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자 잔혹극 복간할 결심 1
루스 렌들 지음, 이동윤 옮김 / 북스피어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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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 동안 콜럼바인의 두 살인자 아이들이 생각났다. 장소도 시대 배경도 나이도 연령도 성별도 성격도 소설과 실화라는 점에서도 다른데, 단독자로는 실행에 옮기지 못할 끔찍한 일을 둘이 되면서 시너지를 일으킨 사건이라는 면에서 이 소설을 읽는 내내 그 사건이 겹쳐졌다. 이 책의 커버데일 일가의 막내아들 자일스가 콜럼바인의 은둔자 딜런을 떠올리게 하는 면이 있기도 하고.

 

유니스 파치먼을 보면 가정 환경이 사람을 어떻게 망가뜨리고 삐뚤어지게 하는가 라고 말할 수 있지만, 작가가 명료하게 언급하고 있듯이 조앤 스미스는 다른 인생을, 평범한 인생을 살 수 있는 환경에 놓여 있었음에도 매춘부로 살아가고 광신도가 되어가고 끝내 미쳐가면서 마침내 끔찍한 일을 저지르는 된다. 왜 어떤 사람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훌륭한 성품을 가진 사람이 되고, 어떤 사람은 사랑이 넘치는 환경에서도 삐뚤어진 사람이 되는가 하는 풀리지 않는, 해결되지 않는 의문을 남기는 책이다.

 

총기실이 집 입구에 있다는 설정, 집을 출입할 때마다 총기실을 지나다닌다는, 마치 거실을 지나다닌다는 말처럼 아무렇지 않게 쓰여진 문장이 나올 때마다 긴장감을 준다. 소설의 첫 문장이 살인으로 시작하기에. 이 총기실의 총으로 사건이 일어났겠구나 생각하게 된다. 동물을 사냥하는 무기가 사람을 사냥하는데도 쓰일 수 있음을 그들은 모르는가. 자기들은 불사조라고 생각하나. 미국에서 집안에서 총기사고가 일어난 사건을 기사로 접할 때마다 끔찍하고도 한심한데(특히 어린 아이들이 일으킨 사고 ㅠㅠ) 총이 버젓이 집의 출입구에 놓여 있다니. 누구나 접근 가능하다니. 화약고를 짊어지고 사는 삶 아닌가. 미국이 싫은 첫 번째 이유가 총기 소유다.

 

커버데일 일가의 여주인인 재클린 커버데일은 유니스 파치먼이 떠나버리면 자신이 짊어져야 할 집안일의 부담에서 벗어나고자 유니스 파치먼에게서 계속적으로 풍겨오는 어둠의 시그널을 외면하고 모른 척하고 미화하고자 했다. 재클린 뿐만 아니라 커버데일 가족 각각의 어리석음과 무지가 퍼즐처럼 엮여서 끔찍한 사건의 희생자가 되게 했다. 일상에서 우리가 외면하고 있는 것들이 조금씩 우리 인생을 갉아먹을 수도 있지만 때론 커다란 비극이 될 수도 있다고 소설은 말한다. 내가 외면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소설은 격찬에 비해, 아니 격찬을 들었기 때문에 기대만큼 흥미롭지는 않았다. 사실상 유니스 파치먼이 주인공인데 주인공이 너무 비호감이라 소설에 대한 애정이 충만해지지 않는다. 역시 소설은 주인공을 좋아해야 하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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