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20 The Imperial East

Emperor Chi’en-lung’s Library

The Land of the Drag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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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컴퓨터들
도로시 본, 메리 잭슨, 캐서린 존슨, 크리스틴 다든

다른 시대
미국 남북 전쟁이 끝난 후 통과된 연방법은 노예 제도를 없애고 흑인들에게 완전한 시민권과 투표권을 보장했다. 하지만 많은 주와 지방 정부들은 다른 법들을 만들어 인종 분리정책을 합법화했다. 남부 지역에 가장 많이 존재했던 이 법들은 일상 곳곳에서 흑인과 백인을 분리시켰다.
백인과 흑인은 같은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을 수 없다.

백인과 흑인은 같은 식수대에서 물을 마실 수 없다.
백인과 흑인은 같은 화장실을 이용할 수 없다.
백인과 흑인은 같은 학교에 다닐 수 없다.
백인과 흑인은 버스에서 같은 구역에 앉을 수 없다.
백인과 흑인은 같은 동네에 살 수 없다.
백인과 흑인은 같은 병원에서 치료받을 수 없다.
백인과 흑인은 같은 바닷가에서 놀 수 없다.
백인과 흑인은 같은 스포츠팀에서 뛸 수 없다.
백인과 흑인은 극장에서 같은 구역에 앉을 수 없다. - P16

백인과 흑인은 다른 인종인 사람과 결혼할 수 없다.
백인과 흑인은 같은 묘지에 묻힐 수 없다.

연방법상으로는 흑인들에게도 투표할 권리가 있었다. 그렇지만 많은 주의 지방 법들은 흑인들의 투표를 막았다. 어떤지역들은 인두세를 과하게 걷거나 문해력 증명서를 강요하거나 혹은 다른 제약들을 가해서 흑인들이 유권자 명부에 등록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그뿐만 아니라 유권자 명부에 등록되지 않으면 배심원이 되거나 공직에도 출마할 수 없었다. 이때문에 많은 흑인들은 투표권 이외에 기본적 시민권들도 가질 수 없었다. - P17

여성 수학자들이 랭글리 항공 연구소에서 일하기 시작한것은 1935년부터였다. 여성 수학자들이 남성 공학자들과 똑같이 계산을 잘하거나 심지어 더 잘한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데는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렇지만 남성 동료들과 동등한 자격을 보장해 줄, ‘수학자‘라는 직함을 부여받은 여성은 거의 없었다. 여성들은 대신 ‘준전문가‘로 분류되었다. 남성들보다 급여를 덜 받는 직함이었다.
랭글리 항공 연구소에서 여성 수학자들은 ‘컴퓨터‘라고 불렸다. 이들은 공학자들이 테스트를 통해 수집한 데이터를 더유용한 형식으로 변환하는 계산 작업을 했다. 오늘날 ‘컴퓨 - P23

터’라는 용어는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기계를 가리키지만, 1940년대에 ‘컴퓨터‘는 계산 작업computation을 하는 사람, 숫자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여성을 가리켰다. - P24

인간 컴퓨터정부는 백인들만 고용해서는 인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했고흑인들을 고용하기로 결정했다. 시민운동 지도자인 필립 랜돌프는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연방 정부와 방위산업의 인종차별 정책을 폐지하고 ‘공정 고용 실행 위원회‘를 만드는 행정 명령을 발효하라고 촉구했다. 이 행정 명령은 미국 흑인들에게 새롭고 놀라운 기회를 열어 줬고 흑인들은 전시 동안 백인들과 함께 일할 수 있게 됐다. - P25

시내버스와 전차가 아침부터 밤까지 동네를 휘젓고 다녔다. 버스에서 근무를 마친 노동자들이 쏟아져 나오면 또 다음근무를 이어 할 노동자들이 우르르 몰려갔다. 버스는 항상 만원이었고 인종 분리 정책 때문에 더 혼잡했다. 백인은 버스 앞문으로 타고 내리고 흑인은 버스 뒷문으로 타고 내려야 하는규칙이 있었다. 버스 중앙에는 ‘유색 인종의 선Colored Line’ 이라고 불리는 경계가 존재했다. 백인 자리가 꽉 차면 버스 운전사가 흑인에게 양보를 강요하고 백인 좌석 구역을 임의로늘렸다. 그럴 때면 흑인은 백인에게 자신의 자리를 양보해야했다. 때로 뒷문에 버스 안내원이 없어 버스 앞문으로 탔다가사람들을 헤치며 버스 뒤편까지 들어가야 하는 일도 있었다. 이것은 백인도 마찬가지였다. 백인도 뒷문으로 탔다면 사람들을 비집고 백인 좌석이 있는 앞자리로 가야 했다. 백인조차도 여러 혼잡과 불편에 대해 투덜댔다. 그러나 백인은 혼잡과불편을 겪는 것에 그치는 반면 흑인은 규칙을 어겼다는 이유로 체포되거나 벌금을 내는 일도 있었다. - P49

흑인으로서의 삶과 미국인으로서의 삶 사이의 간극 때문에 ‘두 개의 승리‘라는 개념이 생겼다. 제임스 톰슨은 〈피츠버그 커리어>에 보낸 편지에서 이 개념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흑인들은 두 개의 승리를 상징하는 더블 브이 방식을 취해야합니다. 첫 번째 브이는 나라 밖에 있는 적들에 대한 승리를상징하고 두 번째 브이는 나라 안에 있는 적들에 대한 승리를 상징합니다. 추악한 편견을 퍼뜨리는 무리는 우리의 민주주의 정부를 파괴할 것이 분명합니다. 악의 축인 적국들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도로시 본 역시 ‘더블 브이‘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었다.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과 미국 흑인들의 시민권 투쟁에서 승리하는 것 말이다. 도로시는 수학자로서 일하기로 결심하면서 자신이 두 목표, 즉 더블 브이를 향해 충실히 노력해 나가고 있다고 믿었다. - P53

서쪽 지구 컴퓨터들은 자신들이 흑인이거나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열등한 존재로 취급받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철저히 거부했고 자매처럼 한데 똘똘 뭉쳐 서로의 일을 도왔다. 이들은 서로의 작업 결과를 재확인해 주고 지각이나 후줄근한 외모, 근무 태도 등을 지적받지 않기 위해 서로서로를 미리 단속했다. 이들은 흑인에 대한 부정적인 고정 관념에 맞서싸웠다. 자신들이 그저 단순한 개인이 아닌 더 큰 무언가를 상징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비행기미리엄 만과 흑인 여성들은 전쟁 중의 어느 시기에 ‘유색인종 컴퓨터’라는 표지판이 구내식당에서 완전히 사라진 것을알고 기뻐했다. 여전히 사무실은 분리돼 있고 화장실도 따로써야 했지만 ‘서쪽 지구 구내식당 전투‘는 결판이 났다.
표지판이 없어도 서쪽 지구 컴퓨터들은 여전히 같은 테이블에 앉아서 함께 점심식사를 했다. 그렇지만 이제는 굴욕적인 표지판을 힐끔거릴 필요가 없었다. 다른 이들처럼 편하게 식사와 대화를 즐길 수 있었다. - P67

컴퓨터들이 하는 일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었지만 크게 빛나는 일은 아니었다. "만약 누군가가 당신에게 원한이 있다면당신을 컴퓨터로 만들 것이다." <에어 스쿱>의 한 칼럼이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왜냐하면 당신이 아무리 기발하고 영광스러운 일을 수없이 하더라도 결과는 공학자의 공으로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만약 그가 실수를 하거나 계산을 틀린다면 모든 실수를 당신의 탓으로 돌릴 것이다. - P79

전쟁에 참여했던 남성들이 돌아오자 여성 노동자들에 대한수요도 크게 줄어들었다. 흑인과 백인 모두 합쳐 2백만 명의 미국 여성이 해고 통지서를 받았다. 전쟁이 공식적으로 끝나기도 전이었다.
어떤 여성들은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 했다. 하지만 어떤 여성들은 일자리와 급여를 놓치고 싶지 않아 했다. 밥을 하고 아이를 키워야 하는 여성의 전통적 역할로 돌아가고 싶지않았던 것이다. "많은 남성들은 연약하고 자그마했던 아내가 독립적인 여성으로 훌쩍 성장해 있는 사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뉴퍽 저널 앤드 가이드> 신문의 한 여성 칼럼니스트가 말했다. - P85

메리가 소녀들을 가로막는 사회적 제약을 완전히 제거 할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소녀들이 스스로에게 제약을 가하지 않도록 돕는 것이 메리의 임무였다. 검은 피부, 성별, 경제적 지위, 이것들 중 그 어떤 것도 소녀들의 꿈을 방해할수는 없었다. "너희는 더 잘할 수 있어. 우리는 더 잘할 수 있어." 메리 잭슨은 소녀들에게 늘 말해 주었다.
그녀는 인생이란 삶에 대한 기대를 높여 나가는 기나긴 과이라고 생각했다. - P107

시간이 흐르면서 도로시 후버와 같은 여성들은 계산부를 떠나 다른 사무실에서 백인 공학자들, 백인 컴퓨터들 옆에 앉아 일을 하기 시작했다. 이 여성들은 직장에서 차별에 맞서싸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최선을 다해 자신의 일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수학 방정식은 방정식을 푸는 사람의 피부가 무슨 색인지 개의치 않았다. 답만 정확하다면 말이다. - P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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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권 체험
제3부 정당화
11장 나르시시즘의 여자

12장 사랑에 빠진 여자

13장 신비주의 여자

나르시시즘은 간혹 모든 여자의 근본적인 태도라고 주장되었다. 그러나 이런 개념을 함부로 지나치게 확대하는 것은 라로슈푸코François de La Rochefoucauld가 이기주의 개념을 크게 실추시킨 것처럼 그 개념을 훼손시킨다. 사실, 나르시시즘은 아주 명확한 자기소외의 한 과정이다. 즉, 주체가 절대 목표로 설정된 자아 속으로 도피해 버린다. 여자에게서는 다른 여러 가지 태도 - 진정성 있는 것이든 허위의 것이든-가 발견된다. 우리는 그중 몇 가지를 이미 검토해 보았다. 여자는 환경때문에 자기에게로 돌아서고 자기에게 사랑을 바치는 일이 남자보다 더 많다. - P855

모든 사랑은 주체와 객체의 이원성을 요구한다. 여자는 하나로 합치는 두 길을 통해서 나르시시즘에 인도된다. - P855

"나는 무엇인가? 아무것도 아니다. 나는 무엇이 되기를 원하는가? 모든 것이 되기를"이라고 쓰고 있다. 여자들은 아무것도 아니므로 많은 여자가 오직 자기들의 자아에만 관심을 국한하고, 그것을 전체와 혼동할 수 있도록 확장한다. - P856

그녀들은 자기의 공식적인일대기가 자기의 진실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 P865

‘사랑‘이라는 말은 남자와 여자에게 전혀 다른 의미를 지닌다. 남자와 여자를 갈라놓는 중대한 오해의 원천이 바로 여기에 있다. 바이런George Gordon Byron(1788~1824)은 사랑이 남자의 인생에서 하나의 활동에 지나지 않지만 여자에게는인생 그 자체라고, 적절하게 말했다. 니체가 즐거운 지식」에서 표현하는 것도이와 같은 생각이다. 그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사랑이라는 똑같은 말이 남자와 여자에게 사실상 다른 두 가지를 의미하고 있다. 여자가 사랑에 대해서 이해하는 것은 상당히 명확하다. 그것은 단지 헌신일 뿐만아니라, 무엇이 되었든 간에 아무런 고려도 하지 않은 채 제약 없이 육체와 영혼을 완전히 주는 것이다. 여자의 사랑을 신앙 19으로 만드는 것은 이러한 무조건성이다. 그리고 그 사랑은 여자의 유일한 신앙이다. 남자의 경우에 한 여자를 사랑하면 바로 이런 사랑을 여자에게 원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남자가 여자와 똑같은 감정을 자기에게도 전제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런 전적인 포기의욕구를 똑같이 느끼는 남자가 있다면, 이는 남자가 아닐 것이다. - P877

조르주 귀스도르프Georges Gusdorf(1912~2000)는 저서 『자아의식 La Connaissance desoi에서 남자가 사랑에서 요구하는 것을 매우 정확하게 요약하고 있다.

사랑은 우리를 우리 자신에게서 벗어나게 하면서 우리 자신에게 드러내 준다. 우리는 우리에게 낯설고 보완적인 것과 접촉함으로써 우리 자신을 확인한다. 의식의 형태로서의 사랑은 우리가 지금까지 살아 왔던 풍경에서조차 새로운 하늘과새로운 대지를 발견해 낸다. 여기에 위대한 비밀이 있다. 즉, 세계가 다르고, 나 자신도 딴사람이다. 그리고 그것을 아는 사람은 더 이상 나 혼자만이 아니다. 다행히도 누군가가 그것을 나에게 가르쳐 주었다. 그러므로 여자는 남자가 자기 자신에 대해 자각하는 데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 P911

사랑이 여자에게 최고의 성취라고 남자들은 앞다퉈 주장했다. "여자답게 사랑함으로써 더욱더 여자다운 여자가 될 수밖에 없다"고 니체는 말한다. 발자크는이런 말을 한다. "높은 차원에서 남자의 삶은 명예이며, 여자의 삶은 사랑이다. 남자의 삶이 영속적 행동이듯이, 여자는 오직 자기 삶을 부단히 줌으로써만 남자와 동등해진다." 이 또한 잔인한 속임수다. 왜냐하면 그녀가 제공하는 것을 남자들은 전혀 받으려고 신경 쓰지 않기 때문이다. 남자는 자기가 요구하는 조건 없는 헌신도 필요하지 않고, 자기의 허영심을 맞춰 주는 우상 숭배적인 사랑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이러한 태도를 서로에게 전제하지 않는다는 조건에서만 남자는 그런 헌신이나 사랑을 받아들인다. 그는 여자에게 주라고 권유한다. 그러면서도 여자가 주면 그것을 귀찮아한다. 여자는 자기가 한 선물의 무용함이나 자기존재의 무의미함에 대해 매우 당황스러워한다. 여자가 자기의 연약함이 아닌 강함 속에서, 도피하기 위해서가 아닌 자기를 발견하기 위해서, 자기 포기가 아닌자기 확립을 위해서 사랑하는 것이 가능한 날이 오면, 그때야말로 사랑은 남자와 마찬가지로 여자에게도 죽음과 같은 위험이 아니라 생명의 원천이 될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사랑은 여성의 세계 속에 갇혀 있는 여자, 훼손되어 자립하는 것이불가능한 여자를 짓누르는 저주를 가장 비장한 모습으로 집약하고 있다. 여자들에게 궁극적인 구원으로서 불모의 지옥을 제시한 운명의 부당성에 대해서는셀 수 없이 많은 사랑의 순교자들이 증언했다. - P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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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다니는 사람도, 다니지 않은 사람도, 다녔던 사람도 벗어나지 못하는 대학이라는 굴레.

기울어지고 있는 상아탑을 지탱하며? 변형하며? 살아가는 대학 안팎의 사람들.


이번 한편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편은 신하영, 유리관 저자의 글이다.


신하영 혼란스러운 강의실 만들기


대학 강의실에서 용감하게 페미니즘 등 민감한 주제를 논하는 혼란스러운 강의실 만들기를 실현하고 있는신하영 저자의 글. 이런 강의, 이런 선생님이 많아지길. . 그렇지만 나조차도 이런 강의 안들었다고, 안들을 것 같다고 반성.


"페미니스트 강의실은 갈등과 긴장의 공간이자 때로는 끊이지 않는 적대감의 공간이 된다서로가 가진 차이점을 대면한다는 것은 우리가 어떻게 배울 것인가에 관한 생각을 변화해야 한다는 의미이다갈등을 무서워하기보다는 새로운 생각을 위해그리고 성장을 위해 갈등을 촉매제로 사용해야 한다." [1]


[1] 벨 훅스윤은진 옮김『벨 훅스경계 넘기를 가르치기』(모티브북, 2008), 138-139 - P59


대학의 위기더 정확히는 인문학의 위기 속에 여성주의 관점의 전공 수업을 유지하려 한 투사 같은 교수자들도 있었다철학과의 ‘여성주의 철학‘사회학과의 ‘젠더사회학‘ 전공 수업은 다양한 분과 학문을 바라보는 세계관으로서의 여성주의를 소개하려는 시도였다.[7]


[7] 전공과목으로 여성주의 철학을 개설한 한림대학교 철학과 고()장춘익 교수의 교육 실천은 다음 책에서 확인할 수 있다탁선미 외장춘익교육실천연구회 엮음, <삶을 바꾼 페미니즘 강의실>(2022, 곰출판) - P63



유리관 아 다르고 어 다른 세상에서


스스로를 교정공이라고 일컫는, 대학전문서적출판사의 아웃소싱 편집회사에서 일하는 교정노동자 유리관 저자의 탄식과 유머가 돋보이는, 높으신(?) 교수님들의 글을 상대해야 하는 교정노동자의 고뇌와 고충이 절절하게 베어 있는 글(이 글을 교수님들이 보신다면? 설마 가명이겠지? 하는 생각이).


이런 황당한 이야기.


얼마 전 인터넷에서실험용 쥐 rat을 ‘랫드‘라고 부르는 과학계의 해괴한 표기법에 대한 이야기를 봤다.[1] ‘랫드’라니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어쩌면 내가나조차도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이 문제에 대해 약간은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직업적으로 이런 일에는 나도 약간의 책임감을 느낀다‘랫드’는 물론 일하다가 종종 마주치는 단어다나도 처음 봤을 때는 어이가 없었다책의 처음부터 끝까지의 말이 서로 통할 수 있도록또한 책의 바깥과 안의 말이 서로 통할 수 있도록정해진 규범을 따르거나 규범을 정해 고치는 것이 우리 교정공의 일이다기본적으로 ‘랫드’ 같은 게 나오면 표기법에 맞도록 다 고쳐야 맞는다.


[1] "가장 황당하다고 생각하는 한국의 과학용어 중에 실험용 쥐 rat "랫드"라는 해괴한 표기로 쓰는 전통이 있음왜 이걸 랫드라고 쓰는지 아무도 모름근데 교과서 같은 데도 저렇게 쓴 책 많음심지어 국가 법령 같은 데서도 저렇게 씀그냥 단체로 이상한 표기인 걸 다 알면서도 그냥 다 같이 틀리는 거임", 곽재식(@JaesikKwak), 2022 10 6오후 10:38. Tweet. - P197


직업에 따른 임금 격차, 정규직 여부에 따른 임금 격차가 줄어들지 않는 한, 출생률이 떨어져도, 대학이 망해도, 학벌주의를 지향하는 욕구는, 의과대학, 상위대학, 인서울대학을 향한 욕망은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당장 나조차도 몇 년 남지 않은 수험생 부모가 되려니 마음이 움찔움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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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10호 대학 별책부록. 공부하는 일


공부란 결국 자기 질문을 가지고 끊임없이 탐구하는 것임을.

여태껏 나에게는 그 질문이 없었다.

그래서 공부하고 싶다공부나 해볼까 라고 말만 했지정작 공부는 하지 않았던 듯.

질문을 찾는 공부가 필요하다.



공부와 생업을 함께 유지하기 위한 고군분투.

생계를 위해 학원 강사 등 사교육 시장에 뛰어들기도 하고,

신념에 위배되는 일은 하지 말자는 기준을 가지고 생계를 유지 하기도 하고.

특정 계급만이 공부할 수 있다는 말.

최소한 주거 문제는 없는 사람이 할 수 있다는 말.


인문사회 계열 대학원은 이공계 대학원처럼 진학을 하면 생계가 해결되는 시스템이 아니고, 10여년을 쏟아부어 박사학위까지 마친다고 해도 가질 수 있는 직업은 저임금 비전임교원 정도이죠. 자신이든 가족이든 누군가를 부양할 필요가 없는 사람들이 대학원에 오게 돼요. 이런 환경에서는 인문사회 연구자들이 자연히 특정 계급에 편중될 수밖에 없죠. 물론 이건 본업과 작업을 병행하는 모든 분야의 창작자들이 가진 고충이기도 하니, 자리만 바꿔서 똑같은 일을 계속 겪고 있는 셈이에요. 아직 작업을 지속하는 학부 동료들은 모두 생계 문제, 최소한 주거 문제가 없던 사람이라는 생각도 해요. - P79 미학 연구자 남수빈


<여성, 인종, 계급> 정희진 선생님의 해제에도 언급된 지식 생산은 중산층에서 이루어진다는 말과도 연결되는 지점.


페미니즘뿐 아니라 중산층의 경험은 모든 지식의 기반이다삶이 지나치게 고달픈 이들이나 부자들은 언어를 생산할 여력이나 이유가 없다모든 언어지식은 중산층의 삶의 경험에 기반한다(마르크스엥겔스레닌마오쩌둥 등도 마찬가지다). 이는 기존의 페미니즘이 모두 틀렸다는 의미가 아니라 기존의 서구 페미니즘을 상대화하고내가 선 자리로컬에 맞는 지속적인 재해석과 새로운 언어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 P21 <여성인종계급정희진 해제


6명의 인터뷰이 중 미학 연구자 남수빈의 인터뷰가 가장 흥미로웠다.


저에게 미적 경험은 자아와 세계주체와 대상 사이의 분리가 사라지는 경험이에요종교적 경험도 그렇고요스무 살쯤에 카뮈의 『시지프 신화』를 읽었는데거기에서는 내가 세계에 대해 어떤 것도 알 수 없고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인간의 물음에 세계가 응답하지 않는 상황을 문제로 설정하고 있거든요그런데 인간과 세계 사이의 그 거대한 벽이 사라지는 특별한 순간이 있고그게 바로 미적 경험이라고 생각했어요. - P69 남수빈

저는 이 구절이 울프가 그리려던 것을 그대로 설명하는 말이라고 느꼈어요『등대로』가 시적 언어로 더듬는 지속과 영원성의 경험은 결국 아름다움 자체에 대한 경험이라고 생각해요세상의 시간 밖에서 어두운 쐐기로 응집되었다가 빛과 침묵 속에서 경계를 잃고 티끌과 하나 되는그런 존재의 순간들이요종교학에 대한 관심은 이처럼 미적 경험이 종교적 경험과 맞닿아 있다는 느낌에서 생긴 것이었고종교적 경험을 해명한다면 미적 경험의 본성에 어느 정도 닿을 수 있으리라 여겼습니다. - P71 남수빈

대학 이후의 공부에서는 수용한 지식을 자신의 언어로 구성하여 짜임새를 갖춘 글로 조직해 낼 수 있는가가 관건이기 때문에읽은 것을 요약 정리하는 일이 중요했어요평소 이미지로 사고하고 기억하는 편이라, 도식을 그려 보고 구조를 이해할 때도 많아서 도식화도 많이 사용하고요난해한 철학 원전을 많이 접하게 된 이후부터는 낯선 개념들을 우선 숙지하려 하는데요맥락에서 떨어진 정의 설명만으로는 완전히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에 전체적인 문맥 속에 두고 여러 번 읽으면서 의미를 파악합니다누구나 할 법한 뻔한 이야기겠지만 그 이상 특별한 방법을 갖고 있지는 않아요. – P76~77 남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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