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권 체험
제2부 상황
6장 어머니

7장 사교 생활
버지니아 울프 <댈러웨이 부인>

8장 매춘부와 고급 창녀
허무주의
에밀 졸라 <나나>

합법적 낙태에 반대하는 실제적 이유는 전혀 타당성이 없다. 도덕적 이유로 말하자면, 가톨릭교의 낡은 논법으로 귀착된다. 즉, 태아에게도 영혼이 있는데 세례도 받지 않고 죽으면 천국에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이다. 가톨릭교회가 때에 따라서 성인 남자의 살해를 허용한다는 것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전쟁이나 사형수의 경우가 그러한데, 태아에게는 대단히 인도주의적이다. 태아는 세례를 통해 정화되지 않았다. 이교도에 대항한 성전 시대에 이교도들 역시 정화되지 않았는데, 그들을 학살하는 것은 공공연하게 장려되었다. 종교재판의 희생자들은 아마도 모두 죄가 없지 않았고, 오늘날 사형당하는 범죄자들과 전장에서 죽은 병사들도 마찬가지다. 이 모든 경우를 교회는 신의 은총에 맡긴다. 교회는 인간을자기 수중에 있는 도구로, 한 영혼의 구제를 신과 교회 간에 이루어지는 것으로인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신이 태아를 하늘로 맞아들이는 것을 막는 것일까?종교회의가 그것을 허용한다면, 경건한 인디언 학살의 호시절과 마찬가지로 신은 항의하지 않을 것이다. 사실 여기서 사람들은 도덕과는 아무 관계없는 완고하고 낡은 전통에 맞닥뜨리게 된다. - P681

"낙태 금지는 부도덕한 법이다. 그것은 날마다 시간마다 필연적으로 위반될 수밖에 없는 법이기 때문이다." - P689

분만은 경우에 따라서 매우 다른 성격을 띠게 된다. 어머니는 자기 자아의 귀중한 일부인 보물 같은 아이를 배 속에 지니고 있기를 바라는 동시에 귀찮은 것을 떨쳐내 버리기를 희망한다. 오랫동안 꿈꿔 오던 것을 두 손안에 쥐고 싶다가도, 그꿈의 실현이 만들어 낼 새로운 책임이 두렵다. 두 욕망 중 어느 하나가 이길 수 있지만, 대개 그녀는 분열되어 있다. 또 그녀가 불안한 시련에 단호하게 임하지 못하는 경우도 흔히 있다. 그녀는 자기 자신과 주위 사람들 - 어머니나 남편에게 도움받지 않고도 불안한 시련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자 한다. 그러나 동시에 자기에게 가해진 고통에 대해 세상이나 인생 혹은 측근들을 원망한다. 그리고 항의하는 의미로 수동적 태도를 보인다. 독립적 여자들 - 모성형이나 남성적여자들은 분만에 이르는 시기나 분만하는 동안에 적극적인 역할을 하는 데 열렬한 관심을 기울인다. 대단히 유아적인 여자들은 산파나 어머니의 보살핌에 수동적으로 자기를 맡긴다. 어떤 여자들은 소리를 지르지 않는 것에 자부심을 품는다. 다른 여자들은 모든 수칙을 거부한다. 일반적으로 여자들은 해산의 위기에서대체로 세상에 대한, 특히 모성에 대한 자기의 본질적 태도를 표현한다고 말할 수있다. 즉, 그녀들은 의연하든가 체념적이든 권리주장을 하든가 강압적이든가반항적이든가 무기력하든가 긴장되어 있다・・・・. - P706

예전에는 아주 빈번했던 사고를 현저하게 감소시킨 - 그리고 거의 근절시킨 것은 의학과 외과수술이라는 인간의 개입이다. "너는 고통 속에서 아이를 낳으리라"라고 한 성서적 확언을 부정하고 있다. - P707

그녀는 빠져나가려는 딸의 의지를 ‘꺾어 버리는 데‘ 열중한다. 자기의 분신이 한 명의 타인이 되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남자가 여자들에게서 맛보는 쾌감, 즉 자기가 절대적으로 우월하다고 느끼는 것, 이런 쾌감을 여자는 자기 아이들, 특히 딸들을 통해서만 경험한다. - P724

여기서 나이 든 여자가 다 자란 아이들과 맺는 관계로 되돌아가 보자. 아이들이 어머니의 인생에서 가장 큰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당연히 처음 20년 동안이다.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진 두 가지 편견의 위험한 오류가 이제까지 한 서술에서확연히 드러난다. 우선, 모성이라는 것이 여하한 경우라도 여자를 충족시키는 데충분하다는 생각이다.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불행하고 실망과 불만으로 신경이날카로워진 어머니들이 많이 있다. 열두 번도 더 출산한 소피아 톨스토이의 예는의미심장하다. 그녀는 일기를 쓰는 동안 내내 세계에서나 자신 속에서나 모든 것이 무용하고 공허하게 보인다고 끊임없이 반복하고 있다. 아이들은 그녀에게 일종의 마조히즘적 안정감을 주고 있다. "아이들과 함께 있으면 내가 더 이상 젊지않다는 느낌이다. 나는 마음이 편안하고 행복하다" 자기의 젊음, 아름다움, 개인적인 생활을 단념하는 것이 그녀에게 약간의 안정을 가져다준다. 그녀는 자신이 - P726

나이가 들었고, 자기 삶의 의미가 정당화되었다고 느낀다. "아이들에게 내가 없어서는 안 된다는 느낌이 나에게는 커다란 행복이다." 아이들은 그녀에게 남편의 우월성을 거부할 수 있게 해 주는 무기다. "우리들 사이에 평등을 회복하기 위한 유일한 방편, 유일한 무기는 아이들, 활력, 기쁨, 건강이다……" 그러나 권태가 갉아먹는 생활에 의미를 주기 위해서는 아이들만으로는 결코 충분하지 않다. 1875년 1월 25일, 한순간 감정이 고양된 뒤에 그녀는 이렇게 쓰고 있다.

나 역시 모든 것을 원하고,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감정이 일단 지나가 버리면, 곧 내가 아무것도 원하지 않고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한다. 단지 아기를 돌보고 먹고 마시고 자고, 남편과 아이들을 사랑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이것이 요컨대 행복임이 틀림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나를 슬프게 하고, 어제처럼 울고 싶게 한다.

그리고 11년 후에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나는 힘차게 잘하겠다는 열렬한 욕망을 가지고 아이들 교육에 몰두하고 있다. 그러나 아! 나는 얼마나 인내심이 없고 성마르고, 얼마나 소리를 질렀던가! (……)아이들과의 이 영원한 싸움은 얼마나 슬픈 일인가! - P727

결혼을 짓누르는 저주는 대개 두 사람이 그들의 힘이 아닌 약함 속에서 결합해 있다는 것이고, 서로 상대에게 주는 것을 싫어하고 받기만을 원했을 때라고앞에서도 말한 바 있다. 자기 자신이 창조할 수 없었던 충만함, 열정, 가치를 아이를 통해 얻겠다고 꿈꾸는 것은 기대에 한층 더 어긋나는 환상이다. 아이가 안겨주는 기쁨은 타인의 행복을 사심 없이 바랄 수 있는 여자만 얻을 수 있고, 자기에게 얽매이지 않고 자기 존재를 초월하려고 노력하는 여자만이 누릴 수 있다. 확실히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것은 여자가 온 힘을 기울여 노력할 만한 가치가 있는일이다. 그러나 그 일은 다른 어떤 일보다도 이미 만들어진 정당화를 나타내지않고, 확실치 않은 이익 때문이 아니라 그 자체를 위해 바람직해야 한다. 이에 대해 슈테켈이 아주 정확하게 말하고 있다.

아이들은 사랑의 대용품이 아니다. 그들은 망가진 인생의 목표를 대신하지 않는다. 그들은 우리 인생의 공허를 메우기 위해 마련된 물질도 아니다. 아이들은 책임이며 무거운 의무다. 그들은 자유로운 사랑의 가장 관대한 꽃무늬 장식이다. 부모의 장난감도 아니고, 삶에 대한 부모의 욕구 실현도 아니며, 충족되지 않은부모의 야망을 대신하는 대용품도 아니다. 아이들은 행복한 존재로 만들어야 하는 우리의 책무다. - P728

오늘날 여자를가정 밖에 오랜 시간 붙잡아 놓고 모든 힘을 빼앗는 직업과 아이의 양육을 양립하기가 그토록 어려운 것은, 한편으로 여자의 일이 아직도 노예 노동이기 때문이고, 다른 한편으로 가정 밖에서 아이들의 보살핌, 보호, 교육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조금도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사회적 태만이다. 하늘이나 땅속 가장 깊은 곳에 기록되어 있는 법에 따라 어머니와 아이가 전적으로 서로에게만 속한다고 주장하면서 그런 사회적 태만을 정당화하는 것은 궤변이다. 이러한 상호간의 구속은 이중으로 해로운 억압을 구성할 뿐이다.
여자는 어머니가 됨으로써 남자와 구체적으로 동등해진다는 주장은 하나의 기만이다. - P731

아이는 왁스칠한 마룻바닥의 적이다. - P732

여자가 정당하게 만족을 느낄 수 있는 이런 승리와 함께 멋 부리는 행위에는 - 가사 돌봄과 같이 - 시간과의 싸움이 내포되어 있다. 왜냐하면 그녀의 몸 역시 세월이 좀먹는 하나의 물체이기 때문이다. 콜레트 오드리는 가정주부가 집에서 먼지와 다투는 싸움과 맞먹는 이 투쟁을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더 이상 젊은 시절의 탄탄한 몸이 아니었다. 그녀의 팔과 넓적다리를 따라서 근육이 약간 늘어진 피부와 지방층 아래로 유난히 드러나 보였다. 불안해진 그녀는 다시 한번 일과를 뒤엎어 버렸다. 그리하여 하루는 반 시간의 체조로 시작될 것이고, 밤에는 잠자리에 들기 전에 15분간 마사지를 할 것이다. 허리둘레를 관리하기 위하여 의학서나 유행잡지를 참조하기 시작했다. 과일주스를 준비하고, 이따금 설사제를 복용했으며, 설거지는 고무장갑을 끼고 했다. 그녀의 두 가지 근심은 결국하나로 귀결되었다. 즉, 열심히 몸을 젊게 하고, 열심히 집을 닦다가 결국 언젠가는일종의 휴식기, 일종의 죽음과 같은 지점에 다다르는 것이다. (…) 그때 세상은 노쇠와 소모를 잊은 듯 멈추고 중단될 것이다. (・・・) 지금 그녀는 스타일을 개선하기 위하여 제대로 된 수영 강습을 받고 있다. 미용잡지들은 무한정 새로워진 처방으로 그녀를 숨 가쁘게 했다. 진저 로저스는 이렇게 고백하고 있다. "나는 아침마다머리를 백 번씩 브러시로 빗어요. 정확히 2분 30초가 걸려요. 그래서 비단결 같은머릿결을 가지고 있답니다………" 발목을 예쁘게 다듬는 법은 매일 발뒤꿈치를 바닥에 대지 않고 발끝으로 삼십 번씩 일어서는 것이다. 이런 운동은 1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하루에 1분쯤은 아무것도 아니다. 다른 때는 발가락을 향유에 담근다. 손에는 레몬을 넣은 밀가루팩을 하고, 뺨에는 딸기를 짓이겨 바른다. - P742

여자들 간에 형성되고 유지되는 우정은 여자에게 귀중하다. 여자들의 우정은남자들이 경험하는 관계와는 전혀 다른 성격을 지니고 있다. 남자들은 자기들의사적인 생각이나 계획을 개인 자격으로 자기들끼리 소통한다. 여자들은 여자의운명이라는 일반성 속에 갇혀 있어서 일종의 내재적 공모의식으로 결합해 있다. 우선 여자들이 저마다 다른 여자에게서 찾는 것은 자기에게 공통된 세계를 확인하는 것이다. 그녀들은 의견을 두고 토론하지 않는다. 자기의 속내와 대처 방안에 관한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여자들은 일종의 반세계世界를 창조하기 위해결속한다. 그 반세계의 가치는 남자들의 가치를 날려 보낸다. 이렇게 결합한 여자들은 자기들이 받는 억압을 뒤흔들어 버릴 힘을 발견한다. - P750

여자들의 관계는 저마다의 유일성에 근거해 구축된 것이 아니라, 여자라는 일반성 속에서 직접적으로 경험된 것이다. 그래서 적의라는 요소가 곧 개입된다. - P754

경제적 관점에서 매춘부의 상황은 결혼한 여자의 상황과 대칭을 이룬다. "매춘으로 자기를 파는 여자들과 결혼으로 자기를 파는 여자들 간의 유일한 차이는계약의 금액과 기간에 있다"라고 마로Marro는 말한다.143 양쪽 모두에게 성행위는 하나의 서비스다. 후자는 한 남자와 종신계약하는 것이고, 전자는 돈을 지불하는 여러 명의 고객이 있는 것이다. 후자는 한 남자를 통해 다른 모든 남자로부터 보호되고, 전자는 모든 남자를 통해 각 남자의 배타적 횡포에 대해 방어된다. 아무튼 그녀들이 자기 육체를 제공함으로써 얻는 이익은 경쟁을 통해 제한된다. 남편은 자기가 다른 남자의 아내와 계약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부부의 의무’의 이행은 은혜가 아니라 계약의 실행이다. 매춘에서 남자의 욕망은 개별적인 것이 아니라 종種의 본능이므로, 그 어떤 육체에 대해서나 만족할 수 있다. 아내나 창녀는 둘 다 남자에게 독특한 영향력이 없으면 남자를 활용하는 데성공하지 못한다. 양자 간의 차이라면 합법적인 아내가 결혼한 여자로서 억압당하기는 하지만, 인간적으로는 존중받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존중은 실제로 억압을 저지하기 시작한다. 한편 창녀는 한 인격체의 권리를 갖지 못하며, 그녀 속에여성 노예제의 모든 양상이 동시에 요약되어 있다. - P769

오히려 아직도 많은 여자에게 이 직업이 그다지 혐오스러워 보이지 않는 사회를 단죄한다. 그녀에게 왜 그것을 택하느냐고 묻기보다는 차라리 그녀가 왜 그런 직업을 선택하지 않을 것인가를 물어야 한다. - P770

매춘부들의 생활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것은 도덕적·심리적 상황이 아니다. 대부분 그 물질적 조건이 비참한 처지에 있다. 기둥서방이나 포주에게 착취당하는 그녀들은 불안 속에서 살고 있고, 그중 4분의 3은 돈이 한 푼도 없다. 그 일을 하고 5년이 지나면, 약 75퍼센트가 매독에 걸린다고 비자르 박사는 말한다. 그는 다수의 매춘부를 치료해 왔다. 특히 그 가운데 경험이 없는 미성년자들은 무서운 속도로 감염된다. 임질 합병증으로 인해 수술을 받아야만 하는 경우가 25퍼센트 가까이 된다. 스무 명 가운데 한 명은 결핵을 앓고 있으며, 60퍼센트는 알코올 중독자나 마약중독자가 된다. 40퍼센트는 마흔 살 이전에 죽는다.
여기서 덧붙여야 할 것은 신중을 기하는데도 이따금 임신하는 여자들이 생기고, 일반적으로 악조건에서 수술을 받는다는 것이다. - P7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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