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라의 할머니가 그다음으로 팔려간 것은 한 달 뒤, 설리번스아일랜드의 페스트 격리 병원에서 의사들이 아자리와 내니호의 다른 화물들에게 병이없음을 확진하고 나서였다. 노예시장의 바쁜 또 하루. 대규모 경매에는 늘별의별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북부와 남부에서 온 상인과 뚜쟁이들이 찰스턴에 한데 모여서 성병이나 다른 질병들을 경계하며 상품의 눈과 관절, 척추를 확인했다. 경매사들이 허공에 대고 소리치는 동안 구경꾼들은 싱싱한굴과 뜨거운 옥수수를 씹었다. 노예들은 연단에 알몸으로 서 있었다. 성실하고 힘 좋기로 소문 난 아샨티족 한 무리를 두고 입찰 전쟁이 벌어졌고, 석회암 채석장 감독은 검둥이 꼬마들을 경악스러운 값에 무더기로 사 갔다. 코라의 할머니는 멍청히 구경하는 사람들 틈에서 얼음사탕을 먹고 있는 어린 소년을 보고, 그 입안에 있는 게 무엇일까 궁금했다. - P13

그녀의 값은 오르락내리락했다. 그렇게 여러 번 팔릴 때 세상은 눈치라는것을 가르쳐준다. 아자리는 새 농장에 빠르게 적응해서, 그저 잔인한 사람들과 작정하고 검둥이를 괴롭히는 악질들을, 성실한 사람들과 게으름뱅이들을, 비밀을 지키는 이들과 밀고자들을 구분하는 법을 배웠다. 사악함의정도도 다양한 주인과 안주인들, 서로 다른 수단과 야망을 가진 농장들 때로 소박한 생계유지가 바라는 게 전부인 농장주들도 있는가 하면, 그저 면적의 문제일 뿐이라는 듯 세상을 다 가지고 싶어 하는 남자와 여자들도 있었다. 248달러, 260달러, 270달러. 어디를 가든 설탕과 쪽(藍)이었고, 다른일이라곤 딱 한 번, 다시 또 팔려 가기 전 일주일 동안 담뱃잎 접기를 한 게전부였다. 상인은 담배 농장에서 아이를 낳을 수 있으며, 기왕이면 이도 다있고 성격도 고분고분한 노예를 찾았다. 아자리는 이제 여자였다. 그녀가 낙점됐다. - P14

아자리는 광폭한 바다 위 흰 포말처럼 목화솜이 넘실거리는 목화밭에서죽었다. 코피를 쏟으며 입에 흰 거품을 물고, 머리가 깨질 듯 아파 밭에 고꾸라진 그녀 마을의 마지막 사람. 어떻게 어디 다른 곳일 수 있었으랴. 자유는다른 사람들, 저 북쪽으로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펜실베이니아주의 시민들을 위한 것이었다. 납치됐던 그 밤 이후로 그녀는 값이 매겨지고 또다시 매겨지고, 자고 일어나면 날마다 새로운 저울판 위에 있었다. 자기 값을 알고 - P16

나면 갈 자리를 알게 됐다. 농장을 탈출하는 것은 곧 존재의 근본 원칙을 이탈하는 것이었다. 불가능했다.
그날 일요일 저녁, 지하철도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저에게 코라가 싫다고 했을 때 그것은 코라의 할머니가 하는 말이었다.
3주 뒤 코라는 좋다고 말했다.
이번에는 엄마가 하는 말이었다. - P17

코라는 숨을 몰아쉬며 거기 서 있었다. 도끼를 잡은 두 손 도끼가 유령과줄다리기를 하듯 허공에서 흔들렸지만, 소녀는 흔들리지 않았다.
블레이크가 주먹을 쥐고 코라를 향해 걸어갔다. 그의 무리들이 잔뜩 긴장해 그 뒤에 섰다. 그리고 그는 멈추었다. 그 순간 두 형체 건장한 청년과흰 원피스를 입은 가느다란 소녀 사이에서 벌어진 일은 시점의 문제가 되었다. 예전 오두막 쪽에서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 눈에, 블레이크의 얼굴은흡사 말벌의 왕국으로 고꾸라지는 사람의 얼굴처럼 경악과 불안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새로 지어진 오두막 쪽에 서 있던 이들은 마치 단지 남자 한 명이 아니라 돌격하는 군대를 상대하듯 격렬하게 왕복하는 코라의 눈동자를 보았다. 두렵다 해도 만날 준비가 되어 있는 군대를 시점과 상관없이 중요한 것은 한 사람의 자세와 표정을 통해 전달되고 다른 이들이 해석한 메시 - P30

지였다. 네가 나를 이길지는 모르겠지만,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 - P31

백인 주인들은 이제 그를 내버려두었다. 랜들 어르신은 자키의 생일에 대ㅣ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 자리를 이어받은 제임스도 마찬가지였다. 감독관 코널리는 매주 일요일이면 그가 그달의 첩으로 고른 노예 소녀를 불러내 슬쩍 모습을 감췄다. 백인 주인들은 침묵했다. 포기한 것처럼, 혹은 진정한 자유라는 충만함을 더욱 고통스럽게 부각시키는 그 작은 자유가 무엇보다 가장 심한 벌이라고 생각한 것처럼. - P37

둘째 날 손님들 한 무리가 마차를 타고 도착했는데, 애틀랜타와 서배너에서 온 지체 높으신 양반들이었다. 테런스가 오가는 길에 만난 멋진 신사와숙녀들은 물론 미국의 풍경을 취재하러 런던에서 온 신문기자까지. 그들은잔디밭에 차려진 식탁에 앉아 앨리스가 끓인 거북 수프와 양고기를 맛있게먹었고, 요리사가 한 번도 받아본 적 없는 칭찬을 늘어놓았다. 빅 앤서니는그들이 식사를 하는 동안 채찍질을 당했고, 그들은 천천히 먹었다. 신문기자는 음식을 먹으면서 종이 위에 뭔가를 휘갈겨 썼다. 디저트가 나오고 흥이 오른 손님들이 모기에 뜯기지 않으려고 집 안으로 들어가는 동안에도 빅앤서니의 처벌은 계속되었다. - P59

코라는 마지막 식사를 아껴두었다가 호브 여자들에게 주었다. 그들이 자유 시간을 함께 보내는 일은 드물었지만 코라는 각자 뭔가를 하고 있던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그들은 어떻게 될까? 그들은 쫓겨난 사람들이었지만, 호브는 일단 정착하고 나면 모종의 보호막 같은 것이 되어주었다. 노예들이매질을 피하려고 멍청하게 웃고 아이같이 행동하는 것처럼, 그들도 이상한면을 강조해서 노예 숙소와 엮이는 일을 피했다. 호브라는 벽은 때로 어떤밤, 반목과 음모에서 그들을 구해주는 요새가 되었다. 백인들이 당신을 잡아먹지만 때로 흑인들도 당신을 잡아먹는다. - P68

러비의 흔적도, 그들이 어디로 사라졌는지도 알 길이 없었다. 걸음을 떼지 못하는 코라를 시저가 거칠게 끌어당겼다. 코라는 시저를 따라갔다.
그들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전혀 짐작도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다음에야 달리기를 멈췄다. 코라는 어둠과 제 눈물 말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시저는 가죽 물통을 용케 건졌지만 나머지 소지품은 모두 잃었다. 그들은 러비를 잃었다. 시저가 별자리를 보며 위치를 가늠했고, 둘은 휘청거리면서 밤 속으로 겨우 발걸음을 옮겼다. 둘은 몇 시간이고 말이 없었다. 그들의 계획이라는 몸통에서 선택과 결정들이 잔가지와 새싹처럼 돋아났다. 러비를 늪에서 돌려보냈더라면. 농장 주변의 더 깊숙한 길을 택했더라면. 코라가 맨 끝에 있어서 두 남자가 코라를 잡았더라면 아예 길을 떠나지 않았더라면. - P74

시저는 가게 주인과 그의 수레가 떠나는 모습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플레처는 고삐를 당기며 출발을 외쳤고 그의 목소리는 점점 잦아들었다. 코라의동행의 얼굴은 근심으로 일그러졌다. 플레처는 상황이 그가 예상한 것보다훨씬 복잡해졌는데도 그들을 위해 엄청난 위험을 무릅썼다. 그 빚을 갚는방법은 오로지 살아남는 것, 그래서 상황이 허락하는 한 다른 이들을 돕는 - P80

것이었다. 적어도 코라의 생각에는 플레처는 몇 달이나 시저를 가게로 들여보내주었으니 시저는 진 빚이 훨씬 컸다. 코라는 시저의 얼굴에서 그것을 읽을 수 있었다―걱정이 아니라 책임감을 럼블리가 헛간 문을 닫자 쇠사슬이 절그렁거렸다. - P81

노예 엄마들은 말했다. 조심하거라. 그러지 않으면 리지웨이 씨가 잡으러올 거야.
노예 주인들은 말했다. 리지웨이를 불러와
처음 랜들 대농장으로 불려 왔을 때 그의 앞에는 도전이 놓여 있었다. 가끔은 그도 노예들을 놓쳤다. 그는 특출난 것이지 전지전능하지는 않았다. 그도 실패를 했고, 메이블의 실종은 그의 마음속 깊은 곳을 시끄럽게 만들며 생각보다 오래 그를 성가시게 하고 있었다.
돌아오는 길, 이제 그 여자의 딸을 찾으라는 임무를 맡고 그는 왜 그 이전임무가 그토록 마음에 걸렸는지를 깨달았다. 불가능해 보이지만 조지아에지하철도가 놓인 것이었다. 그것을 찾아내리라 찾아내 파괴하리라. - P97

돌풍이 불어와서 경첩에 매달린 덧문이 씩씩거렸다. 핸들러 선생님은 분필을 내려놓았다. "노스캐롤라이나에서는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것이 범죄입니다. 저는 벌금 100달러를 물고 여러분은 채찍 서른아홉 대를 맞을 거예요. 그건 법적인 겁니다. 여러분의 주인은 아마 더 심한 벌을 내리겠죠." 선생님의 눈이 코라의 눈과 마주쳤다. 선생님은 코라보다 고작 몇 살 더 많을뿐이었지만 코라는 그 앞에서 무지한 꼬맹이가 되는 기분이 들었다. "아무것도 없는 데서 시작하려면 어렵습니다.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여러분 몇 명은 지금 하워드 할아버지와 같았어요. 시간이 필요해요. 인내심도요."
"코라는 그 말을 한 귀로 흘렸다. 그러고는 기가 한풀 꺾여서, 제일 먼저 교실 문을 나서려고 물건을 낚아채듯 챙겼다. 하워드 할아버지가 소매로 눈물을 훔쳤다. - P113

코라가 토요일 빨래를 끝내고 저녁을 먹고 나니 친목 파티 시간이 거의다 되어 있었다. 코라는 새로 산 파란 드레스를 입었다. 흑인들의 백화점에서 가장 예쁜 옷이었다. 거기 물건은 값이 비싸서 코라는 될 수 있으면 거의 사지 않았다. 앤더슨 부인을 위해 물건을 사면서 코라는 흑인 지역 가게의 물건값이 백인들의 가게보다 두세 배 더 비싸다는 것을 알고 기겁을 했다. 그 드레스도 일주일치 봉급만큼 비쌌고 코라는 가증권을 쓸 수밖에 없었다. 보통 코라는 돈을 신중하게 썼다. 돈은 새롭고 종잡을 수 없고 제가 원하는 곳으로 가고 싶어 했다. 어떤 소녀들은 몇 달 치 봉급을 빚지고 이제는 거의 모든 것을 가증권에 의지했다. 코라는 그 이유를 알았다―시에서 음식과 집, 기숙사 유지비와 교과서 같은 잡다한 것들의 값을 공제해 가고 나면 남는 돈이 거의 없었다. 아주 가끔씩 가증권의 신용에 의지하는 편이 최선이었다. 이 드레스 딱 한 번뿐이야, 코라는 스스로에게 힘주어 말했다. - P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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