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깻잎 투쟁기 - 캄보디아 이주노동자들과 함께한 1500일
우춘희 지음 / 교양인 / 2022년 5월
평점 :
이주인권 활동가이자 연구자인 우춘희 작가가 쓴 이주노동자들, 특히 캄보디아의 젋은
여성 노동자들의 한국 농촌 노동의 실상을 낱낱이 보여주는 책이다. 우리가 모두 알고 있듯이, 우리 농촌은 이제 외국인 노동자 또는 외국인 결혼 이주자가 없으면 돌아가지 않는다. 선주민들은 점점 나이가 들어 일을 할 수 없고 인구가 줄어들어 농촌은 소멸하고 있고 그 농촌을 외국인 노동자들이
힘겹게 떠받치고 있다. 내가 막연히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비중으로.
그 농촌에서 최저임금보다 낮은 시급으로 하루 10시간 이상 고된 노동을 하고, 그 마저도 체불되어 제대로 받지 못하고, 돼지우리보다 못한, 화장실도 없는 비닐하우스 안 컨테이너 숙소에서 – 그것도 무료가
아니라 숙소비를 월급의 10~20% 수준을 갈취 당하는 – 기거하며
사업주로부터 성희롱과 협박 등 부당한 대우와 차별을 받으며 일하고 있다.
“2020년 12월 포천의 한 농장 비닐하우스 내 숙소에서 캄보디아 이주여성노동자 속헹(Nuon
Sokkheng)씨가 영하 20도의 한파 속에 잠을 자다 사망한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했고
사회에 충격을 주었다. 사업주는 위법적인 숙소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고 난방장치도 가동되지 않았다.”
이 기사를 접하고 충격을 받은 사람들이 많을 텐데, 나도 그랬듯이. 이 책을 읽으면 저런 숙소가 특이 케이스가 아니라 일반적인 숙소라는 것이 더 충격적이다. 이런 사고가 나면 재발 방지 대책이 나오지만 늘 그렇듯이 그때 뿐이다. 사업주가
고발되지만 약간의 벌금만 내면 끝이다.
농촌 이주노동자들은 대부분 젊은 여성들이다. 한국에 빨리 들어오기 위해(한국어시험에 합격 후 2년 동안 취업이 되지 않으면 다시 한국어시험
등 절차를 취해야 한다) 월급이나 시설이나 대우가 상대적으로 좋지만 여성 노동자는 많이 뽑지 않는 공장보다
대기 기간이 짧고 여성 근로자를 주로 뽑는 농촌을 선택하여 들어온 노동자들이다.
농촌이라는 곳도 수도권 중심, 대도시 중심의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가장 낮은 대우를
받는 곳이지만, 그곳에서도 더 비천한 대우를 받은 ‘사람’들이다. 그들은 단순히 ‘인력’이 아니라 살아 있는, 삶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외면하고 있다.
‘불법체류자’가 아니라 ‘미등록이주민’으로. 그들이 ‘미등록이주민’으로
살 수밖에 없는 외부적인 요인을 개선해야 한다.
우리의 밥상 위 깻잎을 볼 때마다 이주노동자의 힘겨운 노동과 인권을 생각해 보게 하는 책이다.
우리의 ‘건강한 밥상’은 단순히 유기농, 제철 재료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그 밥상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수고로운 손길의 인권이 건강하게 유지되어야 가능한
것이다.
* 이 책에서 언급한 시로 마무리.
방문객
정현종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 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 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