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정남 송효순 장남수의 노동자 수기

석정남

석정남의 글에는 노동 현실에 대한 고발만큼이나 문학에 대한열망, 현실적 조건과 노동운동의 이상 사이에서 갈등하는 내면, 동료와의 갈등이 두드러진다. 또한 석정남은 전투적인 남성 노동자상이나 노동계급의 단결과 승리를 재현하는 당대 노동 문학의 전형적인 서사 문법에서 벗어나, 사회적으로나 문학적으로나 주목받지 않았던 1970년대 여성 노동자들의 투쟁 이후의 삶을 서사화한다. 일을 하고 밥을 먹고 잠을 자는 무의미한 시간의 굴레에 갇힌 삶을 ‘돼지‘에, 문학의 세계를 ‘별‘에 비유했던 석정남은 공장 기숙사에 딸린 도서실에서 책을 읽고 어렵게 혼자만의 시간을 마련해 글을 썼다. 이처럼 고통스러운 노동을 마치고 돌아와 꿈을 실현하기위해 분투했던 석정남의 삶과 글에서 문학을 매개로 진정한 자신을찾아 나섰던 1970년대와 1980년대 여성 노동자의 형상을 발견할수 있다. - P231

송효순

가난한 유년 시절부터 상경 후 공장에 취직하고 해고되기까지의 과정을 써 내려간 송효순의 수기 서울로 가는 길』(1982)은 석정남의 『공장의 불빛』(1984), 장남수의 『빼앗긴 일터』(1984)와 함께대표적인 1970~1980년대 여성 노동자 수기로 꼽힌다. 『서울로 가는 길』에는 저자의 생애만 아니라 동료들의 이야기가 삽입되어 있다. 그녀들의 이야기는 가난한 농촌 가정에서 자라 생계유지와 동생들의 학비를 위해 학업을 포기하고 도시로 이주해 ‘시다‘, 버스 - P242

안내양 등으로 일하다가 공장 노동자가 되는 산업화 시기 하층 노동계급 여성의 전형적인 삶의 양상을 보여 준다. 또한 이 수기에는당대 여성 노동자들이 산업 선교회와 관계를 맺으며 야학, 소모임,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배움을 얻고 노동자로서 의식을 발전시켜 노동운동에 참여하는 과정이 자세히 드러난다. 한편 송효순은 오산공장으로 쫓겨나 겪은 일들을 상세하게 기록함으로써 권리를 찾기 위해 목소리를 낸 여성 노동자가 이후 겪게 되는 괴롭힘과 수모, 작업에서의 배제와 고립의 경험을 증언한다. - P243

장남수

장남수는 노동운동가이자 기록자로서 꾸준히 노동문제와 관련한 글을 써 왔으며, 원풍모방에서의 잊지 못할 경험은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도 노동운동사와 구술생애사의 형태로 이어 왔다. 장남수는 원풍모방 조합원 생애사 『못다 이룬 꿈도 아름답다』(2010)를 공저하는 한편, 원풍모방 노동자 126명의 구술을 담은 「풀은 밟혀도 다시 일어선다](2019)의 구술 및 정리자로 참여하였다. 또한『빼앗긴 일터, 그 후』 (2020)에서는 원풍모방에서의 경험뿐 아니라 19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거제도에서의 삶, ‘오십 대 여대생‘의 고군분투, ‘등단‘과 관련한 씁쓸한 경험 등 일터를 빼앗긴 이후에 살아온 궤적을 담아 냈다. 그녀는 "원풍은 우리에게 무엇이었을까?"라는 질문에 꿈, 배움, 동료애, 청춘, 존엄, 정의라고 적은 바 있다. 이처럼 2000년대에 들어서도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원풍동지회‘의 노력, 그리고 그 현장에 함께하며 기록하는 장남수의 글은 1970년대 여성 노동자들이 일하고 싸우며 쌓아 온 시간에 대한 자부심이 40여 년이 지난 후에도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 준다. - P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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