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다니아 쉬블리 소설 <사소한 일>

하미나_곧바로 응답하지 않기

언젠가 권여선 작가의 인터뷰에서 사람에게 가장 힘든 일은 ‘시간을 보내는 일‘이라고 말하는 부분을 읽은 적이 있다. 동의한다. 텅 빈 시간, 텅 빈 일정, 텅 빈 머리, 텅 빈 대화. 이런 것들을 감당하기란 쉽지 않다. 비어있는 공간에서 우리는 자기 자신과 마주쳐야하는데 그렇게 마주친 자신의 존재를 감당하는 일이란...... 정말이지 끔찍하다. 그것이 너무나 어려운 나머지 우리는 해야 할 일을 만들고, 쓸데없는 말로 침묵을채우고, 사람과 사건에 대한 이론을 계속해서 생성해낸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충분히 버티는 사람을 나는 진심으로 존경한다. - P21

프리다이빙은 그간 내가 얼마나 경직된 채 무리하며 일해왔는지 돌아보게 해 주었고, 힘을 주기보다 이완하는 쪽이 훨씬 배우기 어렵다는 사실도 일깨워 주었다. 이전의 방식, 힘을 줘서 밀어붙이는 방식으로 도달할 수 없는 곳이 있음을 가르쳐 주었고 동시에 힘을 주지 않고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알려주기도 했다. 프리다이빙이 아니라 바다가 가르쳐 준것이라고 말해야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이후로는 무얼 하든 조급함이 많이 줄었다. - P24

- 요가를 한다. 너무 열심히는 하지 않는다. 다음날 또 가고 싶을 정도로만 한다. - P27

하미나와 독자들_당신의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

하미나 이 문장도 좋았어요. "쉬는 것이 생산성을 회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온전히 기쁘기 위함이었으면 좋겠다." 사람들이 기쁘기 위해서 무언가를 하는 데 무척인색하다고 느끼거든요. 오로지 기쁨을 위해서 어떤 일을 선택하는 것, 기쁨을 누리는 걸 꺼려 한다고 생각해서, 진짜 쉼에 이 또한 중요한 기준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 P47

신기한 경험이었다. 걷다 보니 자연스레 햇빛을 많이 받을 수 있었고 기분이 평소보다 좋아졌다. 핸드폰을 보고 있지 않으니, 자연과 사람을 천천히 관찰할 기회도 생겼다. 자연스레잡생각이 사라졌고 어지러웠던 마음도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다. 아, 나한테 맞는 쉼은 걷기였구나." - P49

이 부분도 밑줄 그었는데요. "쉬지 않는 시간도 결국 쉬는 시간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저는 이번에 글 쓰면서 느꼈는데 제가 자꾸 쉬는 시간도 사실은 일하기 위한 시간으로 생각해 버리는 버릇이 있는 거예요. 내가 몸을 가볍게 해서 다음번 펀치를 잘 날리기 위해서 쉬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서연 님은 반대로 쉬는 시간을 위해 쉬지 않는 시간이 있다고 말하고 있어요.
"인간은 이 세상을 향해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는 것일까. 인간은 삶에 있어서 어떤 태도를 취하며 존재해야 하는 것일까." 이 부분도 좋았습니다. 세상에 대해 그렇게까지 우리가 적극적인 뭔가를 할 수는 없지만 태도나 표정 정도는 바꿀 수 있다는 그 정도의 행위성을 짚은 점이 눈에 들어왔어요. - P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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