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홍콩은 식민주의와 자본주의의 결과물이다. 풀어보면 홍콩 사람들 속에 중국도 있고 영국도 있다. 바꾸어 말하면 홍콩은 중국도 아니고 영국도 아닌 정체성을 지니고 있다. 어떤 학자는 홍콩의 그 특수한 의미에 대해 ‘제3의 공간‘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나는 사실 어떤 것보다도이런 분위기 때문에 홍콩을 좋아한다. 누구의 편도 아무의편도 아닌, 또 어느 편인지도 밝힐 필요도 없는 자유 말이다. 그래서 홍콩은 그 어떤 사상이나 이념도 강요되지 않는 자유가 그나마 보장되던 곳이었다. 그런데 1997년 이후 상황은 급변했다. 150년 만에 홍콩의 주권이 원래 소유주였던 중국에게 돌아가게 된 것이다. 나름대로의 정통성을 지닌 중화민국(대만)의 항의도 있었지만, 영국은 대륙과 정식 수교를 맺고 있는 우선권을 인정하여 홍콩의 주권을 중화인민공화국에게 반환했다. - P13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홍콩은 영국의 식민지이자 중국의 피란지였기에, 주인의식이 만들어지기는 어려웠다. 국가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 힘이 시민역량이라고 본다면, 홍콩의 시민역량은 거의 전무하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주권 반환 이후 홍콩 사회는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하기위해 몸부림치는 사춘기의 청소년 같다는 말을 듣는다. 자신의 정체성 찾기에 고민하는 사춘기 말이다. 학계에서는 ‘소년 홍콩’이라는 말이 유행한다. 인생으로 볼 때 홍콩은 ‘소년기‘에 처해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런 질문을해볼 수 있다. ‘홍콩을 통해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홍콩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 P14
‘문무묘‘가 이렇게 아름답게 보존될 수 있었던 이유는이런 ‘홍콩‘적인 특징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또한결정적인 이유가 한 가지 있는데, ‘문무묘‘는 ‘동화삼원東華‘이라는 홍콩 최대의 자선 기구가 소유하고 있다. 동화삼원은 1870년 중국인 부호들과 시민들의 헌금 그리고 정부의 도움으로 출범하였다. 현재 산하에 12개의 사원을 소유하고 있다. 전통 종교에 대한 시민들의 요구를 만족시켜주면서 얻은 수익으로 다양한 자선활동을 펼치고 있는데,홍콩인들이 매우 자랑스러워하는 기구이다. 나는 문무묘가 ‘동서고금이 만나는‘ 홍콩이라는 정체성을 상징하는 중요한 기호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중체서용‘의 구현이기도 한데, 서양적인 근대인 ‘쓰임‘이 지배적인 홍콩에서 중국적인 ‘중심‘을 보여주고 있기때문이다. - P37
타보니까 ‘상환‘의 ‘웨스턴 마켓西港城‘에서 종점인 ‘소기만筲‘까지 1시간 정도 걸린다. 궤도를 따라 운행하기에 느리지만, 교통정체가 없어 결코 느리다고 할 수 없는, 의미심장한 교통수단이다. 뒷문을 통해 전차에 오르면 바로 이층으로 올라가는것이 좋다. 그리고 이층의 제일 앞자리에 앉는 것이 좋다. 빈자리가 없다면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가 빈자리가 나면바로 뛰어가서 잡자. 전차의 이층맨앞자리에 앉아서 앞을 내다보고 있으면, 말을 타고 도시를 천천히 산책하는기분을 느낄 수 있다. 전차가 있기에 누릴 수 있는 여유다. - P81
이층버스를 타고 어디로 가는 것이 좋을까? 두 곳을 추천하고 싶은데, 한국인들에게도 잘 알려진 ‘스탠리柱‘ 마켓과 홍콩섬의 꼭대기 ‘정상‘이다. 먼저 스탠리 마켓으로 가볼까? 센트럴中環의 ‘종합버스터미널巴士站‘로 가서 6, 6A, 6X, 260번 등의 버스를 타면 된다. 가는 코스는 비슷하고 특히260번은 직행인데, 나는 가급적 6번을 타라고 권한다. 다른 버스는 홍콩섬의 동서를 관통하는 ‘터널‘로 지나가는데비해, 6번 버스는 빅토리아산을 넘어서 가기 때문이다. 시간은 좀 더 걸리지만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 P85
홍콩섬에서 제일 높은 552미터 정상에는 유명한 식당이있다. 당시 산 정상에 사는 영국고관들은 가마꾼들의 가마를 타고 출퇴근을 했다. 이 식당은 1901년에 가마꾼들의휴식처로 세워졌다고 한다. 수많은 영화에 등장한 고풍스러운 식당 ‘더 피크 룩아웃 식당太平山餐廳‘에서 맛있는 볶음밥에 시원한 아이스 레몬티 한 잔 하고 트레킹에 나서기를바란다. 정상의 트레킹 코스는 홍콩 여행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코스 중에서도 ‘폭풀람 교외 공원薄扶林郊野公園‘, ‘산정 화원山頂花園’, ‘루가드 로드‘로의 트레킹을 권한다. 빌딩숲으로 기억된 홍콩과는 완전히 다른 홍콩을 볼 수 있다. 땀 흘리며 걷다 보면 공원이나 숲이 나타나고, 산으로 오르는 전차나 에스컬레이터가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홍콩을 천 가지 표정을 지닌 도시라고 하는가 보다. - P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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