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문화_좌담
조옥라 많은 사람들이 여성운동이라고 하면 모든 것이 여성이 주체가 되어서 지금의 남자들이 가진 지위를 여자가 누려 보려한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얘기하고자 하는 바는 ‘남성‘ 자체가 나쁜 게 아니라 남성적인 논리를 모든 면에다 적용하고자하는 것이 나쁘다는 거지요. 우리가 남자의 위치에 있지 않기 때문에 불평등하다는 것이 아니라 그런 현상이 나타나게된 근원적 차원에서의 불평등 구조를 문제 삼는 것입니다.
우리가 남자와 똑같은 지배자가 되겠다는 것은 전혀 아니죠.
조혜정 궁극적으로 가부장제의 변화가 목표가 되겠지요. 그리고 그변화를 위한 방법론에서도 우리 운동은 특성을 갖습니다.
김애실 지금까지의 운동은 제도적인 변화에 치중했고 따라서 제도개혁의 차원에서만 논의하여 왔는데 여기서는 그 변화를 생활을 통해 이루어 보려고 하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이죠. - P654
조혜정 공적-사적 영역의 엄격한 구분과 그것이 위계질서화되어 있는 현상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겠지요. 전통적 가부장제 사회에서도 공사 구분은 존재하였는데 현재의 양상과 다른 점은그때는 사적 영역이 비교적 컸었고 양자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었다는 점이겠지요. 산업화되면서 공적 영역은 급격히 확대되고 따라서 사회는 인간성이 무시되기 쉬운 공적 영역 우선주의, 예를 들어 경제발전 우선주의 등의 성격을 강하게 띠게 됩니다. 한편 공적 영역이 거대 조직화되고 경쟁이 치열한 곳이 될수록 사적 영역은 공적 영역으로부터 유일하게 인간성이 보장되는 ‘피난처‘로 등장하게 되며 사수되어야 할 어떤 것으로 인지되지요. 이때 여성은 그 사적 보루를지키는 주인공이 됩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사적 영역은그리고 그 영역을 지켜 온 여성들은 변동을 주도하는 공적영역에서 점차 유리되고 보수성의 온상으로, 수동적 시민으로 남게 됩니다. 반면 남성들은 공적 영역에서 더욱 쫓기고인간성을 실현할 장소마저 잃어 가지요. 공적 영역이 월등한비중을 갖는다는 것, 공사 간의 유기적 연결이 안 된다는 것은 단기적으로 볼 때 효율적인 사회발전을 가져올지 모르지만 결국은 효율적인 시스템이 될 수 없읍니다. 인간의 욕구와 창조성이 수렴되지않는 체제이기 때문이지요. 이런 맥락에서 여성의 사회 진출은, 즉 공적 영역에의 진출은 이 양 영역의 이분화가 변화되는 과정으로 풀어질 수 있읍니다. 공적영역과 사적 영역 간에 유기적 연결이 가능해지고 좀 더 인간 위주의 사회로 향해 가는 과정 말입니다. - P6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