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방법들은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었다. 이제 50년 전보다 일하는 여성의 수가 크게 늘었다. 이제 우리에게는 여자 연방 총리, 여자 총독, 몇 안 되는 오스트레일리아 200대 상장 기업의 여성 CEO들이 생겼다. 한편, 반쯤 정신이 나간 채로 지칠 대로 지쳐 있는 ‘슈퍼우먼’세대 또한 낳았다. 이 여성들은 ‘수컷들’의 노동 세계로 제대로 진입하기는 했지만 (그에 상응하여) 가정 내 여성들의 노동 세계에서는 남성들의 노동 세계에 진입한 만큼 퇴각하지 못했다. 이들 슈퍼우먼은 그냥 두 가지를 다 하고 있다. 현대의 일하는 엄마들 다수에게 직장에 다닌다는 것은 한 군데가 아니라 두 군데에서 자신을 혹사시키는 영광을 부여받았다는 의미다. ‘오스트레일리아 일과 생활 지수(Australian Work andLife Index)‘에 따르면, 아이가 있는 일하는 엄마들 중에 자주 혹은 늘 스트레스를 받고 시간에 쫓기는 기분이 든다는 사람이 급증하고 있다. - P106
우리가 가정 내 노동에 가치를 부여하려면 제대로 부여해야 한다. 즉, 여자들이 가사 노동의 대가를 못 받는다고 통탄만 할게 아니라 우리 사회가 남성들에게 가사 노동을 별로 권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 P109
일을 그만두는 것이 꽤 유용한 행보가 될 수도 있다. 일이 아무리 힘들고 짜증 나도 그 일의 싫은 점에 대해 징징거릴 뿐, 일을 계속하는 게 인간의 본성이다. 어쩌면 실제로 그만둬서 안정적인 직업과 소득을 잃어도 괜찮을 정도로 그 일을 싫어하지 않는지도 모른다. 만약 그런 거라면 혼자서 징징대는 게 비용 대비 만족할 만한 대안이기도 하다. - P113
남자들이 아버지 역할을 정말로 하고 싶을 때, 그들은 거짓말을 합니다. 딸아이의 수영 대회에 가면서 신경 치료를 받으러 가는 척하는 거죠. 아빠들이 왜 육아휴직은 안 쓰냐고요? 대부분의 조직에서 해서는 안 되는 일로 간주하기 때문입니다. 그럼, 어떻게 바꿔야 할까요? CEO부터 육아휴직을 써야 합니다. 그럼 달라질 겁니다. 정말로 일과 생활의 균형이 중요하다고 믿는다면, "9시 전에는 출근하지 마라. 오후 5시 이후에는 회의를 잡지 않는다"고 말하세요. - P133
학자들이 밝혀낸 바에 따르면 시달림에는 여러 유형이 있는데, 성별보다는 직장에서 구성원들이 전통적인 기대에 얼마나 부응하느냐와 관련었다. 시달림을 가장 적게 받는 부류는 아이가 있지만 아이에 대한 통상적인 책임만 지는 남성과 아이가 있으면서 통상적인 책임 이상을 지는 여성들이었다. 더 큰 어려움이 있는 부류는 아이가 없는 여성들과 아이를 돌보고 있는 남성들이었다. 아이가 없는 여성들은 냉정하고 무심한 사람으로 평가받았고, 아이를 돌보고 있는 남성들은 유약하다고 여겼다. - P148
인간은 꽤 복잡한 존재이다. 어떤 일련의 행동 때문에 시달림을 받는다는 확신이 들면 피할 수 있는 한 그 행동을 대개 피한다. 따라서 아이를 데리러 가느라 직장에서 일찍 나가는 것과 같은 행동을 할 때, 직장 내에서 보이는 낮은 수준의 반응들은 후속결정을 하는 데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 P149
요즘 일터에서 벌어지는 불평등에 대해 똑 부러지게 의견을 표현하고 논리적으로 따지며 아는 것도 많은 현대 여성들조차 ‘모든 여성 공무원은 결혼과 동시에 연방 기관에서 퇴직한다‘라는 예전 연방공무원법 49조 2항의 항목을 보면 말문이 막힐 것이다. - P154
기혼자 퇴직법은 연방 정부에서부터 시작되었는데, 그 법의 정신은 웨스트민스터법*에서 시작되었다. 웨스트민스터법은 오스트레일리아 연방 입법 구조를 세우는 데 상당히 많은 영향을 미쳤고, 영국 여성 공무원에 대해서도 비슷한 조항이 있었다. - P155
법무부 장관: 채프먼 하원 의원께서는 결혼한 여성도 공직에서 계속 일하게 해야 한다고 하지만, 저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경험상으로도 이미 입증되었고요. 채프먼 하원 의원께서 이의를 제기하신 조항은 일반적으로 공직에서 적용되고 있는 조항입니다. 채프먼: 그럼 남자도 결혼하면 해고하지 그래요?
채프먼 하원 의원이 마지막에 던진 돈키호테 같은 반격을 끝으로 해당 법안은 표결에 부쳐졌다. 채프먼이 낸 수정안은 35 대6으로 대패했고, 결국 기혼자 퇴직법은 통과되었다. 채프먼의 무덤을 알아내서 이 사랑스러운 양반 무덤에 엄청 큰 꽃다발을 하나 놓고 올까 하는 생각을 했다. 바로 의회 회의록에 있는 이 부분 때문에 말이다. - P161
당시 이와 유사한 여러 토론회에서 여성의 동일임금 지급에 대한 사안이 자주 등장했다. 단, 동일임금을 찬성하는 쪽들은 여성이 임금을 적게 받는 게 불공평하다고 느껴서가 아니라는 점을 짚고 넘어가야겠다. 이들은 여성의 값싼 노동력이 남성의 임금을 헐값으로 떨어뜨릴까 봐 두려워서 동일임금을 주장한 것이다. - P162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 너무 자세히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한 이유는 거의 50년 전에는 남자에게 아내라는 믿을 만한 존재를 확실하게 제공해줘야 했고, 그게 정부 정책을 결정하는 데 아주 중요했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서이다. 다시 말해서 진정한 아내란 바깥일에 정신이 팔려서 음식을 태워먹는 정신 나간 직장 여성은 아니었다. - P169
남자에게 결혼은 소득 증가를 의미한다. 이런 현상을 ‘결혼 프리미엄‘이라고 하는데, 여러 국가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오스트레일리아에서도 결혼한 남자들은 미혼인 남자들보다 평균적으로 약 15퍼센트 더 많이 번다. - P171
이것이 바로 전문화인데 경제적 관점에서 볼 때는 매우 효율적이다. 한 팀인 우리는 선물 포장과 정보 통신 기술 두 분야에서 뛰어난 존재가 되었다. 하지만 우리가 만약 헤어지게 되면 나는 영화를 영영 못 보고 제레미는 실망스러운 생일 파티 손님이 될 것이다. 이혼이 그토록 고통스러운 이유는 무심코 시작했다가 세월이 흐르면서 절대적인 능력이 되어버린 전담 노동을 더 이상 이용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끝나버린 사랑 때문에도 괴롭지만 아주 기본적인 것부터 다시 배워야 할 때 삶은 더욱 구차해진다. - P174
결혼이 여성의 취업 전망에 영향을 미칠까? ‘별 영향이 없다‘가 가장 맞을 것이다. 오스트레일리아 남성은 결혼이라는 행복한 사건 이후 소득 부문에서 결혼 프리미엄을 기대할 수 있지만, 여성의 경우에는 전혀 없다. 그리고 여성에게 획기적이고 중대한 변화는 결혼이 아니라 출산 이후에 찾아온다. - P176
반면 여성에게 부모라는 입장은 역효과를 가져온다. 사실 아이가 없는 여성은 아이가 없는 남성만큼 돈을 번다(재직 기간 40년동안 190만 달러를 벌 수 있다). 하지만 아이가 있으면 소득은 130만달러로 떨어진다. 아이가 없는 여성보다 60만 달러, 아이가 있는 남성보다는 총 120만 달러나 적게 벌게 된다. - P176
여자 둘이 서로 경쟁 상대인 경우, 즉 한 여자는 아이가 있고 다른 여자는 아이가 없다는 사실을 이력서로 쉽게 추론해낼 수있을 때 아이가 있는 여자가 모든 부분에서 상대에게 밀렸다. - P177
따라서 아이의 존재는 여성이 직업을 가질 확률을 떨어뜨렸고, 신뢰도나 승진 가능성에서도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했다. - P178
전반적으로 적합성이 하락했다. 하지만 아이가 있는 남성은 가정을 이룬 사실이 경쟁 우위로 작용했다. 묘하게도 여성에게는 조심스럽게 밝힌 아이의 존재가 헌신성 부족이나 승진 자격 미달 등의 의혹을 가져온 반면, 남성에게는 아이의 존재가 그런 의혹을 한번에 해결해주었다. 어째서 ‘아이‘라는 똑같은 요인에도 남성과 여성의 결과가 이토록 다르게 나올까? 물론 처음부터 여성과 남성을 바라보는 전제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앞으로도 계속 여성과 남성의 행동 양상을 추측할 때 다른 전제 기준을 가지고 바라볼 것이다. 오스트레일리아처럼 일터에서 남녀를 차별하지 못하게 규제하는 환경이라도 말이다. - P179
남자는 경기 침체 때문에 일자리에 지장을 받지만 여자는 가족 때문에 지장을 받는다. - P180
오스트레일리아의 남녀가 전 세계 남녀보다 집에서 일을 많이하는 이유는 오스트레일리아에는 저임금 가사 노동 서비스 문화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미국은 남녀 모두 오스트레일리아보다 가사 노동을 적게 하지만 사회 최하위 계층의 도우미 서비스를 이용할 공산이 훨씬 크다. 어쨌거나 미국의 가사 노동자 중 여성의 비율이 94퍼센트이므로 성 인지 통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가사 도우미 고용은 수많은 변수를 초래한다. 인종 변수가 그중 하나이다. 예를 들어 전미가사노동자연맹이 2012년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백인 가사 도우미가 시급 12달러의 중위임금을 번다고 하면 흑인 및 라틴계 가사 도우미들은10달러, 아시아계는 8.33달러를 번다. - P192
사실 집 밖의 변화 속도가 아무리 빨라도 집 안의 변화 속도는 그다지 빠르지가 않다. - P193
분석 결과, 이혼 즉시 남자의 가사 노동량은 주당 약 10시간 가까이 증가했다. 그런데 여성에게 이혼은 남성과는 상당히 다른 결과를 가져왔다. 남편과 이혼한 후에 집안일을 일주일에 6시간 덜 했기 때문이다. - P199
연구 결과, 평균적으로 여성은 가계 예산에 1퍼센트를 기여할 때마다 집안일을 일주일에 17분씩 덜 했다. 따라서 남편이 9만 9,000달러를 벌고 아내가 밖에 나가서 1,000달러를 받는 임시직을 얻으면, 아내는 일주일에 17분 가사 노동을 덜 할 수 있는 것이다. 기여도가 1퍼센트 더 증가하면 집안일을 추가로 17분 줄일 수 있다. 여기까지는 교환 협상 이론의 아름다운 모습이다. 유급노동이 무급 노동과 교환 가능하기 때문이다. 둘 중 한쪽을 더 많이 하면 나머지 한쪽을 덜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패턴은 여성의 기여도가 가계 총소득의 66.6퍼센트에 도달할 때까지만 유효했다. 여자가 그 이상 벌기 시작하면 무급 노동의 양이 다시 늘어났다. 가족의 주요 생계부양자로 확고히 자리매김하게 되면 여성은 교환 협상 모델이 예측한 것과 정반대로 행동하기 시작한다. 즉, 유급 노동으로 돈을 많이벌수록 여자는 다시 집안일을 점점 늘렸다. - P201
그런데 흥미롭게도 미국의 경우는 달랐다. 미국은 아내들이 돈을 많이 벌수록 가사 노동 시간을 줄였다. 오스트레일리아와 달리 미국 여성들에게는 기이한 악마의 숫자, 즉 66.6퍼센트의 반전이 없었다. 대신 미국은 남편들이 집안일에서 손을 놓았다. 아내가 돈을 더 많이 벌면, 미국에서는 남편들이 아내와 소득 수준이 같아질 때까지 가사 노동 비율을 계속 늘려갔다. 하지만 아무리 해도 아내의 소득을 따라잡지 못하면, 남편들은 손을 놓고 다시 가사 노동을 줄여버렸다. - P203
"오스트레일리아 여성들은 남편보다 돈을 더 많이 벌면 집안일을 더욱 많이 했다. 마치 아내가 가정 생계를 책임지고 남편이 아내의 수입에 의존하게 된 ‘성 역할 일탈‘을 보상이라도 하려는 듯이 말이다. 반면 오스트레일리아 남성들의 가사 노동 참여는 아내의 소득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 - P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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