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나는 사진의 감정이 마음에 사무쳤다. 감정은 사진에 찍힌 명인의 죽은 얼굴에 있는 것일까. 죽은 얼굴에는 자못 감정이 드러나 있지만, 죽은 그 사람은 이미 아무런 감정도 없다. 이렇게 생각하니, 내겐 이 사진이 삶도 죽음도 아닌 듯다가왔다. 살아서 잠든 것처럼 찍혀 있다. 그러나 그런 의미가 아니라 이것을 죽은 사람의 얼굴 사진으로 보더라도, 삶도 죽음도 아닌 무엇이 여기에 있는 듯 느껴진다. 살아 있던 얼굴 그대로 찍혀 있기 때문일까. 이 얼굴에서 명인이 살아 있던 때의 여러 가지 추억이 떠오르기 때문일까. 혹은 죽은 얼굴 그자체가 아니라 죽은 얼굴 사진이기 때문일까. 죽은 얼굴 그 자체보다도 죽은 얼굴의 사진에서, 더 분명하고 자세히 죽은 얼굴을 볼 수 있다는 것도 기묘한 일이었다. 내겐 이 사진이 어쩐지 봐서는 안 될 비밀스러운 상징처럼 여겨졌다.
훗날 나는 역시나, 죽은 얼굴을 사진 찍는 일 따위, 생각 없는 것이었다고 후회했다. 죽은 얼굴 사진 따윈 남길 만한 게못 된다. 그럼에도 이 사진에서 명인의 범상치 않은 생애가 내게 전해져 오는 것도 사실이었다. - P31

"글쎄.. 실은 그때까지 쓰러지느냐 쓰러지지 않느냐가 문제인데……. 여하튼 지금껏 쓰러지지 않고 버틸 수 있었다는 게 스스로도 신기합니다. 딱히 깊은 생각을 하는 것도 아니고, 나는 신앙이라 할 만한 것도 갖고 있지 않고, 바둑 두는사람으로서의 책임이라 한들 그것만으로는 여기까지 올 수 없습니다. 그럼 정신력인가 하고 생각해 봐도, 뭐랄까......." 살짝고개를 갸우뚱하며 천천히 말했다.
"결국은 내가 무신경한 건지도 모르겠군요. 멍하니..... 내게 멍한 구석이 있어, 오히려 다행이 아닌가 싶습니다. 멍하다는 의미는 오사카와 도쿄가 다르지요. 도쿄에서 멍하다는 건멍청하다는 의미지만, 오사카에서는 이를테면 그림에서 이 부분은 무심히 그린다거나, 바둑에서도 여기는 그냥 무심히 둔다. 뭐 그런 의미가 있잖아요?"
명인이 음미하듯 하는 말을, 나는 음미하며 듣고 있었다.
명인이 이만큼 감회를 털어놓는 건 아주 드물었다. 명인은얼굴 표정이나 말투에도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편이었다. 관전기자로서 오랫동안 유심히 명인을 지켜봐 온 나는, 명인의 대수롭지 않은 모습이나 말씀에 문득 감흥을 받곤 했다. - P70

죽음이 임박했을 때, 그가 보기 드물게 쓴 사소설 『나』에서 "바둑 두는 사람이 부럽다." 하고, 바둑은 "무가치라고 하면 절대 무가치이고, 가치라고 하면 절대 가치이다."라고 쓴 걸 나는떠올리기도 했다. 나오키가 올빼미와 놀면서 "넌 쓸쓸하지 않니?"라고 묻자, 올빼미는 탁자 위의 신문을 쪼아 찢어 버린다. 그 신문에는 혼인보 명인과 우칭위안의 시합 바둑이 실려 있다. 명인의 병환 때문에 대국이 중단된 상태였다. 나오키는 바둑의 불가사의한 매력과 승부의 순수함을 생각하며 자신의 대중문학의 가치를 고민해 보려고 하지만, "......그런 일에요즘은 차츰 싫증이 난다. 오늘 밤 9시까지 원고 삼십 매를 써야만 하는데, 벌써 오후 4시를 지났다. 하지만 나는 아무래도 좋다는 기분이 들었다. 하루쯤 올빼미와 노는 것도 괜찮겠지. 나는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저널리즘과 번잡한 것들을 위해얼마나 일해 왔던가?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냉혹하게 나를 대했던가?" 나오키는 무리하게 글을 쓰다 죽었다. 내가 혼인보명인이나 우위안을 처음 알게 된 것은 나오키 산주고를 통해서였다.
나오키의 말년은 유령을 보는 듯했는데, 지금 눈앞의 명인도 유령인가 싶다. - P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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깻잎 투쟁기 - 캄보디아 이주노동자들과 함께한 1500일
우춘희 지음 / 교양인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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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인권 활동가이자 연구자인 우춘희 작가가 쓴 이주노동자들, 특히 캄보디아의 젋은 여성 노동자들의 한국 농촌 노동의 실상을 낱낱이 보여주는 책이다. 우리가 모두 알고 있듯이, 우리 농촌은 이제 외국인 노동자 또는 외국인 결혼 이주자가 없으면 돌아가지 않는다. 선주민들은 점점 나이가 들어 일을 할 수 없고 인구가 줄어들어 농촌은 소멸하고 있고 그 농촌을 외국인 노동자들이 힘겹게 떠받치고 있다. 내가 막연히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비중으로. 그 농촌에서 최저임금보다 낮은 시급으로 하루 10시간 이상 고된 노동을 하고, 그 마저도 체불되어 제대로 받지 못하고, 돼지우리보다 못한, 화장실도 없는 비닐하우스 안 컨테이너 숙소에서 그것도 무료가 아니라 숙소비를 월급의 10~20% 수준을 갈취 당하는 기거하며 사업주로부터 성희롱과 협박 등 부당한 대우와 차별을 받으며 일하고 있다.


“2020 12월 포천의 한 농장 비닐하우스 내 숙소에서 캄보디아 이주여성노동자 속헹(Nuon Sokkheng)씨가 영하 20도의 한파 속에 잠을 자다 사망한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했고 사회에 충격을 주었다. 사업주는 위법적인 숙소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고 난방장치도 가동되지 않았다.”


이 기사를 접하고 충격을 받은 사람들이 많을 텐데, 나도 그랬듯이. 이 책을 읽으면 저런 숙소가 특이 케이스가 아니라 일반적인 숙소라는 것이 더 충격적이다. 이런 사고가 나면 재발 방지 대책이 나오지만 늘 그렇듯이 그때 뿐이다. 사업주가 고발되지만 약간의 벌금만 내면 끝이다.


농촌 이주노동자들은 대부분 젊은 여성들이다. 한국에 빨리 들어오기 위해(한국어시험에 합격 후 2년 동안 취업이 되지 않으면 다시 한국어시험 등 절차를 취해야 한다) 월급이나 시설이나 대우가 상대적으로 좋지만 여성 노동자는 많이 뽑지 않는 공장보다 대기 기간이 짧고 여성 근로자를 주로 뽑는 농촌을 선택하여 들어온 노동자들이다.


농촌이라는 곳도 수도권 중심, 대도시 중심의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가장 낮은 대우를 받는 곳이지만, 그곳에서도 더 비천한 대우를 받은 사람들이다. 그들은 단순히 인력이 아니라 살아 있는, 삶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외면하고 있다.


불법체류자가 아니라 미등록이주민으로. 그들이 미등록이주민으로 살 수밖에 없는 외부적인 요인을 개선해야 한다.


우리의 밥상 위 깻잎을 볼 때마다 이주노동자의 힘겨운 노동과 인권을 생각해 보게 하는 책이다. 우리의 건강한 밥상은 단순히 유기농, 제철 재료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그 밥상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수고로운 손길의 인권이 건강하게 유지되어야 가능한 것이다.




* 이 책에서 언급한 시로 마무리.



방문객

 

정현종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 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 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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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5-09-23 18: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농촌에서 일하는 외노자의 인권문제는 늙이가는 우리농촌과 연관되어 있지요.나이든 농민들은 인건비탓에 국내노동럭은 이용할수 없고(힘든일은 안하기도 함),외노자는 본국보다 높은 임금탓에 서로 윈윈이긴 합니다.책에 있는 외노자 인권문제는 일부 농민들도 문제도 있지만 아무래도외노자 인력업체의 관리탓이 크다고 봅니다.흔히 외노자 인권문제를 논하면서 임금을 내국인처렴 주라고 하는데 그경우 영세농민들은 감당불가하지요.이 문제 해결의 제일좋은 해법은 스마트팜과 기업농회사를 육성하는 것인데 농만들의 반대와 표를 의식하는 정치권땜시 요원해 보입니다.

다락방 2025-09-23 18: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려는 농민들을 포함해 기업인들에게 반드시 인권 교육이 우선해야 할 것 같다고 이 책을 읽고 생각했어요. 일단 기본적으로 ‘내가 살지 못할 곳에 왜 저들은 살아도 된다고 생각하는가‘, ‘이 나라에 돈벌러 왔는데 왜 저 나라 경제가치를 생각하는가‘ 등등, 배워야할게 아주 많아요. 월급 떼먹고 인간 있지 못할 환경에 처박아두면서도 그러나 그게 잘못인줄 모르고 큰소리치니 이 얼마나 무지에서 오는 부끄러움입니까. 먼 나라에서 가족들과 헤어져 여기 일하러 왔는데 일한 돈도 못받고 한파에 죽어나가고, 이게 뭐에요 진짜 ㅠㅠ
 

"무섭다 무섭다 해도 제 자신보다 더 무서운 것은 없네. 제 오른눈은용이 되고 왼눈은 호랑이가 되고 혓바닥 밑에는 도끼를 감춰두었고팔목을 굽히면 활이 되네. 처음 생각은 천진난만한 젖먹이 같다가도조금만 비뚤어지면 오랑캐가 되고 마는 것일세. 만약 경계하지 않으면 제가 저를 씹어 먹고 긁어 먹고 찔러 죽이고 쳐 죽일 것일세. 그래서 성인이 제 욕심을 절제해서 예절을 따르게 하고 간사한 생각을 막아서 진실한 마음으로 일관하게 한 것이니, 이렇듯 성인은 스스로를두려워하지 않은 적이 없다네." - P79

옛날 헝가가 밤에 검술을 토론할 적에는 개섭이 골을 내며 눈을 흘겼지만, 고점리가 현악기를 타는 데 이르러서는 사람이 있는 것도 상관없이 서로 붙들고 울었다. 즐거움이 지극하였던 것이나 다시 뒤이어 우는것은 무슨 까닭인가? 속마음에 감격해서 까닭 없이 슬퍼진 것이다. 비록 본인에게 묻는다고 하더라도 그들 자신도 역시 무슨 마음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문장의 높고 낮음을 평가하는 것이야 어찌 칼쓰는 사람의 기교에 견주겠는가?
우상은 그 아니 불우한 사람이었던가? 어째서 그의 말에는 그다지도슬픔이 많은가? - P113

글은 뜻을 나타내면 그만일 뿐이다. 제목을 놓고 붓을 잡은 다음 갑자기 옛말을 생각하고, 억지로 고전의 사연을 찾으며, 뜻을 근엄하게 꾸미고, 글자마다 장중하게 만드는 것은 마치 화가를 불러서 초상을 그릴적에 용모를 고치고 나앉는 것과 같다. 눈동자는 구르지 않고 옷의 주름은 죄다 다려 입어서 보통 때의 모습과 다르다 보니 아무리 훌륭한 화가인들 그의 참모습을 그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글 짓는 사람인들 무엇이 다르랴? - P132

복희씨가 글을 보는 데는 우러러 하늘을 고찰하고 굽어 땅을 살폈다고 했는데, 공자가 그것을 높이 평가하면서 가만히 있을 때면 글을완상한다고 했네. 완상한다는 말이 어찌 눈으로 보아서만 살핀다는뜻이겠는가? 입으로 맛을 보면 맛을 알게 되고, 귀로 들으면 소리를알게 되고, 마음으로 헤아려 보면 정신을 알게 되는 것일세.
이제 자네가 창에 구멍을 뚫고 방 안을 한꺼번에 훑어보며 유리알로 빛을 받아서 마음속에 깨달은 바가 있다고 하세나. 그렇다고 해도방과 창이 비어 있지 않으면 밝음을 받아들일 수 없고 유리알이 투명하게 비어 있지 않으면 정기를 모을 수 없는 법.
무릇 뜻을 환하게 하는 길은 나를 비워 남을 받아들이고, 마음을맑게 해서 사사로운 생각이 없는 데 있다네. 이것이 바로 완상한다는뜻이겠네." - P170

도로 네 눈을 감아라

자기 본바탕으로 돌아가라는 것이야 어찌 문장만이겠습니까? 각양각색의 일이 다 그렇습니다.
서화담이 길에 나갔다가 집을 잃고 길에서 우는 아이를 만나서 물었습니다.
"너 왜 우느냐?"
아이가 대답했습니다.
"제가 다섯 살 때부터 앞을 보지 못한 것이 지금 이십 년째입니다. 아침나절에 집을 나왔다가 갑자기 눈이 떠져서 천지 만물을 환하게 볼수 있게 되었습니다. 좋아라고 집으로 돌아가려 하니, 골목은 여러갈래요 대문도 저마다 비슷비슷해서 우리 집이 어딘지 통 알 수 없습니다. 그 때문에 웁니다."
선생이 말하였습니다. - P192

"집을 잘 찾아가도록 내 네게 일러 주마. 도로 네 눈을 감아라. 그러면 집으로 곧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자, 아이는 전처럼 눈을 감고 지팡이를 뚜닥거리며 발길 가는 대로 이내 제집을 찾아갔답니다.
이것은 다름이 아니라 빛과 형체가 뒤죽박죽되고 슬픔과 기쁨이 혼란스럽게 작용하는 까닭입니다. 이것을 망상이라고 합니다. 지팡이를뚜닥거리며 발길 가는 대로 걸어가는 것, 이것이 바로 우리가 분수를 지키는 이치요, 집으로 돌아가는 증거입니다. - P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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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거리두기가 아닌 사회적 고립.

사람이 온다는 건 한 사람의 일생이 오는 것이라는 시구를좋아한다. 이주노동자는 단순히 ‘인력‘이 되어 우리 사회의 노동력 빈칸을 메우러 오는 것이 아니다. 이주노동자들은 자신의이야기를 한 보따리 짊어지고 오는 사람들이다. 그 보따리 안에는 삶도 있고, 꿈도 있고, 울음도 있고, 웃음도 있다. 특히 이주노동자의 인권이 있다. 이주노동자의 인권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우리의 밥상도 건강하다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 P15

어떤 사람들은 고용허가제가 한국 사람들의 일자리를 빼앗는다고 주장한다. 이는 사실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고용허가제는 인력이 부족한 한국의 사업장에 이주노동자가 단기로 와서빈자리를 채우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그래서 이 제도는 내국인 구인 노력을 의무화한다. 제조업, 건설업, 서비스업은 14일 동안, 농·축산업과 어업은 7일 동안 일자리가 필요하다는 공고를낸 뒤에도 일손을 구하지 못하면 이주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다. 내국인(선주민)이 일하러 오지 않는 곳에 외국인(이주민)이일을 하도록 돕는 제도인 것이다. 따라서 고용허가제는 한국이필요로 해서 만든 제도이지 저개발국 사람들에게 시혜를 베풀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가 아니다. - P116

고용허가제 업무 편람에 따르면 이주노동자가 성폭행 피해를이유로 사업장 변경을 신청할 경우, 고용 센터에서 조사 후 피해사례가 인정되면 ‘긴급 사업장 변경‘이 허용된다. 피해자의진술 외에 증거가 없을 경우 상담 기관에서 상담을 받도록 안내하고 그 상담 결과를 토대로 삼아 사업장 변경 여부를 판단한다. 이 모든 사업장 변경 절차는 신속하게 진행하기 위해 3일이내에 마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만일 수사 결과 허위나 거짓(혐의 없음)으로 판정이 날 경우, (긴급하게 사업장을 변경한 경우에도) 악용 사례 방지를 위해 해당 이주노동자에게 ‘불이익‘을 부과한다. 새로운 사업장 알선을 중단하거나 고용 관계 해지후 출국 조치를 단행하는 것이다.
‘이주인권사례연구모임‘에서 2020년에 펴낸 《고용허가제 업무편람 다시쓰기》에서 지적한 대로 "성폭력 피해자의 신고가 - P191

접수되면 원칙적으로 피해자와 가해자의 분리를 위하여 필요한 조치로 긴급 사업장 변경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고용 센터는 "수사나 법률의 해석 및 판단을 하는 기관이 아니고, 이에대한 권한도 없다." 또한 "성폭력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지고 지원하고 사례를 다룰 수 있는 전문성을 가진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고용 센터의 공무원에게 성폭력 여부를 판단하게 하는 것은 적절하다고 볼 수 없다. 추가 피해나 보복 행위를 막기 위해서라도 빠른 분리가 필요하다.
게다가 ‘혐의 없음‘이란 판정만으로 이주노동자에게 불이익조치를 하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하다. ‘혐의 없음‘이란 피의 사실이 범죄로 인정되지 않거나 피의 사실을 인정할 만한 충분한증거가 없는 경우를 의미하며(검찰사건사무규칙 제69조), "검찰도 혐의 없음의 결과만 가지고 거짓 고소로 유추하지 않는다. 성폭력 사건의 경우, 둘만 있는 공간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피해자의 진술 이외에 물적 증거가 확실치 않아서 법적인 입증이어렵다. 상황이 이러한데 한국말이 서툴고 한국 문화도 낯선이주노동자가 자신의 피해를 증명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따라서 ‘혐의 없음‘을 근거로 출국 조치를 한다면, 사실상 성폭행 피해신고 자체를 막는 효과를 가져올 뿐이다. - P192

"원래부터 이주노동자들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 왔어요. 한달에 두 번 쉬는데 그 쉬는 동안 사람을 만나면 몇 명이나 만나겠어요. 농촌 사회에서는 아주 보이지 않는 존재예요. 사회적거리두기가 아니라 완전히 사회적으로 고립되어 있으니, 역설적이게도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한 상황인 거지요."
사회적 거리두기가 아닌 사회적 고립. 농업 이주노동자들이처한 상황을 설명하는 적절한 문구였다. 코로나19 이전에도 이들은 사회적으로 보이지 않는 존재였다. 동네나 마을이 아닌, 비닐하우스 근처 기숙사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데다, 정 - P195

말 가끔 시내에 장을 보러 가기 때문에 마주칠 환경 자체가 안되었다. 분명 사회 어딘가에는 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였던 것이다.
경기도, 충청도, 경상도에서 만난 농업 이주노동자들에게 혹시 한국 사람들에게 차별당한 경험이 있는지 조사할 겸 물어본 적이 있다. 그들의 답은 내 예상과 달랐다. 사업주 말고는 다른 한국 사람들을 거의 만나지 못하기에 차별당한 경험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어쩌다 시내에 가더라도 한국인들이 가는 카페나 식당이 아닌 자기네 사람들이 하는 식당에 주로 간다고 했다. 사회적 고립 상태에서 선주민과 접촉할 기회가 적기때문에 내 질문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 것이었다. - P196

그러나 오래전부터 유엔, 국제노동기구, 국제이주기구, 유럽연합 등 국제 사회에서는 초과 체류한 이주민을 ‘불법 체류자‘라부르는 것은, 그들을 ‘불법‘적인 존재로 낙인찍어 혐오를 조장하기에 ‘미등록‘ ‘비정규‘ 같은 중립적인 용어로 써야 한다는 논의가 제기되어 왔다. 초과 체류의 문제는 행정 절차 위반이지 형사상 범죄가 아니기 때문에, 체류 문제가 적발되면 정부가 정한 절차에 따라 조치를 취하면 된다. 교통 법규를 위반한 운전자에게 ‘불법 운전자‘라고 하지 않듯이, 초과 체류한 이주민에게 ‘불법 체류자‘라고 할 필요가 없다. 국내 인권·이주단체에서도 사람의 존재 자체가 ‘불법‘일 수 없기 때문에 ‘불법 체류자‘
대신 ‘미등록 이주민‘ ‘미등록 노동자‘라는 표현을 사용해 왔다.
국가인권위원회 ‘미등록 체류자‘ ‘미등록 노동자‘라는 표현을권고했다. 그러나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이런 단어를 사용하지않았다. 그러다 코로나19가 많은 것을 바꾸어놓았다. 전염병은성별, 국적, 인종, 체류 자격을 가리지 않았다. - P222

이주민, 특히 미등록 이주민과 관련한 기사에 가장 많이 달리는 댓글이 있다. "너희 나라로 가." 심지어 인권과 차별에 대해 이야기할 때도 사람들은 말한다. "힘들면 너희 나라로 가."
그러나 우리는 이주민(외국인)이 선주민(내국인)이 일하고 싶어 하지 않는 자리를 메우고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가 마트에서 사는 식품들, 음식점에서 사 먹는 반찬들은 밭에서, 공장에서 일하는 이주민들의 손을 거쳐 온다. 한국인의 얼이 담긴 ‘김치‘는 베트남, 태국, 캄보디아 이주노동자의 손을 거쳐 만 - P236

들어진 지 이미 오래다. 그들 중에는 미등록 노동자도 당연히포함되어 있다. - P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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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suppose I am. How old are you?‘ he asked.
Shmuel thought about it and looked down athis fingers and they wiggled in the air, as if hewas trying to calculate. ‘I‘m nine,‘ he said. ‘Mybirthday is April the fifteenth nineteen thirty-four.‘
Bruno stared at him in surprise. ‘What didyou say?‘ he asked.
‘I said my birthday is April the fifteenth nine-teen thirty-four.‘
Bruno‘s eyes opened wide and his mouthmade the shape of an O. ‘I don‘t believe it,‘ hesaid.
‘Why not?‘ asked Shmuel.
‘No,‘ said Bruno, shaking his head quickly. ‘Idon‘t mean I don‘t believe you. I mean I‘msurprised, that‘s all. Because my birthday is Aprilthe fifteenth too. And I was born in nineteenthirty-four. We were born on the same day.‘ - P109

‘Where I come from is much nicer thanBerlin,‘ said Shmuel, who had never beento Berlin. ‘Everyone there is very friendly and wehave lots of people in our family and the food isa lot better too."
‘Well, we‘ll have to agree to disagree,‘ saidBruno, who didn‘t want to fight with his newfriend.
‘All right,‘ said Shmuel. - P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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