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 아따, 참 장하시군. 처 그럼, 장하고말고. 미구에 여자들이 다 나와 같이 자각해 보구려. 그까짓 하나만 알고 둘도 생각지 못하는남자들 무슨 일이 있답디까? 부 왜, 남자는 그대로 있나, 남자는 또 그대로 자꾸 진보해 갈 것인데. 처 다른 나라 남자들은 그러할지 모르거니와 굴레를 벗지 못하는 조선 남자들에게 진보가 있으면 몇푼어치가 있겠소? 그중에도 되지 못한 것일수록 제 앞 하나 꾸리지 못하는 것이 언필칭(말을 할 때마다 이르기를) 여자가 어떠니 어떠니 하는 것을 보면 참 아니꼬와 3년 전에 먹은오례송편이 다 나올 듯하지. 실상 학식 있고 인격 있는 남자들이야 다 자기 앞을 꾸려 가려기에 어느 여가에 여자 타령할 여유가 있답디까? - P59
처 그것 보시오. 당신은 얼마나 팔자가 좋으시오? 집에서 편안히 지내면서 고생하고 다니는 나로 인하여 지위가 점점 높아지니 이와 같이 내가 수차만 더 출장을 가면 당신은 힘 안들이고 정일품위까지 쑥 올라설것이요, 그 대신 내 가슴에는 훈일등(一等)까지의 훈장이 - P60
주렁주렁 매달릴 것이니, 그러면 내 공이 얼마나 크겠고 당신 지위가 얼마나 높겠소? 부 그러니 어쩌란 말이오? 처 그러니 지위가 높아지고 싶거든 나를 춘추로 1년에 두 번씩 풍속 다르고 경치 다른 곳으로 여행을시키란 말이오. 부 누가 시켜? 자기 말과 같이 자유요, 자기 힘이지. 처 그래도 당신의 힘이 많이 들어야지. 부 이건 무슨 모순된 말이오? 처 아니, 당신의 명예를 높여드리니 만치 보수를 받아야겠다는 말이에요. 부 요런 깍쟁이 같으니라구. - P61
처 가깝고도 서양 풍속을 볼 수 있는 상해나 하얼빈 같은 데 가정 시찰이나 시켜 근본적 생활 개선책을 실행하는 것이 얼마나 큰 사업일는지 모르겠어요. 더구나 가정을 능히 좌우할 수 있는 권리와 책임을 가진 지식계급의 주부들로 하여금 한 번씩 시찰을 시키는 것이 눈살 찌푸리게 되는남편들의 얼굴에 얼마나 한 화색을 끼칠는지 모르겠더구먼. 사는 의미도 모르는 자들이 공부는 해 무엇하고 명소는 보아 대체 무엇에 쓸 것인고. - P66
부 여자는 못할 것 무엇 있나? 처 못하지는 아니하지만 소극적에 지나지 못해. 부 왜. 처 사회적 비난이라든지, 풍속 습관의 위반은 물론 괘념할 바 아니라 치더라도 신체가 허약한 것이 제일 큰 원인이요, 또 생리상 불편한 점도 있으니까. 부 힘 자라는 대로 하지. 처 차라리 아니 할지언정 하면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다 할 수 있어야지. - P67
처 그러나 말만 그러지 말고 내일부터 실행을 합시다. 부 어떻게? 처 우선 내일 아침부터 당신 주무신 자리는 당신이 개시오. 그리고 세숫물도 당신이 손수 떠다가 하시오. 그렇게 모두 자치 생활을 시작합시다. 부 그대는 두어서 무엇하고? 천 저것 보아. 저따위 소리가 나오니 내 입에서도 좋은 말이 나올 수가 있나? 평화하는 것은 맛도 못 보아보겠소. 부 그렇게 걸핏하면 노하지 말고 좋을 도리대로 합시다. 그래 그게 무엇이 그리 어렵겠소? 처 어렵지도 않은 것을 못할 것도 아닌 것을 아니 하려 드니까 말이지. - P69
부 자, 고만두고 잡시다. 처 나도 찬성이오. 부 불 끕시다. 처 끄시오. 부 그대가 끄오. - P71
처 먼저 자자고 한 사람이 꺼야지. 부 그런 것은 여자가 하는 법이야. 처 그것도 아니 되었네. 부 그러면 공평하게 짱, 깨, 뽕(가위 바위 보)을 해서 지는 사람이 끄기로 합시다. 처 그럽시다. 부 짱, 깨, 뽕………. 처 그것 보오. 져가지고 끄면 무엇이 나은가. 부 기어이 내가 끄게 되는군. - P72
주위 사람 및 남편의 이해도 필요하거니와 이해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외다. 모든 것에 출발점은 다 자아에게 있는 것이외다. 한집 살림살이를 민첩하게해 놓고 남은 시간을 이용하는 것을 반대할 사람은 없을것이외다. 나는 결코 가사를 범연히 하고 그림을 그려 온일은 없었습니다. 내 몸에 비단옷을 입어 본 일이 없었고, 1분이라도 놀아 본 일이 없었습니다. 그러므로 내게 제일귀중한 것이 돈과 시간이었습니다. 지금 생각건대 내게서가정의 행복을 가져간 자는 내 예술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나 이 예술이 없고는 감정을 행복하게 해 줄 아무것도 없었던 까닭입니다. - P83
때는 아내에게 이혼 청구를 하고, 만일 승낙치 않으면 간통죄로 고소를 하겠다고 위협을 하는 때였다. 아아, 남성은 평시 무사할 때는 여성이 바치는 애정을 충분히 향락하면서 한 번 법률이라든가 체면이라는 형식적 속박을받으면 어제까지의 방자하고 향락하던 자기 몸을 돌이켜금일의 군자가 되어 점잔을 빼는 비겁자요, 횡포자가 아닌가. 우리 여성은 모두 일어나 남성을 저주하고자 하노라. - P95
‘네 어린것들을 살릴까, 내가 살아야 할까‘ 이 생각으로 3일 밤을 철야하였사외다. ‘오냐, 내가 있는 후에 만물이 생겼다. 자식이 생겼다. 아이들아, 너희들은 일찍부터 역경을 겪어라. 너희는 무엇보다 사람 자체가 될 것이다. 사는 것은 학문이나 지식으로 사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라야 사는 것이다. 장자크 루소의 말에도 "나는 학자나 군인을 양성하는 것보다 먼저 사람을 기르노라." 하였다. 내가 출가하는 날은 일곱 사람이 역경에서 헤매는 날이다.‘ 그러나 이러나 내 개성을 위하여 일반 여성의 승리를 위하여 짐을 부등부등 싸가지고 출가 길을 차렸나이다. - P104
조선 남성 심사는 이상하외다. 자기는 정조관념이 없으면서 처에게나 일반 여성에게 정조를 요구하고 또 남의 정조를 빼앗으려고 합니다. 서양에나 동경 사람쯤하더라도 내가 정조관념이 없으면 남의 정조관념이 없는 것을 이해하고 존경합니다. 남의 정조를 유인하는 이상 그 정조를 고수하도록 애호해 주는 것도 보통 인정이 아닌가. 종종 방종한 여성이 있다면 자기가 직접 쾌락을 맛보면서 간접으로 말살시키고 저작시키는(입에 넣고 씹는) 일이 불소하외다. 이 어이한 미개명의 부도덕이냐. - P123
정직히 자백하면 내가 전에 생각하던 바와 지금 당하는 사실 중에 모순되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나 어느틈에 내가 처(妻)가 되고 모(母)가 되었나? 생각하면 확실히 꿈속 일이다. 내가 때때로 말하는 "공상도 분수가 있지!" 하는 간단한 경탄어가 만 2개년간 사회에 대한, 가정에대한 다소의 쓴맛 단맛을 맛본 나머지의 말이다. - P130
이게 웬일인가? 살은 분명히 내 몸에 붙은 살인데 절대의 소유자는 저 쪼끄만 핏덩이로구나! 그리하여 저소유자가 세상에 나오자마자 으레 제 물건 찾듯이 불문곡직하고 찾는구나. 나는 웃음이 나왔다. "세상 일이 이다지 허황된가・・・・・・." 하고 그리고 "에라 가져가거라." 하는 퉁명스러운 생각으로 지금까지 맡아 두었던 두 젖을 쪼그만 소유자에게 바쳤다. 그리고 그 하회를 기다리고 앉았었다. 그 쪼끄만 주인은 아주 예사롭게 젖꼭지를 덥석 물더니 쉴새 없이 마음껏 힘껏 빨고 있다. 내 큰 몸뚱이는 그 쪼그마한 입을 향하여 쏠리고 마치 허다한 임의의 점과 점을 연결하면 초점에 무달하듯 내 전신 각 부분의 혈맥을 그 쪼그마한 입술의 초점으로 모아드는 듯싶었다. 이와 같이 벌써 모(母) 된 선고를 받았다. - P150
그러므로 나는 ‘자식이란 모체의 살점을 떼어 가는 악마‘라고 정의를 발명하여 재삼 숙고하여 볼 때마다 이런 걸작이 없을 듯이 생각했다. - P152
잠오는 때 잠 자지 못하는 자처럼 불행 고통은 없을 터이다. 이것은 실로 이브가 선악과 따먹었다는 값으로 하느님의 분풀이보다 너무 참혹한 저주이다. 나는 이러한 첫 경험으로 인하여 태고부터 지금까지의 모든 모(母)가 불쌍한 줄을 알았다. 더구나 조선 여자는 말할 수 없다. 천신만고로 양육하려면 아들이 아니요, 딸이라고 구박하여그 벌로 축첩(蓄妾)까지 한다. 이러한 야수적 멸시하에서 살아갈 때 그 설움이 어떠할까. 그러나 부득이하나마 그들의 몸에는 살이 있고 그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있다. 그들의 생활은 전혀 현재를 희생하여 미래를 희망하는 수밖에 살 길이 바이 없었다. 오죽하여 그런 생을 계속하여 오리오마는 그들의 진정에서 우러나오는 연애심이며, 이것을 어서 속히 길러서 ‘그 덕에 호강을 해야지.‘ 하는 희망과 환락을 생각할 때 실로 그들에게는 잘 수 없고 먹을수 없는 고통도 고통이 아니오, 양육할 번민도 없었고, 구박받는 비애를 잊었으며, 궁구하는 적막이 없었다. 말하자면 자연 그대로의 하느님, 그 몸대로의 선하고 미(美)한 행복의 생활이었다. 그러므로 1인의 모보다도 2인, 3인 다수의 모가 될수록 천당 생활로 화하여 간다고 할 수 있다. - P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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