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하기

앞장서서 달리는 선수의 뒤를 쫓아갈 때, 나는 속도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마음을 놓지 못하고 내가 달리는 속도가 어떤지따져 보고 분석할 필요가 없다. 남은 거리에 대해서도, 시합에 대해서도 이기거나 지는 문제에 대해서도 마음을 놓을 수 있다. 그런 걱정일랑 앞에서 달리는 선수가 할 테니까. 그 선수는 다른 사 - P284

람들의 엔진이나 마찬가지다. 경기의 모든 것은 그가 짊어지고있으니 나는 그저 그에게 맞추기만 하면 된다. 앞장선 선수를 이용하라. 그리하여 나는 달리기 속으로만, 그 리듬 속으로만, 그음률 속으로만 빠져들게 된다. 내 마음과 생각은 고요해진다. 머릿속의 복잡한 생각일랑은 모두 내 몸에서 사라져 버리고, 몇 년의 연습을 통해 배우고 익혔던 바로 그 방식대로 몸이 움직이게 된다. - P285

그러므로 가장 잘 달릴 수 있는 길은 명확하다. 당신을 위해 속도를 유지해 줄 사람을 찾아라. 그 다음에는 그 사람의 뒤에 서서속도를 고정한 채, 다른 것은 생각하지 말고 달려라. 그러다 보면모두들 자신만이 생각하고 있는 마지막 승부처가 나올 것이다. - P287

승리하기

겨울 달리기는 낙원에서 달리는 것이며 봄 달리기는 에덴동산이다. 늦여름의 달리기는 우리에게 약속의 땅을 보여 준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가을 달리기를 통해 우리는 천국을 만나게 될 테니까. - P290

지구력이란 마지막 순간에 전력으로 질주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구력은 처음 달려 나갈 때부터 필요하다. 앞으로 넘어야 할 언덕길이 6마일 정도 남은 상태에서 어떻게 하면 다른 사람들의 눈을 피해 옆길로 빠질까 고민할 때부터 지구력은 필요하다. 아직 결승점에 들어가려면40분은 더 달려야 하는데, 벌써부터 그 어느 때보다 심한 아픔이밀려온다고 생각할 때부터 지구력은 필요하다. 운이 좋은 건, 나이가 들수록 지구력이 떨어질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악마를 붙잡고 씨름할 생각은 전혀 없지만, 나 자신을 붙잡고 씨름하는 일이라면 마다하지 않겠다. 대개 나 자신을 이겨 낼 때, 나는 다른 사람도 이겨 낸다.
두 번 정도 앞질러야 하는 성가신 일만 빼면, 첫 출전자들은 다루기 쉽다. 왜 두 번 앞질러야 하느냐면, 일단 첫 출전자들을 앞지르면 나처럼 나이 많은 사람이 자신을 추월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아 갑자기 전력 질주를 해서 나를 다시 앞지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게 두 번째로 추월을 당하고 나면 자신이 노인 하나를 이기지 못할 만큼 준비가 덜 됐다는 사실을 인정하고는 나를 따라잡을 생각을 포기한다. - P307

잃어버리기

어느 날 경기를 마친 뒤, 나는 먼저 뜨거운 욕조에 아픈 다리를 풀어 놓았다. 그런 다음 절룩거리며 침대에가 온몸을 쭉 펴고 누워서 편한 자세를 만끽했다. 아래층에서는 여섯째 아들인 존이 농구 게임을 지켜보는 가족들을 향해 이런 질문을 던지는 소리가 들렸다.
"아빠는 왜 저렇게 끙끙대면서도 늘 달리기를 하는 걸까?"
2층에서 나는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 보았다. 왜 이 괴로움을 겪는 걸까? 십중팔구는 도저히 견딜 수 없는 고통 너머로 자신의 육체를 밀어붙여야 하는 마라톤이라는 경기를 우리는 왜하는 것일까? - P311

"고통과 죄악과 죽음은 정직하게 마주했을 때 극복할 수 있을뿐, 그렇지 않다면 그 고리를 끊을 수는 없다"고 윌리엄 제임스는 썼다. 진정으로 멋진 삶을 살고자 한다면, 이 대우주를 통해 자신의 소명을 알고자 한다면, 행복만으로는 부족하다고 그는 덧붙였다.
정신과 의사인 빅터 프랭클도 이 ‘인간 존재의 비극적인 세 요소‘를 대면할 것을 주장한 사람이다. 지나간 일에 대한 우리의 죄책감, 지금 겪는 고통 그리고 앞으로 찾아올 죽음. 두 사람 모두이 세 요소는 무시하거나 회피할 수 없으니 똑바로 지켜보면서 이겨 내라고 경고했다. - P320

경험하기

도대체 그 많은 사람들이 갑자기 어디 있다가, 또 무엇 때문에달리기 시작한 것일까? 이런 이상 열기는 어디서 비롯했을까? 왜 평범한 사람들이 갑자기 달리기 시작하는 것일까?
그 답은 내 경우에 비춰 말할 수 있을 텐데, 나마저도 이유가시시때때로 변한다. 그러므로 요즘 내가 달리기를 하면서 깨달은것들을 말해 보겠다. 그 다음에 왜 마라톤을 하게 됐는지 설명할수 있을 것이며, 마지막으로 계속 마라톤에 빠져들게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다들 알다시피 마라톤을 한번만 뛰어 보는 러너는 없다. 러너는 몇 번이고 마라톤을 완주한다. 러너들은 완벽한 파도를 찾아 나서는 서퍼들과 비슷하다.
내가 왜 달리기 시작했는지는 이제 중요하지 않다. 달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면 그만이다. 그 다음에는 저절로 달리기 시작했다. 달리기를 통해 나는 새롭게 태어날 수있었다. 달리면 달릴수록 더 달리고 싶었다. - P328

그 답은 벽에 있다. 마라톤의 벽이란 32킬로미터 지점에서 부딪히게 되는 심리적 장벽을 뜻한다. 마라톤을 완주해 본 러너들은 이 벽이 나타나는 순간이 진정한 반환점이며, 이제 지난 32킬로미터만큼이나 힘든 10킬로미터가 남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정말 32킬로미터 지점부터 진정한 마라톤이 시작된다. 거기에 벽이 있기 때문이다. - P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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