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 말해 생식기와 젠더정체성은 똑같지 않을 수 있다. 해부학적 성과 젠더정체성은 별개의 두 과정에 따른 결과로, 우리가 세상에 채 나오지 않았을 때부터 저마다 다양한 시기와 신경 경로를 통해 생겨난다. 두 과정 모두 호르몬뿐만 아니라 유전자의 영향을 받는데, 보통은 해부학적 성과 젠더정체성이 일치한다. 반면 갖가지 생물학적 사건이 젠더정체성 형성에 영향을 미쳐 둘 사이의 불일치를 야기할 수도 있다.어떤 면에서 뇌와 몸은 인간이 된다는 것의 의미를 아주상이한 관점에서 보여주는데, 특히 성과 젠더라는 측면에서두드러진다. 우리가 누구인지 (남성인지 여성인지)를 판단하는것은 뇌의 작용이지만, 우리가 태어날 때 어떤 외모를 갖는지, 사춘기에 어떻게 발달하는지, 누구에게 끌리는지, 어떻게 행동하는지 등(남성인지 여성인지, 혹은 그 사이에 있는 무엇인지)은 다양한 성장 및 활동 패턴을 가진 뇌세포군에 내재돼 있다. 젠더정체성이란 궁극적으로 생물학적 과정의 결과이자 성호르몬과 두뇌 발달의 상호 영향에 따른 작용이다. 이는 자궁에서 오랜 시간에 걸쳐 벌어지는 과정이기에 갖가지 환경으로부터 영향을 받을 수 있다. - P147
성은 단일 요인에 따라 정해지지 않는다. 차라리 성을 결정하는 것은 하나의 체계 자체라고 보는 편이 타당하다. 여타의 체계에서처럼 미미한 변화나 개입만으로도 비이분법적인(non-binary) 결과, 즉 완전히 남성이지도 완전히 여성이지도 않은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브라운대학교에서 젠더를 연구하는 앤 파우스토스털링에 따르면, 신생아 100명 중 한 명은 여성과 남성의 표준과 다른 해부학적 구조를 갖고 태어난다. 과거에는 이런 상태로 태어난 이를 헤르마프로디테(암수한몸, hermaphrodite)라고 칭했다. 오늘날 연구자들은 신생아약 200명 중 한 명이 매우 이례적인 생식기를 갖고 태어나며이로 인해 성분화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는다고 추정한다. - P149
몸과 정신의 불일치는 복잡한 육체적 소외의 근원이 된다. 시스젠더들도 제 몸을 좋아하거나 싫어할 수 있고, 몸에 - P155
변화를 주거나 더 나은 몸을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몸이제 것이 아니라고 부정하진 않는다. 이런 식의 앎은 무척 내밀한 것이어서 대체로 잠재의식에 남아 있다. 이 신체적 자아의 문제에 있어 트랜스젠더는 깨어 있는 모든 순간을, 모든 의식적 호흡을 자신의 진면모에 대한 부정(否定)으로 받아들인다. 이들에게 몸은 자아 관념 또는 자신이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가에 관한 관념과 불화하는 것이다. 몸은 우리가 물질세계를 살아가도록 지탱해주지만, 트랜스젠더들은 바로 그런 몸과 필연적으로 소원한 관계에 있다. 심리상담이나 행동 조절로 이 갈등을 해소할 수는 없다. 이런 소외에서 벗어날 유일한방법은 몸과 정신을 일치시키는 것뿐이다. - P156
젠더정체성이 생식기관이 아닌 뇌에 따라 결정된다는 증거를 더 찾고자 한다면, 음경암 때문에 생식기를 제거해야 했던 남성들의 사례를 살펴보면 된다. 한 연구에 따르면 이들 남성의 60퍼센트는 생식기가 있던 부위에 사지를 잃은 이들과유사한 통증을 느낀다. 그러나 자의에 의해 남성 생식기를 제거하고 이를 질과 음핵으로 대체하는 성별확정수술을 받은이들 중에서 이른바 ‘환경‘증후군이 보고된 사례는 없다. - P250
2000년대 중반까지도 미국에서는 트랜스젠더 권리를둘러싼 논쟁이 본격적으로 벌어지지 않았고, 트랜스젠ㄷ 권리에 대한 옹호도 주로 법률 문서에서나 볼 수 있었다. 그즈음미 국무부는 트랜스젠더에게 여권을 발급할 때 성별확정수술 사실을 입증하는 근거를 요청하고 있었고, 마흔일곱 개 주에서는 트랜스젠더에게 출생증명서를 새로 발급할 때 성별확정수술 증명을 요건에 포함했다. 심지어 세 개 주(아이다호, 오하이오, 테네시)에서는 성별확정 근거가 있어도 출생증명서를일절 수정하지 못하게 했다. 얼마나 많은 미국인이 트랜스젠더로 정체화했는지 누구도 알 수 없었다. 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에 관한 연구는 풍부했지만, 트랜스젠더로 정체화한이들에 관한 연구는 미흡했다. 실은 아무리 익명을 보장해도아무도 트랜스젠더임을 인정하지 않았기에 연구는 불가능에가까웠다. - P134
W. E. B. 듀보이스 <흑인의 영혼>
모든 이가 존엄과 자존, 평등하게 대우받을 권리를 원한다. 하지만 듀보이스는 피부색(또는 성적 지향이나 젠더) 때문에 인류 공동체에서 소외된 이들이 가야 할 길이 훨씬 험난하다는 현실을 간파하고 있었다. 소외된 자, 차별받는 자, 사회부적응자들은 가장 정중한 사회 구성원마저 던지는 무언의질문 하나를 감내해야 한다."골칫거리가 된다는 것은 어떤 기분인가요?" - P20
켈리가 읽은 바에 따르면, 젠더는 스스로가 남성인지 여성인지에 대한 믿음이다. 또 젠더는 선천적인 것으로, 사람들은 본인의 젠더를 딱히 의식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당사자가 느끼는 것과는 다른 젠더로 오인받는 게 아니라면 자기 젠더를 타인에게 밝힐 필요도 없다. 켈리는 자신이 어릴 적에 이렇게 자의식적으로 생각한 적이 있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 P58
켈리도 내심 와이엇의 행동과 감정을 의학적으로 설명할방법이 존재하리라 믿고 있었다. 이 같은 기대는 너무나 뿌리깊고 단단했다. 그래서 켈리는 와이엇이 원하는 장난감을 마음껏 고를 수 있도록 방임함으로써 자신이 올바른 양육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게 아닌지 의심이 들 때조차 이런 생각을 서둘러 떨쳐버리려 했다. 와이엇은 정신장애가 있지도, 아프지도, 기이하지도 않았고, 괴물도 아니었다. 와이엇이 남자아이로서 행복하지 않다는 게 핵심이었다. 그러므로 켈리가 할 일은 와이엇이 행복해지는 데 필요한 도움이나 확신, 혹은 그 무엇이라도 선사해주는 것이었다. - P89
각 문학이론의 난해함에 이글턴의 난해함까지 더해져 입문이라기엔 허들이 너무 높다. 과학은 이론을 공부해야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만큼 문학도 공부하지 않고는 제대로 해석할 수 없다는 관점을 철저히 보여주는 책. 10번 읽으면 이해할 수 있을지. 내 이해 수준엔 별 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