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습니까? 그렇다면 우리는 적어도 한 가지 중대한 사안에 대해선 같은 마음인 겁니다. 스무 살 청년의 삶이란 끔찍한 거예요, 레이디 슬레인. 장애물 경마를 앞둔 기수만큼이나 끔찍해요. 틀림없이 경쟁이라는 개울물에 처박힐 테고, 실망이라는 울타리에 걸려서 다리가 부러질 테고, 호기심이라는 철조망에 발이 묶일 테고, 무엇보다 사랑이라는 장애물에 마음 끓이게 될 테니까요. 노인의 삶이란, 경기를 마친 뒤 저녁 무렵 침대에 몸을 던지고는 앞으로 경마 따윈 절대 안 하겠다고 다짐하는 기수의 삶이지요."
"하지만 잊으신 것이 있네요, 벅트라우트 씨." 레이디 슬레인은 자신의 과거를 더듬으며 말했다. "젊을 때는 위험하게사는 걸 즐기면 즐겼지 사실 갈망하지요. 저어하지는 않아요."
"네." 벅트라우트 씨가 대꾸했다. "사실입니다. 저도 청년기에는 경기병이었지요. 돼지 사냥을 그 무엇보다 애호했습니다. 장담하건대, 레이디 슬레인, 기세 좋은 멧돼지가 엄니를번뜩이며 덤벼들 때만큼 짜릿했던 적은 없지요. 그중 몇 개는박제해서 집에 전시해 두었답니다. 보여 드리고 싶어지는군요. 그래도 야망은 부재했습니다. 군인으로서의 야망과는 거리를 유지했지요. 우리 연대를 지휘해 보자는 생각은 추호도 없었네요. 그래서 사색의 즐거움이 활동의 즐거움을 능가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바로 전역에 뜻을 두었습니다." - P73

그런데 행복이란 뭔가? 그녀는 행복했나? 행복(Happy)이라는 이상하고 요란한 단어는 영어를 쓰는 사람 모두에게 아주 확정적인 의미를 전달한다. 그 단모음, 발음할 때 침이 튀는 두 개의 ‘p‘, 당돌하게 흰 꼬리로 마지막을 장식하는 ‘y‘까지, 그 이상하고 요란한 단어는 단 두 음절로 인생을 송두리째요약하려 들었다. 행복(Happy). 하지만 사람은 한순간 행복하다가도 돌아서면 불행해진다, 둘 다 별것도 아닌 이유로. 그러니 행복이란 무슨 뜻인가? 그 단어에 별다른 뜻이 있다면 어떤 불안한 사람이 세상을 흑과 백으로, 이분법적으로 보고자시도했다는 뜻일 것이다. 위험이 가득한 정글 같은 세상에서작고 비굴한 존재들이 위로가 되는 단어를 찾고자 애썼다는뜻이리라. 당연히 누구에게나 ‘그때는 행복했어.‘라고 얘기할 만한 순간이 있다. 그보다 당연히 ‘그때는 불행했어.‘라고 얘기할 만한 순간도 적잖을 터다. - P125

이제 노신사는 총 세 사람이었다. 벅트라우트 씨, 고셔론씨 그리고 피츠조지 씨. 참 재미있는 3인방이었다. 부동산 중개인, 건설업자 그리고 예술품 감정가까지! 전부 나이 지긋하 - P154

고 세상과 동떨어진 괴짜들이었다. 인생이 이렇게 흘러가다니 정말 희한했다. 죽기 전에 이런 막간의 즐거움을 맛보다니, 평생 살아온 삶에서 - 맡아 온 일에서, 자식들에게서, 헨리에게서 - 멀찍이 물러선 끝에 이토록 흡족한 사람들과 어울리는 새로운 생활을 얻다니! 이 같은 변화를 초래한 장본인은레이디 슬레인 자신이었지만, 어떤 방식으로 해냈는지는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어쩌면, " 그녀는 큰 소리로 말했다. "결국에는 자기가 원하던 것을 얻는 것이 인생인지도 몰라." 그러고는 오래된 책 하나를 꺼내서 아무 페이지나 펴고 읽기 시작했다. - P155

하지만 케이는 여느 현명한 사람들이 그러듯 계획을 지나치게 미루고 말았다. 피츠조지 씨가 그보다 스물다섯 살이나 많다는 사실을 잊어버린 것이다. 여든한 살은 시간과 밀고당기기를 할 수 있는 나이가 아니었다. 스무 살, 서른 살, 마흔살, 쉰 살, 예순 살에는 무슨 계획이든 다음 해 여름까지 미뤄둘 수 있었으나 물론 스무 살의 인생에도 예상 밖의 위험은 언제나 도사리고 있다. 여든한 살의 나이에 그런 식으로 할 일을 미루기란 그저 운명의 신을 면전에서 약 올리는 행위에 지나지 않았다. 청년에게 닥치면 뜻밖이고 믿기 힘든 악재가 여든 살의 노인에게는 당연한 일이 된다. 어쩌면 케이는유독 장수하는 집안사람들 때문에 판단력을 잃었는지도 몰랐다. 피츠조지 씨의 죽음은 분명 충격적이었고, 부고를 접한 케이는 반신반의하며 비통함에 잠겼다. - P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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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ousemaid (Paperback) - 『하우스메이드』원서
Freida Mcfadden / Grand Central Publishing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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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na는 Housemaid를 제대로 골랐구나! 나오는 인물 중 감정이입되는 인물이 없고 죄다 비호감이었지만 쫄깃한 재미가 있고 문장도 어렵지 않고 잘 읽혔다. 속편도 읽어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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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5-07-19 01: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햇살과함께 2025-07-19 16:37   좋아요 0 | URL
이 정도 수준과 재미면 다른 성인 소설도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ㅎㅎ

독서괭 2025-07-19 08: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죄다 비호감😂😂😂
완독 축하드려요!!

햇살과함께 2025-07-19 16:37   좋아요 1 | URL
비호감임에도 재미있었습니다 ㅎㅎ
 
인생에 달리기가 필요한 시간 - 최고의 나를 만드는 놀라운 러닝 습관의 힘
권은주 지음 / 트랙원(track1)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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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좋은 걸 왜 이렇게 늦게 알았나 싶지만, 지금이 내 인생에 달리기가 필요한 시간인가 보다. 누구에게나 그 시간이 찾아올 것이다. 조금 빠르게 또는 조금 느리게. 그냥 달린다. 꾸준하게 달린다. 오늘도 달렸다. 내일도 달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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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에 맞서는 과학 - 오늘의 과학 탐구 민음사 탐구 시리즈 8
박진영 지음 / 민음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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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은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다.˝ 확실성이라는 가면에 숨지 말고,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느린 재난에 맞서는 과학이, 과학자가 필요하다. 고구마 같은 답답한 상황에도 우리의 작은 목소리를 한마디 씩 얹으며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 책은 가습기 살균제 참사 과정을 연구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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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달리기는 건강한 생활 패턴을 만드는 데 더없이 좋습-니다. 꾸준히 새벽에 달리기를 하고 있는 직장인들은 공통적으로 밤늦게까지 술자리를 가지거나 시간을 허투루 보내는 일이눈에 띄게 줄었다고 말합니다. 그러면 다음날 피곤할 것을 예상할 수 있는데다, 지금까지 쌓아온 실력을 꾸준히 올리고 싶다는 욕구가 더 크기 때문에 술자리에 가지 않는 것이죠.
"어떻게 술도 잠도 참고 하느냐고 묻는데, 억지로 참는 것이 아니라 더 큰 즐거움이 생긴 거예요."
습관이 만드는 마음의 힘은 대답합니다. 크고작은 유혹도있을 텐데, 그러한 유혹보다 더 큰 즐거움의 실체를 알아버렸으니 유혹에도 끄떡없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 P38

반복하며 자기만의 고유한 러닝법을 익힙시다
기록을 단축하는 비법은 꾸준함입니다. 꾸준함은 반복적인 활동의 수행이며 부상 없이 러닝을 지속하는 원동력입니다. 자신의 체형에 맞는 자세를 몸이 기억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기본 자세를 숙지하고 반복적으로움직여주어야 합니다. 몸의 밸런스를 맞추고 근육에 힘을 키우고 적절한휴식을 하며 자기만의 루틴을 만듭시다. - P42

그런데 30년이 넘도록 달리기를 해보니 정말로 ‘그냥 달리게 되었습니다. 달리기에 온 정신을 집중하고 숨 가쁘게 훈련하고 식단을 관리하는 그 모든 행위가 ‘그냥 달린다‘라는 단순한 표현으로 충족이 되었습니다.
‘그냥 달린다‘는 말은 목표가 없다거나 기록 욕심이 없다는말이 아닙니다. 의지력이 없다는 말도 아닙니다. ‘나의 달리기에는 이유가 없다‘라는 표현이 맞을 것입니다.
컨디션이 좋으면 좋은 대로, 안 좋으면 안 좋은 대로 달립니다. 처음 달릴 때는 몸이 안정적이지 못합니다. 호흡도 가쁘고심장도 쿵쾅거립니다.
그러나 계속 달리다 보면 몸이 ‘달리는 나‘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호흡도 차분해져가고 자세도 점점 안정적이되고 움직임에 리듬도 생깁니다. 체형이 탄탄해지고 다리에 근육도 생겨 단단해집니다. 그렇게 식사하기나 잠자기처럼 생활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아갑니다.
반복적인 훈련을 통해 온전히 나의 리듬을 만든다면 또 다른 러닝세계가 열립니다. 이 모든 과정 속에 그냥 달린다는 마음도 아주 중요합니다. - P124

꾸준함이 기본입니다. 반복하며 좋은 느낌을 기억시켜야 합니다. 반복할수록 좀 더 빨리 리듬의 기억을 끄집어낼 수 있습니다. 어렸을 때 했던 것을 성인이 되어 아주 오랜만에 했는데도 의외로 잘하는 것들이 있지 않나요? 몸이 기억했기 때문입니다. - P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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