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와 분노의 차이
로드의 페미니즘 존재론과 시학, 교차성 이론과 차이의 이론, 관계론

1960년대로부터 배울 점

또 서로가 아닌 적을 정확히 겨냥해 우리의 에너지를 활용하는 법을 익히기 위해서는 우리라는 게 뭔지 제대로 살펴봐야 한다. - P241

여러분은 자신이 내뱉은 말을 어떻게 실천하고 있는가? 그게뭐든 간에 말이다. 그리고 여러분의 말을 듣고 있는 사람은 정확히 누구인가? 맬컴이 강조했던 대로, 우리가 억압받는 게 우리 잘못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억압으로부터 해방되지 못하는 것은 우리 잘못이다. 그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우리에겐 배운 게 있고, 우리가 물려받은 것들 중에는 유용한 것들이 있다. 우리에겐 우리보다 앞서 살았던 이들이 준 힘이 있다. 그리고 그 힘으로 우리는 그들보다 더 나아갈 수 있다. 우리에게는 나무도 있고, 물도 있고, 태양도 있고, 그리고 아이들이 있다. 맬컴 엑스는 우리가 읽는 그의 메마른 텍스트 속에 존재하지 않는다. 맬컴은 우리가 그와 공유하는 비전을 따라 행동할 때 내뿜는 에너지 속에살아 있다. 우리는 현재의 거대한 압력에도 불구하고 단단히 뭉쳐살아남았을 뿐만 아니라 미래를 만들어 가고 있다. 역사의 일부가된다는 건 바로 그런 것이다. - P255

서로의 눈동자를 바라보며_흑인 여성, 혐오, 그리고 분노

흑인 여성으로서 내가 가진 분노는 내 존재의 심장부에 응어리진 늪이자 내가 가장 치열하게 지켜 온 비밀이다. 그 누구보다감정에 충실한 삶을 살아온 나는 내 삶이 얼마나 이런 분노의 그물로 뒤엉켜 있는지 잘 알고 있다. 분노는 내가 그려 넣은 내 삶의본질들이 새겨져 있는 감정의 태피스트리를 구성하는 실이며, 들불처럼 솟아올라 내 의식 밖으로 솟구치는, 폭발하기 직전의 펄펄끓는 뜨거운 샘물이다. 이 분노를 부인하기보다 정확히 어떻게 단련할 것인가가 내 삶의 주요 과제 가운데 하나이다. - P281

어머니는 내가 아주 어릴 적부터 몸소 내게 살아남는 법을 가르치셨다. 그녀의 침묵에서 나는 고독과 분노, 불신과 자기 거부, 그리고 슬픔을 배웠다. 나의 생존은 어머니가 내게 준 무기들을 사용하는 법과 내 안에 존재하는 아직 이름 붙이지 못한 것들에맞서 싸우는 법을 익히는 데 달려 있었다. - P290

분노: 과도하거나 오도된 것일 수 있을지언정 반드시 유해한것만은 아닌 불쾌의 정념. 혐오: 아주 싫어하는 감정이 적의와 결합된 감정적 습관 혹은 마음의 태도. 분노는 잘 활용하면 파괴적이지 않지만, 혐오는 파괴적이다. - P294

나만 아는 언어로 당신에게 다가가려 한 것은 아닌가? 당신은 당신만을 구원해 줄 수 있는 언어로 나에게 다가오고 있는 것은 아닌가? 내가 우리 사이의 차이를 가로질러 당신의 말을 경청하려 든다면, 당신도 나의 말을 경청하게 될까? - P317

우리는 서로의 창조적인 측면을 인정하고 키워 줘야 한다. 이는 무엇이 창조될지를 알고서 하는 일이 아니다.
우리가 서로에 대한 두려움이 줄어들고 서로를 좀 더 소중히여긴다면, 우리 자신뿐만 아니라 서로의 눈동자에 어린 인정해 주는 마음을 소중히 여기게 되며, 자기 자신과 서로를 바라보는 비전들 사이의 균형을 맞추게 될 것이다. 돌보기 Mothering. 우리가 어떤 사람이 될 것인지 선택하는 힘이 우리에게 있음을 인정하는것, 그리고 이 힘이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에서 사람마다 다를 수있음을 아는 것. 그리고 오로지 이 힘을 활용함으로써만 우리가효과적으로 이런 현실을 바꿀 수 있음을 아는 것. 돌본다는 것은약하고 겁먹고 손상된 것의 잔여물을 전혀 경멸하지 않고ㅡ보듬어 주는 것을 뜻하며, 생존과 변화를 도모하기 위해 사용할수 있는 것을 지켜 내고 응원함을 뜻하며, 차이를 서로 함께 탐색하는 데 힘을 쏟는 것을 뜻한다. - P334

나는 당신을 사랑하기에 앞서, 당신의 사랑을 받아들이기에 앞서, 나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당신은 나를 사랑하기에 앞서, 나의 사랑을 받아들이기에 앞서, 당신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우리가 서로에게 다가가기에 앞서 우리가 사랑받을 가치가 있음을 알자. - P336

옮긴이 해제

대표적으로 시몬 드 보부아르의 『제2의 성』출간 30주년 기념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주인의 도구로는 결코 주인의 집을 무너뜨릴 수 없다 그다음 해 발표한 「나이, 인종, 계급, 성」, 그리고 (1980년 미국여성학회의 기조연설 초청을 구색 맞추기 정치라 보고 이를거부하고 인종차별을 의제로 삼을 것을 강력히 주장하여 마침내) 1981년대회에서* 기조연설로 발표한 「분노의 활용은 주류 페미니스트들의 개량주의를 비판한다. 이 세 편의 글에서 로드는 여성의 연대를 강조하는 자매애 정치는 유색인 여성과 퀴어 여성을 억압한다는 점을 폭로한다. 즉 로드는 자매애 운운하는 백인 페미니스트들의 이론과 정치가 개량주의적인 것임을 규명한다. 인종차별과계급 차별과 동성애 혐오를 인식하지 못하는 개량주의를 넘어 페미니즘 정치와 이론을 더욱 급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 P344

특히 「서로의 눈동자를 바라보며는 로드가 미국 사회에서 흑인 여성으로서 경험한 가장 어려운 문제를 다룬 글이자 이 책에 실린 글들 중 가장 심오한 분석과 통찰을 담은 글이다.
이론적으로 볼 때 시스터 아웃사이더』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앞서 언급한 세 편의 글(「침묵을 언어와 행동으로 바꾼다는 것」, 「시는 사치가 아니다」, 「성애의 활용」은 가장 억압된 것에서 가장 강한 힘의 원천을 찾아내는 페미니즘 존재론을 제시한다. 페미니즘 존재론은 여성을 주체로 정의한다. - P347

둘째, 로드는 흑인 여성의 관점과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 사회의 권력 구조를 분석한다. 이런 분석에서 핵심적인 것은 바로교차적 관점과 접근틀이다. 실로 로드는 여섯 편의 글- 「표면에 흠집내기」, 「성차별주의」, 「메리 데일리에게 보내는 공개서한, 「주인의 도구로는 결코 주인의 집을 무너뜨릴 수 없다」, 「나이, 인종, 계급, 성」, 「분노의 활용」에서 교차성을 선구적으로 이론화한다. 이 글들에서 로드는 여성 혐오와 동성애 혐오가 인종차별, 나이 차별, 계급 차별 등과 맞물려 작동하면서 서로를 강화하는 권력 구조를 분석한다. - P348

페미니즘 존재론과 시학, 교차성 이론과 차이의 이론에 이어 이 책을 구성하는 세 번째 부분은 관계론이다. 「분노의 활용」, 1960년대로부터 배울 점」, 「서로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우리가 따로 또 함께 사회를 바꾸려 노력하면서 부딪히는 심리적 난관을 살펴보는 글들이다. 로드의 시학은 여성임을 긍정하는 존재론이고, 로드의 교차성 이론은 이 시학을 가동하는 정치학이다. 시학과 정치는 여성 개인의 힘과 집단의 힘을 길러 준다. 그런데 우리도 경험한 대로, 자기 변화는 곧장 사회 변화로 이어지지 않으며, 사회 변화가 나의 변화를 촉발하지 않을 때도 많다. 로드의 관계론은 감정 연구를 통해 자기 변화와 사회 변화를 연결한다. - P350

미국 사회를 떠받치는 심리적 구조로서의 흑인 여성 혐오는 흑인 여성 개개인의 마음속에 자기혐오로 자리 잡는다. 흑인 여성의자기혐오는 흑인 여성들끼리의 다정한 관계에 대한 갈망을 키우지만 이 갈망은 결코 채워지지 못한다. 이 갈망의 뿌리는 자기혐오이기 때문이다. 대신 이 자기혐오는 흑인 여성들 사이에서 "학습된 잔인함" (320), 거리 두기, 분노로 표출되는 악순환을 불러온다. 자신을 부정하는 자기혐오는 흑인 여성 혐오를 내 안에 내면화한 것이기에 흑인 여성들 사이의 유대 관계도 가로막는다. - P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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