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가트가 사랑할 뻔한 맥주 - 영화 한 컷과 맥주 한 모금의 만남
김효정 지음 / 싱긋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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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 저자의 영화와 맥주가 페어링된 이야기. 저자가 꼽은 브루어리, 편의점 맥주, 맥줏집 마다 한 편의 영화와 엮어낸 이야기가 펼쳐진다. 저자가 맥주를 좋아한 지 몇 년 되지 않았다고 하는데, 내가 볼 때 아직 진정한 맥주 덕후라고 하기 어려운 듯. 나보다 맥주를 더 좋아하지는 않는 것 같다는^^


- 나만의 브루어리

저자가 꼽은 브루어리 중에서 가본 곳은 맥파이 브루잉 밖에 없다. 저자는 이태원점을 갔다고 하며 나는 제주 본점에 가봤다. 여행가면 독립서점을 부러 찾아가듯이 수제맥주 브루어리도 찾아간다. 지역별로 브루어리들이 많이 생겼고 다양한 이름과 맛의 맥주가 있어 가급적 점심이나 저녁 한끼와 함께 맥주를 즐긴다.

물론, 가장 자주 간 곳은 서울에 매장이 있는 브루어리들이다. 한 때 더부스브루어리 건대점을 자주 갔다. 퇴근하는 길에 또는 주말에. 요즘은 오프라인 매장이 거의 없어졌다. 수제맥주 브루어리들이 한동안 공격적으로 매장을 많이 오픈하였는데, 매장을 운영하여 수익 내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몇 년 만에 문 닫은 매장들이 많다. 더부스 뿐만 아니라 세븐브로이펍, 어메이징 브루어리 등 가끔 가던 매장들이 다 사라졌다. 독립서점이 오래 유지되기 어려운 것처럼.

(그래도 얼마 전부터 편의점에서 더부스의 대동맥주 캔을 팔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


- 나만의 편의점 맥주

편의점 맥주 4개 11,000원의 노예다. 거의 이틀에 한번씩 퇴근하면서 편의점을 들르는 것이 일상이다. 저자와 나의 맥주 취향이 조금 달라 - 저자는 바이젠을 좋아하고 나는 페일 에일을 좋아한다 - 편의점 맥주 취향도 다르다. 나도 수제맥주 입문시점에는 바이젠의 맛에 반해 수제맥주에 빠지게 되었다. 그러나 자꾸 먹다 보니 부드러운 바이젠보다 약간 쌉싸르한 맛이 있는 페일 에일이 더 맛있다. 한동안 품귀 현상이었던 곰표 맥주도 나는 별로 였고.

가장 좋아하는 수제맥주가 더부스의 대동맥주와 세븐브로이의 강서맥주다. 강서맥주는 문재인 대통령 시절 청와대 공식만찬주로 유명해졌는데, 나는 그 이전부터 좋아했다고 강조한다^^


- 추억의 맥줏집

이 책의 목차를 보고 가장 반가웠던 이름은 카페 공드리다. 계동에 있는 카페인데 음료 뿐만 아니라 간단한 식사와 몇 가지 맥주탭이 있다. 이 카페를 발견한 것은 요조님이 계동에서 책방무사를 운영하고 있다고 해서 책방에 들렀을 때다. 내가 항상 원했던 12시부터 맥주를 마실 수 있는 카페. 커피를 마시고 싶은 사람은 커피를 마시고, 맥주를 마시고 싶은 사람은 맥주를 마실 수 있는, 대낮에 가볍게 1~2잔 맥주를 마시며 책을 볼 수 있는 곳. 게다가 맛있는 수제맥주를 마실 수 있는 곳. 집에서 멀어서 자주 가진 못하지만 매년 1~2번씩 북촌 근처에 놀러 갈 일을 만들어 들르는 곳이다. 집 근처에 있었으면 딱 좋겠다는 맥줏집이다.

공드리라는 이름이 영화감독 미셸 공드리에서 따왔다는 것, 처음 카페를 운영하신 분이 영화 관련 일을 하신 분이라는 것은 이 책을 통해 안 사실.


최근에 둑분이와 함께 공드리를 오랜만에 방문했다. 맥주 라인업도 안주 메뉴도 바뀌었지만 아직도 맥주를 마시며 한낮을 여유 있게 보낼 수 있는 나른하고 편안한 분위기와 영화 이벤트 포스터가 가득한 벽면은 여전했다. 이날도 꽤 많은 양의 맥주를 마시고 돌아왔다. 그리고 며칠 후 시내에서 어중간한 시간에 미팅이 끝난 날, 공드리에 들러 라자냐와 함께 필스너를 마셨다. 그리고 한참 동안 거리의 사람들을 구경하고 새로 생긴 가게들의 간판을 훑어보며 흘러나오는 팝송의 가사를 해석하는 쓸데없는 짓으로 몇 시간을 보냈다. 공드리는 아직도 그런 걸 할 수 있게 하는 하고 싶게 만드는 마력으로 충만한 곳이다. - P160


- 영맥도 좋지만 나에겐 책맥이 최고!

코로나 이전에는 가끔 혼자 영화관에 가서 영맥을 했다. 다만, 영맥은 2시간 이내의 영화만, 맥주는 1잔만 마실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영화를 보다 화장실로 뛰쳐나가거나, 소변을 참느라 영화에 집중할 수 없으므로. 나에겐 영맥 보다 역시 책맥이다.


* 지난달 후쿠오카 여행에서 함께한 나의 맥주들.

인천공항 출발 전 아침 8시 스텔라 아맥부터 여행지에서 나의 점심/저녁에, 그리고 숙소에서 함께한 사랑하는 맥주들.


첫날은 늦게 도착한 터라 호텔방에서 저녁을 해결했다. 일본 여행의 백미 중 하나는 편의점 쇼핑이 아닌가. 이것저것 간식과 ‘아사히 수퍼 드라이‘ 세 캔을 사서 침대 위에 펼쳐놓고 만찬의 구색을 맞췄다. 사실 일본 맥주를 마실 때 기린이든 아사히든 에비수든 딱히 가려 마시지는 않는다. 일본 맥주는 대부분 라거라서 라거의 팬이 아닌 나로서는 어떤 맥주를 마셔도 맛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다만 왠지 아사히가 더 ‘본토‘스럽다는 생각이 들어 일본 여행을 오면 망설임 없이 아사히 수퍼 드라이를 집어든다. 아사히 수퍼 드라이의 특징은 튀지 않는 고소함이다. - P112


* 그런데 이 책의 제목이 <보가트가 사랑할 뻔한 맥주>인데, 보가트가 맥주를 사랑할 뻔한 사연에 대해서 전혀 언급되어 있지 않다. 이쯤되면 낚시성 제목에 낚인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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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3-02-11 21: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너무 아름답네요. 제가 좋아하는 게 다 들어있네요. 낯선 도시 그리고 술과 안주! 크- 삶에 이런 시간들이 필요한 것 같아요!!

햇살과함께 2023-02-11 22:24   좋아요 2 | URL
그리고 걷기요^^ 또 먹고 마시기 위해 열심히 걷기^^

다락방 2023-02-11 21: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그리고 저도 영화 보면서 맥주랑 와인 먹었다가 바로 화장실 가서 ㅋㅋ(예민한 방광) 가급적 (술을)참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햇살과함께 2023-02-11 22:26   좋아요 1 | URL
저도 마시면 바로 화장실 가야해서 아쉽게도 영화관에선 작은 잔 한잔만 마십니다..

건수하 2023-02-11 22: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낮에 맥주 마실 수 있는거 너무 부럽습니다.. 저는 몇 모금 마시면 얼굴이 빨개져서 낮에는 잘 못 마시겠더라고요 ^^

햇살과함께 2023-02-11 23:14   좋아요 0 | URL
오 저는 다행히 컨디션이 아주 나쁘지 않으면 얼굴이 빨개지지 않아서 낮맥 가능합니다^^ 요즘은 마스크로 잘 가리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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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장. 교육과 해방

미르틸라 마이너

교육은 흑인들의 발등을 비추는 등불이자 자유에 이르는 길을 밝히는 빛이었다. - P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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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장. 여성참정권 운동 내부의 인종주의

5장. 흑인 여성에게 해방의 의미

남의 눈의 티끌은 보면서 제 눈의 대들보를 보지 못한다는 말이 생각나는 장이다.

해방이 흑인들을 백인 여성과 ‘동등하게’ 만들었으므로 투표권이 주어지면 흑인 남성이 더 우월해진다고 믿는 엘리자베스 캐디 스탠턴과 그 외 여성들은 흑인 남성의 참정권에 절대적으로 반대했다. 하지만 노예제 폐지만으로는 흑인의 경제적 억압이 철폐되지 않고, 그러므로 흑인에게는 정치권력이 특히 긴박하게 필요하다는 사실을 이해한 이들도 있었다. - P125

물론 공화당은 북부군이 승리를 거머쥐고 난 뒤 여성참정권을 지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는 그들이 남성이라서가 아니라 정치인으로서 당시의 지배적인 경제적 이익에 의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남북 간의 군사적 경합이 남부의 노예 소유계급을 전복시키는 전쟁이라는 점에서, 이는 기본적으로 북부의 부르주아지, 그러니까 공화당 내에서 자신의 정치적 목소리를 발견한 젊고 열정 가득한 산업자본가들의 이익을 위해 수행된 전쟁이었다. 북부의 자본가들은 국가 전체를 장악할 수 있는 경제적 통제력을 손에 넣고자 했다. 그러므로 남부의 노예정치를 상대로 이들이 벌인 투쟁은 흑인 남성이나 여성의 해방을 인간으로서 지지한다는 의미가 아니었다. - P127

수정헌법 제14조와 제15조에 대한 여성 권익 운동 지도자들의 비난이 정당했는지는 여전히 논쟁 중이다. 하지만 한가지는 분명한 것 같다. 백인 중간계급 여성으로서의 자기 이익에 대한 방어―자기중심적이고 엘리트주의적인 방식으로 표출될 때가 많은—는 남북전쟁 이후 흑인 평등 운동과 이들의 관계가 본질적으로 위태롭고 피상적이었음을 드러냈다. - P130

프레더릭 더글러스가 생각하기에 노예제 폐지는 명목상으로만 완수되었다. 남부에 사는 흑인의 일상에는 여전히노예제의 악취가 진동했다. 그래서 더글러스는 남부 흑인들이 새로 손에 넣은 ‘자유로운’ 지위를 단단하고 확실하게 굳힐 수 있는 방법은 하나뿐이라고 주장했다. "흑인 남성들이 투표권을 갖기 전까지 노예제는 철폐되지 않는다"라는 것이다. 더글러스가 그 특정한 역사적 국면에 여성 투표권 투쟁보다 흑인 투표권 투쟁을 전략적 우위에 놓아야 한다고 주장한 근거가 바로 이것이었다. 프레더릭 더글러스는 참정권을 노예제 청산을 위한 미완의 과정을 완수할 수 있는 필수불가결한 무기로 바라보았다. 이 순간만큼은 여성참정권이 흑인남성의 참정권보다 덜 시급하다는 주장을 펼칠 때 더글러스는 흑인 남성의 우월성을 엄호한 게 전혀 아니었다. - P131

옛 노예 소유계급의 이익을 대변하던 민주당은 남부에서 흑인 남성에게 참정권을 부여하지 않을 방법을 강구했다. 그래서 많은 민주당 지도자들이 공화당의 적수들에게 맞서는 계산된 조치로 여성참정권을 엄호했다. - P135

평등권협회의 해체로 막강한 힘이 잠재되어 있었지만 현실에서는 보잘것없었던 흑인해방과 여성해방의 동맹이 막을 내렸다. - P140

수정헌법 제14조와 제15조를 둘러싼 논란에서의 행동으로 어떤 진지한 비난을 받아야 한다면, 그것은 더글러스가 흑인 남성 참정권을 지지해서라기보다는 공화당 안에서의 투표권의 힘을 너무 의심 없이 신봉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 P141

남부에서 가사서비스의 가장 굴욕적인 측면 중 하나ㅡ가사서비스와 노예제의 친연을 확인해주는 또 다른 측면—는흑인 하인이 백인과 같이 있는 한 짐크로법*을 일시적으로유예했던 부분이었다.

나는 백인 아이들과 전차나 기차를 타러가곤 했고 (…) 앞자리든 뒷자리든 내가 원하는 데는 어디든 앉을 수 있었다. 백적인 남자가 다른 백인 남자에게 "저 검둥이가 여기서 뭐하는거죠?" 하고 물었는데 "아, 저 여자는 그 앞에 있는 백인 아이들의 보모예요"라는 대답이 나오면 순식간에 평화의 침묵이 찾아왔다. 내가 하인-노예-으로서 백인 남자의 객차에 오르거나 전차의 백인 남자 구역에 있는 한 만사형통이지만 옆에 백인 아이가 없어서 내가 하녀임을 증명할 수 없으면 단박에 ‘검둥이‘ 자리나 ‘유색인종 객차’를 할당받곤 한다. - P148

역사적으로 페미니스트를 포함한 백인 여성들은 가사 노동자들의 투쟁을 인정하기를 꺼렸다. 이들은 가사서비스의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시시포스적 과업에 관여한 적이 거의 없었다. 작금의 ‘중간계급‘ 페미니스트 프로그램에서 가사 노동자 문제가 편의적으로 누락된 것은, 그들이 부리는 가정부에 대한 착취적인 처사를―최소한 부유층 여성들의 입장에서-감추고 정당화하는 방편인 것으로 드러날 때가 심심찮게 있었다. 1902년 ‘가사 노동자의 하루 9시간 노동(ANine-Hour Day for Domestic Servants)’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쓴 저자는 고용주에게 여성 점원을 위한 의자를 비치할 것을 촉구하는 서명을 해달라고 부탁하는 한 페미니스트 친구와의 대화를 이렇게 묘사했다.

친구가 말했다. "가게 점원들은 하루에 열 시간씩은 서 있어야 하잖아. 그 아가씨들 지친 얼굴을 보면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존스 부인." 내가 말했다. "네 가정부는 하루에 몇 시간 서 있지?" - P155

"왜? 모르겠는데." 친구가 놀라며 말했다. "대여섯 시간 정도 아닐까?"
"가정부가 몇 시에 일어나?"
"여섯 시."
"그리고 밤 몇 시에 일을 마무리하니?"
"아, 여덟 시 정도, 일 거야, 보통."
"그럼 열네 시간이잖아.…."
"… 우리 가정부는 앉아서 일할 때도 많아."
"무슨 일을 할 때? 빨래? 다림질? 걸레질? 침대 정돈? 요리? 설거지? (…) 아마 너희 집 가정부는 밥 먹을 때랑 채소 다듬을 때 두 시간 정도 앉아 있을 거야. 그리고 한 주에 나흘은 오후에 한 시간 휴게 시간도 있겠지. 그러면 너희 가정부는 하루에 최소한 열한 시간을 서 있고 그동안 계단도 숱하게 오르내려야 하지. 내가 보기엔 너희 집 가정부가 그가게 점원보다 더 딱한 거 같은데."
나를 찾아온 친구는 눈이 번들대고 뺨이 붉어져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우리집 가정부는 일요일엔 저녁 식사가 끝나면 맨날 쉰다고." 친구가 말했다.
"그래, 그치만 점원은 일요일엔 종일 쉬잖니. 제발 내가 서명하기 전엔 떠나지 마. 점원들이 앉을 수 있게 되는 걸 나보다 더 고맙게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거야."

이 페미니스트 운동가는 자신이 반대하는 억압의 수명을 자기 손으로 연장시키고 있었다. 하지만 이 여성의 모순적인 - P156

행동과 지나친 둔감함에는 이유가 있다. 하인으로 일하는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인간보다 못한 존재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철학자 헤겔(Hegel)에 따르면 주인-하인(또는 주인마님-가정부) 관계의 역학 속에는 하인의 의식을 지워버리려는 부단한 노력이 내재한다. 이 대화에서 언급된 점원은 임금노동자, 즉 최소한 자신의 고용주와 자신의 노동에서 일말의 독립성을 보유한 인간이었다. 반면 하인은 오직 주인마님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만 노동했다. 어쩌면 그 페미니스트는 자기 하녀를 자기 자아의 단순한 연장으로 보았기 때문에 자신이 억압자로서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 있음을 의식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 P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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