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타주의와 이기주의
생존 기계
유전자 선택설

1장 사람은 왜 존재하는가

어쨌든 이 책의 의도는 다위니즘의 일반적 옹호에 있는 것이 아니라 특정 논점에 대하여 진화론의 중요성을 추구함에 있다. 나의 목적은 이기주의와 이타주의의 생물학을 탐구하는 것이다. - P41

이 책이 주장하는 바는 사람을 비롯한 모든 동물이 유전자에 의해 창조된 기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성공한 시카고의 갱단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유전자는 치열한 경쟁 세계에서 때로는 몇백만 년이나 생을 계속해 왔다. 이 사실은 우리의 유전자에 특별한 성질이 있다는 것을 기대하게 한다. 이제부터 논의하려는 것은, 성공한 유전자의 기대되는 특질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비정한 이기주의‘라는 것이다. 이러한 유전자의 이기주의는 보통 이기적인 개체 행동의 원인이 된다. - P42

이 책은 흥미롭게 읽도록 의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 도덕을 이끌어 내려는 사람이 있다면 하나의 경고로 다음 글을 읽어 주기 바란다. 만약 당신이 나처럼 개개인이 공통의 이익을 향하여 관대하게 비이기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사회를 이룩하기를 원한다면 생물학적 본성으로부터 기대할 것은 거의 없다.
우리는 이기적으로 태어났다. 그러므로 관대함과 이타주의를 가르치도록 시도해 보자. 우리 자신의 이기적 유전자가 무엇을 하려는 녀석인지 이해해 보자. 그러면 적어도 우리는 유전자의 의도를 뒤집을 기회를, 즉 다른종이 결코 생각해 보지도 못했던 기회를 잡을지도 모른다. - P43

이처럼 이타주의와 이기주의의 정의가 주관적인 것이 아닌 행동적이라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서 행동의 동기에 대한 심리학에관여할 생각은 없다. 이타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이 ‘정말로‘ 숨겨진 혹은무의식적인 이기적 동기에 따라 그러한 행동을 하는지 안 하는지를 논의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그렇든 아니든 우리가 그것을 알 수는 없기에 이책에서 논의할 사항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 행위의 결과가 가상적이타 행위자의 생존 가능성을 낮추고 동시에 가상적 수익자의 생존 가능성을 높여 주는 것을 이타 행위로 정의한다. - P45

이 설명은 이미 말한 바와 같이 오해에 근거하고 있다. 즉 "생물은 종의 이익을 위하여‘ 또는 ‘집단의 이익을 위하여‘ 행위 하도록 진화한다"는 오해이다. 생물학에서 이 사고방식이 어떻게 자리잡게 됐는지는 쉽게 알 수있다. 동물의 생활은 대부분을 번식에 이바지하고 있고 자연계에서 볼 수있는 대부분의 이타적 자기 희생적 행위는 어미가 새끼에게 하는 것이다.
‘종의 존속‘이란 흔히 번식이라는 표현 대신에 사용되는 완곡한 표현이다. 그리고 확실히 그것이 번식의 결과라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논리를 조금 비약시켜 번식의 ‘기능‘이 종을 존속시키는 ‘일‘ 이라고 추론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이 사실로부터 동물이 일반적으로 종의 존속에유리한 방향으로 행동한다고 결론짓기에는 어느 정도 무리가 있다. 이제같은 동족에 대한 이타주의에 대해 생각해 보자. - P49

따라서 세계는 자기 희생을 치르는 개체로 이루어진 집단이 대부분 점령하게 된다. 이것이 ‘그룹 선택설Theory of group selection‘이다. 이 학설은윈-에드워즈V. C. Wynne-Edwards의 유명한 저서를 통해 소개되었고, 아드리의 「사회 계약」이란 책에 의해 널리 알려졌다. 이는 진화론의 상세한내용을 모르는 생물학자에게 오랫동안 진실이라고 생각되어 온 학설이다. 이와 다른 전통적 학설에는 ‘개체 선택individual selection‘이 있으나 나는 개인적으로 ‘유전자 선택설Theory of gene selection‘을 더 선호한다. - P50

아마도 그룹 선택설이 큰 매력을 갖는 이유는 그것이 대부분 우리가 갖고 있는 도덕적 이상이나 정치적 이상과 조화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개인으로서 우리는 종종 이기적으로 행동하지만 이상적인 면에서는 타인의 이익을 우선하는 사람을 존경하고 칭찬한다. - P52

동종의 일원이 다른 종의 일원과 비교하여 윤리상 특별한 배려를 받는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은 아주 오래 전부터 이어져 온 것이다. 전쟁 이외의상황에서 살인하는 것은 통상 범죄 중에서 가장 큰 죄로 생각되어 왔다. 우리의 문화에서 살인보다 더 강하게 금지되고 있는 유일한 것은 식인 행위이다(비록 이미 죽은 자일지라도). - P53

나는 선택의 기본 단위, 즉 이기성의 기본 단위가 종도 그룹도 개체도 아님을 논하고자 한다. 그것은 유전의 단위인 유전자이다. 일부 생물학자에게 있어 이 말은 극단적인 견해처럼 들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어떤 의미로 그와 같은 논의를 하려는지 알게 된다면, 그들은 비록 그것이 낯선 방법으로 표현되어 있을지라도, 본질적으로 그것이 정통 이론이라는 것에 동의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 이러한 논의 전개에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므로 우선 생명 그 자체의 기원에서부터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된다. - P55

2장 자기 복제자

한 사람의 일생에서 그 정도로 불가능해 보이는 일은 실제로 불가능한 것으로 취급된다. 마치 당신이 축구 도박에서 재미를 못 보는 이유와 같다. 그러나 생길 수 있는 것과 생길 수 없는 것을 판단할 때 우리는 수억 년이라는 세월을 다루는 데 익숙해 있지 않다. 만약 1억 년 동안 매주 축구 도박에 돈을 걸면 분명히 여러 차례 횡재할수 있을 것이다. - P63

더 복잡하게 생각해 보면, 각 구성 요소가 동종이 아닌 어떤 특정한 다른종류와 상호 친화성을 갖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런 경우 자기 복제자는동일한 복제 주형이 아닌 일종의 ‘음각‘의 주형으로 작용한다. 그리고 다음에는 ‘음각‘ 이 본래 ‘양각‘ 의 정확한 복제를 만드는 것이다. 원래의 자기복제자의 현대판인 DNA 분자가 양-음형의 복제를 일으키는 것은 주목할만한 일이지만, 최초의 복제 과정이 양-음형이었는지는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안정성‘이 갑자기 세상에 태어났다는 것이다. - P63

우리는 잘못된 사본을 나쁜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더욱이 인간의 문서인 경우에는 오류가 개선으로 이어진다는 사례는 생각하기 어렵다. 그리스어 판본 구약성서를 만든 학자들이 ‘젊은 여성‘이라는 히브리어를 ‘처녀‘라는 그리스어로 오역하여 "보라 처녀가 아들을 잉태하여......"라는 예언을 했을 때 저자는 적어도 그들이 대단한 일을 출발시켰다고 생각한다. - P64

예컨대 일정한 시기를 두고 수프에서 샘플을 취할 경우, 두 번째 샘플에서는 수명, 다산성, 복제의 정확성 등 세 가지 점에서 우수한 분자의 함유율이 보다 높아졌을 것이다. 이것은 생물학자가 생물에 관해 말할 때의 잔화를 의미하며, 그 메커니즘도 같은 것이다. 바로 자연 선택인 것이다. - P67

오늘날 자기 복제자는 외부로부터 차단된 로봇 속에 안전하게 거대한 집단으로 떼지어 살면서, 복잡한 간접 경로를 통하여 외계와 연락하고 원격조정기로 외계를 조작하고 있다. 그것들은 당신 안에도 그리고 내 안에도있다. 또한 그것은 우리의 몸과 마음을 창조했다. 그리고 그것들의 유지야말로 우리가 존재하는 궁극적인 이론적 근거이기도 하다. 자기 복제자는기나긴 길을 지나 여기까지 걸어 왔다. 이제 그것들은 유전자라는 이름으로 계속 나아갈 것이며, 우리는 그것들의 생존 기계이다. - P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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