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정 <치유라는 이름의 폭력>

결함 있음이나 정신박약 같은 미끄러운 단어에 너무나 많은삶이 달려 있다. 성노동자, 이민자, 유색인, 가난한 백인, 정신장애를 가진 사람, 뇌전증을 가진 사람, 소위 성도착자, 시각장애인, 청각장애인, 지체장애인, 성 경험이 있는 비혼 여성, 여성스러운 남성, 수감자, 지적장애인은 모두 한 번쯤 결함이 있는 존재나 정신박약으로 치부된다. 이 명단은 수십 년 동안 바뀌어 왔지만, 그 단어들의 의미는 그대로다. 열등하고 부도덕하며 버려질만하다는 뜻이다.
우생학자들은 정신박약과 가난과 폭력이 유전적인 것이라고믿었다. 이것들은 미국의 몰락을 이끌 수도 있는, 여러 세대에걸친 결함이자 위협이었다. 우생학자들은 민족주의, 백인성, 부를 통해 정의되는 건강을 회복하여 국가를 치유하고자 애썼다. 6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단종수술을 당했고, 수만 명의 사람들이 시설에 수용되었으며, 셀 수 없이 많은 이민자들이 국경에서 돌려보내졌다. - P194

마흔다섯 살 생일에 친구는 내게 이러한 내용의 편지를 써주었다. "네가 타고난 병신born crippled이라서 정말 기뻐." 그녀는어이자 장애인이며 노동계급인 백인 활동가다. 우리는 함께 일을 조직해 활동했고, 함께 고군분투했다. 병신이라는 말이 나를미소 짓게 했다. 장애 커뮤니티 안에서는 많은 이들이 서로를 불구crip라고 부른다. 상처로 가득한 말을 고치고 되찾는 기술을 실천하는 것이다. 그러나 보통 병신 앞에서는 멈춰 선다. 그것은 너무 지나치다. 친구는 애착을 가지고 좀 더 위험한 단어를 쓴 것이다. 이 단어는 고통의 소용돌이와 수 세기의 역사를 함축하고 있다. 타고난이라는 말은 돌이킬 수 없는 진실이 되어 내 안에 자리 잡는다. 나는 45년 전에 타고난 병신으로 태어났다. 그러나 기쁘다는 말은 내게 선물로 다가온다. 그 말은 놀라움이자계시다. 기쁨은 기피에, 어머니의 실망에, 이 세상의 모든 폄하와 박멸에 맞선다. 기쁨은 완고한 자긍심과 고집스러운 저항 그이상이다. 기쁨은 세상이 장애를 가진 몸-마음을 필요로 한다는 굳건한 확신이자, 있는 그대로의 사실이다. 기쁨은 강력한 주장이다. - P230

이 엄청난 양의 감정과 믿음이 나를 다시금 트랜스에이블에게로 이끈다. 나는 장애에 대한 그들의 단호한 선택을 아직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나 또한 나 자신의 육체적 욕망을 전부이해하지는 못한다. 나에게 더 혼란스러운 이야기가 필요한 이유는, 장애가 있는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려는 내 일평생의 투쟁을, 젠더화되고 섹스화된 몸-마음을 재형성하기 위해의료 기술을 이용한 일과 화해하게 할 방도가 없기 때문이다.
나는 그 모순을 고치려 애쓰거나 그것을 껴안을 수 있을 뿐이다. 자신을 수술해 줄 의사를 찾을 만큼 운이 좋았거나, 장애를촉발하는 사건을 실행에 옮길 만큼 절박했던 트랜스에이블처럼, 나도 종국에는 멀쩡한 살을 도려냈고, 그 과정에서 온전함을얻었다. 수치심과 사랑이 여전히 그림자와 빛처럼 파르르 흔들린다. - P305

해제_김은정

치유는 미국 장애학과 장애인권운동 진영에서 오랫동안 터부시돼 온 말이다. 장애인에게 치유되고 싶은지를 묻는 것은 장애를 갖고 사는 삶은 불행하고 열등하다는 사고방식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치유, 회복, 재활, 극복이라는 단어들은 온전해야할 (혹은 온전했던) 신체와 정신에 상처와 손상이 일어났고, 이러한 상태는 지속되어서는 안 되며,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는 믿음을 전제로 한다. 사회가 제도, 문화, 가치 체계를 통해 장애인에게 끊임없이 치유될 것을 요구하고, 완치될 수 없다면 재활을통해 좀 더 나은 기능을 가지라고 요구해 왔기 때문에 치유는억압적인 이데올로기로 작동한다. 따라서 장애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치유 이데올로기에 반대하고항해 왔다. 강제적 치유에 대한 장애계의 비판의 예로, 클레어는 『망명과 자긍심』에서 치유되어야 하는 것은 "우리의 몸이 아니라 비장애 중심의 사회"라고 적었다. - P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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