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 매력이 철철~~

나이가 더 많고 세상을 더 잘 아는 여자로서, 그 애의 잘못을 이해하고 헤아리게 되면서, 그리고 그 애의 망가진 미래를 예견하면서, 마로너 부인의 마음속에 새로운 감정이 강력하면서도 분명하게, 억누를 수 없이 차올랐다. 이런 일을 저지른 남자에 대한 이루 말할 수 없는 원망이. 그는 알고 있었다. 간파하고 있었다. 자신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충분히 예견하고 가늠할 수 있었다. 순진하고, 무지하고, 고마워하며 따르고, 타고나길 온순한 성격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남았다. 다 알면서 그런 점을 의도적으로 이용했다. - P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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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있을 때 나는, 첫째 책을 제일 많이 읽었다. 나의 내부에서 끊임없이 끓어오르는 모든 것을 외적 감각으로 억누르고 싶었던 것이다. 외적인 감각 중 그나마 나한테 가능했던 것은 오직 독서 하나뿐이었다. 독서는 물론 많은 도움이 되었으니, 흥분에 들뜨기도 하고 달콤함에 젖기도 하고 괴로워하기도 했다. 하지만 때론 끔찍할 정도로 지루해하기도 했다. 어쨌거나 몸을 움직이고 싶었기에 나는 갑자기 어둡고 추잡한 지하의 방탕, 아니 방탕 나부랭이에 빠져들었다. - P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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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어떻게 알겠느냐마는, 인간은 오직 먼발치에서만 그 건물을 좋아할 뿐, 가까이서는 절대 그렇지 않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건물을 짓는 것만 좋아할 뿐, 그 안에서 사는 것은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나중에 그걸 aux animauxdomestiques(가축들에게), 그러니까 개미나 양이나 뭐 그런 것들에게 줘 버릴 수도 있는 것이다. - P65

나는 물론 나의 관청 동료들을 하나에서 열까지 모두 증오하고 또 경멸했지만 그러면서도 그들을 좀 무서워했던 것 같다. 갑자기 그들이 나보다 낫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그 무렵엔 그들을 경멸하다가도 어쩐지 갑자기 그들이 나보다 낫다는 생각이 드는 일이 있었던 것이다. 지적으로 성숙했고 점잖은 인간은 자기 자신에 대해 무한히 까다롭지 않고서는, 또 어떤 순간엔 자기 자신을 증오할 만큼 경멸하지 않고서는 허영심에도 사로잡힐 수 없다. 하지만 남을 경멸하든지 아니면 남이 나보다 낫다고 생각하는지 간에 마주치는 누구에게나 나는 눈을 내리깔았다. 심지어 나에게로 쏟아지는 아무개의 시선을 참아 낼 수 있는지실험까지 해 봤지만, 늘 내 쪽에서 먼저 눈을 내리깔았다. 이것이 나를 미칠 정도로 괴롭혔다. 또 나는 웃긴 놈이 될까 봐 병이 날 정도로 무서웠던 나머지, 외적인 것과 관련된 모든 것에서 노예처럼 인습을 숭배했다. 기꺼이 일반적인 통념을 따랐으며 온 마음으로 내 내면의 온갖 기괴함을 저어했던 것이다. 하지만 내가 어떻게 끝까지 견뎌 낼 수 있었겠는가? 우리 시대의 지적으로 성숙한 인간이 응당 그렇듯, 나는 병적으로 성숙해 있었다. 반면 그들은 모두 둔한 데다가 한 무리 속의 숫양들처럼 서로서로 닮았다. - P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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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인간은 체계와 추상적인 결론에 너무 치우친 나머지, 오직 자신의 논리를 정당화하기 위해 고의로 진리를 왜곡하고 보면서도 보지 못하고 들으면서도 듣지못할 준비가 돼 있다. - P48

다름 아니라, 인간은 언제나 어디서나 그가 누구든 간에 절대 이성과 이익의 명령이 아닌,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하길 좋아했던 것이다. 심지어 자기 자신의 이익에 반해서라도 그렇게 하고 싶어 할 수 있고 이따금씩은 꼭 그래야만 한다.(하여간 내 생각으론 그렇다.) 자기 자신의 의지적이고 자유로운 욕망, 아무리 거친 것일지라도 여하튼 자기 자신의 변덕, 이따금씩 미쳐 버릴 만큼 짜증스러운 것일지라도 여하튼 자기 자신의 환상, 이 모든 것이 바로 저 누락된 이익, 즉 어떤 분류에도 속하지 않고 모든 체계와 이론을 끊임없이 산산조각 내 버리는 가장 유리한 이익인 것이다. - P52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오직 독립적인 욕망 하나뿐이다, 이 독립성이 어떤 대가를 요구하든, 어떤 결과를 초래하든 간에. 거참, 대체 욕망이라는 게 뭔지……. - P53

내 생각으론 심지어, 인간에 대한 가장 훌륭한 정의는 두 발로 걷는 배은망덕한 존재라는 것이다. - P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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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아니, 이 음탕함의 온갖 섬세한 뉘앙스를 이해하려면 지적으로 심오한 성숙의 경지에 이르고 의식의 극단까지 가야 할 것 같군요! 비웃는 거요? 그렇다면 몹시 기쁘군, 나의 농담은, 여러분, 물론 품격도 떨어지고 변덕스럽고 앞뒤도 안 맞는 데다가 자기 불신감마저 가미되어 있소. 하지만 실상 이건 내가 나 자신을 존경하지 않기 때문이오. 도무지 의식이 발달한 인간이 조금이라도 자기 자신을 존경할 수 있겠소? - P35

그저 팔짱을 낀 채 멍하니 있지 않기 위해서라도 증오하든지, 사랑하든지 해 보라는 것이다. 아무리 늦어도 모레면, 뻔히 알면서도 자기 자신을 속였다는 이유로 스스로를 경멸하기 시작할 것이다. 결과적으론, 비누 거품과 관성뿐이다. 오, 여러분, 내가 스스로를 현명한 인간으로 간주하는 것은 오직 평생 동안 뭐 하나 시작할 수도, 끝낼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설령 내가 수다쟁이라고 한들, 우리가 죄다 그렇지만, 설령 백해무익하고 짜증나는 수다쟁이라고 한들 어떤가. 어차피 모든 현명한 인간의 그야말로 유일한 사명이 수다, 즉 머리를 굴려 공소한 잡담을 늘어놓는 데 있다면, 어쩌란 말인가. - P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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