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내면서_김정현

문제는 이렇게 의료에 대한 수요는 날로 늘어나고 있는데 기후위기에 진지하게 대응하고자 한다면 현재의 의료시스템은 반드시 축소돼야 한다는 역설적인 상황이다. 항공부문과 비교하면 갑절로 온실가스를 배출하면서, 의료산업은 화석연료에 대단히 무겁게 의존하고있는 것이다. 제약회사들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약품들, 병원에서 한번쓰고 버리는 일회용품들, 의료적 처치에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거의 모든 도구가 석유를 원료로 한 것이다. 냉난방과 냉장 설비도 전력을 게걸스럽게 먹어치우지만 갈수록 광범위하고 일상적으로 사용되고 있는진단, 검사, 수술 관련 기계장비들의 전력수요도 무시할 수 없이 크다. - P3

구체적인 시간과 공간에 발을 딛고 있지 않은 운동은 공허하고 쉽게좌절될 가능성이 크다. 독일의 언어학자 우베 푀르크센은 환원주의적사고방식이 만들어내는 자연의 현실과 동떨어진 언어를 ‘플라스틱 언어‘라고 부른다. 그는 전문가나 기술자, 정치가, 미래학자들이 구체적인 장소와 연결될 수 없는, 실체가 불분명한 언어들을 조합하여 사용하기 때문에 대중은 혼란에 빠지고, 불도저로 밀어버리는 것처럼 우리의창의성과 상상력이 납작하게 뭉개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렇다면 ‘기후변화‘나 ‘6차 대멸종‘ 같은 용어들은 어떨까. 그 위협적인 내용의 무게에 맞게 변화의 동력을 만들어내고 있는가. 대단히 유감스럽게도 의료기술의 발달이 임상적, 사회적, 문화적 의인성(醫因性) 질병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과 똑같은 원리로, 기후운동이 전문화되어가는 만큼 대중은 자율성을 잃어버리고 있는 것같이 보인다. 그 이유는 역설적이게도기후운동의 전문성 역시 근본적으로 환원주의적, 기계론적, 산업적 사고방식과 훈련에 토대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악을 악으로 타도할 수는 없다. - 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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