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타자의 몸: 인종, 성, 계급의 교차점

몸을 읽는다는 것은 몸을 둘러싼 사회적 코드를 읽는 것이다. 몸은 결국 보이는 외모를 통해 가치를 인식하는 표상이다. 그리고 이 - P91

표상은 다양한 권력 속에서 만들어지고, 인지되며, 해석된다. 따라서 타자의 몸에 대한 담론은 결국 그 몸을 통해 <보고자 하는 것>이수반하는 가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리고 그 가치를 유추하고, 추출하여 정립하기 위해 한 시대의 합리적 방식, 즉 이른바 <과학적 방법들이 적용되었다. 여기서 19세기의 <과학>이 <타자의 몸>을 규정한 것이 아니라, <사회적 목적>을 띤 가치를 몸에 투영하기위해 당시의 과학을 <동원>했음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하면타자의 몸은 일차적으로 역사적으로 지속되어온 편견에 따라 인지되고, 그 과정에서 투영하고자 하는 <가치>를 정당화하기 위해 보이는 신체와 보이지 않는 가치 사이의 연관성을 찾는 데에서 과학을동원했다고 보는 것이다. - P92

신대륙의 원주민들이 <생기도 없고, 영혼의 활기 또한 없다>고 보는 것은 사실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이어 내려온 전통적인 <체질설>의 연장선에 있는 것이다. 특히 히포크라테스는 『공기, 물, 장소에대하여 On Air, Water, Place』를 통해 사람의 생김새와 체질에 차이를 가져오는 원인으로 기후와 풍토를 꼽았다. 여기서 신대륙 원주민의 <>은 그들의 특성뿐만 아니라 그들이 살고 있는 환경까지도함축적으로 드러내는 기제다. 하지만 이런 담론에서 주목할 것은 그들이 <환경 때문에 그렇게 되었다기보다는 열등하기 때문에 그 열등성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환경이 동원되었다는 측면이다. 이 유럽중심적 시각은 우선 우열이라는 위계를 정하고, 그 틀에 맞추어 그들의 몸을 인지하며, 그 몸의 특이성이나 자신들과의 차이점을 설명하기 위하여 환경, 사회, 관습 등의 모든 것을 동원한다. 따라서 종종 같은 대상에 대하여 나타났던, <건장하고, 잔병 없는 근육질 몸>과 <생기와 활기가 없는 몸>이라는 상반된 기술들이 궁극적으로는모두 동일한 열등성을 끌어내었던 것이다. - P98

66)은 이론을 주장하였다. 여기서 몸은 내면의 가치를 외면에 투영하는 장치이다. 그리고 그 장치를 인지하는 방식은 오랜 전통적 틀과새로운 과학적 방법론 모두를 차용하던 것이었다. 그리고 절대적으로 설정된 <열등한 가치>를 구체화하기 위해 제국주의자들은 식민지 사람들의 <몸>을 끌어들였던 것이다. - P101

또 다른 타자의 전형은 여성이었다. 고대부터 여성은 이성이 부재한 절대적 소외 집단이었지만, 18세기 후반부터 여성의 열등성은 좀더 정교하게 생리학적 개념에서 풀이되기 시작하였다. 전술하였듯이 19세기는 특히 성적 차이를 강조하는 의학 담론이 쏟아져 나오며, 해부학은 남성과 여성이 본질적인 차이를 보임을 강조하였다. 여성과 남성의 몸은 키, 뼈, 두개골, 사지, 신경을 비롯한 모든 요소들에서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 강조되었고, 생식기의 근본적인 차이역시 부각되었다. 여성은 <넉넉한 골반이 바로 모성을 결정한 존재로서, <연약한 사지와 부드러운 피부는 여성의 활동 영역이 좁을 수밖에 없고, 가사에 적합한 몸이며, 평안한 가정을 꾸미도록 만들어진 것으로 풀이되었다. 프랑스 혁명기의 <평등>의 이념에서 여성을배척하고 싶은 남성들의 딜레마는 계몽주의자들과 과학자들이 해결해나가야 했던 문제였다. 새로운 과학은 여성이 공공영역에 적합하지 않은 몸과 정신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 나갔다. - P106

19세기 <몸>을 둘러싼 담론에서 제국을 동원하는 것은 견고한 타자의 이미지를 만들어내서 <주>를 재정립하는 과정이기도 하였다. 다시 말하면 제국주의 유럽의 백인 부르주아 남성이라는 주체는 대타성을 통해 새로운 남성성을 추출할 수 있었던 것이다. 영국의 엘리트 남성들에게 제국이란 종종 일종의 <통과의례>로, <성인남자>로 인정받기 위해서 치러내야 하는 실습 과정과 같은 것이었다. 향후 자세히 논의하겠지만, 19세기 영국의 문학과 역사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제국>이라는 존재가 엘리트 남성들에게 일종의 성장소설의 배경을 형성한다는 점을 주목한다. 그들은 <제국>을 만들어지는 것으로 생각하였으며, 보이지 않는 수많은 난관과 싸움을 벌일 수 있는 실습지로 생각하였다. 중심부의 주체들은 제국주의 전쟁 - P111

터에서, 정글 속의 탐험 여행에서, 심지어 포경선 위에서도 제국주의적 <타자>가 존재하는 배경 속에 있었다. 그 과정에서 마주치는<타자>의 이미지는 자신들이 물리쳐야 하는 외부 상대역이었을 뿐만 아니라, 그들과 대면하는 과정을 거쳐 스스로 극복해야 하는 내면의 열등성이기도 하였다. - P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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