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장 현재 아프라카에서 일어나고 있는 마녀사냥, 지구화 그리고 페미니스트 연대

다음으로 나는 아프리카에서 발생한 마녀사냥의 동기를 살펴보고 박해를 종식시키기 위해 페미니스트들이 취해야 할 계획을 제안함으로써 논의를 이어가고자 한다. 나의 주장은 이러한 마녀사냥이 아프리카 경제의 자유화·세계화가 낳은 사회적 재생산 과정의 깊은 위기, 지역 경제의 훼손, 여성의 사회적 지위에 대한 평가절하, 그리고 토지를 비롯한 핵심적 경제 자원의 사용을 놓고 일어난 남녀노소 사이의 극심한 갈등 유발이라는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 P116

이 기관들은 살인을 막지도 처벌하지도 않는 아프리카 정부들을 비롯하여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과 이러한 기구들의 국제적 지원자인 미국, 캐나다, 유럽연합 등이다. 이국제기구들은 ‘외채 위기‘와 ‘경제 회복‘을 명목으로 아프리카 국가들에 잔혹한 긴축 체제를 강요하고, 아프리카 정부의 의사 결정 권한의 많은 부분을 박탈함으로써 지역경제를 파괴하고 아프리카 대륙을 재식민화하고 있다. 페미니스트들이 가장 긴급하게 심판해야 하는 집단은 유엔이다. 유엔은 여성의 권리에 대해 말만 앞세우면서 경제 자유화를 새천년 개발 목표로 치환하여, 아프리카와 세계여러 지역에서 나이 든 여성이 악마화되고 지역사회에서 쫓겨나 갈기갈기 찢기고 산 채로 화형당하는 것에 입을 다물고 방관하고 있다. - P119

이러한 맥락에서, 아프리카에서는 사회적 관계를 심각하게 변화시키고 새로운 형태의 불평등을 낳는 화폐경제가 도입된 식민지기에 들어와서야 반마술운동 anti-witchcraftmovements이 시작되었음을 강조하는 것이 중요하다. 식민화되기 이전에도 때로 "마녀"가 처벌받는 일이 있기는 했 - P124

지만 살해되는 일은 거의 없었다. 사실상 유럽인이 들어오고 나서야 ‘마술‘이라는 용어가 사용되기 시작했기 때문에, 식민지기 이전을 이야기할 때 우리가 ‘마술‘을 거론하는 것이 가능한지부터가 의문인 상황이다. - P125

구조조정을 겪은 오늘날의 아프리카에 사는 많은 젊은 남성은 교육받을 기회가 없고, 토지로 생계를 이어갈희망이 없으며, 다른 형태의 수입원을 찾을 전망이 없고, 가족을 부양하는 사람으로서의 자기 역할을 다할 수도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미래에 대해서 절망감을 가지며 자신들이 속한 지역사회를 대상으로 전쟁을 벌이도록 내몰리게 된다.정치가, 반군, 민간 기업, 또한 국가에 의해 용병으로 고용되고 훈련받은 젊은이들은, 특히 노인을자기 불운의 원흉이자 자신들이 잘사는 데 짐이 되고 방해가 되는 존재로 치부하고, 그들을 대상으로 토벌대를 조직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바로 이런 맥락에서, (오래된 콩고 주민의 말처럼) "젊은이들은 우리 노인들에게 (지속적인 위협)이다." - P134

또 두 사례에서 모두 ‘마녀’는 주로 나이 든 여자나 가난한 농부이고, 종종 혼자살며, 또는 남자와 경쟁한다고 여겨지는 여자들이다. 가장중요한 것은, 유럽의 마녀사냥처럼 아프리카의 새로운 마 - P143

녀사냥은 ‘시초축적‘ 과정을 겪는 사회에서 일어난다. 그런사회에서는 많은 농민이 자기 땅에서 강제로 쫓겨나고, 새로운 재산 관계와 새로운 가치 창출의 개념이 자리를 잡아가고, 공동체적 연대감이 경제적 갈등의 영향 아래 파괴되어 간다. - P144

속될 것이라는 의미이다. 마녀사냥의 귀환에서 배우는 교훈은 이런 형태의 박해가 역사상의 어떤 특정한 시대로한정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러한 박해는 자체의 생명력이 있어서, 배척당하고 비인간화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사회라면 어디에서든지 동일한 메커니즘에따라 생겨날 수 있다. 마녀라고 고발당한 사람들-여전히주로 여성들인데ㅡ을 지역사회를 파괴하는 데 혼신을 다하는 괴물로 둔갑시켜 동정하거나 연대할 가치가 없는 사람들로 만들기 때문에, 마술 고발이야말로 궁극의 소외와 배제의 메커니즘이라고 할 수 있다. - P161

부록: 실비아 페데리치의 삶과 실천

페데리치는 맑스주의 페미니즘 이론, 여성사, 정치철학, 공통장의 역사와 이론에서 선도적인 페미니스트 이론가 중 한 명으로 간주된다. 마리아로사 달라 코스, 셀마 제임스, 마리아 미즈, 반다나 시바 같은 페미니스트 저술가들과 함께 "재생산" 개념을 지역적이고 지구적인 맥락에서 착취와 지배의 계급관계를 이해하는 열쇠로 발전시켰다. 그리고 이를 자율성과 공통장의 여러 형태들에 핵심적인 개념으로 진전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페데리치는 1972년에 마리아로사 달라 코스따, 셀마 제임스와 함께 <국제 페미니스트 콜렉티브>를 창립하여 ‘가사노동 임금 캠페인‘을 출범시켰고, 1973년에 미국에서 ‘가사노동 임금 캠페인‘을개시하는 활동을 했다. 가사노동 임금 캠페인과 관련하여가장 잘 알려진 소책자인 ‘가사노동에 대항하는 임금을 1975년에 출간했다. - P177

옮긴이 후기

한국에서도 마녀사냥은 진행 중이다. 현재 한국에서의 ‘마녀사냥‘의 발생 원인과 작동 방식을 보여주는 것은 장애인권리예산 입법 및 이동권 확보를 위해 지하철 탑승 투쟁을 하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에 대한 온갖 혐오와 비방이다. 전장연의 지하철 탑승 투쟁은지역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한 당연한 권리이자 장애인들의교육권·노동권·건강권과 직결되는 기본권에 대한 요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류 미디어 및 정치권은 전장연이 시민들을 볼모로 잡고 무리한 요구를 하는 폭력적인 단체인것처럼 호도한다. 그러나 살아가기 위한 기본적 권리로부터 장애인을 ‘승차 거부해 온 상황은 22년 전과 변함없이지속되고 있으며, 장애인들의 고통도 가중되고 있다. - P187

한편, 페데리치는 이 책을 통해 마녀사냥의 정치·경제적 발생 원인을 보다 깊이 짚어보고 싶었다고 개인적 포부를 밝히고 있는데, 대규모 여성살해인 마녀사냥이 명확한 문제의식 없이 전통문화 속으로 수용되거나 통제 불가능한 여성의 역능에 대한 자본주의의 공포가 마녀사냥의근저에 있음을 밝히면서 섹슈얼리티를 재생산과 출산으로 제한하고 통제하는 권력을 폭로한다. 또 여성들 사이의우정과 연대를 상징했던 ‘가십‘을 변질시켜 여성의 사회적지위가 격하되는 역사적 과정을 밝혀준다 - P191

이처럼 마녀 고발이란 특정 정체성을 겨냥한 것이라기보다 자본주의의 새로운 이윤추구에 방해가 되는 공동체적 관계를 파괴하기 위한 혐오와 배제의 폭력적 수행이었다. 바로 이러한 점에서 페데리치는 ‘여성‘이 놓여 있는 구체적인 삶의 조건들에 초점을 맞춰 마녀사냥이 주로 ‘여성‘에게 가해졌음을 이야기하면서도, 자연화하고 무가치하다고 여겨져 온 다른 존재들에 대한 마녀 고발을 함께 시야에 넣고 있다. 이런 관점은 생물학적 ‘여성‘이라는 정체성을 벗어나, 마녀사냥을 다중 쟁점 정치의 관점에서 비판할 수 있도록 한다. - P196

문제의 핵심은 고통과 울분을 살피는 것이다. 그때 고통과 울분을 야기한 구조적 조건들이 드러날 수 있다. 그러나 마녀사냥에 대한 비판적 접근이 페미니스트들이 아닌 인류학자나 언론인에 의해서만 이루어짐에 따라, 그들 - P201

의 경험은 관찰자적 입장에서만 파악되며 탈정치화되었고, 그들의 고통과 울분은 초점화되지 못했다. 페데리치는페미니스트들은 마녀사냥이 양산되는 사회적 조건을 분석하여 이 박해를 기록하고 종식시키는 활동을 하는 인권 운동가와 사회정의 단체들과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여성 권력의 구축과 연대의 경험으로부터 시작된 비서구 활동들인 <비아 깜뻬씨나>, 브라질의 <무토지 농민운동>과 사빠띠스따 운동으로부터 배워야 한다고말한다. - P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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