신가봅니다^^* 저는 표지,제목보고 끌리는대로요ㅎㅎ이 책은 아직 구매하지 않았는데 재밌을것같네요!

햇살과함께 2022-07-29 21:03   좋아요 2 | URL
순서 강박 있어서 ㅎㅎ 4권도 도서관 상호대차 신청했어요~ 4권도 재밌으면 계속 읽으려고요~

scott 2022-07-29 23: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마틴 베르크 시리즈 넘좋아서 두개 언어판 소장 했다가
밀레니엄 시리즈 라르손 책 읽고
스웨덴말 배울 뻔함요🙊

햇살과함께 2022-07-30 09:04   좋아요 1 | URL
아니 scott님 그렇게 극찬하시면 안읽을 수가 없네요 또 도서관 검색 들어갑니다 ㅋ
읽을 책 너무 많아 큰일이네요..
 

남자는 다시 접이의자에 앉아 멍하니 커피를 저었다. 커피는 식어 있었다. 남자는 꼼짝 않고 앉아서, 사방에서 도시가 깨어나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도시는 내키지 않는 듯 우물쭈물 깨어났다. - P20

"아이의 이름은 에바입니다. 누가 가서………… 당신이 가보는게 좋겠습니다. 당장. 아이 엄마가 불쾌한 방식으로 이 사실을알기 전에 말입니다."
"이대로도 충분히 불쾌한 일입니다." 콜베리는 한숨을 쉬었다.
경감은 진지하게 콜베리를 응시했지만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좌우간 이건 그쪽 구역 일 아닙니까." 콜베리는 투덜거리면서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말했다.
"좋아요, 좋아요. 내가 가겠습니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니까요."
콜베리는 문간에서 몸을 돌려 한마디 덧붙였다.
"경찰에 일손이 달리는 건 놀랄 일이 아닙니다. 미치지 않고서야 누가 경찰이 되려고 하겠습니까." - P61

과거에도 이와 비슷한 일들을 울며 겨자 먹기로 한 적이 있었지만, 지금 이것은 어린아이의 일이다 보니 어느 때보다 고된 시련이었다. 마르틴이 있으면 좋을 텐데, 콜베리는 생각했다. 마르틴은 이런 일을 나보다 훨씬 잘한단 말이야. 그러다가 마르틴 베크가 이런 상황에서 늘 한없이 침울해 보였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그러자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하, 누가 떠맡든 이건 힘겨운 일인가 보군. - P62

콜베리는 바나디스 공원으로 걸어 돌아가면서 땀에 흠뻑 젖었다. 가파른 경사 탓도, 비온 뒤 습한 열기 탓도 아니었다. 비만에 가까운 몸매 탓도 아니었다. 그 탓이 없지는 않겠지만, 온전히 그 때문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이 사건에 참여한 사람들이 다들 그렇듯이, 콜베리는 수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녹초가 된 기분이었다. 그는 범행의 역겨움을 생각했다. 아무런 의미를 찾아볼 수 없는 사건 때문에 치명상을 입은 사람들을 생각했다. 그는 과거에도 이런 것을 모두 겪어보았다. 정확하게 몇 번이나 겪었는지 바로 대답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겪었다. 그렇기에 이 수사가 더없이 끔찍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잘 알았다. 더없이 까다로울 수 있다는 것도. - P68

"안 내보내시는 게 낫습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부모도 있겠죠. 부모 말을 고분고분 듣지 않는 아이도 많고요."
"안타깝게도 그렇지요."
두 사람은 한마디 말 없이 승강기로 내려왔다. 한마디 말 없이 차를 몰아 시내로 돌아왔다. 두 사람은 자신들의 무력함과 자신들이 보호해야 하는 사회에 대한 이중적인 감정을 똑같이 느끼고 있었다. - P127

여자는 일어나서 걸어갔다. 그러나 문간에서 멈추더니 차갑고 냉정한 눈으로 군발드 라르손과 마르틴 베크를 응시했다. 보나마나 두 사람은 여자의 환심을 얻는 데 실패한 것 같았다. 우리는 기본적인 심리 교육을 잘못 받은 게 분명해, 마르틴 베크는 속으로 생각했다. - P138

평범한 상상력에 평범한 유머 감각을 지닌 평범한 경찰관 뢴은 범죄 수사 역사상 최초로 재채기를 통해 자백을 끌어내는 수사관이 될 가능성에 대해 잠시 고려했지만, 참기로 했다. - P153

그는 군발드 라르손을 좋아하지 않았고 뢴을 높이 평가하지 않았다. 사실을 말하자면 자기 자신도 높이 평가하지 않았다. 콜베리는 마르틴 베크가 겁을 먹었다고 지적했다. 함마르는 초조해 보였다. 다들 몹시 피곤했다. 뢴은 감기까지 걸렸다. 도보로든 경찰차로든 순찰을 도는 제복 경관들은 다들 초과근무를 하고 있었고, 다들 고단했다. 그중 겁을 먹은 사람도 있을 테고, 감기에 걸린 사람도 뢴 하나만은 아닐 것이었다. - P159

하지만 어쨌든 일제 검거는 예정되어 있었고, 예정대로 실시되었다. 11시쯤 작전이 개시되자 범죄자들의 은신처와 마약 소굴로 소문이 들불처럼 번졌다.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도둑, 장물아비, 포주, 창녀는 다들 납작 숨었고, 중독자들마저 대부분 그랬다. 불시 단속은 시간이 흘러도 처음의 기세를 잃지 않고 줄곧 강경하게 진행되었다. 경찰은 도둑 하나를 현장에서 검거했고, 자기 보존 본능이 부족했던지 지하로 숨지 않은 장물아비 하나를 잡았다. 경찰은 사회의 찌꺼기 구성원들을 휘저어놓는 데 성공한 것뿐이었다. 노숙자, 알코올의존자, 마약중독자, 모든 희망을 다 잃은 사람들, 자기들의 복지국가가 돌멩이를 일일이 들추듯 뒤지는데도 기어서 도망칠 여력조차 없는 사람들. - P236

어쩌면 막연한 추적이라고 불러야 옳을지도 모른다. 경찰에게 수사라는 것은 구체적으로 작업할 단서가 있음을 암시하는 표현인데, 그들이 확보했던 한줌의 사실들은 진작 수사 조직에 의해 철저하게 뼛속까지 검토된 뒤에 가루처럼 바스러져 사라졌기 때문이다. - P244

끔찍한 월요일이었다. ‘위대한 탐정‘이라고도 할 수 있는 대중은 일요일에는 덜 설쳤다. 주말을 맞아 교외로 나간 시민이 많기도 하거니와 신문과 텔레비전이 계속 안심시키는 기사를 내보내서 그렇기도 했다. 그랬던 사람들이 월요일을 맞아 다시금 본격적인 활약에 나섰다. 수사본부는 제보 전화에 파묻혔다. 자신이 뭔가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 범행을 자백하겠다는 - P283

미치광이, 장난삼아 전화했다가 욕설만 듣고 마는 건달. 공원과 숲에는 사복 경관이 넘쳐났다. 백 명을 두고 넘쳐난다고 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런 일들에 더해 안데르손 부인을 찾는 업무도 있었다. - P284

크비스트는 뒷짐을 지고 기다렸다. 갓 구운 빵 냄새를 들이마시며, 갈수록 이런 작은 빵집을 보기가 힘들어진다고 생각했다.
머지않아 동네 빵집들은 모두 사라질 것이다. 사람들은 비닐로 포장된 대량생산 빵을 살 수밖에 없고, 온 국민이 똑같은 빵과 롤과 마자랭 케이크를 먹게 될 것이다. 크비스트 경관은 이런 생각을 하며 서 있었다.
고작 스물두 살인데도 크비스트는 자신의 어린 시절이 이미 까마득한 과거가 되었다는 느낌을 종종 받았다. - P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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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07-24 23: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잡지 멜로우가 고양이에 대한 잡지였네요!ㅎㅎ

고양이는 정신과 의사, 강아지지는 외과 의사
고개 끄덕 끄덕 ^^

인간은 이들의 집사
o͡͡͡͡͡͡͡͡͡͡͡͡͡͡╮(^ ਊ ^)╭o͡͡͡͡͡͡͡͡͡͡͡͡͡͡

햇살과함께 2022-07-25 08:08   좋아요 1 | URL
고양이랑 강아지 2가지 버전으로 나오더라고요~ 여름호는 둘 다 제주에 사는 아이들!
 

톨과 결은 본디 하나이나 그것은 두 힘 ‘함’과 ‘됨’이 엮이고 풀리는 마디(응집력)에서 생기므로 하나이면서 둘, 둘이면서 하나인 한 쌍으로 볼 수 있다. 힘으로 뭉뚱그리면 하나이지만, 함과 됨의 결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갈라서 보자면 둘이다. 음과 양, 원자와 공간, 유와 무, 전자와 양성자, 형상과 질료, 숨과 몸…… 무엇이라 부르든 아랑곳없이, 이것저것을 갈라서 볼 수밖에 없는 사람의 의식에 비치는 누리의 모습은 여기에서 벗어날 수 없다. - P181

살아 있는 것들은 저마다 무늬가 다르다. 무늬는 톨에 새겨진 결이다. 사람의 손가락 끝마디에 새겨진 지문이 저마다 다르듯이, 피나 머리칼에 새겨진 유전정보가 하나도 같은 것이 없듯이, 저마다 달리 생겨 먹은 산이들은 그 다름으로 말미암아 살 때와 데가 어느울타리 안에서만 주어진다.
‘함‘의 힘이 ‘됨‘의 힘보다 넘치는 곳에서는 결 고른 삶을 바라기 힘들다. 힘이 들어오면 거기에 맞서야 하고 맞서기 어려우면(힘겨우면) 고른 결이 흐트러진다. ‘힘이 든다‘는 말은 깊이 되새겨 보아야한다. - P182

"원자가 한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변화할 때 광자라고 부르는 빛의 입자를 방출한다고 알고 있는데………"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광자가 원래 원자 속에 들어 있다가 방출되는 것이냐?"
"아니요, 광자가 원래 있다가 방출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광자는 어디에서 온 거지? 어떻게 해서 생긴 것이냐?"
나는 광자의 수는 보존되는 것이 아니라 전자의 운동에 의해 생성된다는 것을 아버지께 설명드리려고 애썼지만 잘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렇게 말씀드렸다.
"그것은 제가 지금 내고 있는 소리와 비슷합니다. 소리가 제 몸 속에 원래 있었던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아버지께서는 그런 점에서 나를 만족스럽게 생각하지 않으셨다.

<남이냐 이야 뭐라 하건!》(리처드 파인만 글, 홍승우 옮김, 사이언스북스, 2004)에서 - P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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