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위대한 작은 농장>
마리아 미즈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정은정 한국영화는 난다 긴다 하는 국제영화제에서 상을 거머쥐고 언뜻 ‘K무비’의 전성시대를 맞이한 듯 보였지만 감염병의 시대가 꽤 길게 지나면서 한국영화의 대단한 위세도 한풀 꺾인 듯하다. OTT서비스가 등장해 집에서도 최신 영화를 볼 수 있는 시대가 열리고 아예 극장을 거치지 않고 넷플릭스와 같은 플랫폼에서 바로 상영되기도 한다. 그래서 극장까지 온 관객의 발길(눈길)을 붙잡자면 웃기거나 때리거나다. 상업영화의 본령은 당연히 흥행이므로 흥행에 유리한 스타 감독과 배우, 복잡하지 않은 서사구조를 가진 영화에만 자본이 몰린다. 그간 영화시장이 커지면 관객층이 두터워지고 다양한 장르와 서사를 가진 영화를 즐기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지만 이것이야말로 자본주의적 환상이었다. 돈은 분산되는 것이 아니라 몰리는 곳으로만 몰리기 마련이다. - P176
식물과 가축, 야생동물들이 더불어 살 수 있기를 바랐다는 그들의 꿈이 순탄했다면 이 영화는 서사를 갖기 어려웠을 것이다. 〈위대한 작은농장〉의 절정은 식물과 야생동물, 가축들로 대표되는 생태적 존재들이 균형을 찾는 과정이다. 썩은 연못에서 먹이를 찾지 못한 오리는 달팽이로 눈을 돌려 열정적으로 잡아먹고 유기질이 풍부한 똥을 누어 땅을 기름지게 했다. 돌아온 매는 찌르레기의 천적이 되어 과일나무에서 소출이 나기 시작했고, 닭이나 잡던 말썽꾸러기 목축견은 코요테를 쫓자 코요테는 땅을 헤집어 두더지로 관심을 돌렸다. 극적으로 찾아진 생태적균형점은 이 영화의 편집점이기도 하다. 실제의 안정화 과정은 무척 복잡다단했을 것이며 여전히 혼란은 계속될 것이 뻔하다. 워낙 광활한 땅이어서 한국 농민들처럼 김매기는 시도조차 하지 않아 품은 덜 들겠지만 말이다. 존이 말하길 자연은 아름답고 복잡하며 무한한 가능성이라지만 지금의 자연은 변덕스럽고 뒤죽박죽이며 끝내 편집점이 없는 ‘라이브‘다. - P180
한국의친환경농업 기준은 예전에 비해 땅에 지렁이 한 마리라도 더 살기 좋은땅이 되었는지를 보는 것이 아니라 최종 산물에 농약 성분이 있는지는지를 들여다보는 것으로 갈음한다. 농약 성분이 나왔으면 농민은 농약을 뿌렸을 것이라는 단선적인 사고방식이다. 웃돈까지 얹어 친환경농산물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증명할 방법은 잔류농약 성분검사뿐이라는 핑계가 제도로 안착되고 말았으며 유기농업을 포기하게만드는 새로운 변수로 등장했다. - P183
마리아 미즈 또한 오늘날에도 식민지들(저는 지금도 여전히 식민지라고생각합니다)에서 행해지고 있는 모든 노동이 선진국에서의 그것과 동등한 대우를 받게 된다면 축적될 것(자본)이 별로 없을 것이라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이 모든 관계를 ‘식민지적 관계‘라고 부르고있습니다. 즉 남성과 여성의 관계도 식민지적이고, 소농과 기업의 관계도, 당연히 선진국) 대도시들과 식민지들(제3세계)의 관계도 식민지적입니다. - P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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