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인간과 자연의 적대적 관계가 아니라, 양자의 공생적 관계를 통해 기후위기 및 코로나 위기를 동시에 극복하고자 하는 환경운동이 일어났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생태교육학운동은 새로운 환경전략으로 지속가능성을 채택하였다. 이 운동은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의 상생적 관계를 회복하고자 하였고, 자연을 소중히 여기고 돌보는 ‘지속가능발전교육‘을 추구하였다. 학교와 공동체의 녹색화를 추구하는 생태교육은 사회구조 및 교육체제 전체를 근본적으로 재구성하고자 하는 변혁적 지향성을 갖고 있다. - P75

생태파괴의 원인을 들여다보면, 사실 인간과 자연의 문제이기 이전에근원적으로 인간과 인간의 문제임을 알게 된다. 자연환경의 위기와 코로나 발흥 사태는 인간돌봄(아이 돌봄, 노인 돌봄, 장애인 돌봄 등)과 자연돌봄(생태 돌봄)이 분리되지 않아야 함을 일깨워준다. 돌봄정의와 생태정의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연과 인간에 대한 미학적 감수성을 이끌어내고 지속가능한 가치를 중시하고 대안적 삶의 방식으로 전환시키는 미래교육운동이 요구된다. - P73

무한경쟁으로 치닫는 교육이 아니라 협력하는 연대교육으로 바꿔야 하고, 생명을 죽이는 기술공학적 교육이 아니라 생명을 살리는 공생교육으로 바뀌어야 하고, 차가운 학교를 따뜻한 학교로, 부조리한 학교를 정의로운 학교로 바꿔야 한다. 물론 이는 차가운 가정을 따뜻한 가정으로 만드는 일과 무거운 공동체를 가벼운 공동체로 만드는 일과 조응되어 추진되어야 한다. - P81

코로나 사태를 인간과 자연이 공생하는 생태적 전환의 계기로 삼아, 사회적으로 정의롭고 지속가능한 미래문명, 즉 생태적 문명을 준비하는 대안적 교육체제를 마련하지 않으면 안된다. 코로나가 생물학적이고 의학적인 사건인 동시에, 문명의 총체적 문제들을 드러낸 산업문명의 부산물임을 인식해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가 신봉해온 1995년 5·31 교육개혁의 기조는 신자유주의적 신문명 프로젝트였다. 이제는 생태적 신문명 프로젝트로 거대한 전환이 이루어져야 할 때가 되었다. 산업화시대에는 경쟁이 요구되는 견고한 그릇이 필요했지만, 공생을 추구하는 21세기에는 유연한 연대의 그릇이 필요하다. 우리는 지금 그 그릇을 빚어내는 문명 대전환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 P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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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날씨의 아이> 찜~!

기후변화라는 이야기가 근대성, 즉 인간/자연의 이분법에 토대를 둔 인간중심주의 이외의 인식론을 제출하면서 ‘지금, 이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는 감각으로 제시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 P54

즉 기후변화, 멸종, 인수공통전염병과 같은 실존적 위협들이 범람하고 있는 인류세 시대에 그들의 작품은 특별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우리가 새로운 유형의 인간-자연 관계를 상상하는 것을 도와주는 문화적 기준을 제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 P54

인간중심주의는 계몽주의 시대에 더욱 강화되었는데, 그 까닭은 인간의 이익을 위해서 자연을 통제하는 것을 가능하게 만든 ‘과학‘ 이라는것을 사용하는 자들로서, 인간의 지위가 더욱 승격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경향은 산업화와 기술발전을 통해서 근대성 내에 더욱 확고하게 천명되었다. 그 결과 이제 우리는 이 행성에 대한 인간의 영향을 인정하는 지질연대인 인류세(人類世) 속에서 살아가고 있고, 메타데이터(구조화된 대량의 데이터 정보)를 통제하는 일부 인간들은 인류가 머지않아 호모데우스(인간 신(神))가 될 것이라고 예측하기까지 한다. - P55

<날씨의 아이들>에서 모든 문제의 원인인 비조차도 처리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생명의 근원으로 제시된다. 신카이는 주인공 호다카로 하여금 이렇게 말하게 한다.

빗소리는 훨씬 부드럽고 더 친밀했어. 우리를 위해서 연주하는 멀리서들려오는 아름다운 북소리 같았어. 아주 먼 곳으로부터 오래오래 걸려서 우리에게 도착한 특별한 소리 말이야. 그 소리는 우리의 과거와 미래를 알고 있고, 우리가 한 결정이나 선택에 대해서 절대로 나무라지 않고, 고요히 모든 지나간 일들을 받아들이고 있어. ‘살아라!‘ 그 소리가 말하고 있었어. 살아. 살아. 그냥 살아라. - P63

보이지 않는 세계의 그 ‘무언가‘에 대한 미야자키의 묘사에서 가장 래디컬한 측면은 그가 그것을 단지 영적인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것은 실제로 생명 그 자체이다. 요컨대, 미야자키는 영혼을 살아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영성은 순수한 종교적 개념이 아니라 생명이다. 그는 이렇게 쓰고 있다.
"나는 ‘숲에 무언가가 있다‘고 느꼈다. … 그것은 ‘무엇인가가 저곳에 있다‘는 느낌이다. 그것은 생명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 P65

포스트모던 애니미즘은 근대성에 대한 반사작용으로 나온 애니미즘이다. ‘전근대적‘ 이거나 자연 속의 영적 존재들을 무비판적으로 믿는 신앙이 아니다. 그것은 근대성을 비판하고, 우리가 기후변화에 대하여 행동하는 것을 가로막고 있는 이론적·철학적 장애물을 돌파할 수 있는 지식을 구축한다. ‘인간의 시대‘ (인류세)에 포스트모던 애니미즘은 우리가 인간중심주의에서 벗어나 인간-자연 관계를 근본에서부터 다시 생각하는 것을 가능하게 만들어준다. 그것은 우리의 사회과학적 상상력의 핵심에 자연과 영성을 복귀시켜, 우리의 지식기반을 다른 인식론 및 존재론의 공간들로 확장시켜준다. - P67

그들이 기도를 많이 하기는 하지만 그들의 기도는 사람들이 "어려움에처했을 때 신에게 기원하는" 그런 종류의 기도는 아니다. 이 영화에서 기도는 주인공들의 의지나 강한 염원의 표현에 더 가깝다. 그리고 그것은 그들이 영적 존재보다는 자기 자신과 서로와 더 접속하고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영화에서 암시된 해결책은 각자가 스스로와 주변 사람들을 위해서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깊이 숙고하는 것이다. - P72

그리하여 〈날씨의 아이들>의 주인공은 ①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과,
②영적인 존재이며 생명력의 근원으로서의 자연, 그리고 ③자신에게 영향을 미치는 문제들에 대해 골똘히 생각함으로써 자기 자신과 연결되는 법을 배운다. 그리고 그 결과 그는 기후변화에 의해서 위협받는 세계에 대해서 스스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찾아냈다. - P72

개인적인 판단과 삶의 신성함에 대한 신카이의 긍정은 미야자키가 <모노노케히메>에서 제시한 두 개의 주된 메시지(세상을 편견 없이 보고, 살아라)와 같다. ‘고난과 함께 머무르기‘를 선택함으로써 주인공들이 용감하고 뜻있게 사는 미야자키와 신카이의 영화들은 전례 없는 수준의 불확실성과 불안감이 가득한 세계,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일시적으로 중지된 인류세의 시대에 꼭 필요한 이야기이다.
동시에 이론적 측면에서는, 미야자키와 신카이의 영화들은 자연과 영성에 대한 상상력을 자극하고, 인류세에 요청되는 새로운 인식론 존재론의 지평을 열어 우리가 인간-자연 관계를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기준을 제공한다. 학문적 작업을 통해서 게다가 세계적인 규모로 이런 일을 성취하기란 극히 난망한 일이다. 그러나 그들의 영화는 이미 그 일을 이루어내고 있다. 우리의 "상상력의 위기"를 바로잡고, 또한 "놀라운, 새롭고도 오래된 연결된 세계에 대해 활짝 열려 있으면서 동시에 그 복잡성도 모두아우를 수 있을 만큼 큰" 이야기들을 우리에게 제공해주면서 말이다. - P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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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公共)’의 사전적 의미는 ‘국민 모두 혹은 사회 전체와 관련된 것’(위키낱말사전)이다. 우리가 공공의료나 공공교육 같은 용어는 쉽게 접할수 있음에도 공공농업이란 용어가 생소한 이유는 농업을 산업적 측면으로만 바라보기 때문이다. - P45

수입농선물은 국내시장을 잠식해서 사료를 포함한 식량자급률은 21% 수준이다(참고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식량자급률 평균은 102% 정도이다). - P47

한편 언론은 폭염과 집중호우 등 기후위기에 따른 농산물 생산량 감소가 원인이라는 언급은 하지만, 한국 식료품의 주원료인 밀의 경우 자급률이 0.7%밖에 안되는 것과 같은 한국 먹거리의 본질적인 문제는 지적하지 않고 있다. 여전히 식량안보와 관련해서는 한국정부와 주류 학자들은 케인스 그룹의 논리(자유로운 농산물 수출을 통해 식량위기가 극복될 수 있다는)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 P49

그러한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것이 공공농업으로의 전환이다. 이는 공동의 이익을 지켜가기 위한 모두의 과제이다. 공공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정책을 만드는 주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관료가 중심 주체가 되는 것이 아니라 국민과 농민, 모두가 함께 만들어야 진정한 공공농업을 실현하는 정책이 나올 수 있다. - P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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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탄소환원주의는 기후위기의 원인을 대기 중에 배출된 온실가스에만 맞추고 그런 배출이 지속적으로 대규모적으로 일어나는 사회경제체제의 문제를 외면하는 경향을 의미한다.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한재각, 〈탄소가 아니라 사회를 바꿔라〉, 《창작과비평》 183호(2019년 봄) - P37

경제성장을 하면서도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다는, 소위 ‘탈동조화론‘에 기반한 ‘생태적 현대화론‘이라는 환상에 매달리고 있다. - P39

기후위기 상황에서의 (‘국민‘으로 제한되지 않는) 사람들의 권리와 정부와 기업의 의무를 규정하자는 제안은 철저히 무시되고 있다. 기후위기비상행동은 사람들은 기후위기로부터 보호받으며 기업들에게 온실가스 감축을 요구할 권리를 가지고 있으며 국가는 이를 보장할 의무를 가진다는 점을 법에 명시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어느 법안도 ‘국민의 책무’가 아닌 ‘사람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제안하고 있지 않다. - P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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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자본주의국가 사이에 나타나는 주요 갈등은 더이상 서구 산업화 시기 자본과 노동 간의 갈등이 아니라, 서구의 ‘탈산업화‘ 이후 주요금융자본 사이의 악성 경쟁에서 비롯된 내생적 갈등이다. 즉, 총체적인금융과잉 및 그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금융자본 독점집단 간의 세계 화폐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저항적인 갈등이다. - P25

중국은 이미 금융자본 단계의 주요 갈등에서 주요 모순의 부차적 측면이 되었다. 미중 무역전쟁은 그것을 상징하는 현상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진정한 문제는 21세기의 중국이 기존의 산업자본 단계 경쟁에서 금융자본 단계로 급격하게 진입하며 해외로 진출했고, 세계 금융자본 및 해외 투자에서 가장 빨리 성장한 국가로 전환했다는 점이다. 이는 중국이 주요 모순에서의 대립 쌍방의 부차적 측면으로 떠오르도록 했다. 그에 따라 서구 여론의 ‘중국위협론‘이 ‘중국붕괴론’을 대체했다. - 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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