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온실, 화초, 인공자궁
이를테면 일부 변호사와 법학자들은 이 기술이 개발되면 필연적으로 재생산권을 퇴보시킬 것이라고 수십 년간 주장해왔다. 1970년대 후반 미국의 한 변호사는 인공자궁이 등장하면 임신중지를 원하는 여성들에게서 태아를 추출하여 체외발생 방식으로계속해서 키우도록 법으로 강제하면 될 것이라고 거들먹거리며말했다. 인공자궁이 등장하면, 임신중지를 하려는 사람에게서 강제로 태아를 적출하고 기계를 통해 세상에 나오도록 하면 된다는 생각인데, 그야말로 잔인하고 시대에 뒤떨어진 반페미니즘적발상이다. 2017년 최초로 부분 인공자궁이 동물실험에서 성공했다는 발표 이후 법학자들이 똑같은 주장을 다시 내놓지만 않았다면, 우리는 이런 주장을 먼 과거의 유물이라고 치부했을지도모른다. 2018년 나는 사람들이 꽉 들어찬 학술집담회에 앉아 이전도유망한 혁신으로 인해 머지않아 임신중지를 금지할 수 있다고 말하는 어떤 생명윤리학자의 설명을 들었다. 무엇보다도 이런주장이 염려되는 이유는 세계 곳곳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여전히기본적인 임신중지 서비스에도 접근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책의 최종 원고를 완성하고 불과 몇 개월 후였던 2022년 4월, 미국 대법원은 1973년부터 임신중지에 대한 개인의 권리를 옹호해 - P26
온 로우 대 웨이드Roev. Wade 판결을 뒤집었다. 이 판결은 임신중지를반대하는 주에서는 임신한 사람들이 강제로 임신과 출산을 이어가야하거나, 부당한 법을 무릅쓰고 임신을 종결함으로써 범죄자가 될 위기에 처하게 된다는 의미였다. 임신을 지속할지 아니면종료할지 결정할 수 있는 사람들의 기본적 권리가 박탈되고 있는세상에서 인공자궁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미국의 재생산권 전경을 오랫동안 지켜보지 않았던 사람들은 로우 대 웨이드 판결이 뒤집히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법원의 판결은수십 년 동안 임신중지에 대한 권리와 접근성이 모두 침해당한끝에 뒤따른 결과였다. 대법원의 최근 판결은 방심하거나 진보의방향이 언제나 앞으로 향할 것이라고 가정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냉혹하게 일깨워준다. 퇴행적인 정치인들은 신기술을 이용하여 인권을 침해할 준비가 되어 있다. 누구도 재생산에관련된 자기 삶을 통제하려 한다는 이유로 범죄자가 되지 않는세상 대신, 임신중지가 보편적으로 금지되고 사람들이 자기 의지에 반해 유전적 자녀를 임신하도록 강요받는 세상이 된다면 우리의 미래는 얼마나 암울할까? - P27
바이오백 연구자들이 받은 질문에서 잘 드러나듯이,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공자궁이라고 하면 <멋진 신세계>를 떠올린다. 그런데 공상과학 판타지 장르에서 체외발생의 미래를 다루고 있는 다소 덜 알려진 작품이 있다. 바로 마지 피어시MargePiercy가 1976년 발표한 소설 《시간의 경계에 선 여자 woman on the Edgeof Time>인데, 여기서 인공자궁은 권한을 부여하는 도구이다. 즉 이기술은 어머니가 임신의 시련과 출산의 고통을 혼자 짊어져야 하고, 이후에도 한평생 자녀에게 일어나는 일을 전부 책임져야 하는 세상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방법이다. 피어가 상상한 계급과성별이 없는 사회에서는 아기를 체외발생으로 임신하고 온 공동체의 도움을 받으며 책임 있게 ‘보살펴 줄‘ 세 명의 부모를 성별과 무관하게 배정한다. 임신 책임이 오직 한 사람에게 있지 않으므로 누구에게나 태어난 아기를 돌볼 책임이 있다. -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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