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농업, 기후위기 시대의 대안일까_송원규

기후·먹거리 · 지역이 모두 위기에 빠진 복합위기의시대를 살아가면서 우리 대부분이 불안함, 무력감, 우울 그리고 인류의욕심이 지구적 위기를 불러왔다는 죄책감까지 더해져 ‘기후우울증‘을겪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세계 인구 증가, (농업) 투입재 및 에너지비용 증가, 토양 및 수질 악화라는 악재들까지 더해지면서, 기후변화에 대응하면서 동시에 경제성장과 안정적 식량공급까지 보장하는 첨단 기술이 있다는 선전은 큰 기대를 만들어냈고, 이것이 관련 정책들이 앞다투어 수립되고 시행되는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 P150

기술을 개발한 기업과 이를 이용하는 농민 사이에 종속적인 관계가생겨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종종 언급되는 것이 바로 미국 기업 ‘존디어‘의 자율주행 트랙터이다. 존디어는 트랙터에 설치된 소프트웨어에 대한 디지털 지식재산권을 그들이 소유하고 있다는사실을 근거로 삼아서, 농민들이 트랙터를 직접 수리하거나 혹은 다른 - P152

농기계 수리점에서 수리하는 행위를 불법으로 만들었다. 농민은 트랙터 사용을 위한 일종의 ‘라이선스‘를 구입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어떤 불편이 있더라도 존디어 회사의 서비스를 맹목적으로 기다려야 하며, 회사는 필요하다고 판단할 때에는 농기계를 원격으로 비활성화하거나 사용을 종료시킬 수 있다.

첨단 기술은 글로벌 농식품체계의 부조리를 해결할 수 있는가
위의 이야기는 데이터 기반 스마트농업이 가져올 기업-농민 간, 농민-농민 간의 불평등한 사회적 관계를 상상해보기 위한 단편적 사례에 불과하다. 지구적 위기 시대에 첨단 기술이 인류와 농민에게 어떤 것을 해줄 수 있는지에 집중해 홍보하는 산업계의 서사에 대항해서, 실제로 영농현장에 적용되었을 때 기업이 기술을 통해 무엇을 실제로 하고 있는지, 이면의 이야기를 시사하고 있다. 스마트농업에 대한 관심과 적용이 증대하면서 그에 따라서 농장 데이터의 부당한 수집과 활용, 데이터를 독점적으로 활용한 이윤추구, 특정 기업의 서비스 및 투입재에 의존하는 영농방식의 강화, 관련 시장의 선점 등 다양한 문제 역시 구체적인사례들을 통해 하나씩 드러나고 있는 실정이다. - P153

무엇을 위한 ‘친환경농업’인가_유병덕

어느새 ‘환경농업의 가치는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농약이 검출되지않는‘ 친환경농산물은 화학물질의 불안감에서 벗어날 수 있는 안심이라는 가치로 소비자에게 다가갔다. 그 시절 우리 사회는 ‘소비자는 왕‘이라는 마케팅용 속담을 비판 없이 받아들이고 있었다. 먹을거리에 불안한 소비자는 안심을 구입하고 싶었고, 친환경농업은 ‘안전한 농산물‘의브랜드로서 소비자 왕을 만족시킴으로써 매출을 높일 수 있었다. 농업환경을 보전하겠다는 본래 목적보다 소비자가 희망하는 ‘케미컬프리(chemical free)‘ 상품을 공급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전략이었다. 그렇게 ‘친환경농업‘이 육성되었다. - P161

유기농업을 핍박하는 친환경 인증제도
우리나라 친환경농산물의 잔류농약 검출 비율은 6%이다. 혹자는 어떻게 그렇게 많이 검출되냐고 불평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74% 검출되 - P164

는 관행 농산물과 비교한다면 그야말로 경이로운 성과다. 평가는 상대적이어야 한다.
유기농업의 선진국들이 모여 있는 유럽연합의 유기농산물 잔류농약검출 비율도 14%로 우리보다 훨씬 높다. 미국의 유기농산물은 23%로우리의 거의 4배 수준이다. 우리나라 친환경농산물의 잔류농약 검출 비율이 세계 1등 수준으로 낮으니, 좋은 일일까? ‘불검출‘을 추구하는 정부는 기분이 좋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런 성과는 합리적 제도 운용으로 얻어낼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농부들의 눈물 없이는 불가능하다. - P165

친환경농산물의 잔류농약 검출 빈도가 관행 농산물에 비해 현저히
낮음을 말했는데, 우리가 알아야 할 정보가 하나 더 있다. 바로 검출된잔류농약 성분의 농도이다. 친환경농산물이 완벽하게 잔류농약 ‘불검출‘이 되기는 어렵다. 즉 평균 검출 농도가 0.000ppm보다는 크다. 하지만 관행농산물의 평균 농도 0.134ppm과는 비교가 안될 만큼 작다. 생명체가 변화의 충격에 대항하여 항상성을 갖기 위한 생체질서의 복원체계인 ‘알로스타시스(allostasis)‘를 생각한다면 우리나라 친환경농산물의잔류농약 농도는 비정상적으로 볼 수 있을 만큼 대단히 낮다. 다시 상기하자. 이 정도 성과는 농민의 눈물이 없이 불가능하다. - P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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