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림의 글. 플랫폼 기획자의 고뇌와 갈등




이두갑 - 창작자의 정당한 몫 찾기

편집증적 관찰자이자 수집가이자 분류가이자 분석가인 플랫폼 기업은 그들의 상품, 즉 인간을 우리 자신보다 더 잘 알기 위해 수많은 투자를 했으며 이제 사람들의 은밀하고 깊은 선호와 선택까지 예측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정보 접근과 이용, 교류에 대한 필요를 충족시키는 서비스를 전략적으로 제공하며 자신들의 공간에서 사람들의 네트워크를 매개하고 확장한다. 카카오톡을 통해 사실상 전 국민의 정보를 보유한 카카오는메신저 앱에 대화 중 나눈 이야기를 확장할 수 있는 검색 및 추천 기능을 탑재했다. 대화창의 사람들은 이벤 - P114

트에 참여해 받은 무료 이모티콘을 주고받거나 ‘선물하기‘ 탭에서 생일과 기념일을 챙기기도 한다. 카카오에서 운영하는 웹툰, 게임 등 콘텐츠 서비스나 간편 결제와 같은 금융 서비스에 가입하는 일도 클릭 몇 번만으로 가능하다. - P115

만화가 사라 앤더슨과 일러스트레이터 켈리 맥커넌, 칼라 오티즈는 ‘스테이블 디퓨전‘을 비롯한 세 개의 이미지 생성 AI 플랫폼에 소를 제기하면서 이들 플랫폼이 인공지능을 학습시키는 과정에서 자신들의 원작창작물을 무단으로 이용했다고 주장했다. 법률적 차원에서는 생성형 AI가 창작물을 학습에 사용한 것이 저작권법에서 비판과 풍자, 비평, 뉴스 보도, 교육이나 연구 등의 목적으로 특수하게 허용되는 공정 이용(fairuse)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 P119

나는 여전히 창작자가 정당한 보상을 받고, 풍요롭고 다양한 창작물을 향유하는 것이 다수의 인간이 원하는 세상이라 믿는다. 이 믿음을 실현하려면 인공지능기술 혁신의 현혹에서 벗어나 창작자의 권리와 플랫폼기업의 책임을 요구하는 행동에 나서야 할 것이다. 인간의 창작물에 대한 정당한 보상 방안을 찾고 창작자들이 플랫폼 기업의 디지털 소작농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아야 할 시점이다. - P124

김혜림 - K 카다시안의 고백

K가 기획한 플랫폼 노마드는 누구나 비평을 쓰고 ‘공유‘할 수 있다는 가치를 흐릿한 미션으로 잡았다. 누구나 글을 쓰고 보낼 수 있다는 생산 행위가 아닌 다른이들과 공유할 수 있다는 교환 행위가 셀링 포인트였다. 비평가 윤아랑이 말한 것처럼 이런 종류의 환상은 건방진 것일지도 모른다. "누구든 ~을 할 수 있다’는말은 콘텐츠의 생산과 유통이 고도로 대중화되는 흐름을 지시하는 말이지만, 그 안에는 목적어의 자리에 들어갈 것이 여전히 특권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는 의식이숨어 있다. 그 누구도 ‘누구든 숨을 쉴 수 있다‘고 굳이 말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 P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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