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정치 도약을 위해서_이헌석
혹자들은 기후정치가 이미 ‘오염된 표현‘이며, 현실정치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대중적인 투쟁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정치가 진보진영만의 표현이 아닌 것처럼, 기후정치도 기후정의 진영만의 ‘신줏단지‘가 아니다. 기후정치는 혹여 잡티가 튈까 애지중지 모시는귀중품이 아니라, 오히려 거대 양당 기후정치의 한계를 비판하며 싸워야 하는 마당이다. 이번 총선은 국회의원 선거 사상 처음으로 기후위기를 중심으로 작은 마당이 벌어졌으나, 사전에 충분히 준비하지 못한 기후정의 진영과 진보정당이 철저히 패배한 선거였다. 기후정치 마당을만든 것은 기후정의운동 진영이었으나, 정작 마당을 만든 이들이 그 공간을 활용하지 못한 것이다.
정치적 중립에서 정치참여 운동으로 여기서 하나 더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 있다. 최근 급격히 변화된 정치지형이다. 시민단체 등을 통해 자기 의사를 표현하는 대변형 운동이 최근 급격히 직접적인 정치참여 운동으로 바뀌고 있다. 그 대표적인 지표가 정당가입률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정당가입률이 가장 높은 국가이다. - P121
홍세화 선생이 지은 삶_오창익
홍세화 선생이 돌아가셨다. 2024년 4월 18일. 봄꽃 좋은 날이 그의기일이 되었다. 이름은 세계(世界) 평화(平和)에서 한 자씩 따서 세화(世和)라 지었지만, 참혹한 전쟁은 어머니와 동생을 앗아갔다. 가난했던성장과정도 결코 평화롭지 않았다. 20년 넘게 프랑스에서 난민으로 그저 살아남기 위해 살았다. 평화와는 거리가 먼 인생이었다. - P125
장발장은행은 벌금을 내지 못해 감옥에 가는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주어 비참한 감옥행을 막아보자는 취지로 만들었다. <레미제라블>의장발장이 과잉 형벌의 대명사가 되었듯, 벌금을 내지 못해 감옥에 가는사람들도 과잉 형벌의 피해자라고 생각했다. 위험한 범죄자여서 또는죄질이 나쁜 범죄자여서 감옥에 보내는 것은 그렇다 치자. 그렇지만 징역형을 선고할 만큼 나쁜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닌, 그저 기초질서 위반행위쯤 되는 범죄를 저질렀다고 선고받은 벌금형 때문에 감옥에 가는 것은 비참한 일이다. 감옥에 가면 생계 박탈, 가정 파괴 등 후유증도심각하지만, 무엇보다 돈이 없어서 감옥에 끌려왔다는 자괴감에 시달리게 된다. 이렇게 매년 감옥에 가는 사람이 4~5만 명이나 된다는 것을 알고서도 외면할 수는 없었다. - P127
선생의 일관된 태도는 평생의 좌우명으로 삼았던 "회의(懷疑)하자, 항상의문을 품자"는 다짐과 짝하는 태도였다. 지금 어디에 있는지를 끊임없이 묻고, 어떻게 하는 게 나 자신과 이웃의 존엄과 가치를 지키는일인지 돌이켜보자는 거다. 어릴 적 외할아버지가 해줬던 좋은 말씀을삶의 원동력을 삼았던 거다. 외할아버지는 늘 "착한 사람은 항상 손해본다. 그렇지만 너는 착한 사람이 되어라", "제삼자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항상 그 사람이 그 자리에 있다고 생각하고 이야기해라"는 등의 깨우침을 주었다고 했다. 외할아버지의 지혜로운 말씀을 늘 기억하며 혹시 자신이 놓친 것은 없는지, 경계 바깥에 있는 사람들의 처지는 어떤지 등을 계속 살폈던 것이다. 물론 끊임없는 긴장이 필요한 일이다. 홍세화 선생은 ‘짓다‘는 동사를 곱씹곤 했다. 의식주, 곧 입고 먹고자는 일을 목적어로 하는 ‘짓다‘는 우리의 생존을 가능하게 한다는 거다. 그렇다. 우리는 옷을 짓고, 밥을 짓고, 집도 짓는다. 선생은 의식주처럼 인간 생존에 필수적인 것도 잘 지어야겠지만,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을 어떤 존재로, 어떤 사람으로 지을 것인가라고 강조했다. 나 자신을 짓는 과정에서 환경이나 조건도 영향을 미치겠지만, 자신을 좀더 아름다운 존재로, 더 바람직한 인간이 되게 만드는 과정은 전적으로 자신의 노력이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거다. 나를 짓는 과정은 전적으로 내 몫이기에 선생은 부단히 자신을 제대로 짓기 위해 노력했다. - P230
지역의 자치, 왜 중요한가_로라 로스
낸시 프레이저가지적했듯이, 정치적 행위는 단지 ‘사회적 보호‘(좌파)나 ‘자유‘(우) 같은 가치를 추구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인간 해방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다. 즉 보통사람들이 정치의 대상이 아니라 정치의 주체가되는 것을 뜻한다(여기서 ‘정치‘는 공동체도 포함하는 포괄적인 의미이다). - P135
따라서 다음 세 가지를 사회운동의 중심적 요소로 두는 일은 반드시필요하다. 첫째, 약자들을 돌보는 일은 사회화돼야 한다. 이것은 여성들의 짐을 덜어주기 위해서가 아니다. 남성들도 그들의 삶 속에 보살피는 활동을 포함시킴으로써 남성화된 방식의 삶과 정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이다. 두 번째로 필요한 일은 스스로를 돌보는 것이다. 정치적 행위가 효과적으로 이루어지려면, 행복하고 자신감 있는 사람들이있어야 한다. 셋째로, 변화를 위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보살피는 일도 그 프로젝트 내용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 어떤 식으로 결정이 이루어지고, 일이 수행되고, 해야 할 일들이 분배되고 있는지, 그리고 활동가들이 어떤 방식으로 서로 대화하고 교류하고 있는지 모두 중요하다. 가부장적이고 수직적인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 긴급성이나 효율성 때문에 이 원칙이 뒷전으로 밀려선 안된다. 물론 지역 단위라고해서 이런 일들이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런 일들이실현될 가능성은 훨씬 크다. (김정현 옮김) - P141
정의로운 산림보호지역 확대를 논의할 때_오충현
금년 봄, 사과값이 상승하면서 드디어 기후변화 문제가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왔다. 하지만 일반 국민들은 이 문제가 기후변화라기보다는단순한 농산물 유통의 문제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나라에서 사과 산지로 유명한 곳은 대구이다. 1897년 미국인 선교사들이 대구 주변에 사과나무를 심고 주민들에게 보급한 것이 대구 사과가유명해지기 시작한 배경이라고 알려져 있다. 1970년대 대구는 우리나라 사과 생산량의 80%를 담당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기후변화로 인해대구지역 사과 생산량은 크게 줄었다. 최근에는 사과 산지가 북상하여충주나 포천 지역이 주요 사과 산지가 되었다. - P143
생물다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한 에드워드 윌슨 교수는 이와 같은 인간활동의 결론은 인간 멸종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하였다. 지구상에서 인간이 멸종되지 않고 지속가능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유전자와 생물종, 서식처를 다양하게 유지하고 보호해야 한다고 그는 권하였다. 이런 권유를 기반으로 1992년 생물다양성 조약이 체결되었다. 생물다양성 조약 체결 이후 전지구적으로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다양한 활동을 진행했지만 WWF 보고와 같이 아직도 생물종 감소는 지속되고 있다. 2020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와 ‘생물다양성 과학기구(IPBES)‘는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이라고 하는 공동보고서를 발간하였다. 이 보고서에서는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보전이별개의 사안이 아니라 생물다양성 손실과 기후변화를 동시에 해결하고공동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그리고 이에 대한해법으로 ‘자연기반해법‘을 제시하였다. - P146
자연기반해법이란 현존하는 자연자산을 최대한 잘 관리하고, 부족한부분은 더욱 확충해서 관리하는 방법을 통해 기후변화 문제와 같은 환경문제나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 P147
자연과 노동에서 배운다_천종현 최하정 한종태
"노동이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 나치가 유대인 강제수용소 입구에내걸었던 표어는 원래 실현될 수 없는 거였는데 우리 또한 그랬다. 비닐하우스 안이라 춥지는 않았지만 노동은 힘겨웠고 한미리스쿨로 돌아와 야간 수업을 할 때는 졸음이 몰려오곤 했다. 대학이나 MBC저널리즘스쿨에서 몇 시간 강연을 듣고 귀가하던 때와는 비교가 안되는 강행군이었다. - P152
장 대표는 몇 번이고 중간 크기의 ‘중과‘가 맛있다고 했다. 그러나 다들 선물용으로 ‘대과‘를 선호한다. 그래서 겨우내 잘라둔 가지가 봄에 다시 나도 잘라버린다. 굵은 가지는 계속 큰 열매를 맺고, 작은 가지는잘려 나가는 모습에서 괜스레 취업을 준비하는 처지가 떠올라 위축된다. 작고 못난 열매도 음료가 되고 잼이 되는데…. 육지로 가는 제주 월동무는 규격을 벗어나면 크건 작건 밭에 버려진다. - P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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