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장 블랙박스를 넘어 - 승객들의 시신이 추락사고의 진실을 말해주어야 할 때

샤나한이 800기 사고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점은 신체의 대부분이 비교적 온전했다는 것이다.
"멀쩡한 신체는 그렇지 않은 신체보다 더 마음에 걸립니다." 우리 대부분은 다루는 것은 고사하고 보는 것조차도 상상하기 힘든 잘린 손, 다리, 살점조각 등이 그로서는 대하기 더 편하다는 것 이다.
"그렇게 되면 그건 그냥 조직입니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제 할일을 하는 거죠."
처참하지만 슬프지는 않다. 처참함에는 익숙해지지만 망가진 인생에는 익숙해지지 않는다. 샤나한은 병리학자들이 쓰는 방법을 쓴다.
"그들은 인간이 아니라 부분에 초점을 맞춥니다. 부검 동안 그들은 눈의 상태를 설명하고 그런 다음 입을 설명하죠. 뒤로 한 걸음 물 러서서 ‘이건 아이가 넷 있는 가장의 시체입니다‘라고 말하지는 않는 거죠. 감정적으로 살아남으려면 그 길뿐입니다." - P134

나는 이 책을 읽은 다음, 비행기를 탈 때마다 비상구 앞에 쌓인 시체 가운데 하나로 최후를 맞는 게 아닌가 하고 생각할 사람들에게 충고할 만한 게 있는지 샤나한에게 물었다. 그의 대답은 주로 상식적인 것들이다. 비상구 가까이에 앉아라. 열과 연기를 피해 몸을 낮춰라. 독한 연기에 허파가 타는 것을 피하기 위해 최대한 오래 숨 을 참아라. 또 그는 창가 좌석을 더 좋아하는데, 복도 쪽에 앉는 사람들은 비교적 가벼운 사고에도 머리 위 짐칸에서 떨어지는 옷가방 벼락을 맞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란다. - P147

식사가 끝나고 청구서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샤나한에게 또 질문한다. 지난 20년 동안 그가 칵테일파티에 나갈 때마다 받은 질문이다. 추락할 때 살아날 확률이 비행기의 앞쪽에 앉아 있는 게 높은가, 아니면 뒤쪽인가? 그는 참을성 있게 대답한다.
"그건 어떤 식의 추락이 될지에 따라 다르죠."
나는 말을 바꿔 묻는다. 비행기 안 어디든 마음대로 골라 앉을 수 있다면 어디에 앉을 건데요?
"1등석이죠." - P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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