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학은 물리학보다 역사학에 더 가깝다. 현재를 이해하려면 과거를 잘 알아야 하고, 그것도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알아야만 한다. 역사학에 예견론豫見論이 없는 것처럼 생물학에도 확립된 예견론이 없다. 이유는 양쪽 모두 같다. 연구 대상들이 너무 복잡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물학과 역사학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에는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타자他者를 이해함으로써 자신을 더 잘 이해하게 된다는 것이다. 외계 생명에 관한 단 하나의 예만 연구할 수 있게 된다고 하더라도, 그리고 그 하나가 아무리 미미한 수준의 것이라고 하더라도 우리의 생물학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확장될 것이다. 적어도 우리와 다른 생물이 가능하다는 사실은 확인할 수 있지 않겠는가? 외계 생물에 대한 탐구가 중요하다고 누구나 말하지만, 우리는 외계 생명을 찾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는 현실적 어려움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계의 생명은 우리가 추구할 궁극의 목표이다. 왜냐하면 그것이 우리자신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해 줄 것임에 틀림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제껏 지구라는 작은 세상이 들려주는 생명의 음악만 들어 왔다. 이것은 우주를 가득 채운 생명들이 연주하는 푸가의 한 성부만을 들어 온 셈이다. 자 이제 저 웅장한 우주 생명의 푸가의 남은 성부들에 귀를 기울여 보자. - P103
기원전 6세기의 피타고라스로부터 플라톤, 프톨레마이오스 그리고 케플러 이전까지 살던 기독교 세계의 천문학자들은 모두 원이 ‘완벽’한 기하학적 도형이므로, 행성들은 마땅히 원 궤도를 따라 돌아야 한다고 믿었다. 행성들은 하늘 높이 자리 잡고 있어, 이 땅의 ‘부패‘ 로부터 거리가 먼, 역시 또 다른 의미의 신비와 ‘완벽‘을 겸비한 존재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갈릴레오, 튀코 브라헤, 코페르니쿠스도 행성이 운동하는 길은 원이라고 못박아 두었다. 코페르니쿠스는 원형이 아닌 궤도는 "생각만으로도 끔찍하다." 라고까지 단언했는데, 왜냐하면 "최상의 모습으로 창조된 신의 피조물을 감히 불완전하다고 여길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에서 케플러도 지구와 화성이 태양 주위를 원 궤도를 따라 돈다고 간주하고 튀코 브라헤의 관측 결과를 이해하고자 고심했던 것이다. - P137
결국 케플러는 원에 대한 동경이 하나의 환상이었음을 깨달았다. 지구도 코페르니쿠스가 말한 대로 과연 하나의 행성이었다. 그릭ㅎ 케플러가 보기에 지구는 전쟁, 질병, 굶주림과 온갖 불행으로 망가진, 확실히 완벽과는 아주 먼 존재였다. 이런 지구를 완벽하다고 믿었다면, 나머지 행성들도 완벽에서 멀리 떨어져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 그는 다른 행성들에 대해서 알아보기 시작했다. 이렇게 해서 케플러는 고대 이래 행성이 지구처럼 불완전한 것들로 구성된 물체라고 이야기한 몇 안 되는 인물들 중의 한 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만일 행성이 ‘불완전’하다면, 그 궤도 역시 불완전하지 않겠는가? 케플러는 달걀 모양 곡선을 여럿 시험해 보았다. 열심히 계산해 내려가다 산술적 실수를 하기도 하고 (그래서 옳은 답인데 틀린 것으로 여겨 버렸고) 몇 달 뒤에 자포자기 심정으로 타원의 공식을 이용하여 분석을 다시 시도했다. 그 공식은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에서 페르가의 아폴로니우스가 처음 만들어 낸 식이었다. 결과는 튀코 브라헤의 관측값과 완전히 일치했다. "자연의 진리가, 나의 거부로 쫓겨났었지만, 인정을 받고자 겉모습을 바꾸고 슬그머니 뒷문으로 들어왔으니…… 아, 나야말로 참으로 멍청이였구나!" - P139
제1법칙. 행성은 타원 궤도를 따라 움직이고 태양은 그 타원의 초점에있다.
제2법칙. 행성과 태양을 연결하는 동경은 같은 시간 동안에 같은 넓이를 휩쓴다.
제3법칙. 행성의 주기를 제곱한 것은 행성과 태양 사이의 평균 거리를 세제곱한 것에 비례한다. 즉 멀리 떨어져 있는 행성일수록 더 천천히 움직인다. - P144
요하네스 케플러가 자신의 일생을 바쳐 추구한 목표는, 행성의 움직임을 이해하고 천상 세계의 조화를 밝히는 것이었다. - P153
케플러와 뉴턴은 인류 역사의 중대한 전환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이 두 사람은 비교적 단순한 수학 법칙이 자연 전체에 두루 영향을 미치고, 지상에서 적용되는 법칙이 천상에서도 똑같이 적용되며, 인간의 사고방식과 세계가 돌아가는 방식이 서로 공명共鳴함을 밝혔다. 그들은 관측 자료의 정확성을 인정하고 두려움 없이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들은 행성들의 움직임을 정확하게 예측함으로써 인간이 코스모스를 대단히 깊은 수준까지 이해할 수 있다는 확고한 증거를 제시했다. - P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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