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성매매의 보편화
아무에게도 강요받지 않은 나와 같은 여성들은 우리의목소리를 찾아 누군가 강요하지 않았다는 그 말이 아무것도 우리를 강요하지 않은 건 아니라는 사실을 주장할 필요가 있다. 강압적인 상황에서 지구상 가장 강력한 강제성은무형으로 존재하는데, 강제의 존재를 인식하기 위해서 주먹이나 총, 칼이 있어야만 한다고 주장하는 건 무척이나 인간적인 어리석음이다. 내 성매매 경험은 강요되었다. ‘자유로운‘ 범주에 속하는 우리들을 강압한 건 삶이다. - P339

성매매를 보편화하려고 이용하는 또 다른 거짓은(현대이전 매우 오래전부터 이어져온) 성매매가 존재하기에 남성들이 지니는 성적인 공격성이 비성매매 여성으로 향하지않을 수 있다는 개념이다. 아일랜드 전국 여성 연합 전 대표인 수전 맥케이가 아래와 같이 말하면서 이 신화를 혹평했다.

성매매 여성의 존재가 남성들이 지니는 성적인 공격성을 막는안전밸브라서 다른 여성들을 보호한다는 주장이 있다. 이 주장은 사실이 아닐 뿐만 아니라 성폭력 없이 살아야 하는 모든여성의 권리를 무시한다. 성매매를 정기적으로 하는 남성들은관계를 맺고 있는 여성을 자주 더 폭력적으로 대하는 경향이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다. 성매매 여성들을 이용하는 남성들은 여성들을 존중하는 남성들이 아니다. - P341

성매매 경험을 ‘성노동’으로 눈가림하려는 전략과 같고, 둘 다 같은 목적을 공유하니 같은 맥락이다. 이 묘사 뒤에는 분명히 고의적인 의도가 있다. 성매매를 품위와 결합시키려는 의도이고 여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부끄럽지 않아야 용인할 만하기 때문이다. - P347

24. 관계와 섹슈얼리티에 미치는 악영향
저메인 그리어는 1969년도 책『여성, 거세당하다』에서 여성의 섹슈얼리티가 단지 반응하고 응대하는 정도에그쳐 왔으며 부자연스럽게 훼손되었다고 주장했다. 그래왔다는 것은 사실이며, 사회적 길들이기가 그 책임이 있다. 어떤 다른 그룹에 속한 여성도 성매매여성만큼 섹슈얼리티의 두 다리가 묶이지 않는다. 섹슈얼리티가 방해받는 곳에서는 어쩔 수 없이 불리한 조건 속에서 친밀한 관계가 형성된다. - P378

25. 여진
이 여성들의 글쓰기가 나의 글쓰기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위안을 받았고 안심이 됐다. 예를 들어, 나는 이 책을 집필하기 초반부터 ‘성매매 여성‘이라는 말보다 ‘성매매된 여성‘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를선호했다. 왜 이 용어가 더 적합하게 느껴졌는지 정확히는몰랐다. 그저 그렇다는 걸 알았다. 이제는 왜 인지 안다. 여성은 오직 다른 사람에 의해서 성매매될 때만 성매매 여성이 될 수 있고 그 누군가를 염두하지 않은 채 성매매 여성만을 언급하는 건 논리적으로 맞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상업 분야에서는 어떨까 생각해본다. 정육업자는 아무도 그의 고기를 사지 않아도 여전히 정육업자인가? 아니다 그는정육업자가 되고 싶은 사람일 뿐이다―그 이상은 아니다. 여성에게 그 명칭이 붙기 위해선 성매매가 되어야만 한다. 성매매 여성이 되기 이전에 구매되어야만 한다. - P401

에필로그
이 책을 쓴 이유 대부분은 이미 설명했지만 한 가지가 남아있다. 아마 가장 중요한 이유일 것이다. 불타는 건물을 비유로 들 수 있는데, 불 타는 건물을 빠져 나올 만큼 운이 좋았다면 그 집에 불이 났다고 다른 이들에게 알려야 옳다. 그래야 그 안에 여전히 갇혀 있는 사람들에게 어느 정도 희망이 생긴다. - P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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