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또 하나의 ‘이름 없는 문제’

베티 프리단 ‘이름 없는 문제’
탐욕스러운 일
노동이 구조화되어 있는 방식을 변화시켜야 한다.

이런 대응은 이제까지 성별 소득 격차를 없애지 못했다. 앞으로도 이런 대응이 젠더 불평등의 완전한 해법을 제공하지는 못할 것이다. 근원이 아닌 증상만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대응만으로는결코 여성들이 커리어와 가정을 둘 다 갖는 데 남성들만큼 성공하지못할 것이다. 남녀 사이의 페이갭pay gap [임금 격차]을 없애고 싶다면, 아니 줄이기라도 하려면, 먼저 더 깊이 근원을 찾아 들어가서 문제에보다 정확한 이름을 붙여야 한다. 이 문제의 이름은 ‘탐욕스러운 일‘greedy work‘이다. - P12

어떤 사람들은 성별 소득 격차를 직종 분리 occupational segregation때문으로 설명한다. 여성과 남성이 자기선택의 과정에 의해서, 혹은 그렇게 선택하도록 유도되어서 젠더 고정관념에 따라 직업을 택하게 되는데, 그렇게 젠더에 따라 패턴화된 직종들(간호사-의사, 교사-교수 등) 사이에 임금 격차가 존재한다는 개념이다. 하지만 데이터가 말해 주는 바는 이와 다소 다르다. 미국 인구총조사 목록에 있는 약 500개 직종에서, 성별에 따라 발생하는 소득 격차의 3분의 2는 [직종 간의 요인이 아니라] 각 직종 안에 있는 요인들 때문에 발생했다. 여성들 사이의 직종별 분포가 남성들 사이의 직종별 분포와 동일해 - P15

진다 하더라도(여성이 남성만큼 의사가 되고 남성이 여성만큼 간호사가 되더라도) 현재의 소득 격차 중 많아야 3분의 1밖에 없애지 못한다는 말이다. 요컨대, 소득 격차의 더 큰 부분은 원인이 다른 데 있다는 것을 우리는 실증 근거로 알고 있다. - P16

여성이 커리어를 추구하게 되면서 가정과 경제 사이의 관계가근본적으로 달라졌다. 소득 격차를 넘어서 훨씬 더 큰 문제의 궤적을 이해하지 않으면 소득 격차의 근원에 결코 닿을 수 없을 것이다. 소득 격차는 더 큰 문제의 증상일 뿐이다. 남녀 간 소득 격차는 커리어 격차의 결과이고, 커리어 격차는 부부간 공평성이 깨지는 데서 비 - P16

롯된다. 이 말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미국 경제에서 여성이 어떠한 역할을 담당해 왔으며 그것이 지난 한 세기 동안 어떻게 달라져왔는지 알아봐야 한다. - P17

시간은 위대한 평준화 기제다. 누구나 동일한 양의 시간을 가지고 있고 시간 배분과 관련해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한다. 근본적으로, 성공적인 커리어와 행복한 가정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 고전하는 여성이 직면하는 문제는 시간 충돌의 문제다. 대개 커리어에 투자한다는 것은 젊은 시기에 굉장히 많은 시간을 일에 쏟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 시기는 여성이 아이 갖는 것을 ‘놓치면 안 되는‘ 연령대이기도 하다. 게다가 아이를 낳고 가정을 꾸리는 데도 굉장히 많은 시간을 쏟아야 한다. 이러한 선택들은 이후의 삶을 크게좌우하며, 한번 선택을 내리고 나면 무르거나 고칠 수 없다. 50년 전에 세 아이의 엄마인 한 여성 임원은 젊은 여성들에게 커리어에 대해 조언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굉장히 어렵습니다. 그래도 하세요." - P19

1961년이면 경구피임약이 발명되고 미국 식품의약국Food and Drug Administration, FDA의 승인도 받아서 기혼 여성은 피임약을 많이 사용하게 되지만, 나이가 더 어린 미혼 여성에게는 여러 주의 법률과 사회적 관습이 피임약 구매를 허용하지 않았다. 이 제약은 1970년경 여러 가지의, 그리고 대개는 피임 이슈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이유들로 사라지기 시작한다. 피임약은 여성이 생애에서 직면하게 되는 커다란 제약 중 첫 번째 것을 피할 수 있게 해주었다. 새로이 갖게된 이 역량으로 여성들은 이제 삶을 계획할 수 있었다. 가령 시간을 많이 투여해야 하는(사실 시간을 전적으로 쏟아야 하는) 전문 석박사 과정에 진학할 수 있었고, 결혼과 출산을 안정적인 커리어의 토대를 두는 데 필요한 시간 만큼 미룰 수 있었다. - P20

어떤 여성에게 커리어가 꽃필 기회가 있는데 그 여성이 아이가 있다면, 궁극적인 시간 충돌이 발생한다. 아이에게는 시간이 많이든다. 커리어에도 시간이 많이 든다. 아무리 소득이 높은 부부라도 육아를 완전히 다 외부인에게 맡길 수는 없다. 그리고 직접 돌보고 사랑해 주지 않을 거라면 애초에 아이를 낳은 의미가 무엇인가?
근본적으로, 여기에서 시간 제약의 문제는 누가 집에서의 일에 대해 ‘온콜on-call‘ [긴급 호출에 지체 없이 대응할 수 있는 상태. 옮긴이] 임무를 맡을 것이냐의 문제다. 집에 급한 일이 있을 때 지체 없이 사무 - P22

실을 떠나 집으로 오는 역할을 누가 맡을 것인가? 물론 부부가 그 역할을 함께 맡을 수도 있다. 부부간 공평성이 잘 지켜진다면 집에서의온콜 부담을 5대 5로 분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는 것이 이 가구에 미칠 비용은 얼마일까? 굉장히 크다. 이것은 이전 어느때보다도 오늘날 많은 부부가 절실히 체감하고 있는 현실이다.
커리어와 가정 둘 다를 추구하고자 하는 열망이 높아지면서, 대부분의 커리어가 갖고 있는 중요한 속성 하나가 명백하고, 핵심적이고, 가시적으로 떠올랐다. 많은 커리어에서 일이 너무나 탐욕스럽다는 사실이다[가차 없는 밀도로 불규칙한 일정에 대응해 가며 장시간 일할 것을 요구하고, 그 대가로 높은 보수를 지급한다. 그래서 시간외 근무, 주말근무를 밥 먹듯 하고 저녁 시간과 밤 시간도 일에 쏟아붓는 사람은훨씬 많은 소득을 올릴 수 있다. 그렇게 할 경우, 소득이 ‘아주 많이‘ 높아지기 때문에 시간당으로 계산해도 소득이 높아진다. - P23

또한 일이 탐욕스럽다는 말은, 가구 소득을 높이기 위해 부부간 공평성 couple equity이 내버려져 왔고 계속해서 그러리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리고 부부간 공평성이 버려지면 [동성 커플이 아닌 한] 보통은 성평등도 함께 버려진다.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성별 역할 규범은 육아의 책임을 엄마에게 더 지우고 가족 구성원에 대한 돌봄의 책임을 장성한 딸에게 더 지우는 다양한 방식을 통해 한층 더 강화된다. - P25

우리 사회는 더 높은 수준의 성평등과 부부간 공평성을 이루기 위해 어떻게 ‘시스템‘을 바꿀 것인지 질문할 수 있는 시점에 도달했다. 어떻게 하면 이 둘을 모두 달성하기 위해 루카스의 탐욕스러운 일자리와 이사벨의 유연한 일자리가 그려진 기본적인 그래프를 바꿀 수 있을까? 내가 이 책에서 내놓고자 하는 답은, 노동이 구조화되어 있는 방식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 P33


댓글(2)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건수하 2023-04-04 09: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궁금한데, 옮겨주신 밑줄로 구경해보겠습니다 ^^

햇살과함께 2023-04-04 09:27   좋아요 1 | URL
아직 2장 읽고 있는데, 재밌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