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어머니의 질환
문제 가정의 균열은 어디서부터 시작될까? 가족이 형성되기 전부터 시작된다. 상처는 어울리지 않는 두 사람의 만남 속에 이미 도사리고 있다가 이 파괴력이 잠재된 사랑으로 창조된 아이들을 통해 존재한다. 인간이라면 그렇듯 부모님 두 분 모두 사랑이 주는 위로를 향해 손을 뻗었는데안타깝게도 그 손이 서로를 향했다. 결함이 있고 균열됐을지라도 사랑이 존재했기에 내가 이 자리에서 그 결과를 기록할 수 있고 물론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때때로 인생이그렇듯 고단했고 유년 시절 감정적으로 고되었지만 내 인생이었고, 나는 언제나 인생을 사랑했다. 삶을 살아가는 일보다 그저 살아 있다는 사실을 더 사랑했던 때가 있었을지라도 삶을 떠나보내야겠다고 생각한 날은 드물었다.
문제 가정을 설명하는 말들이 우리 가족에게 꼭 들어맞지 않기도 한다. 와해, 퇴보, 악화와 같은 단어들은 한때 건강했거나 온전했음을 전제한다. 우리 가족은 와해되지 않았고, 태생부터 깨져 있었다. - P54

원만하게 무르익은 정서적 성숙도 측면에서 보자면 많은 면에서 내가 소녀였을 때 어머니도 나와 같은 소녀였고오늘날까지도 여전히 그렇다고 의심치 않는다. 우리는 더이상 서로 만나지 않는데 슬프게도 현재로서는 나에게도, 어머니에게도 그것이 최선이다. 책망으로 가득 찬 씁쓸한감정에서는 멀어졌다. 부모를 단순히 부모로 보지 않고 사람으로 보기 시작하게 되는 때가 온다고들 하는데, 자신에게 느꼈던 연민이 부모님에게 이동하는 때라고 생각한다. 이제 부모님을 떠올리면 압도적으로 느껴지는 감정은 슬픔이다. 그저 슬픔과 연민뿐이다. 어머니에 대한 연민의 감정을 느꼈을 때 놀랐다. 마음속 한구석에서는 늘 어머니를 측은해했지만, 뼈가 부러졌을 때 팔이나 다리를 구부리지 않듯이 그저 그 감정을 깊이 들여다보지 않았었다. - P58

4. 얽히고설킨 역기능
그 어린 나이에 어떻게 정신병원 분리 병동에 혼자 들어갈 수 있었는지 지금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당시 1980년대 중반의 아일랜드는 지금과 달랐고, 혼자 정신병원에 온 어린아이를 마주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지 않았을까, 분명히 그곳을 방문할 만한 일이 있었을 거라고 장담하면서 말이다. 방문이 허락되지 않았다면 아버지께 병문안 갔지만 허락되지 않았던, 들어가서 아버지를위로하고 싶었지만 허락되지 않았던 또 다른 암울한 기억으로 남았겠지. 극심한 가정 내 역기능이 바로 그렇다. 가족 내에서 문제가 시작될 때 외부에서 완화할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아무것도 없다. 선한 의도를 가진 타인들이 도우려시도조차 하지 않은 건 아니다. 그들의 선의에 대한 기억은 오늘날까지 나와 함께한다. - P72

불우했던 유년기 기억들 중에서 좋은 시간을 찾기란 실제적으로도, 정서적으로도 모두 어렵다. 거대하게 넓은 해변가 있는 수많은 돌과 퇴적암 들 속에서 예쁜 조약돌을 찾아 헤맨다. 그 예쁜 조약돌들은 드물기에 발견하면 더욱 사 - P75

랑스럽고 소중하다. 하지만 예쁜 조약돌의 희귀성이 그 조약돌들을 안 보이게 할 만큼 많은 주변의 형편없는 것들을 떠올리게 한다. 그래도 조약돌들을 둘러싼 다른 모든 것들과 대비되어 그 순수성은 훨씬 더 아름답다. 바로 지금에야 깨닫는다. 아마도 이 마지막 문장을 쓰면서 크리스 크리스토퍼슨의 음악을 들을 때 흘리는 눈물의 비밀을 푼 것 같다. - P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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